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3)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3화(3/153)
<3화>
“앗, 들렸어?”
“미안. 편하게 식사 계속해.”
테오와 데온은 목소리를 죽이고 다시 입 모양으로만 대화를 시작했다. 둘의 머릿속은 이미 딱한 아기 고양이 말랑손을 치료하고 보호해 줄 생각으로 가득했다.
“일단 손톱은 부러진 것 같으니 소독해야겠어. 이도 지금 보니 빠진 게 아니라 어디 부딪혀 깨진 것 같은데.”
“영양 상태도 안 좋아 보이고 말이야.”
“얘가 늑대 영토에서 괴롭힘당하지 않게 하려면 역시 늑대들의 우두머리인 아버지가 가족으로 인정해 주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말랑손을 우리 여동생으로 만들려면 어머니랑 아버지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아버지는 어머니가 좋다고 하시면 무조건 오케이잖아.”
남성 늑대들은 여성에게 충실한 것을 자랑거리로 삼는 존재였다. 설득해야 할 사람이 둘에서 하나로 줄어든 셈이었다.
“어머니도 키티아를 좋아하지 않을까? 이렇게 예쁜 에메랄드색 눈동자를 가졌는걸?”
“지금은 좀 꼬질꼬질하긴 하지만 풍성한 머리카락이나 말랑말랑한 손바닥도 분명 마음에 들어 하실 거야. 너도 어머니가 숨겨 두신 그 물건들, 본 적 있지?”
“그럼. 그런 걸 숨겨 두신 게 증거야. 어머니는 딸을 원하고 계신다고.”
테오와 데온은 키티를 여동생으로 만들기로 결심하곤 흐뭇한 얼굴을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담에 결국 키티는 뿅 튀어나온 고양이 귀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눈이 어느새 쫑긋한 고양이 귀에 닿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케 보세요?”
“응? 아냐. 너무 훌륭한 늑대 귀라.”
“원래 맛있는 걸 먹으면 이렇게 쫑긋거려?”
“다들 그렇지 않나요?”
“그으…… 럼. 그럼. 아기 늑대일 땐 다 그렇지. 너무 어릴 적 일이라 기억이 안 났나 봐.”
“역시 그런가요!”
키티는 해맑게 웃곤 디저트로 나온 푸딩을 오물거렸다. 데온의 시선이 키티의 귀 쪽을 뜨겁게 달구었다.
“데온 님. 제 머리에 뭐 묻었나요?”
“말랑손. 네 귀 한 번만 만져 봐도 돼?”
키티는 문득 웃는 낯으로만 상대를 대하면 만만해 보일 수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 일자리를 얻어야 하니 마냥 어리숙한 모습만 보일 수는 없었다.
“귀를 만지게 해 달라는 건 실례인걸요?”
키티는 어른스럽게 쏘아붙이며 새침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곧 허물어진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데온에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친절한 두 분께는 허락할게요.”
친절을 베풀어 준 감사 인사로 고양이 귀를 만지게 해 줄 생각이었다. 왜냐면……
쫑긋―!
“형, 미쳤어. 얼른 아빠 불러와. 한시바삐 우리 호적에 올린 다음 확정 도장 찍어야 돼.”
제 귀는 촉감이 무척 좋아 엄마도, 아빠도, 오빠도 수시로 쓰다듬어 주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키티는 은근한 뿌듯함을 느꼈다.
‘다들 좋아했으니까 늑대님들도 좋아하나 보다!’
키티의 마음속에 자부심 비슷한 것이 퐁퐁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테오 님두?”
“어어…….”
말랑―
“데온. 네 말이 옳다. 아버지 오시기 전에 호적부터 찾아 놓으면 일이 빠르게 진행되겠지.”
“아직 어려서 귀 끝에 솜털 돋은 것 좀 봐.”
“거기 누구 있나? 아버지께선 언제 도착하실 예정이지?”
“어머니께도 급한 일이 있으니 얼른 돌아와 달라고 전갈을 넣어 줘.”
둘은 생전 처음 접해 보는 아기 고양이의 귀여움에 어쩔 줄 모르고 앓는 소리만 흘렸다.
‘세상에 이런 귀여운 생명체가 있었다니!’
‘으……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가면 더 귀엽겠지?’
테오와 데온이 한참이나 귓가를 쓰다듬어 주는 바람에 키티의 몸은 금방 나른해졌다. 키티는 푸딩 스푼을 입에 문 채로 잠깐 테이블 위에 얼굴을 기댔다.
빗줄기 사이로 진창이 된 땅을 연일 걸어 다니느라 부르튼 발에 이제야 따뜻한 피가 도는 느낌이었다.
잠깐이라도 일자리를 얻게 되어 이런 안락한 곳에서 생활할 수 있다면 무척이나 행복할 것 같았다.
“저어, 그리드울프 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노곤해진 키티가 스푼을 문 채 웅얼거리자 용케 알아들은 테오가 답했다.
“자칼 그리드울프. 늑대들 중 제일 강하셔. 말투가 딱딱하고 표정이 무섭긴 하지만 여느 훌륭한 늑대들처럼 가족을 아끼시지. 표범들은 아버지 이름만 들어도 하얗게 질릴…….”
너도 하얗게 질렸구나, 키티.
테오는 물고 있던 티스푼도 떨구곤 바짝 몸을 움츠린 키티를 위해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하기로 했다.
“어, 어머니 얘기도 해 줄까? 카리스 그리드울프. 기사단장 출신의 멋진 늑대셔. 벽장에 여자아이들이 쓸 만한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모으고 계시고.”
“카리스 님께서요?”
“응. 우리가 우연히 발견했어. 그래서 생각했지. 어머니는 분명 딸을 원하고 계실 거라고.”
“딸을요?”
테오와 데온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응. 너는 갈 곳이 없고 어리니까 보호받아야 하잖아? 그러니 우리 가족이 되는 게 어때?”
“하녀로 들이기엔 넌 너무 어리고 늑대 영토에서는 우리 저택이 제일 안전할 것 같아서…… 아, 부모님이 반대하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어머니가 원하시면 아버지는 이미 허락하신 거나 다름없거든.”
키티는 무어라 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테오랑 데온 말대로 자칼 님이 입양해 주신다면 나는 안전할 거야. 하지만 내가 우리 가족을 잊어버리면 아무도 우리 엄마랑 아빠, 오빠를 기억하지 못할 텐데…….’
따뜻하고 안락한 곳에서 친절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호받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과 엄마와 아빠, 오빠를 떠난다는 미안함이 계속해서 충돌했다.
키티가 죄책감에 가슴이 아파 더욱 시무룩해질 무렵이었다.
아우우우―!
문지기 늑대가 목청껏 하울링을 했다. 가까이에서 늑대의 하울링을 듣는 것은 처음인지라 키티는 깜짝 놀랐다.
‘완전히 늑대 소리잖아!’
하울링 소리가 어찌나 큰지 동굴처럼 웅장한 그리드울프 저택 전체에 울리는 것 같았다.
테오와 데온은 겁을 먹은 키티를 담요째로 안아 들었다.
“가자, 키티. 그리드울프 님께 인사드리고 싶어 했잖아?”
“말랑손, 설마 늑대의 하울링을 듣고 겁먹은 건 아니지?”
“그럴 리가요! 저도 늑대인걸요!”
키티는 빽 소리쳤지만 다리가 오들오들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테오가 키티를 안은 채 이동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복도에 들어선 순간 키티는 헙 숨을 참았다. 저 멀리 보이는 남자의 황금색 눈동자에 몸이 덜컥 굳은 탓이었다.
‘저 사람이 자칼 그리드울프구나. 머리카락이랑 눈동자가 완전 늑대 색이다.’
자칼은 저택에 고용된 늑대들보다 훨씬 짙은 잿빛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본다면 흑발처럼 보여 그의 온기 없는 인상을 더욱 딱딱하게 만들어 줄 것이 뻔했다.
몸집은 어찌나 큰지, 발치에 치이기라도 했다간 멀리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키는 2미터에 육박했고, 몸은 근육으로 거대했다.
‘날 보고 계셔.’
이번에야말로 고양이라는 걸 들킬지도 모른다. 키티는 심장이 콩닥거려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테오는 긴히 할 말이 있다며 고용인들을 물렸고, 데온은 태연하게 인사를 건넸다.
“다녀오셨어요, 아버지?”
데온이 늑대 꼬리까지 꺼내 살랑살랑 흔들었지만 자칼의 표정은 조금도 풀어지지 않았다. 칼날처럼 매서운 눈동자가 테오가 든 담요에 꽂혔다.
“테오, 데온. 그 안에 든 솜뭉치는 뭐지?”
솜, 솜뭉치! 지금은 인간 모습인데!
키티는 자존심에 타격을 받았지만 조금도 티 내지 못했다.
“말랑손이 아버지께 인사드리고 싶다고 해서요.”
데온이 바나나 껍질을 벗기듯 담요를 아래로 내리며 능청스레 웃었다. 빼꼼 고개를 내민 키티는 위압감에 꼴깍 침을 삼키고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안, 안녕하세요오…….”
그러자 자칼의 미간이 작게 구겨졌다. 미간이 구겨지니 꽤 험악한 인상이었으나 키티는 용기를 내 덜덜 떨리는 팔을 쭉 뻗었다.
“저는 어리지만 씩씩한 늑대 키티아라구 해요. 그리드울프 님께서 가족이 없는 불쌍한 늑대들을 위해 일자리를 마련해 주신다구 들어서…….”
자칼은 폭풍 속의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키티의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맞잡았다.
말랑―
키티가 가볍게 맞잡은 손을 흔들자 줄곧 살벌하기만 하던 자칼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왜 내 손을 안 놓아주시지?’
키티는 자칼을 조심스레 올려다보았다.
그는 한참이나 말없이 제 손을 붙잡고 있었는데, 미묘하게 굳은 표정으로 보나 뾰족해진 분위기로 보나 반가움의 표현은 아닌 것 같았다.
“저어, 그리드울프 니임……?”
“아버지. 마음에 드신 건 알겠지만 키티아 손을 그만 놔주세요.”
데온이 끼어들었다. 키티는 자칼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나 무서운 얼굴을 하는데?’
하지만 자칼은 순순히 키티의 손을 놓아주었다. 고양이의 뼈 정도는 간단히 부러뜨릴 수 있을 것처럼 커다란 손이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벌어졌다.
“일을 하기엔 어리고 깡말랐군.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작은 동물들의 영토에 안락한 가정집을 마련해 주지. 늑대의 영토에 머물기에는 너무 작고 약한 고…….”
“하지만 말랑손은 늑대라 작은 동물의 영토에는 들어갈 수 없어요.”
“그럼요. 지금은 아기 늑대라 이렇게 귀엽고 말랑말랑하지만 다 자라면 어마어마하게 무서울 테니까. 작은 동물들에게 위협이 될 거예요.”
데온과 테온이 빠르게 말했다.
늑대? 자칼은 헛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한동안 어이없어했다. 차가운 황금색 눈동자가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자 키티는 있는 힘껏 귀에 힘을 주었다.
쫑긋―
“……늑대군. 지금 보니.”
자칼이 인정하자 두 늑대 도련님과 키티가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테오는 키티를 감싼 담요를 바짝 추켜올리며 말했다.
“아버지. 이 연약하고 불쌍한 아기 늑대를 우리 집 호적에 올리면 보호해 줄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어머니가 딸을 원하고 있다는 거, 아시죠?”
자칼은 테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내 아내는 어린 여자아이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아.”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데 단칼에 거절하다니. 키티는 가슴 깊은 곳이 아리는 느낌을 받았지만, 약한 모습을 보였다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 애써 참았다.
데온이 후다닥 다가와 담요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어머니가 여자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은 하지 마세요. 아버지도 어머니가 숨겨 두신 물건들을 보셨을 것 아니에요?”
“대체 뭘 보고 내 아내가 딸을 원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군.”
“벽장 가득 여자애들 물건이 숨겨져 있었어요. 딸랑이부터 유모차, 작은 원피스랑 구두까지! 지금 달려가서 가져올 수도 있어요.”
테온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하자 자칼의 얼굴에서 온기가 사라졌다. 키티는 겁을 먹고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리드울프 부인께선 여자아이를 많이 싫어하시나 봐.’
제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니 가슴이 욱신거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한다면서 내쫓으시면 어떡하지? 늑대들은 여성의 말을 따르는 성향이 있다고 했는데.’
키티는 캄캄해진 앞날을 걱정하느라 카리스 그리드울프가 귀환했다는 외침을 듣지 못했다. 한숨을 폭 내쉴 즈음 이불이 쑥 잡아당겨졌다.
“힉!”
키티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긴 속눈썹 사이로 붉은빛이 도는 황금색 눈동자가 저를 훑어보고 있었다.
잿빛의 긴 생머리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해서 창밖의 달빛이 고스란히 담겼다. 엉망이 된 제 머리카락을 숨기고 싶어지는 아름다운 머릿결이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인상이었지만 새빨간 입술과 손톱 때문에 살벌한 이미지가 더해졌다.
게다가 이 싸늘한 눈빛이란. 고통을 참는 것처럼 카리스의 미간에는 주름까지 생겼다. 키티는 그녀가 정말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어떡해.’
덜컥 굳은 키티는 테오에게 바닥에 내려 달라고 속삭였다. 제 발로 서서 올려다보니 카리스가 더욱 까칠하게 보였다.
붉은 입술이 나긋하게 열리더니 요염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여자아이가 내 저택에 있지?”
고저 없는 건조한 물음. 주변이 일순간 싸해지자 키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