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23)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23화(123/153)
<123화>
“못 들은 척할 거야?”
이든이 짓궂게 물었다.
키티는 고양이의 모습이라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잊고 동그란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든이 모두의 앞에서 저런 말을 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키티는 클리드처럼 눈웃음을 흘리는 그를 마주할까 봐 감은 눈을 더 꼭 감았다. 그런 모습까지 봤다간 당장 이 늑대와 꼬리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렸다.
“귀와 꼬리에 감정이 다 드러나는 건 여전하네.”
이든은 끝이 살짝 잘려나간 키티의 꼬리를 쓸어 주곤 쫑긋한 고양이 귀에 속삭였다.
“장난으로 한 말 아냐. 알고 있었잖아.”
“…….”
“그럼 푹 쉬어, 키티.”
이든은 담백하게 말하곤 자리를 떠났다.
그가 사라진 후 호들갑을 떠는 건 테오와 데온의 몫이었다.
“키티! 방금 이든이 네게 공개적으로 고백했잖아!”
분홍색 코를 킁킁거려 이든이 사라졌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키티는 슬쩍 눈을 떴다.
두 사람이 오두방정이니 되려 제 감정이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든은 늑대잖아요. 평소답지 않게 장난스럽기도 했고.”
“세상에, 이 고양이가 막말을 하네.”
“늑대들은 좋아한다는 말, 딱 한사람한테만 해. 나머진 그냥 얼버무린다고.”
어째 테오와 데온은 점점 엘리엇 경을 닮아 가는 것 같았다.
키티는 생각보다 차분한 자신의 태도가 놀라웠다. 물론 두 오라버니가 저 대신 다양한 반응을 보여 주고 있어서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역시 진짜 이유는 그의 말대로…….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별의 뽀를 할 때마다 이든의 눈동자 안에서 평소 드러내지 않는 거친 감정들이 휘몰아치는 것을 보았다.
그가 입을 맞춰 주고 뺨을 깨물 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고양이가 된 기분이었다.
‘털도 그렇게나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잖아.’
자신이 그를 의식하기 전부터 그가 저를 의식해 왔다는 고백은 조금 놀라웠지만, 예전부터 좋아했다는 말은 무심결에 예상했나 보다.
‘나 오랜만에 고양이 같네!’
키티는 도도한 스스로의 태도에 몹시 흡족해졌다.
* * *
테오와 데온의 지극한 간호로 체력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었다. 푹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엔 인간의 모습을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나는 커다란 다랑어 회를 몇 점 먹곤 배가 불러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테이블 위에는 늑대 기사 열 명이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모두 폴리 부부와 곰 수인들이 날 위해 준비한 것들이었다.
“폴리 부부가 네게 아주 고마워하고 있어. 네가 괜찮아졌다고 말씀드리니 티타임을 갖자고 하시던데.”
“부부도 성유물을 처음 봤다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테오와 데온은 간호를 핑계로 내 방에 눌러앉아 푸짐한 식사를 즐기는 중이었다.
나도 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싫지 않아 내쫓지 않았다.
“키티, 그래서 이든에게 뭐라고 대답할 거야?”
“대답을 꼭 해야 할까요?”
“아니, 네가 내키는 대로 해. 아직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게 좋다고 답하면 이든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긴 하지만.”
오라버니들은 내가 그런 대답을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걸까.
나는 무어라 반박하는 대신 입안에서 톡톡 쏘는 냉차를 마셨다.
배불리 먹은 뒤 낮잠까지 자니 몸이 완전히 나아졌다. 충격적인 사실을 접해도 그럭저럭 견딜 수 있을 만큼.
“그럼 슬슬 폴리 부부와 티타임을 가질까요?”
“그래. 사람을 보낼게.”
내 예상대로라면 폴리 부부가 날 부른 건 감사 인사를 위해서만이 아닐 듯했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폴리의 거울을 얻어 기쁜 지금이라면 분명 그걸 내주려 하겠지.
‘아빠와 오빠의 유언이 담긴 바위를 곧 볼 수 있을 거야.’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오라버니들과 유리 온실로 향했다.
그곳엔 카트리나와 폴리 부부가 얇지만 격식 있는 옷을 갖춰 입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폴리의 거울은 상당한 마력을 뿜어 대며 고급스러운 벨벳 쿠션 위에 올라가 있었다.
쿠션을 감싸고 있는 상자도 정말이지 안락해 보였다.
“키티아 양.”
“이쪽이에요. 제일 따뜻한 자리에 앉으세요.”
서늘한 환경을 좋아하는 곰 수인들이 날 위해 온실을 장소로 택했다고 생각하니 고마웠다.
나는 자리에 앉아 곰 수인들이 권하는 디저트들을 양껏 먹었다. 폴리 부부는 흐뭇한 눈으로 날 바라보다가,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오늘은 감사 인사도 드릴 겸, 중요한 결정을 공유드리려고 해요.”
“중요한 결정이라면…….”
“동맹인 그리드울프에 꼭 공유해야 할 정보지요.”
의미심장한 얼굴로 대화를 지켜보고만 있던 카트리나가 폴리의 거울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키티아 님. 오로라 호수에서 있었던 일들을 어머니와 아버지께도 말씀드렸어요.”
“제 눈으로 보지 못해 아쉬울 정도입니다.”
“몸만 성했어도 뛰쳐나갔을 거예요.”
정말로 아쉬운 듯 둘의 눈썹이 약간 내려앉았다.
카트리나는 폴리의 거울이 든 상자를 슬그머니 내 쪽으로 밀며 물었다.
“키티아 양, 어떻게 생각하세요?”
“깊이도 재질도 아주 안락해 보여요. 안에 든 쿠션과 한 세트로 제작하셨나 봐요.”
“……?”
데온이 옆에서 ‘키티, 상자 말고 거울!’ 하고 덧붙여 주었다.
“앗,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폴리가의 거울에는 아주 충만한 마력이 들어 있어요. 따스하고 강한 힘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그 능력은 얼마든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울의 특성대로 상을 여러 개로 만들 수 있어요. 다른 성유물과의 상성도 좋은 것 같고요.”
“그 장면을 본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카트리나가 자리에서 조심스레 일어나 내게 쿠션이 든 상자를 내밀었다.
폴리가의 문장이 섬세하게 새겨진 상자를 받으니 잠시 몸이 굳었다.
“받아 주세요, 키티아 님.”
나는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폴리가가 자랑하는 신성한 보물. 통치의 이유이면서 힘의 근원.
그런 물건을 내가 가져가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걸 제가 받아도 되나요? 카트리나 님이 물려받아야 할 물건이잖아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게 좋겠죠.”
카트리나는 내가 기절해 있던 하루 동안 최선을 다해 폴리의 거울을 사용해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바닥을 드러내던 마력이 채워진 것 말고는 이렇다 할 기능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했던 대로 하나의 화살을 거울 표면에 쏘아 수십 개로 만드는 것도 시도해 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건 키티아 양이 가지고 있는 그리드울프의 활과 한 세트예요. 키티아 양만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죠.”
“…….”
“가끔 마력을 채워야 하면 놀러 가게 해 주세요. 성유물 덕에 동맹이 더 끈끈하게 유지된다면 기쁠 거예요.”
카트리나가 웃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쇄 정책을 고집하던 가문의 영애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친근한 웃음이었다.
폴리 부부도 온실만큼이나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같이 참석한 오라버니들도, 이든도 모두 내키는 대로 하라는 듯 신뢰의 시선을 보내왔다.
“그럼 동맹의 이름으로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다음 상자에서 거울을 꺼내 들었다.
내 마력이 거울의 표면을 타고 반짝거렸다. 새로 산 물건을 길들이는 기분이었다.
따스한 마력이 내 몸과 성유물을 감쌌다. 알 수 없는 감동으로 충만해지는 기분이었다.
말랑-
내가 거울 표면을 만지작거리는 동안 폴리 저택의 시종들이 커다란 손수레를 끌고 들어왔다.
디저트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랗고 무거운 무언가가 그 위에 담겨 있었다.
“계속 원하시던 물건도 잊지 않고 준비했어요.”
나는 그 말에 홀린 듯 손수레 쪽으로 다가갔다. 시종들이 천을 걷자 냉기 서린 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폴리 성으로 오는 길에 다섯 번도 넘게 본 평범한 바위.
그러나 이 안에 아빠와 오빠의 흔적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카트리나는 내게 손수건을 건네며 설명했다.
“일전에 민가의 곰 수인들이 보낸 거예요. 바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며 폴리가의 관리를 요청했죠.”
“아…….”
“표면에 손을 대면 바위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들을 수 있어요.”
들을 수 있는 것은 소리뿐이라고 했다.
나는 즉시 손을 뻗으면서도 조금 두려웠다.
아빠와 오빠는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세상을 떠났다. 만일 내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제대로 그리워하고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을 잊을 리 없으니까.
‘그래도, 그래도 듣고 싶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아예 낯선 이처럼 느껴져 스스로가 미워진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흔적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표면을 만졌다.
그런데, 티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폴리의 거울에서 어슴푸레한 마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바위가 머금고 있는 마력과 같아.’
하슈카가 그랬었지. 곰 영토의 바위들이 주변의 소음들을 멋대로 기억하는 건 성유물과 오랜 시간 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성유물을 이용해 아빠와 오빠의 목소리를 더 깨끗하게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거울을 가져와 조심스레 바위에 비추었다.
그러자 바위가 비쳐야 할 거울 속에서 어떤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놀라울 정도로 생생한 영상이.
테오와 데온이 황급히 달려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키티, 지금 봐도 괜찮겠어?”
“말랑손, 우린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어.”
“괜찮아요.”
이 순간을 줄곧 기다려 왔으니까.
나는 용기를 내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거울 안을 바라보자마자 가슴이 쿵 추락했다.
[“크윽…… 윽…….”] [“아버지…… 윽!”]거울 속에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두 남자가 피와 신음을 토하고 있었다.
“……!”
그 뒤로,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