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28)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28화(128/153)
<128화>
그럼에도 클리드는 호그우드를 내쫓지 않았다. 키티의 편지에는 전 위비스 가주인 그가 알아야 할 사실들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폴리의 거울을 통해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어. 표범들이 제리안에게 한참 전부터 협력한 것 같아.]제리안이 블루문의 면역을 얻도록 도와준 것이 표범들이라는 건 상당한 충격이었다. 글자를 읽어 나가는 클리드와 호그우드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키티가 아무렇지 않은 듯 아빠와 오빠의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면 가슴이 먹먹해 잠시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우선은 델타가 동족을 일부러 희생시켰다는 걸 인질로 잡은 표범들에게 알려 주었으면 해.]그 아래로는 클리드의 건강을 빌고 있으며 호그우드 님께도 안부를 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클리드와 호그우드는 같은 편지를 세 번이나 다시 읽곤 자리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넘겼다.
“새로운 정보는 조금 충격적인데요.”
“허허, 그러게. 우리 말랑손도 꽤 상심했을 텐데 말이야.”
호그우드는 이든이 키티와 같이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반려가 슬퍼하는데 곁에 없는 늑대는 반려 자격이 없었다.
“그럼 부탁받은 대로 인질로 잡은 표범들에게 정보를 조금 흘려 볼까.”
레오피드 가문의 일원들은 대대로 경합을 통해 가장 강한 후계자를 선출했고, 그 방법으로 오랜 시간 군림했다.
그런 그들의 권위가 동족을 희생해 얻은 것이라면 위태로워지는 건 시간문제.
다만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클리드, 델타 레오피드 말이야.”
호그우드는 막사 바깥으로 나가 먹구름을 잔뜩 이고 있는 델타의 성을 바라보았다.
마나 코어를 얻은 여우들과 늑대 연합군이 사방에 들러붙어 압박하고 있는데도 델타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상대할 방법이 없어 작전을 짤 때까지 안쪽에 숨어 있는 것이겠거니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무언가 이상했다.
“제리안과도 격리되어 이제 블루문을 사용할 수도 없는데 꽤 오래 버틴단 말이지.”
“악으로 버틴다기엔 좀 침착하죠?”
클리드도 막사 바깥으로 나와 팔짱을 끼고 델타의 성을 바라보았다.
블루문이 세상에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표범은 딱히 교류를 꺼리는 종족이 아니었다.
그들도 다른 수인들과 친구가 되고 사랑도 하면서 어울리곤 했다.
‘그럴 때도 레오피드 성 안의 일은 늘 비밀에 부쳐지곤 했지.’
가끔 열리는 커다란 행사에 모습을 비추는 것을 제외하면 성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저 성 안에 쓸데없는 게 있으면 안 될 텐데 말이에요.”
클리드는 날카로운 눈동자로 성을 한참이나 쏘아보다 다시 벽난로 앞으로 돌아왔다.
마나 레코드를 사용해도 레오피드 성 내부의 일은 알 수 없었다. 선대 여우 가주들도 그 안의 일까진 알 수 없었을 테니 당연했다.
‘자기 힘과 지배력에 확신이 있는 건가.’
하지만 블루문을 제리안에게 빼앗긴 데다 연합군에게 포위당한 지금 상황에서 뭘 믿고?
클리드는 머리를 쑤석거리며 다시 키티의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어느새 돌아온 호그우드도 제법 성숙해진 글자들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였다.
“이거, 말랑손이 예전보다 필기체를 훨씬 잘 쓰는데? 내 초대장에 ‘후거오도 님’이라고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가씨는 늘 꼬리에 쥐가 나도록 연습했으니까요.”
“그러니 말랑손을 위해 얼른 밑 작업을 시작할까?”
“한시라도 빠른 게 좋겠죠. 슬슬 마력도 찼겠다. 앗, 아가씨한테 편지 답장 보내야지.”
“그럼 내 안부도 부탁하네. 그림까지 그려 주면 더 좋고.”
“그냥 발 도장을 찍어서 같이 보내시지 그러세요?”
“하하, 그거 좋은데!”
클리드와 호그우드가 재빨리 종이와 펜, 잉크를 꺼내 왔다.
은근히 대화를 잘 이어 나가는 둘을 보며 벤은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좋아하는 게 같으면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게 이런 건가?’
* * *
시그마는 침묵을 지키며 철장 안을 둘러보았다. 안경이 없어 확실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저를 바라보는 정예 표범들의 시선이 이전과 무언가 달랐다.
‘내가 기절해 있던 사이에 늑대들에게 세뇌라도 당한 건가?’
세빌을 비롯한 표범들은 늘 제게 충성심을 드러냈다. 정확히는 저가 아니라 델타 레오피드를 향하는 충성심이었지만.
그런데, 지금은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대하듯 저를 힐끗이고 있었다.
시그마의 마지막 기억은 오로라 호수에서 키티가 폴리의 거울을 각성시켰을 때였다.
호수의 표면으로 쏘아진 단 하나의 화살이 수십 개로 갈라져 광기에 당한 곰들을 치유하던 장면.
그 화려하고 강렬한 그림에 압도되어 정신을 조금 놓았고, 만신창이이던 몸은 느리게 회복되어 지금에야 깨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던 정예 표범들이 경계를 시작한 이유가 뭘까.
시그마는 그들을 향해 평소처럼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내가 잠들어 있던 사이에 말랑손이 젤리로 너희를 건드리기라도 했나 봐?”
“…….”
정예 표범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예전에는 개가 야옹 하고 짓는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하며 맞장구를 쳐 주었는데 지금은 살얼음판이 따로 없었다.
가만히 그녀의 상태를 살피던 세빌이 물었다.
“시그마 님. 예전에 표범들을 상태로 생체 실험을 하셨다고 하셨죠.”
“……갑자기 그 일은 왜? 감옥에서 몇 년 썩었으면 해결된 거 아냐? 게다가 난 연구에 미쳐 있었다고. 해부와 실험은 모두의 이익을 위한 거였어.”
시그마는 그다지 찔릴 것 없다는 듯 말했다.
세빌이 이를 갈았지만 안경이 없는 그녀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델타 님의 동족을 생각하는 마음도 시그마 님과 비슷합니까.”
“으응? 아니지. 그분은 우리들의 왕이야.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시그마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나 세빌과 정예 표범들도 표정을 구길 뿐 그녀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마치 남을 대하는 듯한 태도에 시그마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정보를 흘리긴 흘렸어. 대체 무슨 정보를 흘린 거지?’
찔리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쉬이 짐작할 수 없었다.
다시 쓰러져 자는 척이나 할까 하던 그때, 건장한 늑대 기사들이 그녀를 끌어냈다.
그녀는 텅 빈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곧 상당히 초췌한 모습인 앤과 마리가 따라 들어왔다.
‘이 둘이 제리안이 키티아의 시녀로 보냈다던?’
시그마는 제리안이 둘을 키티에게 보냈다는 것과 작전이 발각되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앤과 마리, 제리안이 어떤 관계인지, 제리안이 이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알려 줬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안녕, 너희들 이야기는 제리안에게 들었어.”
시그마는 태연한 척 그들을 맞았다. 앤과 마리가 자의로 자신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을 확률은 적었다.
탈출을 꿈꾸는 거라면 늑대들을 피해 표범들의 힘을 빌리려 했겠지만 보는 눈이 많았으리라.
‘우리도 잡혀 온 신세이기도 하고. 자칼과 카리스가 저 둘에게 그런 자비를 베풀었을 리 없지.’
앤과 마리는 쭈뼛거리며 시그마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제리안을 벌벌 떨게 하고, 분노에 휩싸이게 하는 수인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진이 빠진 듯 상태가 말이 아니었으나 충분히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게 좋을 듯했다.
“그래서, 두 늑대 수인이 무슨 일로?”
“저희는 당, 당신을 회유하려고…….”
“그리드울프 부부가 보냈어요. 아는 걸 자백하도록 만들라고.”
시그마는 벌벌 떠는 두 사람을 보며 낭패감을 느꼈다.
‘이래서는 거짓말을 하면 탄로 나잖아.’
둘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늑대 기사들에게 아는 걸 모두 술술 분 게 분명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서 이렇게 죽고 싶어요? 어차피 저희가 다 말했으니 아는 대로 모두…….”
“미안하지만 난 내가 죽든 말든 상관없어. 우리의 왕이 수인들의 정점에 서는 걸 볼 수 있다면 자살도 할 수 있다고.”
“…….”
“고문도 환영이야. 고통받는 걸 좀 즐기는 타입이거든.”
시그마는 여유를 부리며 벽에 등을 기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마리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이미 우리가 말했어요.”
“뭘?”
“레오피드가가 제리안에게 면역을 주기 위해 동족들을 희생시킨 거.”
“…….”
그 한마디에 방금까지만 해도 여유롭던 시그마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쭉 호선을 그리던 입가도 차게 식어 보는 이의 간담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
“그걸 너희가 어떻게 알지?”
“술을 마신 제리안이 자기 입으로 얘기해 줬어요.”
시그마는 찬찬히 눈동자를 굴렸다. 앤과 마리를 들여보냈다면 분명 늑대들이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 함부로 반응을 보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속까지 태연하긴 어려웠다.
‘알고 있다고? 이미?’
무리는 아니었다. 제리안이라면 술에 취해 제 측근에게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을 털어놓을 만큼 멍청했으니.
문제는 그 사실을 늑대들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표범들이 아는 건 이제 시간 문제나 다름없는 상황.
‘아까 정예 표범들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이제야 알겠네.’
갑자기 입안이 썼다.
앤과 마리는 여전히 전신을 떨며 겁에 질려 있었다.
둘은 지금 협박당하는 중이었다. 그리드울프 형제와 키티가 섬세하게 짠 각본대로 외워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키티아 그리드울프가 말한 질문을 던질 때였다.
“당신 목숨이야 당신 자유지만, 진술하지 않겠다고 하면 저희 목숨이 날아간단 말이에요.”
“내가 초면인 늑대 수인들 목숨까지 챙겨 줘야 해?”
어깨를 으쓱하자 앤이 협박하듯 말했다.
“우, 우릴 위해 진술하지 않으면 표범 영토에 블루문이 나타난 게 델타 레오피드 때문이라는 걸 그리드울프에 말하겠어요.”
그녀가 벌벌 떨며 뱉은 한 문장에 시그마의 표정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너희가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알지?”
이제껏 해 오던 태연한 척도 가면을 벗듯 단번에 사라졌다.
‘역시 블루문이 나타난 건 델타와 관련이 있었나.’
키티는 벽에 기대 귀를 쫑긋 세우고 대화를 엿들었다.
벽에 난 좁은 틈에 끼워 넣은 돌멩이가 시그마와 앤, 마리의 모습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