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41)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41화(141/153)
<141화>
편지에는 이든이 일전에 자른 제리안의 손가락을 이용해 그의 은신처를 찾아냈다는 사실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네로와 고양이 영토에 있는 기사들이 아주 신중히 일을 진행해 준 덕에 제리안은 아직 은신처가 노출된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이후 어떻게 조치할지 답신을 부탁하는 바이다.]네로는 간결하게 편지를 마치는 듯하더니, 마지막 장에 추신을 덧붙였다.
[우리 키티아가 잘 지내는지 안부를 함께 전해주면 고맙겠음.]아무래도 사안이 사안인 만큼 내가 아니라 자칼 님이 편지를 열어 볼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네로는 내 안부를 궁금해하고 있구나.’
시그마의 진술이 담긴 돌멩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편지를 나누었는데도.
엄마랑 아빠, 오빠도 살아 있을 때는 늘 내가 뭘 하는지, 혼자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했었지.
‘친척이라 항상 날 생각해 주시는 걸까?’
바쁜 와중에도 마음을 써 주는 게 고마워서 자칼 님이 답장을 보내실 때 내 편지도 함께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오라버니들, 이 편지에 답장을 보낼 때 제 편지도 같이 보내 주세요.”
“그거야 어렵지 않지.”
“수고비로 24 말랑만 준다면 말야.”
“그렇게 할게요. 네로 님에게도 정식 입양 일정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거든요.”
“…….”
내 말에 오라버니들은 잠시 시선을 교환했다. 무언가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음, 키티. 만약 네로가 반대한다면 정식 입양은 없었던 걸로 되는 거야?”
“아니지, 말랑손? 오라버니들에게 아니라고 대답해 줘.”
황금색 눈동자가 집요하게 나를 향했다. 이든이 보이는 늑대 집착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설마 네로 님이 반대하실까요?”
“혹시 모르잖아.”
“우리가 탐탁잖다거나, 말랑손이랑 같이 살고 싶어 한다거나…….”
“걱정 마세요. 세상 모든 수인들이 저랑 살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니까요.”
두 늑대는 다소 어이없어했다.
“우리가 아는 것만 다섯 명이 넘어, 키티.”
“말랑손은 자기가 인기인이라는 걸 모른다니까. 네로도 널 가까이 두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까 안부를 묻는 거야.”
“흠.”
나는 잠깐 생각해 본 뒤 답했다.
“네로 님은 나이가 많고 제 친척이시니까, 저와 같이 살고 싶어 하시면 정식 입양을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
두 늑대의 안색이 단번에 좋지 않아졌다.
애써 낚은 물고기를 그물 안에 넣어 두었는데, 나중에 그물에 구멍이 난 걸 알았을 때 아빠가 이런 얼굴을 하곤 했지.
텅 빈 그물을 들어 올리며 ‘분명 잡았는데 어디로 간 거지?’ 하고 허망하게 중얼거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둘은 언제 꺼냈는지 모를 늑대 귀를 축 늘어트렸다.
“키티…… 키티가 없으면 연약한 오라버니들은 살아갈 수 없다는 것만 알아줘.”
“맞아. 우리는 논문을 태워 버릴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지 못해.”
“하지만 그건 시그마가 쓴 논문이었잖아요?”
“중앙 연무장에서 졸업 논문을 쓰느라 일주일을 꼴딱 새우고 나면 세상의 모든 논문을 훼손할 수 없는 몸이 되거든.”
“오라버니들이 이렇게 유약해, 말랑손.”
나보다 키가 머리통 하나는 크면서 보호 본능을 자극하려 하다니.
“오라버니들이 논문을 태울 일이 있으면 제가 얼른 성냥을 그어 드릴게요.”
나는 둘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곤 바니엘에게 차를 부탁했다. 오라버니들과 의논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훌쩍이는 시늉까지 하며 정식 입양 확정을 받아 내려던 두 늑대는 차가 나오자 금방 조용해졌다.
홀짝―
셋이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니 티타임 연습을 하던 먼 옛날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의 평화를 되찾으려면 얼른 제리안 일을 끝마쳐야겠지.’
나는 찻잔에 우유와 각설탕을 듬뿍 넣어 저으며 입을 열었다.
“제리안의 거처를 알았다고 해도 당장 쳐들어갈 수는 없어요.”
“하지만 키티, 빨리 복수하고 싶어 했잖아.”
“제리안을 추종하는 고양이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니까요.”
시그마가 제리안의 업적이 모두 조작이었다고 자백하는 영상을 고양이 영토에 뿌렸다고 해도, 아직 제리안을 추종하는 고양이 수인들은 남아 있을 것이다.
‘제리안이라면 그 영상을 이미 접했을 테니 자기 부하들이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겠지.’
예나 지금이나 자기 입지가 흔들리는 꼴은 두고 보지 못하는 악덕한 고양이이니 말이다.
문제는 그 수가 얼마나 많냐는 거였다.
네로가 파악한 제리안의 은신처는 그리드울프 저택의 별궁보다 조금 커다랬다.
입구를 숨긴 다음 지하에 깊게 지은 건물이라 내부가 더 넓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게다가 제리안은 진짜 블루문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수하들이 늑대들을 상대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 블루문의 광기로 미치게 할 것이다. 정신을 잃은 고양이 수인들은 덩치가 두 배는 큰 늑대 기사들에게 달려들 것이 뻔했다.
“……지금 상태에서 쳐들어가면 고양이들이 많이 죽을 거예요.”
물론 그들이 죄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아직도 제리안의 명을 받고 우리 엄마와 나를 담장 밖으로 던져 버린 아저씨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아저씨들이 제리안의 명을 따른 건 그 명이 옳지 않다고 판단하지 못할 만큼 바보여서가 아니었다.
‘……명을 따르지 않았다면 직업을 잃었을 테고, 그럼 소중한 누군가가 다칠 거라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자신에게 소중하지 않은 나와 내 엄마에게 매정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 일에 대해서 수백 번도 넘게 생각해 온 덕에 비교적 차분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제리안을 따른 이들은 다른 고양이들에게 많은 피해를 줬어요. 하지만 단지 제리안을 추종했다는 이유만으로 모조리 죽여 버릴 수는 없어요.”
“키티…….”
“일단 살려 놓고 죗값을 치르게 할 거예요. 억울하게 제리안의 하수인이 된 사람이 있다면 그에 맞는 조치를 할 거고요.”
“…….”
“모두를 죽여 버린다면 제리안과 제가 다를 바 없으니까요.”
그다지 후련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제리안이 이 사달을 내도록 협력한 모든 이들의 죗값을 목숨으로 받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복수에 눈이 멀어 제리안과 똑같이 행동한다면 하늘나라에 있는 가족들이 무척 슬프게 생각할 테니까.
“저는 제리안과 달라요.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일 수 있는 수인들을 말살할 수는 없어요.”
말랑―
나는 테오와 데온의 손을 한쪽씩 잡고 부탁했다.
“그러니 당장 쳐들어가는 대신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접근하는 쪽으로 생각해 주세요.”
둘은 잠시간 말없이 내게 붙잡힌 손을 바라보았다.
테오와 데온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가운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정보를 확보하자마자 기습하는 쪽이 훨씬 간단하고 품이 덜 들어갈 테니까. 지금 상황에서는 기습이 훨씬 더 유효한 전략이었다.
“부탁드려요.”
내가 다시 한번 말하자 두 오라버니는 픽 웃으며 손을 맞잡아 주었다.
“키티, 부탁하지 않아도 돼.”
“네?”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
원하던 대답이 너무 손쉽게 나오니 되려 의문이 들었다.
“왜…… 그렇게 해 주시겠다는 거예요?”
“그야, 네가 선택한 거잖아.”
“어떤 선택을 하든 믿고 지지해 주는 게 가족이야.”
당연하다는 듯 답하는 둘을 보고 있자니 코끝이 찡해졌다. 나는 울지 않기 위해 떨리는 아랫입술에 힘을 주었다.
늘 하고 있던 생각이 오랜만에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두 분은 정말 멋진 오라버니들이에요.”
* * *
테오와 데온, 키티는 곧장 티타임을 마무리하고 자칼과 카리스에게로 향했다.
그리드울프 부부 역시 제리안의 은신처에 기습을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애당초 카리스와 자칼은 키티의 판단에 반대할 만한 용기가 없었다.
‘아직 정식 입양 서류에 도장을 찍기 전인데 키티의 마음이 변하기라도 했다간…….’
‘네로가 입양을 반대해도 키티가 원하도록 설계해 둘 필요가 있어.’
둘은 늑대 특유의 집착을 노련히 숨겼다.
“대신 기습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 제리안에게 접근할지 설명해 보렴.”
카리스가 연어 포를 권하며 말했다. 키티는 연어 포 하나를 순식간에 해치우곤 답했다.
“제리안에게 첩자를 보낼 생각이에요.”
“첩자?”
“네. 일전에 잡아들인 세빌이라는 표범, 기억하시죠?”
자칼과 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곰 영토에서 시그마를 잡아 올 적, 함께 가둬 온 정예 표범의 우두머리가 세빌이었다.
정예 표범들 중에서도 특히 눈빛이 흉흉하고 존재감이 강해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가, 표범이 우리 말을 듣겠니?”
“설득할 거예요. 시그마가 한 자백을 들려준다면 협력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키티는 세빌에게 폴리의 거울을 보여 주었던 일을 떠올렸다.
레오피드의 가주가 제리안의 활약을 위해 표범들을 희생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세빌의 얼굴에는 절망과 분노가 동시에 드러났었다.
‘진실을 모르고 델타에게 충성해 온 자신을 원망하던 얼굴.’
이카루스를 질투해 온 제리안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고 그의 아래서 열심히 일했던 키티도 그 배신감을 잘 알고 있었다.
“시그마의 진술서에 따르면 정예 표범들은 대부분 레오피드가에 의해 가족들을 잃었다고 했어요.”
“하긴, 델타와 협력하던 제리안에게 거부감이 있긴 하겠군.”
“네. 그래서 그들을 제리안의 은신처에 보낼 생각이에요. 그리드울프가 정예 표범들을 붙잡은 건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제리안도 속을 거예요.”
델타와 시그마가 죽은 후, 충성심 높은 정예 표범들이 주인의 뜻을 잇기 위해 제리안을 돕기로 결심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꾸며 낸다면 지원 한 명이 절박한 제리안은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령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도 무시무시한 표범들을 쫓아낼 여력은 없겠지.’
늑대들이 쳐들어올지도 모르니 최대한 병력을 아낄 것이다.
“그럼 그때 세빌과 표범들의 가방에 비밀 병기를 넣어 보내는 거예요. 성공한다면 고양이들은 제대로 저항해보지도 못할 거예요.”
“비밀 병기?”
자칼이 되물었다.
키티는 살짝 힌트를 주었다.
“그리드울프에 있는 것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말이에요.”
그러자 자칼은 알아들은 티를 내며 답했다.
“키티,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가방에 들어가기엔 덩치가 크다. 동물의 모습으로 변해도 마찬가지지.”
“…….”
키티는 ‘키티가 가장 좋아하는 것 = 나’라고 확신하고 있는 자칼에게 진실을 말해 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한 건 그리드울프 캣닢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