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24)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24화(24/153)
<24화>
“당분간은 지금처럼 표범들이 이용하고 있는 모조 블루문을 최대한 모아 연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지.”
“하하, 어쩔 수 없이 또 그 방법뿐이군.”
호그우드가 호탕하게 웃으며 카리스의 말에 답했다. 그것으로 화사한 유리 온실과 어울리지 않던 무거운 대화가 막을 내렸다.
자칼과 카리스의 눈동자가 슬그머니 옆 테이블로 향했다. 인형처럼 꼿꼿이 앉아 있는 키티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테이블의 늑대들과 호그우드는 둘의 행동을 보며 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만 임시로 입양한 딸이라더니.’
그리드울프 부부는 테오와 데온보다 저택에 들어온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키티아를 더 신경 쓰고 있었다.
딸아이를 사산한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이 작은 고양이 여아를 입양했다고 해서 대단한 심경의 변화가 있으리라곤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그리드울프 부부의 입양 딸 사랑은 이미 집착 수준이었다.
“호그우드. 이든이 키티에게 자꾸 말을 거는군.”
자칼이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 당연히 걸 수 있는 것 아닌가. 호그우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농담을 던졌다.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말을 거는 건 늑대들의 본능…….”
호그우드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그리드울프 부부가 떨리는 눈으로 저를 노려보았기 때문이었다. 자칼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호감?”
“아니, 뭐…… 키티는 귀엽잖아.”
“그 말대로다.”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자칼은 어딘가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키티를 언급할 때마다 ‘임시 입양’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던 카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거면 ‘임시’ 소리는 왜 하는 건데?’
호그우드는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드울프 부부에게 문제가 생긴 것인지, 저 작은 고양이가 끼를 부린 것인지 모를 노릇이었다.
“…….”
때마침 키티가 그리드울프 부부를 향해 간절한 구조 신호를 보냈다. 자칼은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이든에게 다가갔다.
“이든.”
자칼은 커다란 손으로 이든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였다. 비교적 단정하던 이든의 머리가 순식간에 까치집이 되었다.
호그우드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이것 참…….”
딸에게 호감을 품는 수컷들을 차단하는 게 아빠 늑대들의 본능 중 하나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임시 입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자칼이 저럴 줄이야.
결혼은 임시 입양이 끝나는 성인이 된 후에 할 텐데도 자칼은 수컷 차단에 진심이었다.
‘어떤 불쌍한 놈이 키티아의 신랑이 될진 모르겠지만 고생길이 훤하군.’
호그우드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곧 자칼이 키티를 품에 안고 어른 늑대들의 자리로 돌아왔다.
의자를 가져와 키티를 앉게 하면 될 텐데도 굳이 입양 딸을 껴안고 있는 그를 보며 호그우드는 또 한 번 혀를 내둘렀다.
“성인이 될 때까지 늑대 저택에서 생활하게 된 우리 입양 딸을 소개할게.”
카리스가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늑대들은 지금 카리스의 목소리가 오래전, 임신 소식을 전했을 때와 똑같이 기쁨에 찬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딸을 얼마나 원하고 있었던 건지.’
호그우드는 키티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칼이 아이를 가볍게 안아 모두에게 자랑하듯 보여 주었다.
키티는 방긋 웃으며 치맛자락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리드울프가에 임시 입양된 아기 늑대 키티아라구 해요.”
이가 빠진 티를 내지 않으려 또박또박 말하는 게 사랑스러웠다. 작은 입술을 벙긋 움직일 때마다 고양이 귀가 쫑긋거리는지 모자가 들썩거렸다.
씩씩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키티를 보며 늑대 귀부인 몇몇이 앓는 소리를 냈다.
“키티아. 우리 저택으로 보내 준 초대장을 잘 받았어요. 귀여운 손도장이 찍혀 있던걸요?”
“앗!”
키티는 알아주어 기쁘다는 듯 활짝 웃었다. 어찌나 활짝 웃는지 자그마한 송곳니를 포함해 이 전체의 개수를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제 말랑손 도장을 좋아해 주셔서 기뻐요!”
마냥 해맑게 기뻐하는 고양이를 보며 늑대들의 입꼬리가 무심결에 위로 올라갔다. 자칼은 근엄한 목소리로 짧게 덧붙였다.
“별명이 말랑손이라더군.”
키티는 긍정하며 손바닥을 내보였다. 가까이에 있던 늑대 귀부인이 키티와 악수해 보곤 입술을 꼭 맞물었다.
“어쩜……. 이 손으로 예쁜 글자를 또박또박 쓴 거군요?”
“마자요! 테오 오라버니랑 데온 오라버니에게 열심히 배웠답니다. 카리스 님께서 큼지막하게 글씨를 써 주셔서 따라 썼어요.”
“세상에…… 옆에 있던 하트 그림도?”
“앗, 그것두 제가 해써요!”
늑대들은 뿌듯함에 꼬리를 살랑거리는 키티를 보려 칭찬을 이어 나갔다. 키티는 꼬리가 튀어나온 줄도 모르고 황홀경에 젖었다.
호그우드는 그 광경을 보며 생각을 고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드울프 부부가 미친 줄 알았더니 고양이 쪽이 사정없이 귀여운 거였군.’
그렇게 생각하는 호그우드도 아빠 늑대 특유의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 *
“아가씨, 수고 많으셨어요. 손님들께서 마지막까지 아가씨를 칭찬하시던걸요?”
레나가 내 머리를 말려 주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늑대 손님들은 티파티를 시작으로 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오늘 오후 돌아갔다.
소규모로 진행된 무도회에선 왈츠와 스톰프도 마음껏 췄다. 카리스 님과 자칼 님은 중간에 화가를 불러 테오와 데온, 그리고 내 모습을 그리도록 시켰다.
‘야옹춤을 추진 못했지만 둘 손을 잡고 폴짝거리는 건 정말 재미있었지.’
짐을 싸기 위해 위비스 저택으로 잠시 돌아간 이든은 마지막까지 내가 고양이라는 걸 떠벌리지 않았다. 내가 잘 보이려 애쓴 게 효과가 있었나 보다.
이든과 수업을 하는 내내 아부를 떨어야 할 생각을 하니 피곤함이 몰려왔다.
날 번쩍 안아 침대 위에 눕힌 레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가씨, 고민이라도?”
“그게…… 제 덩치가 언제쯤 커질까 하구요.”
내가 커다랗거나 강하거나 하다면 이든도 무서워서 내 비밀을 폭로하지 못할 텐데. 작은 동물 필살의 생존 전략도 필요 없을 거다.
“연어 포랑 우유를 마니마니 먹는데두 아직 쪼그매요.”
“근육과 살이 붙은 다음에야 키가 크기 시작할 거랍니다. 아가씨는 아직도 깡말랐으니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그치만…….”
“정 빨리 크고 싶으시다면 쭉쭉 체조를 가르쳐 드릴까요?”
“쭉쭉 체조?”
“네. 저희 아이들은 이 체조를 매일 하고 자칼 님처럼 큰 늑대가 되었답니다.”
“앗, 그렇다면 조아요!”
레나는 가볍게 발을 굴러 늑대 모습으로 변했다. 갑자기 커다란 늑대가 나타나 조금 놀랐지만, 나도 레나가 시키는 대로 동물 모습을 했다.
“이렇게 앞발을 쭉―.”
“쭈욱…….”
나는 레나의 말과 동작을 따라 하며 말랑발을 쭉쭉 뻗었다. 천장을 향해 배를 발랑 드러낸 다음 꼬리와 귀까지 길게 뻗어 냈다.
종일 얌전히 있어 찌뿌드드하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쭉!
“어머, 아가씨는 치즈처럼 쭉쭉 늘어나네요?”
“아, 아기 늑대라 유연해서 그런가 봐요.”
“엉덩이를 더 높이 들고 꼬리를 펴세요.”
나는 레나가 가르쳐 주는 쭉쭉 체조를 열심히 따라 했다. 동작을 꼼꼼히 외운 다음, 이불을 덮고 눈을 감은 채로 잠시 생각해 보았다.
꼭 이든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더 튼튼하고 무서워질 필요가 있었다. 제리안에게 엄마의 복수를 하려면 단순히 성인이 되는 것만으로는 안 될 테니까.
‘제리안의 수하들도 엄청나게 두꺼운 앞발을 가지고 있고.’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싸우는 법을 익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몸을 움직여야 근육이 더 빨리 붙는다고 테오가 그랬으니까.
그러고 보니 테오와 데온은 매일 저택의 연무장에서 무술 훈련을 한다고 들었다.
‘임시 입양된 애가 무술 선생님을 붙여 달라고 하는 건 좀…….’
이미 나한테는 이든이 선생님으로 있으니 싸움을 가르쳐 줄 사람까지 요구하는 건 양심에 찔렸다.
이미 그리드울프에서는 나 때문에 너무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나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테오와 데온의 수업을 따라가기로 했다.
수풀에 숨어서 둘의 수업을 몰래 따라 하면 추가로 돈도 들어가지 않고 내 실력도 늘 테니 일석이조였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
나는 베개에 대고 세 번이나 말한 뒤 잠을 청했다.
* * *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쭉쭉 체조를 한 다음 곧바로 옷을 입었다. 엄마가 예전에 차근차근 가르쳐 준 덕에 혼자서도 옷을 잘 입을 수 있었다.
내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레나가 아침 식사를 챙겨 들어왔다.
“아가씨, 첫 단추를 잘못 끼우셨네요.”
“앗.”
부끄러워라.
나는 레나가 단추를 다시 끼워 주는 동안 토스트를 오물거렸다. 오늘따라 내 행동이 급하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레나가 눈가를 가느스름하게 좁혔다.
“아침 약속이 있으신가요?”
“그런 건 아니에요. 잠깐 산책을 다녀올까 하구요.”
“어디로 가시나요?”
“연무장에 근사한 강아지풀이 있다고 들어써요.”
“점심 식사 시간에 늦지 않게 돌아오셔야 해요, 아셨죠?”
레나는 거듭 강조하며 내 머리를 묶어 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재빨리 연무장 쪽으로 향했다.
언덕이 가팔랐지만 강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테오와 데온의 모습이 잘 보이는 수풀에 숨어 쪼그려 앉은 채로 수업을 훔쳐보았다.
예상대로 먼저 도착한 테오와 데온이 엘리엇 경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자칼 님이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둘을 지켜보았다.
“그럼 대련 준비.”
엘리엇 경이 말하자 테오와 데온이 목검을 세워 들며 소리쳤다.
아우우―!
우렁찬 늑대의 하울링이었다. 두 사람이 하울링 하자 주변에 있던 늑대들도 하나둘 목소리를 보탰다.
하울링이 메아리처럼 넓고 크게 퍼져나갔다. 그 흐름에 맞춰 나도 아주 작게 늑대의 하울링을 따라 해 보았다.
“냐우우웅―”
그러자 연무장에 있던 늑대들이 하울링을 뚝 멈추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