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48)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48화(148/153)
<148화>
“이든!”
키티는 양팔 가득 그를 끌어안았다.
잠시나마 죽음에 가까워졌던 그가 멀쩡히 살아 움직였다.
이든이 깨어나면 함박웃음을 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 달리 눈시울이 멋대로 뜨거워졌다.
이든은 언제 블루문의 마력에 사로잡혔냐는 듯 키티를 끌어안고 보듬었다.
“아직 울보네.”
델타에게 물려 얼마간 비정상적이던 팔은 흔적도 없이 말끔해져 있었다. 움직임도, 피부의 색도 모두 돌아와 이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 사실을 제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키티는 이든을 더욱 바짝 끌어안았다.
쪽―
말랑한 입술이 이든의 뺨에 사정없이 닿았다 떨어졌다. 기습적인 행동에 이든의 늑대 귀가 쫑긋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키티는 뽀뽀를 멈추지 않았다. 튀어나온 고양이 꼬리가 이든의 몸을 꾹 눌러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았다.
물론 이든이라고 해서 도망갈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왜 내 말 안 들었어, 야옹아.”
그는 입술을 쭉 내밀고 다가오는 키티의 양 뺨을 붙잡고 물었다.
“……날 찔러.”
그렇게 입 밖으로 내는 순간에도 삶이 아쉬웠다. 눈앞의 소중한 여인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게 사무치게 아쉬웠다.
그런데도 이성은 이외의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든은 키티가 제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겨우 내뱉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네가 좋으니까.”
키티는 눈가를 발긋하게 물들인 채 환한 눈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을 정면에서 봐 버린 이든의 뺨에 진한 홍조가 피어올랐다.
제 말이라면 늘 딸랑딸랑 아부를 떨며 따르던 제자가 언제 이렇게 커 버렸을까.
그녀가 처음 제 말을 따르지 않은 게 자신을 좋아해서이기 때문이라는 답은 꿀이라도 바른 듯 달콤했다.
“……나도.”
짧게 답한 이든은 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긴장으로 힘이 바짝 들어간 입술이 이내 풀어져 그의 입맞춤을 허락했다.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자 두 입술이 빈틈없이 맞물렸다.
따뜻하고 달콤한 입안을 마음껏 탐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다른 수많은 눈동자가 키티를 향해 있기에 그럴 수 없었다.
오랜 시간 허벅지를 찌르며 아껴 온 ‘키티를 마음껏 깨물기’를 이런 곳에서 사용했다간 평생 후회할 테니.
“키티.”
이든은 키티의 한 손을 끌어 제 심장 위에 얹었다. 그의 심장이 쿵쿵 뛸 때마다 블루문의 마력이 함께 울렸다.
키티에게도, 이든에게도 블루문의 마력은 따스하게만 느껴졌다. 정확한 경위는 이후 파악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블루문이 내 몸에 녹아든 것 같아, 키티.”
“정말로?”
“응. 네가 블루문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으니까.”
블루문의 마력은 무너진 몸을 다시 세우고 고장 난 부분을 말끔히 채웠다.
키티가 블루문에게 주인으로 인정받지 않았더라면 빠른 시간 내로 무너졌을 몸이 어느 때보다도 강건했다.
이든은 키티의 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느리게 얽었다. 수십 년에 걸쳐 수인들을 괴롭힌 블루문을 키티아 그리드울프가 길들였다.
“이 보석이 내 몸 안에 있는 한 나는 네 거야.”
“…….”
“키티아. 나는 이미 네게 위비스의 시간과 공간을 모두 가져 달라고 했어.”
이든이 재킷의 주머니로 손을 옮겼다. 그가 작은 보석함을 꺼내자 테오와 데온을 포함한 모두의 눈동자가 휘둥그렇게 커졌다.
“나는 이제 네 보석이 되었으니까…….”
달칵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다. 보석함의 안에는 위비스의 문장이 들어간 커다란 반지가 들어 있었다.
“너도 내가 주는 보석을 사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든, 이건…….”
이든은 공중에 멈춰 버린 키티의 왼손을 붙잡고 약지에 반지를 밀어 넣었다.
“키티아 그리드울프.”
이든은 눈동자를 맞댈 듯 키티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내 반려가 되어 줘.”
얽힌 두 사람의 손에 동시에 열이 올랐다. 늘 이성적이고 냉철하게만 느껴지던 그의 눈동자가 불길처럼 절절 끓고 있었다.
세상에 둘만 있는 것처럼 그를 제외한 모든 것이 흐려졌다. 제리안이 깨어났다는 늑대 기사들의 웅성거림조차 소음으로만 들렸다.
키티는 반지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왼손을 꽉 말아쥐었다.
“응, 이든.”
“……정말?”
“내가 선생님 말을 어떻게 거역하겠어.”
불과 몇 분 전에 이든의 제안을 거절해 놓고, 키티는 뻔뻔스레 답했다. 이든은 홀린 듯이 그녀의 말랑한 뺨을 향해 돌진하려 했다.
그러나 그때, 극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멍하니 둘을 지켜보고만 있던 테오와 데온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든!”
“우리 말랑손이랑 안전거리 유지해……!”
이든은 도끼눈을 하고 둘을 바라보다 결국 살짝 물러났다. 완전히 미쳐 버린 자신에게조차 검을 겨누지 못한 테오와 데온에게 이런 식으로 충격을 줄 생각은 없었다.
키티가 미성년인 아직은.
“그럼 키티, 내가 방해한 걸 마저 할까.”
“응. 그래야지.”
키티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리안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블루문의 강력한 마력 때문에 다시 깨어난 그는 여전히 늑대 기사들에게 제압된 상태였다.
“제리안.”
짓씹듯 내뱉자 바닥에 엎어져 있던 제리안이 눈동자를 굴려 키티를 올려다보았다.
“역시 이카루스의 딸답게 재수가 없단 말이야.”
제리안은 내장에 남은 감정을 모두 짜내 말하는 듯했다. 어릴 적이었다면 그가 이런 목소리를 낸다는 것만으로도 겁에 질렸을 키티는 무심하게 내뱉었다.
“재수 없는 건 너지.”
“그래서, 날 활로 쏴 죽이게? 이제 마력도 없는 것 같은데.”
제리안이 비아냥거리자 늑대 기사들이 그의 어깨를 더욱 강하게 눌렀다.
키티는 잠시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제리안의 말대로 방금까지 광기에 사로잡힌 이든을 상대하느라 마력이 바닥이었다.
‘기왕이면 엄마가 물려준 마력을 이용해 복수하고 싶었는데.’
키티는 아쉬운 대로 품 안에 손을 넣었다. 테오와 데온에게 받은 소중한 단검, ‘설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드울프에서 쌓아 온 소중한 추억들이 깃든 무기로 제리안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조금 늦은 건가?”
“클리드!”
키티는 고개를 휙 돌려 클리드를 바라보았다. 이동 마법을 연달아 사용한 탓에 그의 금발은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급히 달려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클리드는 가장 먼저 키티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발견했다.
‘많이 늦었나 본데.’
하지만 복숭앗빛으로 상기된 키티의 뺨을 보니 그다지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는 키티에게 청혼을 받았냐고 묻는 대신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그녀의 마력을 살폈다.
한발 늦게 도착한 터라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키티에게 제리안을 공격할 만한 마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뭐, 나름 때를 잘 맞춰 온 건가.’
클리드는 픽 웃으며 품 안에서 작은 뜨개 인형을 꺼냈다.
오래전, 키티가 열심히 만들어 제게 선물해 준 여우 꼬리 모양 장식이었다.
클리드는 아직도 그리드울프 저택을 떠날 때, 키티가 인형에 마력을 담아 주며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큰 힘은 아니지만 네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써 줘.”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쓰라고 했으니 지금이 적기였다.
파아앗-
클리드가 꼬리 인형을 살짝 누르자 안에 들어 있던 키티의 마력이 그녀에게로 되돌아갔다.
“클리드, 이건…….”
“지금 쓰는 게 좋겠지, 아가씨?”
키티는 잠시 클리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아기 여우들을 소중히 품에 안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비로소 그녀가 꿈꾸던 대로의 복수를 마칠 시간이 왔다.
“제리안, 어쩌지.”
키티는 클리드가 건네준 마력을 단검에 실었다.
예리하기만 하던 칼날이 희붐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것이 제 삶의 마지막 위협이라는 것을 감지한 제리안의 동공이 세로로 길게 수축했다.
“우리 엄마, 아빠, 오빠, 그리고 예쁜 꼬물이들.”
휙-
키티가 단검을 던졌다.
검은 보기 좋게 제리안의 심장에 꽂혔다. 형언할 수 없는 고도의 마력이 몸을 지배하는 바람에 제리안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몸을 꿈틀거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렇게나 많이 아프게 했으니, 나는 너를 단칼에 보내 줄 생각이 없어.”
피는 나지 않았다. 근육이 찢기거나 뼈가 부러지지도 않았다.
검은 그저 제리안의 영혼에 깊이 박혀 그의 생명력을 단번에 장악했다.
“오래도록 고문해 네가 지은 모든 죄의 벌을 받게 할 거야.”
“읍…… 으읍…….”
“그리고 곰들의 영토에 널 던져 버릴 거야. 우리 아빠랑 오빠가 고통받은 것처럼 너도 당해 봐야지.”
“…….”
“죽이진 않을 거야. 그랬다간 네 고통이 끝나니까. 대신 넌 여신의 힘으로 영생과 영원한 고통을 동시에 누리는 거야.”
키티는 단검에 마력을 더하며 고개를 돌렸다. 모든 마력을 짜낸 터라 조금 어지러웠다.
클리드와 테오, 데온과 이든은 키티에게 자리와 물을 권하곤 제리안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네 짐승의 눈동자가 어느 때보다도 흉흉하게 빛났다.
넷은 키티를 오랜 시간 고통받게 한 제리안을 가만히 둘 생각이 없었다. 절대로.
“우선 손가락부터 잘라 볼까. 이미 몇 개 없잖아?”
“손톱부터 뽑지.”
“반쯤 뽑았다가 치유력 때문에 살이 붙을 때쯤 다시 뽑는 건?”
“클리드, 마나 레코드에 괜찮은 고문 방법이 없나 살펴봐.”
각기 다른 빛을 가진 홍채가 살기로 이글거렸다. 체력을 보충한 키티가 그 사이에 살그미 끼어들었다.
“그럼 이제 고문 방법을 논의해 볼까요?”
“…….”
네 짐승은 언제 잔인한 말을 내뱉었냐는 듯 얌전을 떨며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