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46)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46화(146/153)
<146화>
푸르고 둥근 보름달이 지상을 환히 비추었다. 그 덕에 남자의 푸른 눈동자와 검은 머리카락이 더욱 잘 드러났다.
이든 위비스.
그가 한쪽 팔을 통해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며 싸늘하게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키티는 온기 한 점 없는 그의 눈빛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제리안이 일부러 흘린 마력이 이든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어.’
일전에 델타에게 물린 이든의 팔이 제리안이 뿜어내는 더러운 마력을 모조리 흡수하고 있었다.
마치 얼마 전 세상에서 사라진 델타의 원령이 이든의 팔에 들러붙어 수작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이든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일까.
긴장과 두려움으로 그녀의 몸이 차츰 경직되었다.
“키티, 이든의 상태가― 윽!”
“일단 피해!”
이든은 허리춤의 두 자루 검 중 한 자루도 꺼내지 않은 상태였지만 테오와 데온은 그를 제압하지 못했다.
오랜 친구이며 절친한 위비스 가주이기도 한 그를 쌍둥이 형제가 해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이게 뭐야.”
늑대 기사들에게 포박당한 채 상황을 지켜보던 제리안은 이내 킬킬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을 주네?”
늑대 기사들이 웃느라 들썩거리는 그의 어깨를 강하게 압박했다. 제리안은 바닥에 머리가 처박히면서도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상황을 보니 말랑손, 네게 중요한 사람인 것 같은데.”
“…….”
“넌 늘 중요한 사람 때문에 곤란해지지. 따지고 보면 내 식량 창고에서 도둑질을 한 건 네가 아니라 네 엄마인데 말이야.”
“제리안.”
퍽―
키티는 쥐고 있던 활로 제리안의 머리를 세게 가격했다. 늑대 기사들 못지않게 터프한 행동이었다.
“시끄러우니까 쫑알거리지 말고 기다려.”
“윽…….”
주위의 늑대 기사들은 서서히 정신을 잃어 가는 제리안을 더 꽁꽁 묶었다.
‘정확히 기절시킬 정도의 힘만 실어 활을 휘두르시다니.’
‘소싯적 카리스 님과 자칼 님이 겹쳐 보이는군.’
키티를 바라보는 늑대 기사들의 눈망울에 존경이 조금 더 차올랐다. 하지만 마음 놓고 아가씨를 찬양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
블루문의 광기에 사로잡힌 이든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푸른 시선 끝에 있는 건 오직 키티아 그리드울프 하나였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광기가 눈동자 가득 담겼다.
“이든.”
키티는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이든이 그녀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광기에서 깨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기절한 제리안의 가슴팍에서 새어 나온 블루문의 마력이 이든의 몸을 더욱 단단히 사로잡았다.
감정이 없던 눈동자에 서서히 욕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살의였다.
“키티아 아가씨, 피하십시오!”
위비스의 부관인 케일이 목소리를 짜내 외쳤다. 동시에 이든이 줄곧 내려다보고 있던 은신처 안으로 몸을 던졌다.
상당한 방어구를 장착했음에도 그의 착지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늑대 기사들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며 키티에게 말했다.
“아가씨, 일단 물러나십시오.”
“지금 위비스 가주님은 아가씨가 알고 계시던 그분이 아닙니다.”
블루문이 델타의 몸을 통해 세상에 나온 후부터 지금까지. 실전 경험이 많은 그리드울프의 기사들은 이든이 광기에 사로잡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비틀거리는 듯하면서도 멈추지 않는 걸음이나 가느다랗게 떨리는 손. 제 몸을 차지한 낯선 힘에 저항하듯 가끔 움찔거리는 어깨.
모든 것이 블루문의 마력에 완전히 미쳐 버린 수인들이 보이는 특성이었다.
‘세상에, 이든 님까지…….’
‘모든 광기를 빨아들이고 계시니 당연한 일인가.’
‘그 이든 위비스와 싸워야 한다니.’
스릉―
늑대 기사들은 두렵다고 해서 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상대가 천재라 불리는 위비스의 젊은 가주라는 점에서 이미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들은 버틸 생각이었다.
“아가씨, 저희가 시간을 벌 테니…….”
“아니에요.”
하지만 키티는 그들에게 단호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런 식으로 이든을 방치할 수는 없어요.”
이든, 이라는 두 글자를 발음할 때마다 푸른 눈동자에 서린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블루문의 광기와 싸워 볼 틈도 없이 정신이 완전히 장악된 것처럼 보였다.
키티는 정신을 집중에 이든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했다.
‘시그마가 그랬지. 델타도 블루문 때문에 해를 입었다고.’
그 모습이 마치 여신의 보석인 블루문이 자아를 가지고 주인을 선택하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델타는 블루문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주인이었기에 독한 마력을 받아 내지도, 광기에 면역을 갖지도 못했다던가.
만약 보석이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셔츠 사이로 보이는 제리안의 가슴팍이 엉망인 것도 설명할 수 있었다.
‘델타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보석이 제리안을 반길 리는 없으니까.’
게다가 제리안은 아기 여우들에게서 마력을 짜내 블루문에 가하기까지 했다.
여신의 보석이 진노하며 생전 느껴 본 적 없는 어두운 마력을 뿜어내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이든이라면…….’
키티는 조심스레 이든과 눈을 맞추었다.
그는 제 이득과 명예밖에 모르는 제리안이나 델타와 달랐다. 여신의 보석이 성품과 기개로 주인을 가린다면, 그는 충분히 그릇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끓어 넘치기 직전인 마력부터 진정시켜야 하는데.’
정신을 잃은 제리안의 몸에서는 음침한 마력이 수도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든이 그 마력을 모두 흡수하고 있는 탓에 광기는 조금도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문득 키티는 이든이 수업 중 제게 가르쳐 주었던 것을 떠올렸다.
“상대가 안 될 것 같으면 도망치는 게 우선이야. 그래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염두에 두라고 가르친 것일 텐데 마음이 정반대로 움직였다.
키티는 용기를 내 이든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기사님들, 이든의 광기를 정화해 볼게요?”
“예?”
“아가씨, 너무 위험합니다!”
“괜찮아요.”
키티는 활에 마력을 흘려 빛의 화살을 빚어냈다.
“다 방법이 있으니까요.”
고양이의 털처럼 보드랍고 따스한 마력이 그녀의 손끝에 집약되었다. 키티는 이든을 향해 화살을 겨누었다.
“이든, 조금만 기다리면 편하게 해 줄게.”
크르르르―
그는 짐승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처럼 반기를 드러냈다. 그 모습에서 델타의 모습이 또 한 번 겹쳐 보였다.
팟―
키티는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기던 손에서 힘을 뺐다. 활의 일부가 된 폴리의 거울이 화살을 여러 갈래로 복제해 냈다.
그러나 이든이 더 빨랐다.
“…….”
광기에 취해 정신이 없는 상태일 텐데도 이든은 민첩하게 화살을 피했다. 검을 꺼내지 않고도 마력을 이용해 화살 몇 개를 쳐내기까지.
몸에 새겨진 듯 매끄러운 동작에 늑대 기사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끝까지 피해 봐, 이든.”
키티는 다시 마력을 끌어 올려 이든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그의 가슴을 향해 화살촉을 겨눌 때마다 가슴이 차가운 물 속으로 깊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아니면 이든에게서 광기를 몰아낼 수 없어.’
일단 블루문의 기운을 정화하려면 그와 거리를 좁혀야 했다.
“이든.”
키티는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 댔다. 가느다란 빛이 몸을 스치며 생채기를 낼 때마다 이든의 눈동자가 강하게 떨렸다.
키티는 그 좁은 틈을 유연하게 파고들 듯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든.”
“…….”
“이든, 정신 차려.”
한 번 활줄을 놓을 때마다 수십 발의 화살이 빛의 선을 그리며 튕겨져 나갔다.
키티가 이름을 불러 줄 때마다 이든의 몸은 더욱 둔하게 움직였다. 심연에 묻혀 있던 그의 자아가 깨어나 블루문의 광기와 싸우는 듯 몸이 때때로 멈칫거렸다.
“이든, 내 선생님.”
키티는 그렇게 말하곤 이든의 상태를 살폈다. 아주 잠시이긴 했지만 제리안이 가진 진짜 블루문의 광기도 이겨 낸 적 있던 그였다.
‘그렇다면.’
키티는 심호흡을 한 다음 그를 향해 활을 던졌다.
화살을 피하는 데 집중하고 있던 이든은 갑자기 날아온 그리드울프의 활을 피하지 못했다.
쿵―
그의 몸이 큰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의 배 위에 그리드울프의 활이 가로로 놓여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든.”
키티는 기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재빨리 그의 허리춤에 올라탔다. 이 이상 시간을 끈다면 블루문의 마력이 또 어떤 식으로 이든을 괴롭힐지 모르니 빨리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말랑―
“이든…….”
키티는 델타에게 물린 그의 팔을 양손으로 꾹 눌러 정화하기 시작했다.
저항하느라 그의 단단한 몸이 마구 들썩거렸다. 당장이라도 제 몸을 짓누르는 고양이 수인을 저 멀리로 밀쳐 내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온몸에서 풍기는 이 살의.
‘아냐, 괜찮아. 이든은 지금 아프니까…….’
키티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가 자신을 보며 살의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는 무언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난 얼굴로 계속해서 몸을 들썩거렸다.
그리드울프의 활이 분명 그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블루문의 마력과 이든의 근력이 더해지니 몸을 확실히 고정할 수는 없었다.
키티는 마음을 다잡고 제 아래서 살의를 드러내는 이든에게 말했다.
“이든. 네가 날 해치려 한다고 해도 나는 널 정화할 거야.”
말랑―
“널 좋아하니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마력을 불어넣던 그때.
스릉―
이든이 그간의 몸부림으로 자유로워진 한쪽 팔을 움직여 검 한 자루를 빼냈다.
잘 손질된 칼날을 푸른 달빛이 흠뻑 적셨다. 그의 몸이 흘리는 살의가 절정에 달했다.
‘누구를 그렇게 죽이고 싶은 거야, 이든?’
나야? 나를 죽이고 싶어서 지금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거야?
얼어붙은 키티의 머릿속에 이든이 그녀를 찌르는 환상이 잉크처럼 번졌다.
그가 자신을 찌르기 직전이라는 자각을 하고 있는데도 본능은 그를 구하라고, 불길한 마력을 정화하라고 아우성이었다.
“아가씨!”
“안 됩니다, 이든 님!”
늑대 기사들이 사력을 향해 키티에게 달려왔다. 이든이 검을 움직이자 푸른 빛이 은신처를 훑었다.
순간 두려움에 사로잡힌 키티의 눈동자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 툭, 하고 이든의 얼굴을 적셨다.
“……키티.”
목소리를 겨우 짜내 말한 이든이 키티에게 검을 들이밀었다. 그녀가 겁을 먹고 몸을 움츠리려던 그 순간.
“……날 찔러.”
이든이 검 자루를 그녀의 앞으로 빙글 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