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8)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8화(18/153)
<18화>
‘어라. 왜 안 깨무시지?’
자칼 님이 나를 앙 깨무는 순간 무른 복숭아처럼 볼이 파여 버리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데, 위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실눈을 뜨자 자칼 님이 살짝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늑대들도 깨물어 주고 싶다고 해서 정말 깨물진 않는구나.’
커다랗고 멋진 이를 가진 동물이니 정말 깨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동물 모습 땐 정말 나를 깨물지도 모른다.
‘늑대끼리의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한 번쯤은 괜찮을지도.’
언젠간 자칼 님이 커다란 늑대 모습으로 나와 놀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가슴이 콩닥거렸다.
나는 한참 동안 늑대 털 미끄럼틀을 타는 상상을 했다. 자칼 님의 등에서부터 쭉 미끄러져 내려오는 상상을 하자 조금 행복해졌다.
“갑자기 웃는군.”
“저는 원래 금방 행복해져요! 자칼 님과 대화해서 즐겁기두 하구요.”
“그런가.”
자칼 님은 그 뒤 꽤 오랫동안 나와 대화를 나눠 주었다. 어려운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어떤 간식이 제일 좋은지, 저택의 어디가 제일 좋은지 등등이 전부였다.
나를 배려해 주신 거야. 역시 생긴 것보다 마음이 따뜻한 늑대였다. 마음이 노곤노곤해지며 눈꺼풀이 조금씩 무거워졌다.
“낮잠 자겠나.”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자칼 님은 날 번쩍 안아 들곤 요람에 눕혔다. 마침 옷을 맞추느라 열심히 움직여 잠이 솔솔 오던 터라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암―
나는 입가를 톡톡 두드리며 누가 들어오면 어떡하냐고 물었지만 자칼 님은 들어올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키티아. 늑대 모습으로 자도 좋다.”
“앗.”
그렇다면 사양 않고.
동물 모습으로 돌아와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인간화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수인들은 동물의 모습이 더 편했다.
나는 발톱을 감추고 흰색 말랑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눈을 꼭 감으려는데 무언가가 걸렸다.
자칼 님은 나를 여태까지 키티아라고 부르고 있었다.
“자칼 님. 저를 키티라고 불러 주시면 기쁠 거예요. 엄마가 정해 주신 애칭이거든요.”
“그렇게 하지.”
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머금은 채로 눈을 감았다. 자칼 님이 요람을 작게 흔들어 주자 금방 잠에 빠질 수 있었다.
* * *
자칼은 마지막 서류를 검토한 뒤 펜을 내려놓았다. 오늘 해야 할 업무를 모두 처리했음에도 아기 고양이는 아직 꿈나라에 있었다.
아직 저택에 들어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여전히 마른 몸이었다.
키티는 오븐에서 갓 꺼낸 식빵 모양으로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는데, 끝이 잘려 나간 꼬리 아래로 보이는 발톱들이 죄다 깨져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깡마른 몸이 아주 작게 부풀었고, 숨을 내쉬면 털이 가볍게 흔들리며 다시 부피가 작아졌다.
꿈을 꾸는지 작게 허우적거릴 때면 발바닥의 젤리가 언뜻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코와 똑같은 분홍색이었다.
레나가 한 번 다듬어 줬다고는 하지만 상한 털과 깨진 발톱을 보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귀 하나는 정말 늑대처럼 쫑긋하군.’
자칼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키티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집무실은 낯선 장소였지만 키티는 조금도 낯을 가리지 않는 듯했다.
‘……원래 고양이들이 이런가.’
자칼은 고양이를 본 적이 없었다.
이카루스라는 용감한 고양이에 대해서도 전설과 소문으로 얼핏 들었을 뿐이었다.
이 세상을 만든 여신은 고양이가 끄는 마차를 타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여신이 쓰다듬어 준 고양이는 마력에 면역이 있었고, 세상에 다시 나타날 여신이 자신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대대로 이카루스라는 이름을 물려준다고 했다.
아버지가 고양이라는 걸 숨기고 있는 키티에게는 흔한 이름이라고 안심시켜 주었지만, 실은 절대로 흔한 이름이 아니었다.
‘마지막 이카루스가 곰의 영역에서 죽었다던가.’
그 일에 대해서 비밀리에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군. 자칼은 가볍게 부풀었다가 쪼그라드는 솜뭉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작은데 모든 것의 열쇠일지도 모른다니.’
만약 키티아가 이카루스의 피를 이어받았다면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재앙과 학살을 막을 수 있었다.
블루문을 보면 이성을 잃고 미쳐 버리는 수인들. 오로지 짐승의 본능대로 다른 동물들을 찢어발기는 학살의 시간.
그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신의 안배인가. 아니면…….’
자칼은 복잡한 생각을 하며 키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일단은 조금 더 큰 후에 내릴 결정이었다. 만약 키티아가 마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마력을 다뤄 실전에서 사용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몇 년 동안 배운 테오와 데온도 아직 잘 해내지 못하는 일이 아니던가.
아직은 이 작은 아이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어 주고 싶지 않았다.
* * *
자칼 님의 방은 낮잠을 자기 딱 좋았다. 푹 잠들고 일어난 나는 다음에 또 놀러 오겠다고 말하곤 집무실을 나섰다.
선물받은 그림책을 꼭 껴안고 방으로 돌아가자 레나가 내 옷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가씨. 잘 놀다 오셨나요?”
“네! 그리드울프 님의 집무실에서 낮잠을 잤답니다.”
“어머. 주인어른께선 테오 님과 데온 님이 어렸을 때도 자주 집무실에 초대하곤 하셨죠.”
“그림책도 선물해 주셨어요. 아주 친절하세요.”
나는 레나에게 그림책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때, 누군가가 정중하게 노크하며 편지를 가져왔다. 편지봉투는 그리드울프의 문장으로 봉인되어 있었다.
레나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겉봉투에 쓰인 글자들을 읽어 주었다.
“내 딸, 키티아 그리드울프에게. 카리스 님이. 아기 늑대인 내 딸을 위해 레나 그레이가 이 편지를 읽어 주는 것을 허락함.”
“카리스 님께서 저한테 편지를 보내 주신 거예요?”
“네. 그런 것 같아요. 마님께서 허락하셨으니 아가씨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편지 내용을 읽어 드릴 수 있겠어요.”
나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곤 레나의 무릎 위에 앉았다. 레나는 편지 내용이 내게도 보이도록 편지지를 내 눈높이에 맞춰 들었다.
“제 이름이 잔뜩 적혀 이써요!”
“마님께서 아가씨를 무척 생각하고 계시나 봐요. 테오 도련님이나 데온 도련님에겐 일주일이 넘게 저택을 비우실 때만 편지하셨거든요.”
카리스 님의 필체는 무척이나 정갈했다. 레나는 큼큼 목을 가다듬고 찬찬히 편지를 읽어 주었다.
[내 딸, 키티아 그리드울프에게. 안녕, 키티?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구나.]나는 한 글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고양이 귀를 꺼내고 집중했다. 카리스 님은 내 안부와 저택의 안부를 차례로 물은 다음 본론으로 들어갔다.
[키티. 회의장에 머무르고 있는 가족 같은 늑대들에게 네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순간마다 무척 행복했단다.]카리스 님이 행복하셨다니 키티도 기분이 좋아요.
[다들 널 보고 싶어 안달이 났어. 그래서 말인데 널 소개할 간단한 다과회를 열까 한단다. 괜찮다면 네가 다과회 초대장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구나.]그 아래로는 조금 커다란 글씨로 다과회에 초대할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레나는 모두 그리드울프와 아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 중인 늑대들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아직 본격적인 공부 시작 전이니 글자가 삐뚤빼뚤해도 괜찮아. 어려운 단어는 사용하지 않아도 된단다. 하지만 ‘초대합니다’를 정성껏 써 주었으면 좋겠구나.]카리스 님은 며칠 후에 도착할 테니 다과회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나머지 편지지들에는 내가 따라 쓰며 글자를 연습할 수 있도록 글자와 단어들이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기뻐요. 카리스 님이 저를 위해 교과서를 만들어 주시다니!”
나는 레나에게 편지에 첨부된 글자 연습용 페이지들을 받아 테오와 데온의 방으로 달려갔다.
콩콩콩 문을 두드리자 데온이 조금 더 빨리 문을 열어 주었다.
“말랑손, 오라버니가 보고 싶었구나?”
“공부를 하구 싶은데, 같이해도 될까요?”
“물론. 방이 조금 더럽긴 하지만 안으로 들어와.”
“키티, 나도 같이할래.”
조금 늦게 문을 열고 나온 테오도 나를 따라 데온의 방으로 들어왔다. 테오의 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질러진 방이었다.
음, 늑대도 갯과가 맞나 봐. 방이 개판인걸.
“그래서 키티, 무슨 공부를 할 거야?”
“카리스 님께서 편지를 보내 주셨어요. 저는 열심히 글자를 연습해서 초대장을 만들 거랍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는 둘에게 카리스 님의 편지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데온이 나를 번쩍 안아 의자에 앉혀 주곤 연필과 종이를 가져다주었다.
“말랑손. 우선 기본이 되는 글자들부터 쭉 써 볼래?”
“네!”
나는 얼굴을 있는 힘껏 찌푸려 가며 카리스 님이 써 주신 글자를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쓰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휴, 글자 공부는 정말 힘드네요. 꼬리에 쥐가 날 것 같아요.”
“……꼬리에?”
“연필을 쥔 손은?”
“말랑손은 멀쩡해요.”
“이리 줘 봐.”
내 양손이 멀쩡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한 오라버니들은 내가 베껴 쓴 글자들을 번갈아 보며 의견을 교환했다.
테오는 처음치곤 대단하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 방에 글자 교본이 있어. 금방 가져다줄게.”
“감사해요, 테오 오라버니.”
테오가 잠시 사라진 사이 데온이 날 빤히 바라보더니 수상한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음, 키티는 베껴 쓰는 걸 잘하네. 더 어려운 글자도 베껴 쓸 수 있는 거야?”
“그럼요. 많이 연습하다 보면 더 예쁘게 쓸 수 이쓸 거예요. 언젠간 오라버니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할 예정이랍니다.”
“그래, 그래. 그럼 이 글자 따라 써 볼래?”
데온은 내가 쥐고 있던 연필로 짧은 문장을 빠르게 적었다. 특별히 어려운 글자가 없었기에 나는 끙끙대면서도 문장을 베껴 쓸 수 있었다.
연필을 따라 꼬리를 빙빙 돌리며 집중하고 있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데 오라버니, 이 문장은 무슨 뜻이에요?”
“글쎄. 어려워서 못 적겠어?”
“그럴 리가요. 저는 금방 배운답니다.”
나는 글씨를 모두 베껴 데온에게 내밀었다. 데온은 몹시 뿌듯한 얼굴로 그 종이를 품 안에 넣으려다 교본을 가지고 돌아온 테오에게 딱 걸렸다.
“데온, 키티한테 뭐 시켰어? 이리 줘 봐.”
“싫은데.”
테오는 아직 책상에 남아 있는, 데온이 적은 원본 글자들을 확인하곤 도끼눈을 했다.
“이놈 좀 보게. ‘데온 오라버니 최고?’”
“…….”
“…….”
데온은 멋쩍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테오는 데온이 품에 넣은 내 손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연필을 들고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키티. ‘테오 오라버니 최고’도 글자 연습을 하기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해.”
저기요, 오라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