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39)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39화(39/153)
<39화>
생일 이후에는 평소보다 조금 바빠졌다. 자칼 님과 카리스 님이 내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이런저런 실험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두 분이 도와주셔서 다행이야. 내가 혼자 궁금해하는 것보다 힘에 대해 더 빨리 알 수 있겠지?’
자칼 님과 카리스 님은 나를 납치했던 여우 수인이 하루 만에 광기에서 깨어난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아내기 위해 자칼 님은 간단한 실험을 개시했다.
“키티. 엘리엇을 블루문의 광기에 노출시킬 거다.”
“앗…… 싸부님도 동의하신 건가요?”
옆에 있던 엘리엇 경이 찔끔 나온 눈물을 닦아 냈다.
“역시 저를 걱정해 주는 건 아가씨뿐이군요. 저는 사부로서 아가씨의 발전을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답니다.”
엘리엇 경은 딱 거기까지 말하고 쓰게 웃었다. 자칼 님은 모조 블루문을 엘리엇 경의 앞에서 살짝 흔들며 말했다.
“엘리엇은 폭주한다고 해도 나와 카리스가 간단히 제압할 수 있다. 블루문의 광기에 정신을 온전히 놓아 버릴 정도로 나약하지도 않지.”
“그래두 이런 실험은 쫌…… 저한테 블루문을 사용하시는 게 낫지 아늘까요?”
카리스 님은 절대 안 된다는 듯 내 머리를 쓸어 주었다.
“아가, 그러다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니? 한창 클 나이에는 부상을 조심해야 한단다. 엘리엇은 튼튼해서 괜찮아.”
두 분은 엘리엇 경을 믿으면서도 단번에 제압 가능한 만만한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곧, 잠든 사람처럼 떨어져 있던 엘리엇 경의 고개가 조금씩 들렸다. 의자에 묶인 채 양팔을 뒤로 고정당한 상태라 나를 물 수는 없었지만.
“크르르르―”
엘리엇 경의 눈동자에서 서서히 온기가 사라졌다. 광기가 어느 정도 발휘되자 모조 블루문에 금이 갔다. 자칼 님은 그걸 얼른 전용 보관함에 넣어 버린 다음 엘리엇 경을 붙잡았다.
카리스 님은 나를 품듯이 껴안았다. 엘리엇 경이 날뛰면 곧바로 제압할 생각이신 것 같았다.
……엘리엇 경이 깨어났을 때 지금 모습을 기억하면 쪼금 상처받을 것 같은데.
“키티.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쁘거나 머리가 아프면 바로 말하렴. 널 데리고 나가 줄게.”
“앗, 그런데 자칼 님이랑 카리스 님은 갠차느신가요?”
“우린 너처럼 블루문에 면역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마력량이 많아 이 정도 광기에는 끄떡없단다.”
음, 엘리엇 경의 전투력이 의심스러운 순간이었다.
“저는 갠차나요.”
“기분 나쁘진 않니?”
“따뜻하고 뽀송뽀송한 느낌이에요. 엘리엇 경의 몸에서 햇살 같은 게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이구요.”
“햇살이라…… 블루문의 마력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건 너뿐일 거야.”
카리스 님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엘리엇 경을 관찰했다. 엘리엇 경의 마력과 모조 블루문의 성능을 바탕으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엘리엇 경은 일주일 정도 이성을 잃은 상태로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엘리엇 경의 눈동자에 서서히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자칼 님…… 제 머리를 그렇게 누르시면…… 거북목이…… 윽.”
엘리엇 경은 의식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한 것 같았다. 자칼 님은 엘리엇 경의 이마를 받쳐 주며 물었다.
“엘리엇. 정신이 드나?”
“조금…… 하지만 온전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엘리엇 경은 심한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드문드문 말을 끊어 먹었다.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니 따스한 빛이 엘리엇 경의 머리에 집중되어 있는 게 보였다.
“카리스 님, 저를 엘리엇 경에게 가까이 데려가 주시게써요?”
“아가, 위험해서 안 돼. 엘리엇이 널 물기라도 하면 어떡하니?”
“마님…… 제가 그 정도로 약하진 않습니다…….”
“그럼 조금만 가까이 갈까.”
카리스 님이 나를 안아 들고 엘리엇 경에게 다가갔다. 나는 손을 쭉 뻗어 엘리엇 경의 코를 건드렸다.
말랑―!
내 손이 닿자마자 엘리엇 경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멍한 나머지 굼뜨게 움직이던 사람이 갑자기 빨라져, 하마터면 자칼 님이 반사적으로 머리를 내리칠 뻔했다.
“제 손이 닿으니까 엘리엇 경의 따스한 빛이 사라져써요!”
나는 자랑하듯 말랑손을 쭉 내밀었다. 카리스 님과 자칼 님은 엘리엇 경의 상태를 재차 확인한 다음 풀어 주었다.
“엘리엇. 운동 신경은?”
“의자에 묶이기 전보다 몸 상태가 더 좋아졌는걸요?”
“머리는 어때.”
“일단 두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기억은 괜찮아? 내게 마지막으로 했던 부탁이 뭐였는지 기억해?”
“예쁘고 참한 늑대가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했는데 마님께선 무시하셨죠.”
“…….”
카리스 님은 이번에도 엘리엇 경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나를 꼭 안아 주었다.
“아가. 아무래도 네게 대단한 힘이 있는 것 같구나.”
“그럼 저두 드디어 붕 날아 이단 옆차기를 할 수 있는 건가요?”
기대감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카리스 님은 어느샌가 튀어나온 내 고양이 귀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 너는 블루문의 마력에 노출된 수인들에게서 마력을 몰아낼 수 있어. 너를 납치한 여우 수인이 가장 먼저 광기에서 깨어난 건 그 때문이겠지.”
내 이단 옆차기는 언제쯤…….
“직접 닿는 게 제일 효과가 큰 것 같고, 가까이에 있을 때도 어느 정도 광기를 정화할 수 있는 것 같구나.”
“오오…….”
“어떤 책에도 나오지 않은 능력이라 앞으로 조금씩 알아 가야 하겠지만, 네 어머니가 말한 특별한 힘이란 게 이게 아닐까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
나는 가만히 말랑손을 내려다보았다. 엘리엇 경의 코를 꾹 눌렀을 때 사라지던 따스한 빛은 엄마가 죽기 직전에 느꼈던 것과 똑같았다.
‘엄마도 내 힘이랑 관련이 있는 걸까.’
살아 계셨다면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무거운 마음을 애써 지워 내곤 웃었다.
“제 힘이 표범들의 나쁜 계획을 막는 데 도움이 될까요?”
“확실히. 하지만 당장은 드러내지 않을 생각이야. 너무 강한 힘은 공격의 대상이 된단다.”
“아…….”
“오늘 실험에 엘리엇의 도움을 받은 것도 보안 때문이지. 엘리엇은 믿을 만하니까.”
예전에 자칼 님이 해 주셨던 것과 비슷한 말이었다. 나는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클리드와 여우 소대원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저번 생일 쇼핑 때 저를 납치한 여우 수인은 어떻게 되었나요?”
“네 힘 덕분에 정신이 멀쩡해졌어. 지금은 몸을 조금씩 회복하며 우리에게 정보를 넘겨주는 중이란다.”
블루문 때문에 미쳤다가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깨어난 동물들은 보통 미쳐 있었을 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 힘 덕에 일찍 깨어난 여우 수인은 미쳐 있을 때의 일도 똑똑히 기억해 진술하는 중이라고 자칼 님이 설명해 주었다.
“여우 가문의 후계자인 클리드가 있어서 그런지 협력해 주더군.”
“휴, 다행이에요! 얼른 가서 다른 여우 수인들도 구해 줘야겠어요. 그럼 여우님들이 절 예쁘게 봐 주시겠죠?”
“……네가 왜 예쁘게 보여야 하지?”
“성인이 되면 여우 영토에 보금자리를 마련할지두 모르자나요?”
내가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카리스 님과 자칼 님이 동시에 표정을 굳혔다.
“아가. 그리드울프 영지만큼 살기 좋은 땅은 없단다.”
“늑대의 땅만큼 꼬마 고양이가 살기 좋은 곳은 없지. 게다가 넌 우리의 입양 딸이잖아.”
“그래. 나중에 독립해서도 그리드울프의 영토에 정착하렴.”
두 늑대의 황금색 눈동자가 집요하게 나를 쫓았다. 나는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 * *
며칠 후 저택에 첫눈이 내렸다. 첫눈치고 제법 많이 쌓여 눈야옹이를 만들기 충분해 보였다.
‘눈이 와서 그런가? 저택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네.’
나는 카리스 님과 자칼 님께 선물받은 빨간 망토를 두르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아침 훈련이 끝나 갈 무렵 엘리엇 경이 말했다.
“내일부터 이틀간은 휴강입니다. 저택에서 도련님들과 복습에 힘써 주세요.”
“엘리엇 경, 어디 가시나요오……?”
엘리엇 경은 흐뭇하게 웃으며 헝클어진 내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그렇게 물어보시면 아가씨를 두고 떠나기 힘들 것 같은데요.”
“앗, 그럼 안 가시는 거예요?”
초롱초롱―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라 빠질 수 없답니다. 연말에는 중앙 연무장에 성인 늑대들이 모여 표범들과의 전투 때 죽은 늑대들을 추모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저녁 식사 때 카리스 님과 자칼 님이 얘기해 주셨지.
추도식은 늑대들이 1년을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어린이들은 따라가지 않는다고 했다.
“저택을 잘 지키구 이쓸 테니 조심히 다녀오세요!”
“네. 아가씨도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며칠 후 카리스 님과 자칼 님, 엘리엇 경은 추도식을 위해 중앙 연무장으로 떠났다.
클리드는 추도식이 끝난 후 있을 회의에 여우 수인 관련 의견을 내기 위해 함께 갔다.
나는 로비에서 오빠들과 함께 말랑손을 흔들며 모두를 배웅했다.
‘고양이들은 영토에서 쫓겨나는 걸루 끝났지만 여우랑 늑대들은 많이 죽었으니까.’
그리드울프 저택 안에 있던 위령비에 빼곡하게 적혀 있던 이름이 생각나 마음이 좋지 않았다.
“키티, 씩씩하게 저택을 지키고 있는 게 우리 역할이야.”
“맞아. 아버지랑 어머니가 우울해져서 돌아오셔도 금방 기쁘게 해 드려야지.”
“조아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좋게써요.”
그렇게 오라버니들과 나는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오라버니들은 가정교사가 내준 과제를 위해, 나는 글자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
그러고 보니 이든의 어머니도 표범들에게 당했다고 했지. 오늘 아침 배웅 때도 모습을 비치지 않던 게 생각났다.
나는 발길을 돌려 주방으로 향했다. 나를 발견한 요리사들이 화사하게 웃으며 우유를 한 잔 내주었다.
“오늘은 도넛으로 드릴까요, 쿠키로 드릴까요?”
“아주 맛있는 연어 샌드위치도 있답니다.”
듣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제안이었지만 나는 꾹 참고 우유만 마셨다.
“달콤한 쿠키를 조금 가져다주실 수 이쓸까요?”
“네, 아가씨.”
곧 작은 종이봉투에 달콤한 쿠키가 가득 담겨 나왔다. 나는 봉투를 소중히 끌어안고 이든의 방으로 향했다.
톡톡톡―
“이든 님, 키티아예요. 안에 계시나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걱정할 즈음 문이 열렸다. 곧장 쿠키를 내밀려던 나는 이든의 눈가가 불그스름한 것을 보며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혼자서 울고 있었나 봐.’
자세히 보니 속눈썹도 젖어 있었다. 그 까칠하고 성질 더러운 늑대가 혼자 훌쩍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좋지 않았다.
“힝…… 이든 니임…….”
“뭐야. 왜 갑자기 울어.”
“이든 님이 우니까 저두…… 흡!”
“누가 울었다는 거야. 뚝 그쳐.”
“힝, 앞이 안 보여요오…….”
“아, 미치겠네. 네가 울면 테오랑 데온이 성가시게 군단 말야.”
이든은 한숨을 쉬며 나를 번쩍 안아 방 안으로 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