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35)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35화(135/153)
<135화>
“이……든?”
키티는 말랑말랑한 손끝으로 그의 뺨을 슬쩍 쓸어 보았다. 그는 기절한 듯 겨우 숨만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자 빠르게 뛰는 심장이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잠든 척하는 얼굴 쪽이었다.
‘이 늑대가 이런 상황에서 정말!’
여우짓을 한다며 능글맞은 클리드를 수시로 나무랐으면서 자기는!
주인의 뾰로통함을 읽어 낸 고양이 손톱이 튀어나와 이든의 맨살을 콕 찔렀다.
그러자 그가 굳게 감고 있던 눈을 서서히 떴다. 피를 많이 흘려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푸른 눈동자만은 또렷했다.
“환자한테 너무한 거 아냐?”
말랑!
키티는 항의의 뜻을 담아 이든의 가슴팍을 가볍게 내리쳤다. 뻔뻔하게 탓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하잖아!’
벤에게 카리스와 자칼이 무사히 막사로 귀환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도 안도하지 못했었는데, 이제야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무심결에 꼭 붙잡고 있던 긴장감을 놓아 버리자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아쳤다.
“이드은…….”
“…….”
에메랄드빛 눈동자에 금방 물기가 어렸다. 울먹거리는 눈동자에 제 모습만 담기는 느낌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든은 상체를 일으켜 키티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그 일은 실수였다.
치료를 마치고 붕대를 감느라 드러난 맨살에 키티의 부드러운 은발이 닿았다.
훌쩍이느라 어깨가 들썩거릴 때면 풍성한 머리카락이 몸 위로 흘러 예민하던 신경을 다른 의미로 예민하게 만들었다.
한쪽 팔을 물어뜯겨 피를 철철 흘린 게 몇 시간 전인데 이런 생각이라니.
이든은 제 안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애써 무시하곤 키티의 머리를 제 가슴팍으로 더 끌어당겼다.
“왜 또 울어, 야옹아.”
“일어났으면, 흐윽, 일어났다고 말을 해야지이……!”
“보면 알잖아.”
이든은 웅얼웅얼 원망의 말을 쏟아 내는 키티의 머리를 차분히 쓸어 주었다.
왜 항상 이런 식으로 짓궂게 구는 거냐, 못됐다, 나쁘다, 하는 미운 소리가 왜 사랑스럽게 들리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그는 부상을 입기 직전의 상황을 회상했다.
델타 레오피드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순간 온 신경이 키티 쪽으로 쏠렸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더라면 그녀의 옆에 망령처럼 붙어 있는 클리드가 마력을 발산하거나 했겠지만, 이미 늑대들에게 이동 마법진을 내려 준 그는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키티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
이성이 그렇게 결론 내린 순간 이든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연약해서, 보호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늑대 못지않은 체술을 구사하게 된 데다 성유물을 두 개나 길들인 키티가 쉬이 당하리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 애가 조금이라도 다치는 게 싫었을 뿐.
그녀를 물어뜯으려 하는 델타에게 팔을 내준 순간, 이든은 호그우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든. 네 어머니는…… 네가 약하기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힘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를 좇아 점점 외골수가 되어 가는 자신을 위해 아버지가 그냥 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아들이 폭주한 표범들을 상대로 피하거나 도망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면 어미는 발길을 돌리지 않았을 테니까.
그럼 어머니가 돌아가시지도 않았을 거고.
그래서 그녀의 죽음이 자신의 나약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옳았군.’
키티 대신 델타에게 팔을 물어뜯겼을 때 이든은 어머니가 왜 저를 지키려 무리했는지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칠지도 모른다는 아주 작은 가정조차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해서.
그리고 만일 희생 끝에 세상을 뜬다고 해도, 지키려 했던 소중한 존재가 자신을 잊지 않으리라 믿어서.
기억 속에서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 눈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대가로 기꺼이 희생한 거였다.
“……키티.”
이든은 여전히 제 성격이 나쁘다고 종알거리고 있는 키티를 꽉 끌어안았다.
한 팔로 안아도 온전히 감쌀 수 있을 만큼 작은 체구와 쉽게 울먹이는 눈망울은 여전했다.
처음 그리드울프 저택에서 조그만 고양이를 마주했을 땐, 그녀가 제 인생을 이런 식으로 송두리째 바꿔 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던 어머니의 행동마저 이해할 수 있게 저를 바꿔 놓다니.
정말이지 무서운 고양이였다.
“험담은 다 했어?”
“아직.”
키티는 나직해진 목소리에 겁을 먹은 주제에 제법 당당했다. 이든은 픽 웃으며 눈물로 얼룩덜룩해진 키티의 뺨을 쓸어 주었다.
“그건 그렇고. 아까 나한테 무슨 말 하지 않았었나.”
“앗.”
“푹 자고 있다가 그 말 듣고 깨어난 거거든.”
실은 슬픔에 잠긴 키티가 물기를 덜 짠 수건으로 제 몸을 닦아 주는 바람에―물 때문에 철퍽 소리가 날 정도였다―깨어난 거였지만, 이든은 제멋대로 상황을 왜곡했다.
방금까지 이든의 앞에서 검은 늑대 험담을 늘어놓느라 바쁘던 입매가 굳어 버렸다. 두 뺨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 홍조가 올랐다.
“무, 무슨 말?”
“나 들었는데.”
“들었으면 왜 물어봐?”
“또 듣고 싶으니까.”
이든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뻔뻔하게 굴었다. 키티의 눈동자가 도르륵 옆으로 굴러갔다.
“나는 그러니까…….”
먼저 고백한 이든이 하나도 부끄러워하지 않아서인지 입이 굳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든은 얼어붙은 제 학생을 위해 힌트를 주기로 했다.
“말하기 민망하면 내가 들은 게 맞는지 확인만 해 줄래?”
웬일로 다정한 음성에 키티는 탈출구를 찾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이든은 그녀의 뺨을 쓸던 손을 찬찬히 미끄러트려 말캉한 입술을 엄지로 쓸었다.
“이든이, 내가 좋다고.”
“…….”
“입 맞추고 싶다고.”
“……?”
“난 그렇게 들은 것 같은데.”
키티는 놀라울 정도로 뻔뻔한 눈앞의 늑대를 보며 경악했다. 입을 맞추고 싶다는 식의 말을 한 적은 전혀 없었는데, 양심이 없어도 유분수지!
하지만 그렇게 빽 소리치자니 이든의 얼굴이 너무나도 가까이 있었다.
곧게 솟은 콧날이, 깊고 푸른 눈동자가, 날렵한 턱선과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이 기묘한 향기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깊이도 모르는 거대한 늪 속으로 어서 빠지라 유혹하는 듯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맞아.”
키티는 짧게 답한 뒤 입술을 내밀었다. 이든의 높은 콧대를 피하기 위해 살짝 고개를 기울여 그의 입술에 쪽, 하고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고작 입술이 입술에 닿는 것뿐인데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이든은 키티가 도장을 찍듯 살포시 닿았다가 멀어지게 두지 않았다.
그의 큰 손이 키티의 뺨을 그러쥐었다. 살짝 손을 댄 것뿐인데도 달아오른 얼굴의 홧홧함이 느껴졌다.
“키티아.”
키티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굳어 버렸다.
“키스해도 돼?”
펑―
키티의 고양이 귀가 화들짝 놀라 쫑긋거렸다.
긍정의 뜻을 읽은 이든이 조심스레 입술을 겹쳤다. 제멋대로 튀어나온 고양이 꼬리가 느낌표 모양으로 빳빳해졌다.
이든은 더 이상 키티가 놀라지 않도록 부드럽게 입술을 맛본 뒤 떨어졌다.
고작 몇 분 만에 수십 번이나 겹쳤다 떨어진 입술이 촉촉이 젖어 반짝였다.
“나도 좋아해, 키티.”
“…….”
“이미 알고 있으니 응해 준 거겠지만.”
이든은 멀쩡한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분위기가 묘해진 김에 쐐기를 박아 둘 생각이었다.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키티의 목 언저리에서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를 두고 움직였다.
“방금 했던 거 잊으면 안 돼.”
“…….”
“나랑 처음 한 거야. 넌 고양이라 잘 모르겠지만, 늑대들은 이런 거에 아주 큰 의미를 둬.”
이든의 목소리가 이렇게 처연했던 적이 있던가. 마치 저가 그를 버린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사람처럼 조곤조곤했다.
떠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떠나면 안 된다고 조르는 것 같았다.
‘이든이 어떻게 이런 행동을……!’
역시 위비스 부인이 여우 쪽이었던 걸까?
키티는 이든의 혈통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키티는 방금까지 뻔뻔하게 굴었던 주제에 이젠 애처로운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이든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든은 만족스러움을 드러내며 다시 평소의 짓궂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 붕대는 좀 놓아주고.”
“……!”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붙잡고 있던 것일까.
키티의 양손은 이든이 감고 있는 붕대를 뜯을 기세로 쥐고 있었다. 입을 맞출 때 고양이 손톱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그의 가슴팍에 손톱자국까지 나 버렸다.
“세상에. 얼른 사람을 불러올게.”
“아냐,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이만 그리드울프 막사 쪽으로 가 봐.”
거리를 생각하면 지금쯤 자칼과 카리스가 막사 근처에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이든은 가슴팍을 보며 다시금 미안해하는 키티를 애써 막사 밖으로 내보냈다.
“…….”
그런 다음 제 가슴팍에 키티가 남긴 흔적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입술이 가볍게 맞물릴 때 제 몸 위에서 천천히 오므라들던 두 손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겠지.
“가주님, 키티아 아가씨께서 붕대를 다시 갈아 드리라고…….”
키티의 부탁을 받고 막사 안으로 들어온 이든의 부관, 케일은 잠시 멈칫했다.
호그우드의 명을 받고 이든을 모시기 시작한 지 어언 20년.
“……케일. 잠깐 나가 있다 들어와.”
이성은 모두 잃은 지 오래라고 말하듯 불그스름한 얼굴을 한 이든을 그는 처음 보았다.
위비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가신들에게 이 광경을 설명해 주어도 믿지 않으리라. 호그우드도 농담하지 말라며 허허 웃어 보일 게 뻔했다.
냉정한 도련님이 이런 반응을 드러내는 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키티아 아가씨께서는 대체…….’
케일은 미래의 안주인을 지금부터 훌륭히 보좌하겠노라 다짐하곤 막사를 빠져나왔다.
그 자리에 남은 이든은 턱을 괴었다, 천장을 봤다 하며 한참이나 얼굴을 식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