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4)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4화(14/153)
<14화>
테오와 데온은 내가 곤란해진 게 즐거운지 웃음을 참고 있었다.
필립은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다음, 나무를 엮어 만든 작은 바구니에 딸기를 한 아름 따 내게 건네주었다.
“아가씨는 정말이지 사랑스럽네요. 여기 있는 건 다 마음대로 드셔도 된답니다.”
“앗, 정말로요?”
“그럼요. 딸기가 맛있다고 해 주셔서 무척 보람찬걸요?”
나는 헤헤 웃으며 딸기 바구니를 받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개울에 씻어다 주었는지 딸기 표면이 반짝거렸다.
“고마워요, 필립!”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 아가씨.”
“네!”
우리 셋은 받은 딸기를 야금야금 깨물어 먹으며 산책을 이어 나갔다. 나는 예쁘게 무르익은 딸기를 보며 말했다.
“정원사는 정말 멋진 직업이에요. 저도 그리드울프 저택에서 이렇게 멋진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귀여운 모습으로 먼지떨이라도 들고 다녔다간 고용인들이 널 구경하느라 일을 하지 못할 거야.”
테오가 말했다. 나는 뚱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귀엽게 있는 게 제 일은 아니자나요?”
“그럼, 그럼. 그랬다간 큰일이지. 귀여운 게 일이라면 키티는 매일 과로하고 있잖아.”
데온이 능글맞게 말하곤 농담이라며 덧붙였다.
“지금은 많이 먹고 잘 자서 통통해지는 게 먼저야. 쑥쑥 자라면 말랑손도 멋진 누군가가 되겠지.”
“그럼. 키티도 그리드울프인걸.”
임시 입양이라는 점은 나도 알고 있었지만, 오라버니들이 이렇게 말해 주니 기분이 좋았다. 금방 기분이 풀린 나는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하곤 딸기를 하나 더 먹었다.
우리는 동쪽 정원과 서쪽 정원을 나누는 경계 부분에 오게 되었다. 돌을 쌓아 만든 제단 위에 커다란 비석이 놓인 곳이었다.
줄곧 장난스럽던 테오와 데온의 눈빛이 조금은 진지해는 걸 보니 중요한 장소인 게 분명했다.
“이건 위령비야, 키티.”
“어떤 분의 무덤인가요?”
“무덤은 다른 곳에 있고, 이건 죽은 늑대들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세워진 거야. 블루문 때문에 이성을 잃고 짐승이 된 표범들에게 희생당한 늑대들의 이름이 여기에 적혀 있어.”
테오의 말대로 커다란 비석의 표면에는 깨알 같은 글씨들이 새겨져 있었다.
아직 글을 읽을 수 없는 나였지만 희생자들이 무척 많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나는 말랑손을 꼭 모으고 잠시 기도했다.
‘연어가 동동 떠다니는 곳에서 부디 행복하세요.’
얼마 전에 장례식을 치러 준 가족들이 생각나 조금 우울해지려고 할 때 데온이 날 번쩍 안아 들었다.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가 빠르게 내달렸다.
“이것 봐, 말랑손. 여기선 마을이 내려다보인다고.”
“우와―!”
그리드울프 저택은 상당한 고지대에 있었는데, 데온의 품에 안겨 보니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주로 늑대나 개 수인들이 사는 작은 마을로 눈을 가늘게 뜨고 집중해서 살피니 장을 보는 수인들이나 뛰어노는 어린애들이 보였다.
테오가 시장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중에 용돈을 받으면 몰래 다녀오자. 신년제가 끝나면 엄마랑 아빠가 봉투에 용돈을 담아 주시거든.”
“저두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럼. 키티도 그리드울프잖아?”
용돈이라.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어서 조금은 설렜다.
맛있는 음식은 저택에 많으니까 커다란 실뭉치를 살 수 있을 만큼 받았으면 좋겠어. 그럼 오라버니들과 실뭉치 잡기 놀이를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빨간 실뭉치를 살지, 노랑 실뭉치를 살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데온은 손 그늘을 만들어 어딘가 먼 곳을 바라봤다.
눈을 가늘게 뜬 걸 보니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았다. 내 눈에는 안 보이는데 늑대인 테오에게는 보이나 보다.
“이런, 큰일 났네.”
둘이 거의 동시에 말했다. 내 고양이 시력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나도 분위기를 타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러게요. 정말 큰일이에요!”
둘이 무얼 보고 놀랐는지는 잠시 후 알 수 있었다. 그리드울프 저택의 정문을 커다란 마차가 통과하고 있었다.
테오가 지니고 있던 회중시계를 확인하곤 시간이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의상실에서 온 사람들 같은데.”
“동쪽 정원은 다 봤으니 이제 돌아가자. 말랑손, 발 안 아파?”
안 그래도 깨진 발톱 때문에 발이 욱신거리던 참이었다. 넓은 정원을 가로질러 다시 저택으로 돌아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할 텐데.
하지만 어린애처럼 어리광을 부리기 싫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오라버니들한테는 거짓말하는 거 아냐. 아파?”
“쪼금요. 하지만 걸을 수 이써요.”
“아냐. 귀여운 드레스를 맞추려면 힘들 텐데 체력을 아껴야지.”
사악하게 웃은 테오가 데온을 바라봤다. 데온은 도끼눈을 하다가 곧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대신 놀라면 안 돼.”
데온이 눈을 곧게 감자 잿빛 바람이 휘몰았다.
잠시 후, 펑 소리와 함께 마차만큼 커다란 늑대가 잿빛 소용돌이를 가르고 튀어나왔다.
“힉!”
놀라 엉덩방아를 찧을 뻔한 나를 테오가 잡아 주었다.
“놀라지 말라고 했잖아, 말랑손.”
“데온 오라버니예요?”
“응. 어서 올라타.”
가만히 보니 눈매가 살짝 올라간 게 데온과 똑같았다. 털 색도 머리 색이랑 같은 잿빛이고.
하지만 크기가 정말 컸다. 나는 고양이로 변해도 아기 고양이 크기인데 데온은 원래 크기보다 몇 배나 커졌으니.
“테오 오라버니. 어떻게 늑대 모습이 이러케 큰 거예요?”
“일정 마력에 도달하면 힘에 비례해 몸집을 키울 수 있어. 전투할 때나 지금 같은 이동 시에 유용하지. 참고로 아버지는 마력이 대단해서 훨씬 커다랗게 변하실 수 있어.”
테오가 내게 설명할 때 데온이 바닥에 털썩 앉았다. 등에 타기 편하라고 자세를 낮춰 주는 걸 보니 정말 데온 오라버니인가 봐.
“꺄―! 그럼 사양 않고 올라갈게요!”
“간지러우니까 얼른 올라와.”
테오가 날 번쩍 안고 데온의 등에 앉자 데온은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몸집이 크니 빠르게 걷는 것도 내가 뛰는 것보다 몇 배로 빨랐다.
“오라버니들, 저두 열심히 공부하면 이러케 커다래질 수 있을까요?”
“그렇겠지? 커다란 말랑손이라…….”
“제 말랑손이 커다래지면 그 위에서 뛰어놀게 해 드릴게요.”
“!”
두 오라버니는 한동안 흡족한 상상을 하는 듯 말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테오가 뒤에서 안정감 있게 날 받쳐 주고 있었다. 덕분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기대 데온의 털을 꽉 잡았다.
지나치는 사람마다 우릴 보고 손을 흔들어 주니 정말이지 기분이 좋았다.
“데온 오라버니, 혹시 아까 레나에게 받은 쿠키를 먹어두 될까요? 털 위로 부스러기를 떨어트리지 않도록 조심할게요.”
“부스러기는 샤워하면 되니까 괜찮아. 체하지 않도록 꼭꼭 씹어서 먹어.”
나는 아몬드와 초콜릿 칩이 박힌 쿠키를 테오와 나눠 먹었다. 데온의 입에는 꼭지를 딴 딸기를 하나씩 던져 줬는데, 입이 커져서 별다른 맛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부드러운 털을 가진 오라버니 등에 탄 채로 오라버니에게 안겨서 간식을 먹을 수 있다니.
간식을 다 먹어 치운 나는 서서히 느려지는 속도를 느끼며 작게 속삭였다.
“오라버니들은 정말 최고예요.”
둘은 무척 뿌듯한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 * *
“산책이 즐거우셨던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레나는 기다렸다는 듯 나를 방으로 데려가 밥을 먹이고 꼼꼼히 씻겼다. 어찌나 손길이 빠른지 내가 빨랫감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머리를 말리고 갈아입기 쉬운 옷을 입히는 내내 레나는 걱정이 많았다.
“마님이 계셨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아무래도 여성복은 마님께서 잘 아시니…….”
“레나는 같이 안 가는 거예요?”
“물론 같이 가서 아가씨를 도울 거예요. 옷 정도는 저도 봐 드릴 수 있지만 값비싼 보석은 많이 접하지 못해서 어렵거든요.”
“오라버니들은 해야 할 과제가 있어서 못 오신다구 하셨는데…….”
레나는 내 드레스룸에 의상실 사람들이 와 있을 거라며 서둘러 나를 안내했다.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난 엘리엇 경을 마주칠 수 있었다.
“엘리엇 경! 자칼 님께선 많이 바쁘신가요?”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저도 자칼 님을 뵈러 가는 길이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바쁘실 겁니다.”
하긴. 오늘 내내 집무실에 계신다고 하셨으니까. 오늘 아침 엘리엇 경이 말한 ‘블루문 모조품’을 연구하고 계실까?
엘리엇 경은 내게 자칼 님을 찾는 이유를 물었다.
“드레스를 맞추러 가는 길이거든요. 자칼 님두 멋쟁이니까 와 주신다면 분명 도움이 될 텐데.”
“푸훗. 그렇죠. 자칼 님은 밀가루 포대를 뒤집어쓰셔도 태가 날 겁니다. 제가 아가씨의 칭찬을 잘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엘리엇 경은 내게 인사하곤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나도 레나를 따라 쪼르르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씻는 동안 갖은 옷감 샘플과 마네킹, 옷핀 등을 가지런히 세팅해 둔 의상실 직원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그중 가장 앞에 서 있던 디자이너가 정중히 인사했다.
“그레이 부인을 뵙니다. 저희는 웨일라 부부입니다. 둘 다 디자이너죠.”
“카리스 그리드울프 님의 의상을 제작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라. 옆에 있는 나는 쪼그매서 안 보이나 봐.
나는 레나의 치맛자락을 꼭 쥐었고 레나도 날 내려다보며 곤란한 웃음을 지었다.
“안내를 잘못 받으셨나 봅니다. 오늘은 마님의 옷을 위해 사람을 부른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리드울프의 레이디께서 의상을 맞추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한 무리의 의상실 직원들이 모두 얼굴 가득 물음표를 띄웠다. 모두 늑대 수인이었는데, 털 색을 보니 혼혈이라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내가 고양이인 걸 들키지 않겠어.
‘씻긴 했지만 오라버니들 냄새가 아직 폴폴 나기두 하고.’
주변에 그리드울프의 여기사들이 여럿 있다는 걸 확인한 레나가 조심스레 내게 권했다.
“아가씨.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서 치맛자락을 붙잡고 인사했다. 다들 늑대들이라 길쭉길쭉해서 목을 숙여 날 바라봐야 했다.
“안녕하세요? 전 어리지만 씩씩한 아기 늑대 키티아라구 해요. 성인이 될 때까지 멋진 그리드울프 가문에 입양되었답니다.”
“…….”
의상실 직원들은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어라?’
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