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53)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53화 (완결)(153/153)
<153화>
이든은 키티를 번쩍 안아 올린 후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키티가 진정시킨 블루문을 몸 안으로 온전히 받아들인 후 이든의 마력은 이전과 다른 경지에 올랐다.
때문에 그리드울프 저택에서 위비스 저택으로 순간 이동하는 마법진을 그려 내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도착했어, 키티.”
일순간 짧은 마력이 일더니 시원하고 묵직한 향이 들숨에 섞여 들어왔다. 항상 이든에게서 은은히 풍겨 오던 향이었다.
살짝 감고 있던 눈을 뜨자 그리드울프 저택과 비슷하면서도 느낌이 다른 실내가 펼쳐졌다.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것처럼 반짝거렸다.
“이든, 저택을 구경시켜 줘.”
“납치해 온 김에 그럴까.”
이든은 픽 웃으며 키티의 말랑손을 꼭 잡았다. 농담을 잘 하지 않는 편인 그가 보인 반응에 저택의 고용인들은 놀란 마음을 숨겨야 했다.
‘케일 님과 캐서린 님의 말씀이 맞았네.’
‘호그우드 님과 식사할 때도 무뚝뚝한 이든 님이 저런 웃음이라니…….’
키티는 고용인들이 왜 존경을 담아 자신을 바라보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걸음을 옮겼다.
그리드울프 저택은 회색과 금색을 메인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라면, 위비스 저택은 검은색과 푸른색을 주로 써 차갑고 딱딱한 모습이었다.
저택의 어디를 바라봐도 집무실에 냉랭한 얼굴로 앉아 서류를 보는 이든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테오 오빠랑 데온 오빠도 여기서 한 달만 살면 이든이나 자칼 님 같은 성격이 되겠는걸.’
마치 이든 위비스를 건물로 만들어 세운 느낌이었다.
키티는 이든이 이끄는 대로 저택을 둘러보았다.
무시무시한 늑대들이 조각된 입구 쪽 복도를 통과하고 나니 갑자기 저택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른 건물 두 개를 잘라 붙였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건물의 내부가 달라 궁금증이 생겨났다.
“이든, 이곳이랑 복도는 따로 지은 거야? 이쪽이 훨씬 따뜻한 느낌이라.”
“네가 어두운 것보다 밝은 걸 좋아하길래.”
“나 때문에?”
이든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네가 위비스 저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이든…….”
“다른 곳들도 보여 줄게.”
이든은 크림색 벽지와 하늘빛 벨벳으로 장식된 저택 중심부를 키티에게 구경시켜 주었다.
갈수록 화사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의 실내에 키티는 감탄사를 흘렸다.
“털갈이 때 엄청 힘들겠다.”
“대신 네가 털이 폴폴 날린다고 시무룩해지는 일은 없겠지. 우리 아이들도…….”
무심결에 말을 잇던 이든은 곧장 정신을 차렸다.
“아, 이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그가 무어라 말하는지 똑똑히 들은 키티는 장난스레 되물었다.
“우리 아이들?”
그러고 보니 아기 고양이들의 눈높이 부근에 귀여운 포인트 벽지가 들어가 있었다.
발목 높이에 웬 작은 유리창들이 나 있나 했더니, 모두 늑대보다 몸집이 작은 고양이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 둔 창문인 것 같았다.
‘늑대들은 동물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 창문을 이용할 만큼 작지 않으니까.’
그가 자신을 위해 저택의 내부를 바꾸어 두었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저릿했다.
“이든, 작은 동물용 창문은 언제 만든 거야?”
“네가 일곱 살 때, 고양이 모습으로 창문을 보고 싶은데 다리가 짧아서 그러지 못한다고 속상해하길래.”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난 들은 건 안 잊어.”
약간 오만하기까지 한 대답에 키티는 픽 웃음을 흘렸다. 이래야 이든이지.
“저 넓은 난간은?”
“네가 좁은 난간에서 미끄럼을 타다가 굴러떨어진 적이 있었잖아. 여덟 살 때였나.”
“저긴 산책하기도 아주 좋겠다.”
키티는 무심결에 자신과 이든을 반반씩 닮은 고양이들을 데리고 난간을 사뿐사뿐 산책하는 상상을 했다.
그저 무의식이 만들어 낸 환상일 뿐인데도 가슴 가득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이든은 늑대라 좁은 난간을 함께 산책할 수 없겠지만, 산책이 끝난 후 나른해진 아이들을 포근히 품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든. 아이들 이야기 지금 해도 돼.”
그와 미래를 그려 보는 일은 하나도 어색하거나 낯뜨겁지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장면이 사랑스러웠다.
“그럼 조용한 곳에 가서 할까.”
이든은 키티의 손을 꼭 잡은 채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성마른 걸음 끝에 어떤 공간이 펼쳐질지 훤히 알면서도 키티는 그를 따라갔다.
문을 열자 은은한 캣닢 향이 감도는 침실이 나타났다.
금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는 침실은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웠다. 게다가 바닥에서는 뜨끈뜨끈한 열기까지 올라왔다.
“바닥에 열선을 깔았어. 불 마법을 잘 다루는 여우들에게 주문하니 금방이던데.”
이든은 키티가 따뜻한 장소를 발견하면 갓 구운 식빵처럼 앉아 나른해진다는 것도 잊지 않고 있었다.
‘……열선을 깔았으니 침실에 조금 더 머물겠지.’
그 뒤에 숨은 시커먼 마음까지는 아직 말할 생각이 없었다.
대신 그는 키티가 캣닢만큼이나 좋아하는 푹신푹신한 솜이불을 살짝 들추었다. 예상대로 키티는 자석처럼 이끌려 침대에 걸터앉았다.
“침실, 마음에 들어?”
그의 손이 발긋하게 익은 말랑한 뺨으로 향했다. 손끝이 귓불을 살짝 훑을 즈음 그녀는 입에 고인 단 침을 삼켜 냈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조금씩 거리를 좁혀 왔다. 키티는 힐끗 탁자 위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언젠가 그녀가 선물받은 것과 비슷한 디자인의 시계는 자정까지 일 분도 남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키티가 체감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늦은 시간이었다.
“위비스는 그리드울프와 시차가 조금 있으니까.”
“…….”
“위비스에서는 위비스의 시간을 따라야지.”
“선생님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키티는 빙긋 웃으며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이대로 쭉 그의 상자 같은 품을 차지하고 싶었다. 미성년의 마지막 순간 그녀가 내린 결정이었다.
째깍―
초침이 부지런히 움직여 마침내 성인이 된 후에도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른다운 방식으로 그를 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이제 어른이네.”
이든 또한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체중을 실어 키티를 지그시 눌렀다. 머지않아 그녀의 품이 푹신푹신한 침대 시트에 닿았다.
이든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입술과 입술의 각도를 맞추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얼굴을 내린다면 그동안 허벅지를 찌르며 아껴 온 ‘키티를 마음껏 깨물기’를 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겠지?”
키티는 능청을 떨며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숨이 그의 입술을 깃털처럼 간질였다. 이든은 그 숨을 맛보듯 혀로 제 입술을 핥곤 답했다.
“아니. 이번엔 네가 알려 줘야 해.”
“……?”
“어디가 좋은지, 어디까지 괜찮은지.”
그의 입술이 조금 벌어졌다. 날카로운 늑대의 송곳니가 키티의 입술을 살짝 물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뜨거운 느낌에 키티가 순간적으로 놀랐다. 의도와 달리 튀어나온 고양이 손톱이 이든의 어깨를 콕 찔렀다.
“앗, 이든!”
“괜찮아.”
“미안…… 읍.”
이든은 계속해서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말캉한 입술이 살짝 부어오를 즈음엔 목 언저리로 입술을 옮겨 갔다.
“……!”
목덜미에 닿는 홧홧한 숨에 놀란 키티가 고양이 귀와 꼬리를 단번에 드러냈다. 이든은 놀라 멈추는 대신 조심스레 그녀의 귀를 주물렀다.
그가 조금씩 욕심을 드러낼 때마다 고양이 귀가 손안에서 쫑긋거렸다. 이든은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며 조금씩 탐색의 범위를 넓혔다.
한 차례 탐색전이 끝난 뒤.
이든은 만족감으로 빛나는 눈을 키티와 마주했다. 그녀의 입술 새로 가쁜 숨이 새어 나오는 것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이든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콧등에 입을 맞춘 뒤 속삭였다.
“키티, 사랑해.”
그는 키티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다시 한번 어루만졌다.
“약속한 대로 내 아내가 되어 줘.”
키티는 눈가를 휘어 웃으며 이든의 얼굴을 감쌌다. 이렇게 해도 감전된 것처럼 찌릿거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응, 이든. 같이 행복해지자.”
“…….”
“사랑해.”
그 한 마디에 푸른 눈동자가 다시 음험해졌다. 시선이 진득하게 얽힌 뒤, 다시 한번 입술이 겹쳐졌다.
* * *
약 1년 후.
“드디어 연합장님의 결혼식이군.”
그랜파는 결혼식에 걸맞게 화려한 장식이 걸린 정원을 둘러보며 허허 웃었다. 그를 부축하던 젊은 토끼들도 호화로운 주변을 보며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하여간 늑대들은 아가씨의 일에는 아끼는 법이 없다니까요.”
“워낙 극성이잖나. 게다가 그리드울프와 위비스의 결합이니 그럴 만도 하지.”
폭스타인 가주이자 키티의 가장 친한 친구 자격으로 결혼식에 초대받은 클리드는 토끼들의 말을 듣고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연합 소속 수인들은 늑대가 극성맞다고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클리드는 연합에서 키티의 결혼을 위해 손수 준비한 아기자기한 장식들을 바라보았다.
‘작은 동물들이 이렇게 통이 크던가.’
토끼 수인과 고양이 수인들을 비롯한 작은 동물들은 ‘연합장님 덕분에 연합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으니 연합의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며 열을 냈다.
덕분에 키티의 결혼식은 금으로 만든 눈 장식으로 화려하게 빛났다. 작은 동물들이 정성스레 만든 뜨개 장식들도 한껏 귀여움을 발산했다.
‘아가씨의 성유물들도 나름의 재주를 부린 것 같고.’
겨울답지 않게 날이 온화한 데다 어제까지만 해도 시커멓던 하늘이 맑게 개어 있었다.
모든 것이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는 듯해 클리드는 입꼬리를 끌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가주님, 슬슬 자리로 가시지요.”
“응, 그래야지. 아가씨가 엄청 예쁘게 꾸몄을 텐데.”
클리드는 벤의 안내를 받아 앞쪽 자리에 앉았다. 옆 테이블에 앉은 테오와 데온의 눈은 소시지처럼 부어 있었다.
“결국 이날이 왔구나.”
“키티아 위비스라니…….”
금빛 눈동자에 또다시 물기가 어렸다. 둘은 작은 말랑손이 찍힌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 닦았다.
“이만 그치세요. 곧 신부 입장이니까요.”
엘리엇이 말하자마자 좌중이 조용해졌다. 클리드와 테오, 데온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긴 베일을 쓴 키티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이든과 마주 서 있었다.
신랑인 이든이 먼저 입장해 꽃길 끝에서 키티를 기다렸다. 키티는 눈이 붕어처럼 부어 버린 자칼의 손을 잡고 꽃길을 사뿐사뿐 걸었다.
“아빠, 그동안 돌봐 주셔서 감사해요.”
“…….”
자칼이 그 자리에서 근엄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결혼식이 잠시 중단되었다.
“내 딸 울리면 너는 죽은 목숨이다, 이든.”
“축하의 말씀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살벌한 대화 끝에 이든은 키티의 말랑손을 잡을 수 있었다. 아직 혼인 서약을 하기도 전인데 그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키티.”
“이든.”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한 뒤 반지를 교환한 둘은 양손을 꼭 잡고 마주 보았다.
말랑-
키티는 따뜻한 그의 손을 잡은 채 웃었다. 산들거리는 바람과 맑은 하늘, 흩날리는 꽃잎까지.
눈에 닿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 그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찰 수 있었다.
‘보고 계시죠?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먼 하늘을 향해 있던 그녀의 시선이 테이블 쪽으로 향했다. 아빠와 엄마, 오빠와 꼬물이들의 장례를 치를 때 썼던 국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그러니까 모두 행복해 주세요.’
키티는 싱긋 웃으며 이든과 입을 맞추었다. 맞닿은 입술에서부터 온기가 번져 왔다.
소중한 친구들, 다시 만나게 된 할머니와 새 가족들까지. 모든 이들이 부부의 행복을 기원하며 박수를 쏟아 냈다.
늑대보다 씩씩한 고양이, 키티아 위비스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했다.
[完]By.[Y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