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33)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33화(133/153)
<133화>
델타의 성에서 튀어나온 표범들은 다른 종족의 영토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표범 수인들을 인간의 모습일 때도 무척 빠른 데다, 지금은 무리를 이루지 않고 이리저리 튀어 따라잡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콰득―!
조를 이뤄 표범 하나를 겨우 따라잡아 처리한 늑대 기사들은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골랐다.
‘젠장, 생각보다 개체가 너무 많잖아!’
‘저 미치광이들이 작은 동물들 영토로 들어가도록 놔둬서는 안 돼.’
‘이딴 식으로 주의를 분산시킬 줄은…….’
이동 마법은 최상위 여우 수인들만 쓸 수 있었기에 대부분의 늑대 기사들은 튼튼한 다리를 믿어야 했다.
아무리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여우들과 함께 움직인다고 해도, 이동하면서 공격할 수는 없으니 표범을 발견하는 순간 추격을 시작해야 했다.
날쌘 표범들이 달리는 한 좌표가 계속해서 바뀌어 마법으로 공격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괴물 같은 예외도 있었다.
서걱―
이든은 여우 수인이 만든 이동 마법진에서 뛰어내림과 동시에 두 자루의 칼로 표범의 힘줄을 끊어 냈다.
공중에서도 마력을 이용해 자신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수정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경지.
거기에 두뇌로 표범들의 이동 경로까지 미리 예측하고 나서니 제압은 순식간이었다.
‘역시 위비스 가주님이시군.’
‘평소보다 동작이 더 날쌘 것 같은데.’
실제로 이든은 지금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키티가 클리드의 품에 폭 안겨 화살을 퐁퐁 쏘고 다닐 것이라 생각하니 온몸의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눈앞의 일에 집중하려 애쓰고 있지만, 온 신경은 키티 쪽에 쏠려 있었다.
“델타가 약은 수를 써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해도 병력 차이는 압도적이다.”
“네, 넵!”
“그러니 끝까지 싸워라.”
이든은 델타의 욕심에 의해 미끼가 되어 희생된 표범들을 보며 표정을 구겼다.
“동료를 이딴 식으로 버리다니.”
이든은 공격당한 다리를 붙잡고 부들거리는 표범의 숨통을 단번에 끊은 다음 고고하게 자리를 떴다.
가주인 그의 몇 마디에 늑대 기사들은 다시 힘을 얻었다.
직접 달려 표범들을 추격하는 늑대 기사들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검을 놓지 않았다.
그들 중에는 오래전 가족을 잃고 표범들과 전면전을 벌이는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린 자들이 많았다.
오늘은 설욕전이었다.
모든 늑대 기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드울프 부부는 표범의 성으로 쳐들어가 델타를 상대하고 있었다. 두 도련님은 표범들이 다른 수인의 영토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오늘이야말로 수십 년 전의 굴욕을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르르르…….
숨을 고르던 늑대 기사 하나가 수상쩍은 소리를 감지하곤 수풀 쪽을 바라보았다.
빠르게 내달려 먹먹하던 귀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수풀 안에서 표범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거, 한두 마리가 아닌데?”
“얼른 신호탄에 불을 붙…… 윽!”
강한 향을 풍기는 식물의 사이에 숨어 있던 표범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어 신호탄과 기사의 손을 물어뜯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물어뜯는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공격.
지칠 대로 지친 늑대 기사들이 제 위를 덮치는 표범들을 내팽개치며 이를 갈 즈음,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리 가!”
푹―
따스한 빛을 머금은 화살이 표범 수인의 등에 꽂혔다.
그러자 그는 끼이잉, 하는 앓는 소리를 내며 동물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방금까지 살의에 빠져 있던 표범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하고 얌전한 모습.
“수풀 밖에 둘, 안에 세 마리가 더 있네.”
키티는 재빨리 가방에 넣어 둔 폴리의 거울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이렇게 하면 일일이 거울을 꺼내지 않아도 여러 발의 화살을 쏘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마력을 너무 끌어다 쓴 탓에 손의 근육이 잠깐 말을 듣지 않았다.
“앗!”
“괜찮아?”
클리드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키티는 고개를 끄덕이고 간절한 마음으로 바랐다.
‘제발. 조금만 더 힘내 줘.’
금이 갈 듯 말 듯 떨리던 거울이 겨우 진정되었다. 키티는 거울의 힘을 끌어들여 화살을 쏘았다.
단 한 발이던 화살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표범들을 차례로 맞추었다.
끼이잉…….
지친 표범들이 동물의 모습으로 돌아가 몸을 웅크렸다. 고된 노동을 마친 것처럼 아예 새근새근 잠들어 버린 이들도 있었다.
늑대 기사들은 방금까지만 해도 무시무시하던 그들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놈들, 죽을 것 같으니까 아가씨 앞에서 귀여운 척하는 걸까요?”
“아뇨, 아마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을 거예요.”
키티는 정신을 잃은 표범들 중 가장 작은 아이에게 손을 얹었다.
말랑―
손을 타고 느껴지는 광기는 아주 복잡했다. 일전에 제리안이 토비에게 사용한 것과 느낌이 비슷하기까지.
“이 표범들은 정신을 지배당하고 있어요. 광기에 휘말린 것과 달라요. 향이 강한 수풀 속에 숨어 기사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건 지능과 판단력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키티는 기사가 무슨 반박을 하려는지 듣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고양이들을 추격하던 표범들은 지능이 없는 것처럼 움직였다.
발을 헛디뎌 절벽에서 떨어졌고, 빠른 속도로 달리다 장애물을 피하지 못해 즉사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능을 유지한 채 충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니, 모순처럼 들리겠지.
“델타가 블루문을 가지고 태어난 표범이라면 이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진작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그놈은 아가씨처럼 면역이 없는 데도요?”
“빵을 굽는 오븐이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오븐의 사용법과 응용법을 가장 잘 아는 건 제작자인 델타겠지만, 실제로 오븐을 이용해 가장 맛있는 빵을 구울 수 있는 건 실력 있는 제빵사인 것처럼요.”
순간 늑대 기사들은 말랑손으로 쫄깃한 빵 반죽을 꾹꾹 누르는 키티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다면……. 고양이 수인들을 습격할 땐 자기가 피해 입는 게 싫어서 그냥 희생시켰다는 겁니까?”
그때 달려든 표범들에게 지능이 있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늑대 기사들은 치를 떨었다.
“그랬을지도 모르죠. 델타잖아요. 블루문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무리해 이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으니 분명 델타의 상태는 말이 아닐 거예요.”
키티는 늑대 기사들을 다독여 준 다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전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아 어느덧 노을이 지고 있었다.
‘카리스 님과 자칼 님은 괜찮으신 걸까.’
분명 델타의 목을 따면 하울링으로 알리겠다고 하셨는데 신호가 없었다.
키티는 불안한 마음을 꾹 누르곤 고개를 돌렸다.
“클리드, 마력은?”
“아가씨 덕에 다 찼지.”
몸 안에 마나 코어가 들어서도록 도와준 키티가 있으니 상당히 소모되었던 클리드의 마력은 반나절 만에 최고치까지 차올랐다.
키티가 다른 방법들을 고려하지 않고 클리드와 붙어 다니기로 한 이유였다.
“그럼 아까 부탁한 거, 할 수 있어?”
클리드는 싱긋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노을 진 하늘을 배경으로 커다란 이동 마법진들이 수백 개나 나타났다.
동그란 것들이 클리드를 중심으로 피어오른 모습이 꼭 거대한 시계 안의 톱니바퀴들을 보는 듯했다.
“아가씨가 시키면 해내야지.”
클리드가 손끝을 살짝 움직이자 늑대 기사들의 다리에 마법진이 새겨졌다.
“그걸 지닌 채로 뛰면 한 걸음을 걸어도 다섯 걸음 앞으로 갈 수 있을 거야. 다들 열심히 달려서 표범 놈들을 잡아 오라고.”
“클리드, 아니, 폭스타인 가주님…….”
그리드울프의 연무장에서 어린 클리드를 쭉 지켜봐 왔던 늑대 기사들은 뭉클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가씨, 반드시 표범들이 작은 동물들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겠습니다.”
“감사드려요.”
그들이 떠나자마자 클리드가 휘청거렸다.
표범 영토 내의 거의 모든 늑대들에게 이동 마법진을 선사하는 건 마나 코어를 개방한 클리드라고 해도 무리였다.
펑―!
기력을 모두 소진한 클리드가 조그만 여우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대로 포근한 키티의 품에서 잠시 쉴까, 하던 클리드는 곧 무언가를 감지하곤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잠깐, 지금 근처에…….”
강렬한 광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델타 레오피드!”
키티는 고개를 돌려 곧장 활을 다잡았다. 아직 어지럼증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제 부탁을 들어주느라 무리한 클리드에게 의지할 수는 없었다.
“키티아 그리드울프.”
석양과 같은 색으로 물든 수풀 사이에서 델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이 그를 훑고 지나가자 팔이 있어야 할 옷소매가 허무하게 펄럭였다.
‘카리스 님이 델타의 팔을 물어뜯은 것 같은데.’
문제는 델타가 자칼과 카리스를 뚫고 이곳까지 왔다는 것이었다.
“델타, 어떻게…….”
“그리드울프 부부를 뚫고 왔냐고? 둘은 죽은 짐승의 뼈를 딸의 것이라고 던져 주니 그 자리에서 무너지던데.”
물론 그 작은 짐승의 뼈는 시그마가 수집한 아기 늑대 박제에 있던 것을 발라 낸 것이었다.
하지만 죽은 자식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표범과 전면전까지 벌인 카리스와 자칼이 그 사실을 즉시 알아차릴 리 없었다.
“대 그리드울프 가주가 어린 짐승만 보면 오열하다니. 이보다 더 우스운 게 있을까.”
“델타, 넌……. 넌 정말 최악이야.”
“알고 있어.”
델타는 씩 웃으며 서서히 다가왔다. 키티는 즉시 화살을 그의 심장에 명중시켰다.
하지만 델타는 조금 움찔할 뿐 광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왜 정화되지 않는 거지?’
변이된 블루문의 힘이라서?
키티는 목걸이를 꽉 쥐었다. 마력이 바닥나긴 했지만 아직 화살 몇 발을 쏠 정도는 남아 있었다.
그런데 왜.
왜 이렇게 중요한 때에.
“키티아 그리드울프, 내가 가지고 태어난 블루문을 네가 온전히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았나?”
미치광이처럼 소리친 델타가 도약해 키티에게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표범의 송곳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클리드를 다치게 하면 안 돼. 거리가 가까워서 활을 쏠 수도 없고…….’
그렇다면.
키티는 품 안의 클리드를 얼른 내려놓은 다음 활을 꽉 쥐었다. 기진맥진한 클리드를 지키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활을 크게 휘두르려던 찰나.
콰득―!
눈앞에서 핏방울이 터졌다.
키티는 순간적으로 활을 쥔 제 손을 바라보았다. 멀쩡했다.
“……안 다쳤어, 야옹아?”
대신, 나직한 이든의 목소리와 짙은 피 냄새가 온 감각을 지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