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31)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31화(31/153)
<31화>
클리드의 말을 들은 자칼은 관자놀이를 느리게 문질렀다.
가족사를 전해 들었을 때부터 키티아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카루스는 블루문의 광기에 지배당하지 않는 여신의 고양이들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이름이었으니.
게다가 키티아는 자신에게 특별한 힘이 있다고 제 입으로 말하기까지 했다. 그 힘의 정체는 스스로도 모르는 것 같았지만.
“이카루스들이 죽었을 때 키티에게 힘의 일부가 넘어간 건가?”
“지금으로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아가씨와 블루문 사이의 연결고리는 그뿐일 테니.”
클리드가 답했다. 자칼은 쉬이 이 문제를 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카루스들의 능력은 맏아이에게만 대물림되는 걸로 아는데.”
“마나 레코드에도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의 놀라운 회복 능력은 성유물과 관련된 특별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 것 같네요.”
모조 블루문을 보고도 인상을 찡그리지 않을 때부터 알아보았지만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니.
수인들의 힘이 죽음의 순간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물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의아한 일이었다.
‘키티는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죽음을 목격하지 못한 것 같던데.’
하지만 지금은 어쩌다 혈연을 타고 힘이 대물림되었다고 보는 편이 가장 합리적이었다.
자칼은 집무실 서랍에 넣어 둔 모조 블루문을 꺼내 보았다. 특수 제작한 상자에 들어 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마력에 예민한 여우들은 금방 광기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 그것 좀 치워 주시죠?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데.”
“내 딸은 이걸 보고 따스한 기운이 풍긴다고 하더군.”
“……정말 어려운 고양이를 임시로 들이셨네요.”
자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옷을 맞출 때 가짜 보석을 파는 직원이 침투한 것으로 보아 표범 세력에서는 이미 키티를 노리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지고 다니는 모조 블루문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호위를 붙여 둘 필요가 있었다.
“클리드 폭스타인. 당분간 모조 블루문을 지닌 자들로부터 내 딸을 호위하며 마력 흐름을 관찰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가씨는 흥미가 생기는 대상이니까요.”
어쩌면 붙잡힌 여우들을 구해 낼 단서를 찾을 수도 있고. 클리드의 눈가가 가느스름하게 휘었다.
자칼은 그 미소를 보며 몇 마디를 더했다.
“이성으로서 호감은 갖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손바닥을 만질 생각도 하지 마. 고양이 귀와 꼬리도 안 된다.”
“네, 뭐…….”
“세 마디 이상 말을 걸지도 마라. 늑대로 대우해 주고.”
“…….”
“그냥 바라보지 마. 하늘과 땅만 보고 걷도록.”
“아니, 그럼 호위는 왜 붙입니까?”
“블루문을 감지하는 즉시 키티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네 일이다.”
“화살받이 역할을 하란 말씀, 잘 알아들었습니다.”
클리드는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늑대들의 집착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클리드가 방을 나서자, 자칼은 엘리엇에게 조용히 명했다.
“고양이들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제리안이라는 자에 대해 조사해 보도록.”
그의 예리한 직감은 키티에게 더 큰 비밀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 * *
“아우웅…….”
“키티, 괜찮니?”
머리 위에서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눈을 끔뻑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머리가 띠잉 울리다가 이내 진정되었다.
카리스 님이 웃음을 꾹 참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계셨다.
“숙취가 있는 모양이구나, 아가.”
“…….”
새록새록 어제의 일이 기억나 볼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고양이 모습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빨갛게 익었겠지?
카리스 님은 내 말랑손을 정성껏 마사지해 주신 다음 주치의를 부르셨다. 나는 재빨리 사람 모습으로 돌아왔다.
진찰을 마친 주치의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제도 놀라운 결과였지만 오늘은 더 대단합니다.”
“평범한 아기 고…… 아니, 아기 늑대의 치유력이라곤 믿을 수 없어요.”
내 몸에서 캣닢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어제 이든의 손을 깨문 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아, 오늘 수업이 있는데.
꼭 그게 아니더라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가 캣닢에 취했다는 건 큰 문제였다. 고양이라서 캣닢에 취했다고 생각하실 테니까.
‘방을 나가면 내가 고양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게 아닐까.’
나는 간절한 눈으로 카리스 님을 바라보았다. 뜻을 오해한 카리스 님은 내게 아침을 배불리 먹여 주셨다.
“아기 늑대들은 종종 캣닢에 취하곤 하지. 너무 상심하지 마렴.”
“앗…… 그런가요?”
한 줄기 햇살을 발견한 나는 힘을 줘 귀를 쫑긋하게 세웠다.
“그래. 다음부턴 캣닢 근처에 가지 말고.”
“죄송해요. 앞으론 달콤한 냄새가 나도 그쪽으로 향하지 않을게요.”
나는 방에 들러 옷을 갈아입은 뒤 터덜터덜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러자 의외의 인물이 나를 반겼다.
“아가씨, 어제 많이 취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클리드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하며 내게 우유 한 잔을 내밀었다.
“꿀을 넣고 데운 우유입니다. 아직 따뜻하고요.”
“클리드…….”
클리드가 내게 슬그머니 간식을 가져다준 건 여러 번이었지만 이번이 제일 감동적이었다. 나는 따뜻한 우유로 속을 달랬다.
클리드는 빈 컵을 받아 들며 웃었다.
“자칼 님께서 제게 아가씨의 호위를 명하셨습니다.”
“오늘부터?”
“네. 아주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클리드가 짓는 웃음은 속에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인상을 팍팍 주었지만, 자칼 님이 붙이셨다면 나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내가 또 캣닢에 취할까 봐 걱정되셨나?’
하긴, 또 달콤한 냄새가 풍겨 오면 의지와 상관없이 그쪽으로 달려갈지도 모르니까…….
나는 고개를 휘휘 젓고 내 쪽으로 다가오는 엘리엇 경께 인사했다. 엘리엇 경도 날 보며 픽 웃었다.
“아가씨, 소문 다 들었습니다. 큰 실수를 하셨다던데.”
“하아…….”
이든을 깨문 일이 생각나 한숨이 폭 나왔다. 나는 엘리엇 경을 향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싸부님. 상대 늑대에게 호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쪼금 어른스러운 방법을 알려 주셔쓰면 해요.”
그래야 이든이 내가 고양이라고 놀리지 않을 테니까.
엘리엇 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지난 질문을 듣고 결심했습니다. 아가씨의 곤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기로요. 제 직장은 소중하거든요.”
“하지만…… 싸부님만큼 든든하구 멋진 늑대가 답해 주신다면 무척 도움이 될 거예요.”
이든도 엘리엇 경은 꽤 존중하는 것 같았으니까. 나는 엘리엇 경을 향해 살랑살랑 아부를 떨었다.
“게다가 싸부님은 제일 잘생긴 늑대자나요?”
이든과 달리 엘리엇 경의 어깨는 금방 으쓱해졌다.
“이것 참…… 아가씨의 시력이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사실을 말씀하시니 조금 민망하네요.”
전혀 안 민망한 것 같은 얼굴로 엘리엇 경이 말을 이었다.
“이성 늑대에게 호감을 얻는 방법이라. 간단히 보여 드리자면 이렇게 하는 겁니다.”
엘리엇 경은 허공을 그윽한 눈빛으로 응시하더니, 눈썹을 한번 으쓱했다.
“저어, 그게 끝인가요?”
“네. 상대도 제게 호감이 있다면 이걸로 끝이지요.”
“나머지는요?”
“나머지는 얼굴이 하는 겁니다.”
“아하…….”
나는 머릿속에 있는 늑대처럼 말하기 사전에 엘리엇 경의 말을 차곡차곡 받아 적었다.
앞으로 매일 훈련할 때마다 하나씩 여쭤봐야지.
“그럼 자칼 님이랑 카리스 님두 눈썹을 으쓱하다 결혼하신 걸까요?”
“아, 두 분 결혼 경위를 아가씨께 말씀드렸다간 제가 정말 잘릴 것 같아서…….”
“오라버니들이 엘리엇 경 복근을 보고 우둘투둘 단단해 보이는 게 꼭 거북이 등껍질 같다구 해써요.”
“이것 참, 도련님들도 관찰력이 훌륭하시다니까…….”
“백 년 산 거북이라던걸요?”
“도련님들께서 생물 수업을 잘 듣고 계신 모양이군요. 카리스 님과 자칼 님은 사고…… 읍.”
“사고?”
두 분께서 사고를 같이 겪고 친해지셨나 봐.
“어떤 사고였나요?”
“뭐, 일종의 접촉 사고라고 할 수 있죠. 이제 그만 수업합시다.”
날이 쌀쌀한데도 엘리엇 경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
자칼 님과 카리스 님이 어떤 사고를 겪으셨는지 궁금했지만 나는 열심히 무술 수업을 따라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든이 공부를 가르쳐 주는 오후 수업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수업을 모두 마쳐 갈 즈음, 클리드가 내 쪽으로 다가와 보고했다.
“아가씨. 위비스가의 도련님이 오셨습니다.”
“선생님이?”
나한테 냠 당한 게 얼마나 화가 났으면 이 먼 곳까지 왔을까.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었기에 나는 우물쭈물 이든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든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덜 아프댔어. 나는 소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든 님, 죄송해요오…… 분이 풀리실 때까지 저를 마구 깨무셔도 조아요.”
“…….”
“어, 어디든 마음껏!”
바짝 긴장해 아기 양처럼 떨리는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이든은 그대로 내게 손을 쭉 뻗었다.
꿀밤을 먹이려는 걸까? 나는 양손을 꼭 모으고 눈을 질끈 감았다. 겁을 먹은 탓에 고양이 귀가 뿅 튀어나왔다.
하지만 아픈 느낌은 들지 않았다.
쓰담쓰담―
이든은 내 고양이 귀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얼굴은 다른 곳을 향해 있어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꽤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저어, 선생님?”
“왜.”
“깨물지 않으실 건가요?”
“나중에.”
그렇게 말하는 이든의 목소리가 조금 나직해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를 꼴 보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도 볼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그나저나 넌 나만 보면 왜 그렇게 겁먹어? 내가 내 제자를 때리기라도 할 줄 알았어?”
이든은 나를 계속해서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 제자’라는 말을 들으니 문득 테오와 데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든이 너랑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할 여지를 주면 안 돼. 알았지? 그럼 네게 집착할지도 몰라.”
설마 이거…….
나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이든에게 물었다.
“이게 늑대 집착인가요?”
이든은 픽 웃으며 즉시 답했다.
“아닌데?”
“앗, 아니군요. 역시 어려워요.”
“넌 내 말은 다 믿어?”
“그야 선생님은 똑똑하시자나요?”
즐거운 듯 이든의 눈매가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나한테만 물어.”
“저두 언젠간 늑대 집착을 알 수 있겠죠?”
“어. 넌 내 제자니까 내가 가르쳐 줄게. 다른 놈들 집착은 알 필요 없어, 키티아.”
캣닢에 취해 친절하게 굴어 달라고 한 게 효과가 있었던 걸까. 이든의 말투가 조금 상냥해진 것 같았다.
멀리서 클리드가 헤헤 웃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