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37)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37화(37/153)
<37화>
시그마는 제 머릿속에 있는 모든 지식들을 동원해 키티의 반응을 해석했다.
‘저 거리라면 분명 블루문의 광기에 노출되었을 텐데?’
그렇다면 그리드울프 영애가 보여야 할 반응은 고통스러워하거나 면역 때문에 아무렇지 않아 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런데 광기를 즐기는 고양이라니…… 들어 본 적도 없어.’
시그마의 몸이 한차례 부르르 떨렸다. 음습한 연구실에 숨어 수인들을 해부하던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희열이 느껴졌다.
“그리드울프 부부가 평범한 고양이를 입양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시그마는 위험한 웃음을 흘리며 보고를 위해 표범의 영토로 돌아갔다. 여우 수인들의 목숨은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오직 그들이 납치해 올 귀여운 고양이에만 신경이 쏠려 있을 뿐.
화색 눈동자는 끝까지 키티를 향해 있었다.
* * *
“미약하긴 하지만 광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클리드가 엘리엇에게 보고했다. 엘리엇은 들고 있던 선물 상자들을 부관에게 모두 넘긴 후 눈짓으로 지시를 시작했다.
모종의 장치로 냄새를 감춘 수인들이 다가오고 있으니 경계를 강화하라는 뜻이었다.
‘아가씨는 아직 어린 데다 늑대보다 마력에 민감한 고양이이니 작은 광기에도 어떻게 될지 몰라.’
키티는 몸집이 작아 광기에 사로잡힌대도 제압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곧 수상한 자들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엘리엇이 공격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키티가 팔을 쭉 뻗으며 행복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꺄―! 갑자기 기분이 너무 조아요!”
“……?”
광기가 즐겁다니. 엘리엇은 당황했다. 그러나 키티를 향해 서서히 접근하던 사내들은 더 당황한 것도 같았다.
엘리엇은 적들이 넋이 나간 틈을 타 재빨리 말했다.
“제압하라.”
“네!”
테오와 데온이 키티를 감싸고 몸을 웅크렸다. 그러는 사이 늑대 기사들이 수상한 기척의 사내들을 모두 잡아냈다.
마력을 일으켜 그들의 마법을 강제로 해제한 클리드는 곧 표정을 돌처럼 굳혔다.
“……너희, 여우인가?”
“크르르르!”
로브를 벗기자 여우 수인 특유의 금발이 드러났다. 클리드만큼 황금빛은 아니었으나 분명 여우 수인들의 특징이었다.
“같은 여우 수인이라 편 들어 줄 생각 말고 물러나. 눈을 보니 지배당하는 것 같다.”
이든이 클리드의 어깨를 붙잡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키티는 여전히 테오와 데온에게 둘러싸여 몸을 꼭 웅크린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구십구, 구십팔…… 앗, 그다음이 뭐죠?”
“구십 칠.”
“구십 칠…….”
“이제 일어나도 돼, 말랑손.”
키티는 백부터 거꾸로 세는 것을 연습하겠노라 다짐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창백하게 질린 채 몸을 떠는 클리드가 보였다. 테오가 혀를 차며 키티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블루문에 당한 여우 수인이 우리 키티를 공격하려다 실패한 모양이야.”
여우들은 늑대 기사들에게 제압당한 지금도 키티를 보며 그르릉거렸다.
시그마가 세뇌한 목표물이 눈앞에 있으니 자의와는 상관없이 사냥 본능이 일어났다.
엘리엇은 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놈들을 기절시켜. 허튼짓을 하려 한다면 다리를 부러뜨려도 좋다.”
이성을 잃은 여우 수인들이 늑대들에게 무참히 짓밟혔다. 클리드는 이를 으득 갈며 주먹을 꽉 쥐었다.
늑대들은 손날로 여우 수인들의 목뒤를 쳐 하나하나 기절시켰다.
클리드가 차마 동족을 공격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아직 제압당하지 않은 여우 수인이 키티를 번쩍 들어 올려 전속력으로 달렸다.
“꺅!”
“키티!”
“아가씨!”
여우 수인이 버둥거리는 키티를 꽉 잡고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얌전히 있어.”
“시러요!”
키티가 있는 힘껏 버둥거리는 바람에 여우 수인은 점점 균형을 잃었다. 그리드울프의 기사들이 동시에 높은 곳으로 도약했다.
여우 수인은 마력을 이용해 공중에 머무르며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발밑으로 상가가 서서히 멀어지는 것을 본 키티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여우 수인이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네가 도둑고양이의 딸이라는 걸 알고 있어. 음식을 훔쳐 먹고 영토 밖으로 쫓겨났다고 하던데?”
“……!”
“고양이가 하울링이라도 하게?”
키티는 움찔했다. 분명 자신의 하울링은 늑대들이 하는 것에 비하면 형편없었다. 수업 때도 잘한다는 칭찬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가만히 있으면 잡아갈 거자나!”
냐우우우―!
키티가 목청껏 소리치자 여우 수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뒤늦게 키티의 입을 막으려던 그의 몸이 순간 바닥으로 훅 가라앉았다.
쾅―!
거대한 인영이 붕 날아올라 여우 수인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동시에 누군가가 키티의 몸을 부드럽게 받아 안았다.
키티는 저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 누구의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카리스 님?”
“아가, 훌륭한 하울링이었어.”
“……!”
“네가 우릴 멋지게 불러 준 덕에 구하러 올 수 있었단다.”
뿌듯함을 느낀 키티의 고양이 귀가 쫑긋하게 드러났다. 납치될 때 모자를 잃어버린 탓이었다.
바닥에 내리꽂힌 여우 수인의 몸 위로 번지던 먼지구름이 걷혔다.
자칼은 완벽하게 포박한 여우 수인을 한 손으로 든 채 키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곱 살이 되니 하울링도 우렁차졌군.”
“히익! 자칼 님 머리가…….”
제리안이 늘 데리고 다니던 우락부락한 고양이들과 똑같은 헤어스타일이었다. 못이 박힌 각목까지 들고 있었더라면 똑같았을 것이다.
“조금 잘랐다. 무섭나?”
“…….”
키티는 겁에 질린 표정이 된 줄도 모르고 고개를 저었다. 자칼은 쓰게 웃었다.
늑대 기사들과 마차도 금방 키티를 뒤따라왔다. 테오와 데온이 한달음에 달려와 키티를 끌어안았다.
“키티, 괜찮아?”
“말랑손, 어디 다친 덴?”
키티는 고개를 살살 저었다. 조금 부족한 하울링에도 늑대들이 우르르 구하러 와 줬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물론 가장 안도하는 건 경호의 총 책임자였던 엘리엇이었다.
“아이고, 아가씨. 하울링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작고 소중한 월급이 끊어지지 않겠어요.”
“……?”
“여우들을 제대로 심문해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엘리엇이 말했다.
그제야 키티는 납치당하느라 잊고 있었던 여우 수인의 말을 떠올렸다.
“네가 도둑고양이의 딸이라는 걸 알고 있어. 음식을 훔쳐 먹고 영토 밖으로 쫓겨났다고 하던데?”
키티는 머리가 멍해져 다리에 힘이 풀렸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했다.
머릿속엔 초점 없는 여우 수인의 눈과 서서히 어두워지는 그리드울프 부부의 얼굴이 동시에 떠올랐다.
날카로운 다섯 글자가 키티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도둑고양이.
‘아냐, 우리 엄마는…….’
배가 고팠을 뿐이다. 배 속에 있는 꼬물이들 몫까지 먹었어야 하니까.
그래서 제리안의 식량 창고에 손을 댔다.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
역시 사실대로 말해야 할까. 여우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사실을 알게 되는 것보다 내가 먼저 말씀드리는 게 좋겠지.
하지만 그랬다간 저택에서 쫓겨날지도 몰랐다. 손버릇이 좋지 않은 고양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
키티가 우물거리던 그때 카리스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멋진 늑대 털 장식이 달린 망토였다.
“키티, 많이 놀란 것 같으니 선물을 미리 주마.”
“이건…….”
“줄곧 늑대 털 장식을 가지고 싶어 했잖니?”
키티는 눈에 띄게 짧아진 자칼의 머리카락과 포근하게 제 몸을 감싸는 망토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카리스와 자칼이 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열심히 선물을 준비했다고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저택에서 쫓겨날지언정 이런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저어, 카리스 니임…….”
키티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황한 카리스는 키티를 꼭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아가, 선물이 마음에 안 드니?”
“그런 게 아니라 드릴 말씀이 이써요.”
키티는 카리스의 품에서 훌쩍이며 짧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랑하는 엄마가 다른 사람의 음식을 훔쳐 먹었다고 고백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엄마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제리안의 식량 창고에서 훔쳐 온 음식을 나눠 먹었으니 저도 떳떳하진 못했다.
도둑질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엄마 배 속엔 꼬물이들이 이써서…… 흡, 엄마는…….”
키티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구슬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엄마는 고양이여써요. 저두…… 저희 아빠랑 오빠두 다……. 하지만 도둑질을 숨기려구 늑대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에요…… 정말루…….”
키티는 한 글자 한 글자를 힘겹게 말했다. 늑대들의 반응이 무서워 눈을 꼭 감은 채였다.
하지만 이대로 쫓겨난다고 해도 친절하고 상냥한 늑대들에게 더 이상 거짓말을 하긴 싫었다. 가족을 위한 복수를 준비하기 위해 가족을 꾸며낼 수도 없었고.
“키티.”
카리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키티의 이름을 부른 뒤 꼭 안아 주었다. 어떤 거짓말도 괜찮다는 듯 온몸을 감싸는 온기에 키티의 훌쩍임도 조금 잦아들었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된단다.”
“…….”
“우리가 널 입양한 건 네가 아기 늑대이기 때문이 아니야.”
카리스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키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날 네가 힘든 몸을 이끌고 우리에게 찾아와줬기 때문에 널 임시 입양하기로 한 거란다.”
“아…….”
카리스는 키티를 찬찬히 토닥여 주며 말을 이었다.
“키티의 어머니 일도 괜찮단다. 부모는 원래 새끼를 지키기 위해선 어떤 일이든 하는 법이야. 키티의 엄마도, 나도…….”
카리스의 눈시울도 키티 못지않게 붉어졌다. 카리스는 제게 말하듯 조곤조곤 설명했다.
“지켜야 할 게 있는데 상황이 따라 주지 않았을 뿐이란다.”
“…….”
“사람들은 그런 일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 그러니 그 일에 대해서는 죄책감 갖지 않아도 괜찮아.”
“카리스 님…….”
카리스는 키티의 울음이 완전히 멎을 때까지 토닥여 주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자책하지 않아도 괜찮다.
키티에게는 그렇게 말해 주었으면서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 손으로 묻은 딸을 떠올리고 있었다.
품에서 훌쩍이는 작은 고양이 덕에 스스로에게 변명할 수 있게 되었으니 조금은 나아진 걸까.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아가. 생일 축하한다.”
키티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활짝 웃었다. 아직 마르지 않는 눈물 자국이 반짝반짝 빛났다.
“감사해요, 카리스 님.”
“망토는 마음에 드니? 늑대 털이라 아주 포근할 텐데.”
키티는 맺혀 있던 눈물을 털어 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마안큼 따뜨태요!”
빨간 망토를 두른 키티가 팔을 활짝 벌리며 말하자 늑대들은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