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46)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46화(46/153)
<46화>
키티의 시선은 자연스레 이든이 들고 있는 보고서로 향했다. 아직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이건만, 아빠와 오빠의 이름을 볼 생각에 벌써부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선생님, 그 보고서가 혹시…….”
“응. 네 아버지와 오라버니에 관한 거야.”
이든은 키티에게 구겨진 보고서를 최대한 펴 건네곤 의자를 빼 주었다. 키티는 느리게 의자에 걸터앉으며 보고서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아…….”
곧 키티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커다란 눈동자에서 구슬처럼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키티는 눈물을 손등으로 훑어 내고 눈가를 구겨 가며 끝까지 읽어 냈다. 보고서를 놓지 못하는 그녀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실은 살해당한 거였다. 그것도 고양이들에게.
키티는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 그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흡, 이든 님, 혹시 보고서가 잘못된 건…….”
“……유감이지만 그럴 확률은 극히 낮아. 곰들은 순수함을 중요시하는 종족이라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
“그럼 저희 아빠랑 오빠는 정말로…… 하…….”
키티는 결국 보고서를 내려 두고 오열했다. 고통에 찬 신음과 뜨거운 숨이 뒤섞여 흘러나왔다.
“우리 말랑손, 이번엔 아빠랑 오빠가 무슨 선물을 사 왔으면 좋겠니?”
“우음…… 뽀뽀?”
“그건 걱정하지 마렴. 둘은 오자마자 네 뺨에 입부터 맞출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창밖을 기웃거려도 아빠와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형편 안에서 호화롭게 차린 4인분의 식사가 그대로 식어 가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때, 무거운 걸음으로 집에 와 아빠와 오빠의 사고사를 전한 건 제리안의 하수인이었다.
키티의 머릿속에선 아닐 거라고, 무언가가 잘못된 거라고 한참을 부정하던 엄마가 휘청하며 벽을 붙잡는 모습이 그려졌다.
힘이 풀려 버린 다리 대신 팔로 기어 와 딸을 끌어안고 허망한 울음을 흘리던 목소리가 어제 들은 것처럼 선했다.
“어떻게 자기들이 죽여 놓고 사고로 죽었으니 안타깝게 됐다는 말을…….”
제리안은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 알면서 안타깝게 되었다는 말로 위선을 떨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엄마와 난 제리안이 시키는 일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키티는 바르르 떨리는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너무 힘을 주어 손끝이 희게 변하고 손톱에 손바닥이 찍혀 피가 맺혔다.
피 냄새를 맡은 이든은 분노로 전율하는 키티의 어깨에 커다란 손을 얹어 위로해 주었다.
“유감이야.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키티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아니에요. 아빠랑 오빠가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잖아요.”
“…….”
“제리안이 직접 죽인 걸까요?”
키티가 절박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기에 이든은 조금의 거짓말도 할 수 없었다.
“너도 배워서 알고 있겠지만 수인들의 특수한 능력은 죽음의 순간 가장 가까이에 있던 자에게 옮겨 가는 성질이 있어.”
“…….”
“제리안이 직접 죽였거나, 하다못해 현장에 있었겠지.”
키티는 가슴을 짜내는 듯한 소리를 흘리며 책상 위로 엎드렸다. 이든은 양팔을 포개 얼굴을 가리는 키티의 옆에 조심스레 손수건을 내려 두었다.
어설픈 위로를 건네는 것보다 이렇게 옆에 있어 주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때도 그랬으니.’
어머니의 죽음이 생각나 우울하던 때에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살포시 다가와 온기를 나눠 주었던 키티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렇게 밝고 상냥하던 제자가 지금 숨을 헐떡이며 오열하고 있었다.
몸이 가느다랗게 들썩일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당장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스스로가 무력하게만 느껴졌다.
한참 후, 키티가 손수건을 슥 집어 엉망이 된 얼굴을 닦아 냈다. 열기와 눈물 때문에 얼굴이 온통 얼룩덜룩했다.
“물 마셔.”
이든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물 한 잔을 키티 쪽으로 밀어 주었다. 키티는 훌쩍이며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열기가 가라앉으며 서서히 이성이 자리를 찾는 기분이었다.
“이든 니임…….”
키티는 몸을 살짝 돌려 저를 바라보고 있는 이든의 품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이든은 셔츠가 오염되는 것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키티의 등을 찬찬히 쓸어 주었다.
“테오나 데온이라고 생각하고 더 기대도 돼.”
그 말에 또 울음이 터진 건지 셔츠가 뜨뜻하게 젖어 들었다. 이든은 히끅거리며 우는 키티를 진정시키며 생각에 잠겼다.
만일 키티가 임시 입양이 끝난 후 이카루스들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제대로 위로받을 수 있었을까.
‘성인이 되면 곧바로 저택을 떠날 기세인데.’
키티가 고양이라는 걸 애초부터 알고 있던 그리드울프 부부는 키티의 성년이 몇 년 남지 않은 지금에도 정식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물론 이든도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키티를 사랑한다고 해도 카리스 님은 아직 딸아이를 잊지 못하시는 것 같으니.’
제 손으로 새끼를 묻었으니 잊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이든은 카리스가 간직하고 있는 깊은 상처를 자신이 다 헤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성년 이후 저택을 떠날 키티가 걱정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다.
“힘들면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가서 울어도 돼.”
펑―!
이든이 말하자마자 키티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의자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으니 평소보다 더 작게만 느껴졌다.
이든은 벗어 둔 코트를 책상 위에 펼친 다음 키티를 안아 그 위에 내려 두었다. 부드러운 것이 닿자 굳어 있던 솜뭉치가 조금 풀어졌다.
“이든 님, 죄송해요. 코트에 털이…….”
“됐어.”
이든은 키티를 코트로 싸매 끌어안았다. 안정감을 느낀 키티가 헐떡거림을 조금 늦추었다.
“너 앞으로 울 거면 내 앞에서만 울어. 알겠어?”
까칠한 말투와 달리 이든의 손길은 키티의 목덜미와 등을 긁듯이 살살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키티는 눈물을 슬쩍 이든의 손에 닦아 내곤 고개를 끄덕거렸다.
“많이 흉한가요?”
“그건 아니고. 그냥 우는 네 옆에 다른 놈이 있으면 짜증 날 것 같아.”
“힝…….”
이든은 키티의 분홍색 젤리를 부드럽게 마사지해 주었다. 진이 빠지도록 울어서인지 에메랄드색 눈이 조금씩 감겼다.
“키티. 입양이 끝나면 어디로 갈 생각이야?”
“일단 제리안에게 복수할 거예요.”
“그다음엔.”
“음…….”
저금통에 열심히 돈을 모으고 사업을 구상하고 있긴 하지만 딱히 거처는 정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든은 고양이 수염에 맺힌 눈물을 살쩍 털어 주며 물었다.
“위비스 저택에서 살아도 돼.”
“흐읍, 정말로요……?”
“응.”
“얼마나 머물게 해 주실…… 하암…….”
키티는 나른한 손길을 견디지 못하곤 소르르 잠들었다. 이든은 키티가 맺지 못한 질문을 가만히 곱씹었다.
얼마나 머물게 해 줄 거냐니.
무언가를 제안받으면 세부사항을 꼼꼼히 확인하라고 가르쳤더니 잘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든은 픽 웃으며 제 체취가 키티에게 깊이 배도록 코트를 바짝 여몄다.
“기한 같은 걸 정해 뒀을 리가.”
* * *
표범들의 우두머리, 델타 레오피드는 팔짱을 낀 채 저택 지하에 마련된 연구실로 향했다.
그의 머리색과 같은 짙은 갈색 털 장식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화려한 표범 특유의 무늬도 따라 움직였다.
녹색과 황금색이 조화롭게 섞인 눈동자는 어두운 중에도 형형한 빛을 머금었다.
델타는 시선을 내려 매끈한 구두코를 적시는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등잔불과 달빛에 바닥에 고인 붉은 액체가 보였다.
수인들을 가두고 고문하는 철제 도구에서 나온 녹물인지, 누군가의 피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시그마, 음침하기 짝이 없는 곳으로 날 불러낸 이유가 뭐야?”
델타는 질렸다는 얼굴로 시그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시그마는 환희에 찬 얼굴로 연구실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었다. 커다란 안경알에 달빛이 비쳤다.
“아, 이 영롱한 마력 좀 봐…….”
델타는 시그마가 들여다보고 있는 유리구슬 안에 든 것이 누구의 마력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늑대 가문에 임시로 입양되어 키티아 그리드울프가 된 고양이의 마력이었다.
저 마력을 추출할 머리카락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우 수인들을 장기말로 썼는지 세기 어려울 정도.
‘하지만 시그마의 반응을 보니 그 정도 가치는 있나 보군.’
여우 수인들이 그리드울프 저택에 흘린 정보의 양까지 감안한다고 해도 엄청난 수확이 있는 듯했다.
말하자면 키티아의 머리카락을 얻기 위해 여우 수인들을 일회용품처럼 사용하는 일은 수지가 맞는 장사였다.
델타는 시그마의 옆에 놓여 있던 의자에 털썩 앉으며 물었다.
“진전이 있나?”
시그마는 제 취향인 무언가를 발견한 변태처럼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유리구슬을 높이 들어 올렸다.
“델타 님. 제리안이 다른 마음을 먹은 것 같다고 하셨지요?”
경멸 어린 시선으로 시그마를 바라보던 델타는 제리안이라는 이름에 미간을 더 깊게 찌푸렸다.
“그래. 그 건방진 게 주제도 모르고. 블루문을 만질 수 있게 된 게 누구 덕분인데.”
시그마는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키티의 마력이 든 유리구슬을 쓰다듬었다. 어쩌다 알게 된 키티의 별명이 그녀를 더욱 흡족하게 했다.
“예상은 했지만 말랑손의 마력이 제리안의 마력을 훨씬 앞서네요.”
“…….”
델타의 눈빛이 짙어졌다. 그간 표범들이 제리안을 놓지 못한 것은 블루문을 만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그마는 거의 15년을 매달렸다. 드디어 실마리가 보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꽉 조여들었다.
“성유물들을 모두 차지해 끝내 표범들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제리안이 아니라 우리 말랑손 같아요.”
시그마는 달릴 때면 구름처럼 몽실몽실 부풀어 오르던 키티의 머리카락을 떠올렸다.
그런 사랑스러운 몸에 세계를 좌지우지할 커다란 힘이 들어 있다니. 시그마의 뺨에 발갛게 홍조가 올랐다.
“하아…… 우리 말랑손은 어쩜…….”
“시그마. 변태 같은 소리를 내는 건 그만두고 설명이나 마저 해.”
델타가 싸늘하게 일축했다.
시그마는 그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블루문은 여신의 성유물 중 하나이니, 말랑손의 마력을 이용해 나머지 성유물 중 하나를 차지한다면 블루문의 마력에 지배되지 않을 거예요.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
전설에 전해져 내려오는 여신의 성유물은 총 세 가지였다.
보석과 활, 그리고 거울.
표범들이 보석인 블루문을 차지하고 있으니 남은 건 그리드울프의 활과 곰 영토의 거울이었다.
시그마는 적당한 날을 고르듯 달력을 넘기며 중얼거렸다.
“제리안도 그 사실을 아니 우리 말랑손에게 직접 접근하기 시작한 거겠죠.”
마침 키티의 마력을 이용해 볼 만한 적당한 날이 있었다. 매년 늑대들이 바글바글 몰려드는 추도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며 저를 즐겁게 해 주었던 말랑손이니 겨우 제리안 따위의 간계에 당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얼굴을 마주하게 되겠지.
“어서 제리안에게 힘의 차이를 보여 줘, 말랑손.”
시그마는 추도식 날에 동그라미를 여러 겹 그리며 음흉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