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44)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44화(44/153)
<44화>
“그럼 이만 저택으로 돌아가 볼게요.”
키티가 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분노를 누르고 맑은 웃음만을 내비치는 모습이 더욱 위압감을 주었다.
엘리엇은 키티를 빤히 바라보는 클리드의 어깨를 툭 쳤다.
“가서 아가씨를 호위하도록.”
키티가 이든이나 클리드 중 한 명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막아야 했지만,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는 두 남자가 알아서 서로를 경계하니 괜찮았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클리드는 떨떠름한 얼굴로 받아들였다.
“당연히 그래야죠.”
이든은 영 달갑지 않다는 얼굴을 했으나 키티의 계획에 클리드의 마법이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까진 부정하지 못했다.
키티와 이든, 클리드는 나란히 저택으로 향했다. 키티는 내내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저택에 다다랐을 즈음 입을 열었다.
“고용인을 뽑을 땐 늘 시녀장이나 집사장님을 거치게 되어 있죠?”
이든이 답했다.
“그래. 네 시녀이니 두 사람이 특별히 까다롭게 뽑았겠지.”
“아가씨, 지금이라도 가서 서류 합격자들을 다 조사하라고 시킬까?”
클리드도 말을 더했다. 두 남자는 당장이라도 시녀장과 집사장을 찾아가 합격자들의 서류를 내놓으라 할 기세였다.
하지만 키티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아니. 플로라와 폴이 추려 낸 서류 합격자들 면접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좋겠어.”
이든은 그 한마디에 제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채곤 고개를 끄덕였다. 클리드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가씨, 제리안이 보낸 첩자를 시녀로 삼을 셈이야?”
“클리드, 네가 도와준다면.”
“……뭘 하게?”
“임시라고는 해도 나는 그리드울프니까 얌전히 당해 줄 수는 없지.”
테오와 데온이 들었다면 감동의 눈물을 한 컵씩 흘렸을 만한 대사였다.
키티는 폴짝 뛰어올라 저택의 담벼락에 걸터앉았다. 이미 그녀의 의도를 알아챈 이든은 묵묵히 벽에 기대 이어지는 키티의 목소리를 듣기만 했다.
얌전히 키티의 생각을 전해 들은 클리드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가씨가 부탁한 대로 할게.”
“고마워, 클리드.”
“도움이 되었다니 기뻐.”
클리드가 눈웃음을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키티가 입꼬리를 끌어 올려 화답하자 이든의 속에서 무언가가 왈칵 끓어 넘쳤다.
언제부터였을까. 키티가 클리드를 향해 봄바람 같은 웃음을 흘릴 때마다 무언가가 뚝 끊어지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쭉 있어 드릴게요.”
그런 말을 해 놓고, 자신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마다 다른 남자들에게 시선을 내주다니.
이든은 주저 없이 키티를 안아 올렸다.
“이든 님!”
“나 피곤해. 얼른 수업 끝내고 쉴래.”
“아, 맞다…….”
“잊어버렸어?”
이든의 목소리가 어딘가 화난 것 같았기에 키티는 얌전히 능청을 떨었다.
“그럴 리가요. 선생님과의 수업인걸요?”
“…….”
이든의 굳어 있던 얼굴이 약간 풀어졌다. 아부를 떤 보람이 있었다.
“클리드, 그럼 부탁할게!”
키티가 이든과의 수업만큼은 항상 단둘이 진행하는 것을 아는 클리드는 따라붙지 못하고 뒷말을 삼켰다.
‘저 늑대 놈이 진짜.’
* * *
제리안이 내게 여우 수인들을 보냈다는 정보를 알아낸 지 며칠이 흘렀다.
나는 여느 때처럼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쭉쭉 체조를 마칠 즈음 레나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침 식사를 쟁반에 받쳐 들고 들어왔다.
“아가씨, 이제 쭉쭉 체조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라셨네요.”
레나는 버릇처럼 내 뺨에 입을 맞춰 주었다. 일주일 정도 후면 이 소중한 일상을 제리안의 끄나풀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이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놈의 계략이 뭐든 간에 내가 먼저 이용해 줄 생각이었으니까.
식량을 매개로 고양이들을 지배한 영악한 제리안을 이기려면 지혜와 잔머리를 두루 겸비해야 한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내 10년간의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며칠 내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늑대들의 눈치를 보느라 날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던 제리안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도 곧 알게 되겠지.’
제리안의 성격이라면 직접 나서는 대신 표범들이 수집한 정보를 공유받는 쪽으로 행동했을 텐데.
시그마가 날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리안이 여우 수인들을 보낸 건 표범들과 제리안 간의 불화가 시작되었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좋을 텐데.’
나는 레나가 준비해 준 차를 천천히 음미했다.
“앗, 뜨거.”
“어머, 아가씨. 괜찮으신가요?”
“차 온도는 늘 괜찮아요!”
내가 고양이라 여전히 뜨거운 걸 못 마셔서 그렇지…….
나는 멋쩍게 웃은 후 옷을 갈아입었다. 레나는 내 머리를 정성껏 빗겨 주며 오늘 일정을 설명해 주었다.
“어제 늦은 시간에 전갈이 왔어요. 주인님과 주인마님께서 오늘 중으로 저택에 귀환하신대요.”
“정말로요?”
기다리던 소식이었던지라 고양이 귀가 쫑긋 튀어나왔다. 꼬리가 튀어나오려는 건 이제 잘 참을 수 있었지만 귀는 여전히 제어할 수 없었다.
“네. 곧 도착하실 거예요.”
카리스 님과 자칼 님께 내 계획을 설명드릴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레나의 말대로 두 분은 오전 중으로 도착하셨다. 나는 문지기 늑대의 하울링을 듣자마자 쏜살같이 로비로 향했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위엄 있고 아름다운 그리드울프 부부가 들어오고 있었다.
임시 입양 기간이 끝나 저택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깍듯한 존칭을 썼지만, 지난 시간 덕에 마음 사이의 거리는 놀랍도록 좁아졌다.
“자칼 님! 카리스 님!”
내 목소리를 들은 두 분은 무언가를 기대하고 계신 눈치였다. 나는 얼른 고양이로 변해 조금 앞에 계신 자칼 님께 먼저 뛰어들었다.
폭―
자칼 님이 단단한 팔로 날 받아 안았다. 재킷에 차가운 바깥 공기가 배어 있어 서늘해졌지만 몸을 열심히 움직여 없애 버렸다.
“키티, 잘 있었나?”
“네! 잘 다녀오셨어요?”
“그래.”
자칼 님은 근엄하게 말한 뒤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온기 없는 얼굴에 긴 시간까지 더해져 더욱 엄숙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이젠 이 얼굴이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나는 몸을 쭉 일으켜 자칼 님의 뺨에 보드라운 털을 맞비비다 분홍색 코를 살짝 가져다 댔다.
쪽 하고 입을 맞추니 자칼 님이 픽 웃으며 날 더 꽉 끌어안았다.
“며칠 못 본 사이 털이 더 풍성해진 것 같군.”
“털갈이 철이니까요. 이따 빗질해 주실 거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묻자 자칼 님이 내 뺨에 입을 맞춰 주었다.
“그래. 할 얘기도 있으니 이따 집무실에서 보지.”
나는 자칼 님이 중요한 이야기를 해 주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내가 충분히 자라면 해 주시겠다며 꽁꽁 감추던 이야기를 오늘 들을 수 있는 걸까?
‘아빠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카리스 님의 품으로 사뿐히 점프했다.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카리스 님이 날 받아 안고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안아 주는 거 좋아!
“아가, 잘 지냈니? 엘리엇이 널 잘 지켜 낸 것 같아 다행이구나.”
“지키다뇨?”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저택의 주인을 맞던 엘리엇 경이 조용히 덧붙였다.
“카리스 님, 안 그래도 이따 그 일에 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 나중에 얘기하지.”
표범이나 여우 수인 이야기를 하는 건가? 나는 카리스 님의 품에서 뛰어내려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저도 드릴 말씀이 있어요. 세 분께요.”
내 말에 자칼 님과 엘리엇 경, 카리스 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 저택에 들어섰을 땐 늑대들의 시선이 내게 쏠리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워 몸을 움츠렸을 텐데.
지금은 내 말에 집중해 주는 게 그저 고맙기만 했다.
나는 상가에 나갔을 때 제리안이 보낸 여우 수인들을 구했다는 이야기와 그들이 알려 준 정보를 짧게 요약해 말해 주었다.
“엘리엇, 정말인가?”
“네. 아가씨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고양이들의 수장이 갑자기 아가씨를 왜 노리는진 모르겠지만…….”
“표범들이 시키기라도 한 건가.”
“관련 보고서는 두 분의 집무실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엘리엇 경의 설명이 끝나자 두 분께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든과 클리드에게 했던 대로 내 계획을 설명했다.
“제 생각이 맞다면 제리안은 제 시녀 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히려 하는 것 같아요.”
추천서와 경력을 보는 서류 면접도 어렵지 않게 통과했을 것이다. 고용인을 들이는 그리드울프만의 기준이 있으니 그에 맞게 서류를 조작했을 테지.
“시녀로 앉힌다는 건 계속 제 옆에 붙여 두겠다는 소리죠.”
“그렇지.”
“그렇다면 저를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상황이란 거잖아요? 거짓 정보를 흘려 교란하기 딱 좋다고 생각해요.”
세 사람은 내가 침착하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놀랍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황급히 덧붙였다.
“물론 위험을 계속 감수할 생각은 없어요. 신입이니 수습 기간 동안은 일을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보고 배우는 거라고 설명한 다음, 제 음식이나 다른 물건들에 손은 못 대게 할 거고요.”
애당초 늑대들은 고양이보다 냄새를 훨씬 잘 맡으니 첩자들이 저택에서 허튼짓을 할 확률은 극히 낮았다.
제리안이나 표범들이나 내 특별한 힘이 필요해 번거로운 일을 하는 것일 테니 섣불리 목숨을 끊으려 하지는 않을 테고.
“그러니까 시녀 면접은 예정된 그대로 진행하고 싶어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냥 지금 시녀 면접자들 중 제리안의 첩자를 추려 내는 게…….”
엘리엇 경이 동의를 구하듯 자칼 님과 카리스 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두 분은 걱정 가득한 눈과 다른 대답을 했다.
“일단은 키티의 판단대로 하지.”
“일이 잘못된다고 해도 제리안의 첩자를 골라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그리드울프 저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동시에 나에 대한 믿음이 느껴져 고마웠다.
“감사해요, 두 분.”
“당연한 일을.”
“가족은 늘 서로를 믿는 거란다, 아가.”
이런 훈훈한 분위기에 테오와 데온이 없다는 게 조금 허전했지만, 씩씩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이번 회의는 어땠나요?”
대답을 기대한 질문은 아니었는데 자칼 님은 모처럼 큰 수확이 있었다는 투로 답해 주었다.
“표범들의 뒤를 캐고 있는 호그우드가 중요한 사실을 알아내 주었다.”
“중요한 사실이라면…….”
“표범들이 네 머리카락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하려는지.”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는 자칼 님의 표정은 무척이나 복잡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