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32)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32화(132/153)
<132화>
델타가 뒤적이고 있는 자료들은 모두 도리를 저버린 것만 빼면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던 시그마가 남긴 것들이었다.
윤리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고 이런저런 실험을 진행해 온 덕에 시그마는 그 어떤 표범보다도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델타는 시그마의 그런 점을 아주 높이 샀다.
그는 붉은 경고 문구가 적힌 페이지를 열어 그곳에 나온 대로 재료를 배합하기 시작했다.
제법 큰 비커 안에서 밝은 햇살 같은 키티의 마력과 차분한 카트리나의 마력이 뒤섞였다.
모조 블루문을 몇 개 투입한 후 자신의 마력을 흘려 넣자 열을 가한 것도 아닌데 비커 안의 마력이 보그르르 끓기 시작했다.
‘역시 내 마력보다는 훨씬 안정적이군.’
델타는 계속해서 모조 블루문과 세 수인의 마력을 합성했다.
제리안이 진짜 블루문에서 떼어 낸 광기가 비커 안에 녹아들수록 잊고 있던 옛일이 떠올랐다.
“아버지, 머리가 아파요…….”
감당 못 할 보석을 지니고 태어난 아들을 미치광이 과학자에게 데려간 아버지의 판단은 옳았다.
시그마의 처방대로 피를 뽑자 몸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블루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델타 레오피드의 피가 굳자 정말로 여신의 보석, 블루문이 된 것이다.
‘그 기분 나쁜 보석.’
델타는 블루문을 아주 싫어했다.
자신에게 오랜 고통을 준 보석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진 물건을, 심지어 자신을 통해 세상에 나온 그 물건을 온전히 다룰 수 없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손을 뻗으면 찬란하게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은 저 따위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듯 매서웠다.
“고작 보석 따위가…….”
몇 년이 지나 몸에 살이 붙고 건강해졌음에도 블루문은 저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델타는 가문이 비밀 공간에 보관하고 있던 블루문에 강제로 손을 댔다.
지이잉―
강렬한 힘이 다시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광기에서 겨우 빠져나와 정신을 차렸을 땐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들을 모두 제 손으로 죽인 후였다.
델타가 처음으로 블루문의 위력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 힘을 다시 받아들이게 될 줄이야.’
델타는 비커 안의 용액을 찬찬히 들이마시며 생각했다.
제리안은 모를 테지만, 블루문은 분명 자아를 가진 보석이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자격이 없는 누군가가 제 몸에 손을 대려 한다면 미치광이로 만들어 버리는 흉물.
‘지금쯤 제리안의 몰골도 말이 아니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성유물에 친화적인 카트리나의 마력과 여신의 마력이라는 키티아의 힘을 배합한 덕에 이전처럼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과연 시그마의 분석은 다르군.’
가슴이 뛸 때마다 그가 단 한 번도 제어해 본 적 없는 힘이 몸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손끝을 움직일 때면 모조품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밀도 높은 광기가 퍼졌다.
“성에 남은 표범들은 들어라.”
목소리에 짙푸른 마력이 실렸다.
낯설고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표범들은 영문도 모르고 델타의 말에 복종했다.
“다시 한번 늑대들을 학살할 때가 되었으니 준비하도록.”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표범들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시그마, 네 복수를 해 주지.’
델타는 가주 자리를 차지하자마자 그녀를 철장 안에서 꺼내 주었던 일을 떠올리며 픽 웃었다.
* * *
해가 막 뜨기 시작할 무렵, 일찍 일어난 키티는 담벼락에서 고양이 모습으로 기류를 살폈다.
그녀의 풍성한 털이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쏠렸다. 소리를 집중해서 듣느라 귀가 쫑긋거렸다.
뽀얗고 폴폴 날리는 털 뭉치를 처음 보는 위비스의 기사 몇몇은 입을 틀어막으며 탄성을 삼켜야 했다.
그리드울프의 막내딸을 향한 동경을 드러내는 순간, 담벼락에 기대 팔짱을 끼고 있는 이든의 눈총을 받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펑―!
무언가를 감지한 키티는 재빨리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군더더기 없는 전투복과 그리드울프의 활이 한 세트처럼 잘 어울렸다.
“북서쪽에서 불길한 마력이 섞인 바람이 불어오고 있어요.”
폴리의 거울을 얻은 후부터 키티는 클리드보다도 예민하게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후각은 아직 여우나 늑대들보다 뒤졌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블루문의 광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더 유용했다.
“전달하도록.”
이든이 짧게 말했다. 키티의 곁을 지키고 있던 위비스와 그리드울프의 정예들이 경쟁하듯 하울링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느꼈던 블루문의 기운과 조금 달라요. 모조 블루문이라기엔 너무 강하고.”
무엇보다, 늘 햇살처럼 느껴지던 블루문의 마력이 처음으로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진품은 제리안이 가지고 있는데, 대체 모조 블루문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한 거야?’
늑대들이 미리 짜 둔 동선대로 대항하는 동안 키티는 낯선 힘을 온전히 해독하려 정신을 집중했다.
표범 영토에는 광기에 면역이 있는 자가 없을 텐데 이만한 힘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블루문은 델타의 몸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으니 어쩌면…….’
원래 그의 몸에 들어 있던 것이라면 농축된 광기를 다시 받아들이는 일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클리드가 말했었다.
그럼 블루문의 마력을 제어하지 못하고 면역도 없는 델타를 상대하는 일은 무척 성가실 게 분명했다.
“이든,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던 기사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가씨가 이든 님께 딸랑딸랑 하셨는데.’
‘엄청 무서워하시지 않았었나? 이젠 말까지 놓으시다니…….’
‘게다가 이든 님은 이름을 불리는 게 만족스러우신가 봐.’
‘이거, 몇 년 사이에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군.’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키티아 그리드울프의 위상이 대폭 상승했다.
“이야, 아침부터 분위기 좋네.”
클리드는 키티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기사들을 헤치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든이 온갖 기사들을 경계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정찰대가 돌아왔어. 델타 놈이 성안의 모든 표범들을 미치게 하는 중이라던데.”
“다른 수인들의 영토에 보내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건가.”
이든의 눈빛이 단번에 서늘해졌다.
그런 성가신 상황이 되었다간 그들을 정화하느라 키티가 몹시 지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마음 약한 야옹이가 고생하도록 둘 수는 없는 노릇. 이든은 정예 늑대들에게 키티아의 충성스러운 다리가 되라고 명할 참이었다.
늑대 모습으로 돌아갔을 때 등 쪽 털이 푹신한 여자 기사들을 미리 추려 둔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클리드가 더 빨랐다.
“가자, 아가씨. 내가 이동 마법을 쓰는 편이 더 편할 거야.”
“그래, 클리드. 내가 안기는 게 편해?”
“나 아직 여기 있다, 야옹아.”
“하지만 이든, 표범들을 최대한 빨리 정화해야 델타를 제압하기 쉬울 거야.”
키티는 그리드울프의 활을 든 채 클리드의 손을 잡았다. 여우 놈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
이든은 그간 공들여 쌓은 모래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환상을 애써 무시했다.
* * *
시야를 흐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초원을 헤집었다. 그 바람을 틈타 델타는 성 밖으로 나섰다.
모조 블루문은 그의 안에서 광기를 내뿜으며 맹렬히 저항하고 있었다. 그 광기에 취한 표범들은 델타의 손짓만을 기다렸다.
“가라.”
델타가 손짓하자 표범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합성된 광기에 덜 노출된 표범들만이 혈관이 불거지고 눈이 충혈된 델타의 모습을 보며 덜덜 떨었다.
‘대체 지금까지 몇 명의 표범들을 희생시킨 거지?’
‘이래서는 광기에 정신을 잃고 앞서 출발한 표범들이 어떻게 될지 뻔하잖아!’
살아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망가진 겉모습.
며칠 전만 해도 궁지에 처했을지언정 우아한 겉모습을 유지하던 가주이기에 지금 상황을 더욱 믿을 수 없었다.
‘블, 블루문의 힘이 델타 님을 잡아먹은 것 같잖아……!’
다리에 힘이 풀린 표범들은 주저앉은 채 다리를 버둥거려 도망쳤지만, 곧 등에 벽이 닿아 무용한 일이 되었다.
델타의 새카만 그림자가 그들의 몸 위로 타고 올랐다.
“가라는 내 명을 못 들었나?”
델타는 전신을 떨면서도 입꼬리가 찢어진 사람처럼 웃었다. 그 모습이 그를 더 광인처럼 보이게 했다.
콰득―!
델타가 제 광기에 당하지 않은 이들을 마구잡이로 물었다.
표범 가주인 그는 인간의 모습일 때도 위협적인 이를 가지고 있었다. 표피를 깊이 꿰뚫은 치아를 타고 오염된 광기가 흘러들어 갔다.
“으윽……!”
몸을 버둥거리며 저항하던 표범들은 숨이 끊어진 것처럼 축 늘어졌다.
곧, 그들은 온몸을 바르작거리며 일어났다. 흐릿해진 눈동자는 그의 명만을 기다리듯 아래쪽을 향하고 있었다.
델타는 경련하는 손을 그중 하나의 머리에 얹으며 명했다.
“키티아 그리드울프가 내 광기를 정화하지 못하도록 시선을 분산시켜라.”
표범들의 눈동자가 서슬 퍼렇게 빛났다. 그들은 아무런 대답 없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델타가 물어뜯은 상처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아무런 고통도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슬슬 나도 나가 봐야겠군.’
성안에는 이제 살아 있는 표범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처음 몸에서 블루문을 분리해 냈을 때와 지금 상황이 겹쳐 보였다.
‘내가 지니고 태어난 힘을 지배할 수 있는 게 내가 아니라고.’
델타는 아직까지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 작은 고양이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인정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니 어디 한번…….’
델타는 다리에 마력을 실어 재빨리 이동했다.
목표물은 오직 고양이 한 마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