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30)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30화(30/153)
<30화>
늑대들이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를 나눌 무렵, 키티는 어디선가 풍겨 오는 달콤한 냄새를 감지했다.
주방에서 만든 요리들과는 확연히 다른, 조금 더 본능을 자극하는 냄새였다.
‘어디서 나는 거지?’
키티는 기지개도 켤 겸 테오의 등에서 내려왔다. 심각한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세 늑대는 키티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키티는 매혹적인 냄새를 따라 총총총총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자 식물의 군락이 그녀를 반겼다.
‘풀에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키티는 확인차 허리를 숙여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 순간.
펑―!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며 순식간에 동물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당황할 틈은 없었다. 캣닢에 파묻힌 키티는 몸이 한없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우웅…… 조오타.”
키티는 맥 풀린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뒹굴거렸다. 네 개의 솜방망이가 캣닢을 건드릴 때마다 더 진한 향이 풍기며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거지이!”
키티는 뽀얗고 보드라운 털이 풍성하게 돋은 배를 까고 발랑 드러누워 허우적거렸다. 그러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식물의 잎을 양껏 물어뜯으려 할 때였다.
“이놈의 아기 늑대가 잠깐 한눈판 사이에 뭘 하는 거야!”
놀라 소리친 데온이 캣닢에 파묻혀 있던 키티를 건져 올렸다. 축 늘어진 키티를 흔드니 캣닢 향이 폴폴 풍겼다.
“이거 완전히 취했는데.”
이든이 혀를 찼다. 세 늑대는 일단 캣닢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 뒤, 하울링으로 저택의 주치의를 불렀다.
“그동안 얼른 키티를 진정시키자.”
“맞아. 말랑손이 이렇게 된 걸 들키면 어머니랑 아버지가 혼내실걸.”
키티가 파묻힌 게 독초가 아니라 캣닢인 게 천만다행이었다.
저택 외곽에 심은 캣닢은 표범들을 행동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몸에 해가 되는 성분은 없었다.
“난 몰라.”
테오와 데온이 슬쩍 빠지려는 이든을 붙잡았다. 이든은 한숨을 쉬며 고주망태가 된 키티를 살폈다.
“아웅, 쪼금만 더어…….”
키티는 분홍색 젤리가 박힌 발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더 많은 캣닢을 갈구하고 있었다.
테오가 해독 기능이 있는 들풀을 뜯어 눈앞에서 흔들었지만 쌀알 같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화를 낼 뿐이었다.
“말랑손 이거, 취하면 완전 양아치네.”
“취하면 개가 되는 걸 보니 늑대 다 됐어.”
데온이 킥킥 웃으며 키티의 말랑손을 주물러 주었다. 문득 엘리엇에게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테오. 엘리엇 경이 그랬잖아. 어른들은 술에 취하면 진심을 말하게 된다고.”
“캣닢에 취한 키티도 그럴까?”
철없는 두 늑대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둘은 능글맞은 목소리로 물었다.
“키티. 테오 오라버니가 좋아, 데온 오라버니가 좋아?”
“우웅…… 두 분 모두 친절하셔서 조아요.”
두 늑대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든은 사심을 채우는 둘을 보며 혀를 츳 찼다.
“우리 아버지가 술 취한 놈들은 이렇게 깨우는 거랬어.”
이든이 키티를 번쩍 들었다. 근처에 개울물이 있으니 첨벙 담갔다 뺄 생각이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물소리를 들은 키티가 깜짝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냠―!
“……!”
키티에게 손을 물려 버린 이든은 저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표범들에게도 물린 적이 없건만. 만취한 솜 뭉치에게 물리니 정신이 멍해졌다.
“으으.”
게다가 키티는 무척 맛없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오만상을 찌푸렸다. 뒤에 서 있던 테오와 데온이 킥킥대며 웃었다.
이든의 이마에 빠직 힘줄이 솟아올랐다.
“키티아 그리드울프. 장난하나?”
“이든 니임…….”
키티는 언제 이든을 깨물었냐는 듯 잇자국이 남은 손에 얼굴을 비비적댔다. 말랑말랑한 귀가 이든의 손을 톡톡 건드렸다.
“쪼금만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 힝…….”
“내가 왜?”
“그야 저느은 이든 님의 첫 제자인걸요? 하암…… 저를 소중히 대해 주셔야 해요.”
키티는 이든의 바짓단에 작고 폭신폭신한 몸을 비비적대다 이든의 구두에 자리 잡고 드러누웠다. 나름의 친밀감 표시였다.
덕분에 전혀 늑대 색이라고 할 수 없는 뽀얀 털이 이든의 검은 바지에 수북하게 달라붙었다.
그럼에도 이든은 왜인지 팔자 좋게 늘어진 키티를 걷어찰 수 없었다.
“미안, 이든. 우리 막내가 많이 취했나 봐.”
“얼른 치워 줄게.”
테오와 데온은 잠든 키티를 조심조심 안아 외투에 싸매며 입 모양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키티는 나중에 남자랑 술 마시면 안 되겠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게 해야지. 저것 좀 봐.”
형제는 천하의 이든이 입술을 꼭 맞문 채 제 구두코를 멍하니 내려다보는 모습을 똑똑히 눈에 담았다.
그의 반짝이는 구두코에는 키티가 남긴 작은 말랑손 자국이 찍혀 있었다.
“아휴, 어떻게 키티는 취해도 이렇게 귀엽냐…….”
“과로라니까, 정말.”
형제는 행복해하며 잠든 키티를 간질였다. 키티의 분홍색 코가 찡긋거릴 때마다 마음속에서 따스한 것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테오, 데온, 이든.”
“헉…….”
카리스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카리스는 함께 언덕을 오르던 주치의를 앞질러 테오와 데온의 옆에 앉았다.
축 늘어진 키티를 보자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져나갔다.
“이게 무슨…… 무슨 일이니?”
“앗, 어머니. 이건 그냥…….”
“말랑손이 캣닢 때문에 취해 버렸어요.”
“뭐?”
방금까지만 해도 억장이 무너지는 듯하던 카리스는 매서운 눈으로 아들들을 추궁했다. 갑자기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하울링을 해 독사에라도 물린 줄 알았건만.
“이든, 너도 이리 오렴.”
“……네.”
키티를 품에 받아 안은 카리스가 세 꼬마 늑대들을 향해 엄한 눈빛을 보낼 때였다.
“애옹―!”
키티가 요란한 울음소리와 함께 깨어났다. 저가 카리스의 품에 있다는 걸 깨달은 고양이의 눈빛이 한없이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카리스 니임!”
“그래.”
“제 야옹춤을 보시게써요?”
“……?”
“읏차!”
키티는 카리스의 무릎을 밟고 두 뒷다리로 일어났다. 그대로 귀와 꼬리, 양 말랑손을 살랑거리며 정체 모를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꼭 물 위를 동동 떠다니는 하얀 밀가루 반죽처럼 보였다.
“호잇, 호이짜!”
키티가 이상한 기합을 넣으며 야옹춤을 추는 6초 동안 굳어 있던 카리스의 표정이 사르르 풀어졌다.
키티는 헤헤 웃으며 분홍색 코를 카리스의 얼굴에 비비적댔다.
“카리스 님이 웃으시면 저두 행복해져요.”
“어머, 아가…….”
카리스는 키티의 분홍 콧잔등에 입을 맞춰 준 다음 소중히 끌어안았다. 키티는 그제야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주치의들은 카리스의 품에 안긴 키티를 진찰하다 미간을 찌푸렸다.
“마님, 조금 이상한데요? 저택의 언덕에 심은 캣닢 냄새를 맡았다면 이렇게 멀쩡할 리가 없는데.”
“지금쯤 근육에 힘을 주지 못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가씨는…….”
키티가 뒷다리로만 서 무려 6초 동안이나 야옹춤을 추는 광경을 목격했으니 주치의들이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했다.
카리스는 키티를 끌어안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명했다.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지. 그리고 너희 셋.”
카리스는 무의식적으로 기사단장이던 시절처럼 배에 힘을 주고 말했다. 테오와 데온, 이든은 그 목소리에 얼어붙었다.
“내일 밤까지 반성문을 써 오거라.”
“네에…….”
세 꼬마 늑대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 * *
“이게 저택에 심은 개량 캣닢의 실험 보고서고, 이게 키티아 아가씨를 진찰한 주치의의 소견서입니다.”
늦은 밤. 엘리엇이 자칼의 집무실에 들어서 보고했다. 단순히 낮에 일어난 캣닢 사건의 보고라고 하기엔 사위가 무거웠다.
자칼의 금빛 눈동자가 문장 하나하나를 날카롭게 뜯어 보았다.
“내 막내딸의 치유력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군.”
“그렇습니다. 주치의들도 처음엔 아가씨가 적은 양의 캣닢에 노출된 게 아닌가 하더군요. 하지만…….”
자칼은 그 아래 첨부된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캣닢은 표범 놈들의 저택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설치한 덫이니만큼 강력하게 개량되어 있었다.
아주 소량만 들이마셨다고 해도 나흘은 만취한 상태로 지내야 하건만.
‘캣닢에 노출된 지 고작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대부분 회복되었다고?’
이건 단순히 회복력이 뛰어나다는 표현으로 넘길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자칼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이런저런 가정을 해 보다 엘리엇에게 명했다.
“엘리엇. 가서 여우 소대의 클리드 폭스타인을 데려오도록.”
“알겠습니다.”
머지않아 클리드가 도착했다. 비몽사몽하던 소년은 자칼의 굳은 얼굴을 보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자칼 님.”
“아, 그래. 네게 물을 것이 있다. 최근 내 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지.”
클리드는 어이가 없어 잠시 멍해졌다. 고작 그런 것을 질문하려 한창 클 나이의 성장기 소년을 깨워 불렀단 말인가.
‘임시 입양이라더니 늑대들 집착이란.’
하지만 얹혀사는 신세이니 집주인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여우 특유의 유들유들한 말투가 나왔다.
“워낙 귀여우시니 말입니다.”
“내 딸에게 접근하는 이유가 호감뿐인가?”
“…….”
“클리드. 여우들 중에서도 가장 마력에 예민한 너라면 뭔가를 눈치채고 행동한 거겠지.”
“글쎄요. 딱히 눈치챘다기보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상태니까요. 자칼 님이야말로 뭔가 알고 입양하신 것 아니었습니까?”
“네 선조들이 이와 관련하여 남긴 무언가가 있는지 묻고 싶군.”
클리드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의 눈동자에 붉은 마력이 안개처럼 일렁였다.
여우 가문의 가주들이 대대로 이어받는 능력, 마나 레코드였다.
클리드처럼 가문의 후계자로 계승을 마친 여우들은 선대 가주들이 마력으로 정신세계에 새겨 둔 기록들을 엿볼 수 있었다.
자칼이 열 살배기 꼬마인 클리드를 불러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쓰는 거라 잘될지…… 오.”
클리드는 자칼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읽어 내리듯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였다.
잠시 후, 눈동자의 홍염이 걷히며 클리드의 눈동자가 가느스름하게 휘었다.
독이나 저주 등의 상태 이상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경우에 대한 기록을 발견한 덕이었다.
[수인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마력으로는 독이나 저주를 빠르게 해독할 수 없다. 하지만 여신의 성유물을 지키던 수인들은 치유력이 놀라울 정도로 상승했다. 우리는 그 이유를…….]“자칼 님, 이거 아무래도 대단한 걸 입양하신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