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47)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47화(47/153)
<47화>
다음 날 아침.
나는 고롱고롱 숨을 내쉬며 포근한 잠자리에서 몸을 바르작거렸다. 어찌나 푹신한지 잠결에 주변을 꾹꾹 누르다 깨어났다.
어제 펑펑 우는 바람에 눈이 잘 떠지지 않았지만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자칼 님?”
“잘 잤나.”
포근하고 따뜻한 품은 역시 커다란 늑대로 변한 자칼 님의 것이었다. 옆에 사람 모습으로 있던 카리스 님이 내 얼굴 털을 조심스레 어루만져 주었다.
“아가, 어제 울다 잠들어서 눈이 퉁퉁 부었구나.”
어제 서재에서 이든의 코트에 꽁꽁 싸인 채 기절하듯 잠들었는데. 이든이 날 자칼 님과 카리스 님께 넘겨주었나 보다.
두 분은 내가 울면 항상 함께 잠자리에 들어 주셨다. 자칼 님의 포근한 품에서 카리스 님의 쓰다듬을 받으면 마음이 금방 편해지곤 했다.
‘두 분은 정말 친절하신 것 같아. 내가 아빠랑 오빠 때문에 슬퍼하는 걸 알고…….’
테오와 데온이 없으니 둘 몫까지 더 끌어안아 주시려는 것 같았다.
아빠와 오빠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어서 조금 심란했지만, 두 분이 함께 있어 주신 덕에 많이 괜찮아졌다.
나는 꼬물꼬물 움직여 자칼 님의 털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카리스 님도 나를 끌어안고 다시 누웠다. 자칼 님이 꼬리를 말아 우리의 몸을 따뜻하게 덮어 주었다.
“역시 자칼 님 꼬리 털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해요…….”
“가지고 싶니, 키티?”
카리스 님이 어쩐지 살벌한 목소리로 물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내 생일에 맞춰 늑대 털 장식을 마련하느라 머리가 짧아지던 자칼 님이었다.
나는 잠깐 생각해 본 다음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하면 부드러운 꼬리 털만 살짝 잘라 내면 되니 자칼 님이 깡패처럼 머리를 박박 미는 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자고로 숙녀 늑대라면 가지고 싶은 건 모두 가져야 하는 법이지.”
카리스 님은 만족한 듯 자칼 님의 꼬리털을 쓰다듬었다. 자칼 님의 몸이 조금 굳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한참을 더 나른하게 늘어져 있다가 눈이 떠질 때쯤 몸을 일으켰다. 자칼 님이 꼬리를 살짝 들어 내가 통과할 만한 작은 터널을 만들어 주었다.
“바로 식사하러 갈 건가?”
“아뇨. 쭉쭉 체조를 해야 해요.”
“쭉쭉 체조?”
“앗, 같이하실래요?”
초롱초롱―
커다란 늑대가 옆에서 같이 쭉쭉 체조를 해 준다면 무척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자칼 님의 코앞까지 총총총총 걸어가 자세를 잡았다. 동그랗게 말려 있던 자칼 님이 나를 따라 움직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앞발을 쭉 내밀어서 기지개를 쭉!”
자칼 님의 짙은 회색빛 몸이 날 따라 쭉 늘어났다. 카리스 님이 푸스스 웃음을 흘리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자칼 님, 꼬리를 위로 쭉!”
“…….”
“귀를 위로 쫑긋!”
“…….”
자칼 님은 무뚝뚝한 얼굴로 내 동작을 모두 따라 했다.
이거 조금…… 재미있는걸?
나는 뻔뻔하게 원래 체조에 없던 동작을 이어 가기 시작했다. 언젠가 자칼 님이랑 꼭 야옹춤을 춰 보고 싶었는데!
“다음은 뒷발로 서서 몸을 살랑살랑 흔드는 동작이에요. 읏차!”
나는 공기에 흐름에 몸을 맡긴 것처럼 말랑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자칼 님이 커다란 뒷발로 서서 몸을 흔들자 거대한 회색 미역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풉…….”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리스 님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제야 자칼 님은 사람 모습으로 돌아와 부루퉁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야옹춤을 추는 자칼 님을 봤으니 이런 모습을 보는 것도 괜찮게 느껴졌다. 나는 폴짝 뛰어올라 자칼 님의 품에 안착했다.
쪽―
허리를 쭉 펴서 자칼 님의 뺨에 입을 맞추자 부루퉁하던 얼굴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나는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자칼 니임, 죄송해요.”
“…….”
“자칼 님?”
자칼 님은 결국 입술을 꼭 맞문 채로 날 카리스 님에게 넘겨주었다.
“아가, 자칼을 흐물흐물 녹이다니 대단하구나.”
카리스 님이 날 껴안고 식당으로 향하며 웃었다. 냄새만 맡고도 오늘의 아침에 연어 구이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홍색 코를 킁킁거리자 카리스 님이 앓는 소리를 내며 내 머리에 입을 맞춰 주셨다.
“아가. 오늘은 시녀 면접도 봐야 하고, 네게 가르쳐야 할 것도 있으니 부지런히 움직이자꾸나.”
“카리스 님이 제 수업을 맡아 주시나요?”
“이든이 하는 수업이랑은 다른 걸 가르칠 거란다. 늑대라면 열일곱 숙녀가 되기 전에 사랑에 대해 배워야 하는 법이거든.”
카리스 님이 사랑에 대해 가르쳐 주신다니. 어떤 예쁜 이야기를 해 주실까 하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가 따뜻한 미소를 머금자 카리스 님이 후후 웃으며 덧붙이셨다.
“엘리엇에게 네 상태에 대해 들었단다. 자고로 훌륭한 늑대라면 사랑에 능숙해야 하는 법이지.”
“하지만 사랑이라면 저도 듬뿍 받았는걸요?”
“아가,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니?”
아무래도 카리스 님은 나를 아무것도 모르는 숙녀 늑대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었다. 나는 가슴을 활짝 펴고 말했다.
“그럼요! 남자 수인이랑 여자 수인이랑 한 침대에 누운 다음 꼬리를 두 번 감고 자면 되잖아요?”
“…….”
“앗, 꼬리를 두 번 감고 양손의 젤리를 꼭 맞붙인 채로 자는 거였나요?”
내가 슬쩍 눈치를 보자 카리스 님은 그저 웃었다. 이따 뭘 배우게 될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다.
* * *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나는 카리스 님과 응접실로 향했다. 시녀장 플로라와 집사장 폴이 고개를 숙이며 우리를 맞았다.
실내에는 카리스 님과 내가 앉을 의자 두 개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미리 이야기해 둔 대로 카리스 님의 의자는 내 의자보다 뒤에 있었다.
“키티, 그럼 네가 원하는 시녀 두 명을 뽑아 보렴. 플로라와 폴이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로 뽑은 사람은 총 여섯이란다.”
“네, 감사해요.”
나와 카리스 님이 각각 자리에 앉자 플로라와 폴이 신호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여섯 명이 나를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늑대 수인이 넷, 개 수인이 하나, 토끼 수인이 하나였다.
모두에게서 고양이 냄새는 나지 않았다. 첩자가 제리안과 접촉한 티를 낼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는 뜻이었다.
깐깐한 서류 심사를 통과했을 정도라면 모두 기본적인 소양은 갖추고 있을 테고.
‘내 질문과 시연으로 최종 합격자가 결정되겠지.’
여섯 명의 최종 후보는 내 앞에 놓인 테이블에 각각 차를 우릴 예정이었다.
물론 찻잎과 찻잔, 시녀 후보들이 낄 장갑은 모두 그리드울프에서 제공하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내 곁에 붙어 정보를 캐낼 생각으로 시녀 자리에 지원했을 텐데 이 자리에서 무리해 차에 약을 타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럼 질문을 시작해 볼까.’
나는 여섯 살 아기 고양이 시절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곤 모두를 훑어보았다. 제리안이라면 분명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내 모습을 알려 주었을 것이다.
“먼저 짧게 자기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모두가 누구의 추천서를 받아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잘 해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에 내 외모와 품행을 은근슬쩍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만 토끼 수인만이 조금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안녕하세요, 키티아 아가씨? 저는 바니엘이라고 해요. 일전에 상가에서 구해 주신 토끼 수인 레비의 이종사촌이랍니다.”
“바니엘. 레비라면 아이를 가진 토끼 수인이죠?”
“네! 레비가 아가씨의 머리카락이 아주 풍성하다고 말해 주었거든요. 저는 머리를 정말 잘 묶는답니다. 아가씨의 치장을 꼭 도와드리고 싶어요.”
조금 특이한 지원 동기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모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니엘처럼 자기 주관이 뚜렷한 답을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질문을 이어 갈수록 누구를 시녀로 들여야 하는지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차를 한 잔씩 우려 주세요. 앞에 놓인 재료들만 사용해 주시고요.”
내가 말하자 여섯 시녀 후보들은 그린 듯 우아한 동작으로 차를 우렸다.
테이블 위에는 설탕과 우유, 얼음과 레몬 슬라이스를 포함한 다양한 재료들이 있어 여섯 잔 모두 다른 차가 나왔다.
그중 두 늑대 수인이 우유를 듬뿍 넣어 미지근해진 홍차에 각설탕 세 개를 넣은 다음 곧이어 빼내 보조 접시에 올려 두었다. 밀크티가 적당히 스며든 각설탕이 반짝반짝 빛났다.
‘저건…….’
나는 차를 맛보기도 전에 반드시 뽑아야 할 두 사람을 골라낼 수 있었다.
내가 눈짓을 보내자 플로라는 면접을 보느라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지원자들을 모두 내보냈다.
“키티, 결정했니?”
카리스 님이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물었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조금 무리한 요구를 했다.
“카리스 님. 혹시 시녀를 총 세 명 들일 수 있을까요?”
한 명의 고용인에게 지급되는 봉급을 생각하면 내 요구는 분명 무리……
“그러렴.”
“…….”
대체 그리드울프는 돈이 얼마나 많은 걸까. 어쨌든 카리스 님이 허락해 주신 덕분에 나는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 * *
다음 날, 그리드울프 저택에는 새로이 선발된 세 시녀가 첫 출근 도장을 찍었다. 늑대 수인인 앤과 마리, 그리고 토끼 수인인 바니엘이었다.
“같은 방을 쓰게 되었네.”
“동기니까 잘 부탁해.”
“멋진 늑대분들과 함께 합격해 영광이에요.”
셋은 초면인 듯 살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사실 앤과 마리는 오래전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고용주인 제리안의 거처에서였다.
제리안은 둘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그리드울프에서 하녀 생활을 하면 눈이 돌아갈 만큼 많은 보석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합격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약속된 보석의 일부를 선금으로 받을 수 있었기에, 둘은 그리드울프의 하녀복으로 갈아입으며 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최종 면접에서 자신이 심어 둔 자들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던 제리안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둘 중 하나는 떨어질 줄 알았는데, 고양이 아가씨가 우리 둘을 모두 뽑을 줄이야.’
‘저 토끼는 왜 뽑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양이 아가씨의 안목은 형편없는 것 같았다. 제리안이 일러 준 키티아의 취향대로 대답한 탓도 있겠지만.
앤과 마리는 느긋하게 출근을 준비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복도에 기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콧노래를 들고 있던 키티는 가만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