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42)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42화(142/153)
<142화>
“아버지, 키티는 그리드울프 캣닢을 말하는 거예요.”
“다른 캣닢들보다 향이 진한 개량종 말이에요.”
결국 키티 대신 테오와 데온이 자칼에게 현실을 자각시켜 주었다. 자칼은 잠시 말없이 키티를 바라보았다.
굳은 얼굴 속 황금빛 눈동자가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자칼은 고양이 막내딸이 저보다 캣닢을 좋아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말랑―
키티는 굳은살 때문에 딱딱하고 거친 자칼의 손을 꼭 잡았다.
“자칼 님도 아주 좋아하지만 지금은 캣닢이 필요할 때니까요.”
“…….”
말랑손 공격에 당한 순간 다른 투덜거림이 들리지 않았다. 자칼은 해가 지날수록 말랑해지는 듯한 키티의 손을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네가 생각하는 대로 해 보도록.”
“정말요?”
“그래. 가족은 언제나 서로를 지지해 주는 법이지. 네로 쪽에는 내가 답장을 보내마.”
“믿어 주셔서 감사해요, 자칼 님!”
키티가 빙긋 웃었다. 다시 한번 테오와 데온이 누굴 닮아 저를 소중히 아껴 주는지 알 것 같았다.
* * *
키티는 곧장 방으로 돌아가 네로에게 안부 편지를 썼다.
그리드울프 쪽에서는 캣닢과 정예 표범들을 이용해 대응할 생각이니 지금처럼 제리안을 수색하는 척 눈속임을 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자칼 님이 편지로 하신댔으니까.’
편지를 전달시킨 후 키티는 아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일단 자칼의 허락과 그리드울프의 협조가 약속되었으니 캣닢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테오와 데온이 기사들을 훈련시키느라 바빴기에 키티는 엘리엇과 캣닢 밭에 방문했다.
“혼자 가도 괜찮다니까요, 엘리엇 경.”
“아가씨는 강하고 씩씩하시니 어디든 혼자 가도 괜찮지요.”
그렇게 말해 놓고 엘리엇은 키티에게 더 바짝 붙었다.
“하지만 캣닢 밭이랑 위비스 저택만은 안 됩니다. 둘은 아가씨께 언제나 위험 지대니까요.”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듯한 엘리엇의 말에 키티가 뾰로통해졌다.
“엘리엇 경, 저는 더 이상 캣닢 앞에서 자제력이 약해지는 어린애가 아니에요. 곧 성인이라구요.”
키티가 쪼그만 솜뭉치일 시절부터 열심히 훈련시켜 온 엘리엇은 누구보다 제자의 성장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키티는 그리드울프 저택의 일원들뿐만 아니라 수인들 중에서도 가장 강했다.
다른 이들은 제대로 사용할 수조차 없는 여신의 성유물을 두 개나 가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캣닢 밭에 가까워질수록 아가씨가 흐느적거리고 계시는데요.”
“앗.”
키티는 고개를 휘휘 저어 몽롱해지는 정신을 깨웠다. 밭에 가까워질수록 기분이 좋아진다는 게 문제였지만.
“꺄―!”
캣닢 좋아!
펑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고양이로 변해 버린 키티의 두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엘리엇은 픽 웃으며 키티가 정신을 놓지 못하도록 품에 안았다.
동물 모습으로 돌아간 키티는 꼭 액체처럼 어디든 잘 빠져나가곤 했지만 숙련된 엘리엇의 품에서는 흘러내릴 수 없었다.
“이젠 어릴 때랑 똑같아지셨네요.”
“아니라니까요오오.”
“네, 네. 주변부터 살피실까요, 아가씨.”
키티는 꼬인 혀로 토라진 티를 내며 주변을 살폈다.
호그우드가 인질로 잡은 표범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캣닢을 조금 뜯어다 사용한 터라 캣닢이 무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양이인 자신을 이렇게까지 무장해제 시킬 수 있다면 캣닢이 자랄 때가지 더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가타요오. 그렇지요?”
“네, 뭐…….”
“사부님, 캣닢 샘플을 꼭 챙겨 주시구요. 제가 마니마니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렸던가요?”
“그럼요, 그럼요. 잘 알고 있으니 푹 주무세요.”
위비스 가주님께서 우리 아가씨와 캣닢 밭에서 데이트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군.
엘리엇은 다시 한번 결심하며 취해 버린 키티를 방으로 옮겨 주었다. 바니엘이 이럴 줄 알았다는 듯 후후 웃으며 따뜻한 수프를 키티에게 권했다.
그런 정성에도 키티는 약 세 시간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역시 강력해.’
키티는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첩자를 통해 이 캣닢들을 들키지 않고 운반할 수 있다면 근방의 모든 고양이들을 한 시간 정도는 행동 불가 상태로 만들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남은 건 이 사실들을 바탕으로 세빌과 정예 표범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키티는 연무장의 지하에 있는 감옥으로 향했다. 그녀를 발견한 늑대 기사 여섯이 호위로 함께했다.
철장 안에서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고 있던 표범들은 고양이 한 마리와 늑대 기사들이 다가온다는 것을 기민하게 파악했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예전 같았더라면 적이 다가오고 있으니 경계 태세를 보였겠지만, 시그마의 폭로를 들은 후 그들은 정예 표범이기를 포기했다.
키티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보내 준 시그마의 보고서를 잘 읽어 봤나 보네.”
시그마의 보고서에는 정예 표범들을 고아로 만든 게 레오피드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부모를 희생시켜 놓고 그 일은 유감이라며 자식들을 데려와 살인귀로 키운 것이다.
이제까지 천애 고아가 되어 버린 자신들을 돌봐 준 게 레오피드가라 의심치 않았던 정예 표범들이 의지를 잃는 건 당연했다.
‘보고서가 조작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도 한데, 그러지 않는 걸 보니 델타와 시그마가 수상한 정황을 보인 적이 많은가 봐.’
물론 철장 안의 표범들이 보고서의 내용을 믿게 된 건 대장인 세빌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미 폴리의 거울을 통해 진실을 보았으니.
‘시그마가 진술하는 내용이 담긴 돌멩이도 여러 번 돌려 봤다고 했지.’
평생 믿어 온 것들을 부정당한 표범들은 공허해 보였다. 달리 생각하면 새로운 임무를 받아들이기 가장 좋은 상태.
키티는 강하게 나가는 대신 차분하게 말했다.
“……알다시피 고양이들의 수장 노릇을 하고 있는 제리안이 내 가족들을 죽였어. 그래서 당신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아.”
배신감, 분노, 그리고 진실을 몰랐던 나약한 자신에 대한 수치심과 모멸감.
소중한 사람들을 죽인 레오피드에 충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이 느끼고 있을 모든 감정을 상냥한 목소리가 다독였다.
“속인 쪽이 잘못한 거지 속은 쪽이 잘못한 건 아니잖아.”
“…….”
“그러니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더 이상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더 중요하니까.”
엄마와 동생들을 모조리 잃고도 꿋꿋이 버텨 온 자만이 할 수 있는 위로가 그들의 가슴에 닿았다.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던 세빌이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리드울프 영애가 보기엔 우리가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용하려고 밑밥을 깐 거였나.”
“뭐,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키티는 변명하지 않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양 갈래로 올려 묶은 풍성한 은발이 우아하게 살랑였다.
“적어도 난 도움을 받으려고 너희들을 속이진 않을 거야. 그러니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
키티는 작은 지도를 철장 안으로 내밀었다. 세빌은 평소처럼 획 낚아채는 대신 얌전히 그것을 받아 들었다.
지도에는 그리드울프 저택과 고양이 영토 내 한 부분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표시되어 있었다.
“표시된 건 제리안의 은신처가 있는 곳이야. 네로 님이 알려 주셨어. 그곳에 너희가 첩자로 가 주었으면 해.”
“이런 정보를 뭘 믿고 흘리는 건지 모르겠군.”
“너희를 믿는다기보단 그리드울프의 늑대 기사님들을 믿는 거지.”
키티의 뒤에 있던 늑대 기사들이 일제히 뿌듯한 얼굴을 했다.
“도와주지 않겠다고 하면 여기서 안 꺼내 줄 거고, 그럼 이 정보는 소용없는 게 되니까.”
일종의 협박을 내뱉는데도 표범들은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다.
되려 키티가 제안한 기회를 자신들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곰곰이 곱씹는 듯했다.
제리안.
레오피드가의 일원들이 표범들을 미치게 해 희생시킨 건 고양이의 권위를 위한 쇼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제리안이 권위와 명예를 욕심내지 않았더라면 희생은 필요 없었으리라.
그런데 지금, 키티는 그 원망스러운 놈을 파멸의 구렁텅이에 던져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세빌은 정예 표범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했다. 모두의 눈동자에 같은 의견이 담겨 있었다.
“그런 일이라면 그쪽이 부탁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데.”
“역시 그렇지?”
키티는 철장 안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 과감한 행동에 그리드울프의 기사들은 잠시 움찔했으나, 이내 진정할 수 있었다.
말랑-
키티와 악수를 나누는 순간 여태껏 조금의 동요도 없던 세빌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 * *
“거 참 더럽게 답답하군.”
볕도 잘 들지 않는 지하의 은신처. 제리안은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리며 소파를 할퀴었다.
이렇게라도 근질근질한 몸을 풀어 주지 않으면 육체가 썩어 문드러질 것 같았다.
멍이 든 듯 피부가 퍼렇게 썩어 가고 있는 심장 부근처럼 말이다.
‘볕을 못 봐서 이렇게 된 것 같지는 않고.’
제리안은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 보았다. 심장 부근의 피부가 온통 푸르스름했다. 터진 수포 위로 보랏빛 핏줄이 불거진 모습은 가히 끔찍했다.
차라리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 몰랐다면 괜찮았을 텐데.
‘나도 델타 레오피드처럼 자격 없는 놈이라는 건가.’
이카루스들에게 면역을 빼앗기 전까지 남들의 눈치만을 살피며 살아온 제리안은 기감이 뛰어난 편이었다.
그는 델타가 가까워지려 할 때마다 블루문이 뿜어 대던 거부 반응을 기민하게 포착했다.
델타의 몸에서 나온 보석이 델타를 거부하다니.
여신은 참 까다롭고 고고한 존재라 생각하며 웃고 넘어갔는데, 이제는 그 거부 반응을 자신이 느끼고 있었다.
자격 없는 놈.
가슴팍의 괴사 중인 피부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살아 있는 동물의 것이 아닌 듯한 피부를 볼 때마다 모멸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코웃음이 나왔다.
‘그 약해 빠진 고양이는 절대로 못 받아들이겠지.’
지난번 동굴에서 마주쳤을 때.
키티아는 겨우 새끼 여우 한 마리 때문에 저를 공격하지 못했다.
늑대들의 지원으로 겉은 번듯하게 성장했으나, 결국 그 안은 나약한 고양이라는 뜻이었다.
만약 키티아가 운 좋게 블루문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그 끝은 파멸일 것이다.
제리안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려 웃었다.
안색이 파리한 그의 수하 하나가 조심스레 보고한 것은 그때였다.
“저, 제리안 님. 정예 표범들이 은밀하게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제리안의 입가가 더욱 높게 찢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