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6)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6화(6/153)
<6화>
“자칼. 거짓말해서 미안해. 당신에겐 물건들을 버렸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러지 못했어.”
카리스는 한 손에 얹을 수 있을 만큼 작은 고양이를 조심조심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히려 그 애가 생각날 때마다 여자아이가 쓸 만한 걸 더 사 모았지. 진짜 여자애들을 보면 그 애가 생각나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자칼은 말없이 카리스의 등을 쓸어 주었다. 묵직한 손길에 그녀도 한결 편안해졌다.
“이 애가 자라는 걸 지켜보기로 한다면 죽은 우리 아이가 생각나 고통스럽겠지.”
“…….”
“하지만…….”
카리스는 온기가 가득한 눈으로 키티를 바라보았다. 깡마르고 왜소한 몸이었지만 분명 온기를 가지고 있는 생명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아이의 몸이 조금씩 부풀었다가 가라앉았다.
꿈이라도 꾸는지 허우적대는 몸을 쓰다듬어 주면 움찔거리던 키티가 몽롱하게 웅얼거렸다. 잠꼬대인지도 모호할 정도로 흐릿한 목소리였다.
“우웅…… 저는 맛없어요. 꼬리만은…….”
가느다란 꼬리가 살랑 움직였다. 다친 듯 일부가 잘려 나간 흉이 선명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카리스는 꼬리 끝을 살짝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이런 꼬리로는 늑대인 척하기 힘들 텐데.”
“어디든 이 아이에겐 위험할 테니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잠시 보호해 주는 건 어때.”
자칼의 말이 드물게 길었다. 카리스는 그가 제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누군가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때 죽은 딸아이가 떠오르며 느껴질 죄책감이 두려웠다. 그럼에도 꼬물꼬물 잠꼬대하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아이가 제대로 태어났다면, 자라나는 걸 지켜볼 수 있었다면 이런 마음이었을까. 이 작은 아이의 미래를 함께 기다려 보고 싶었다.
“……임시 가족이라.”
나는 네가 반가우면서도 무섭구나, 말랑손.
저도 모르게 미소 지은 그녀가 말랑거리는 분홍색 젤리 발바닥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럼 이 아이에게 저 바깥이 조금 덜 위험해질 때까지만.”
카리스가 작게 말하곤 키티를 더 깊이 보듬어 안았다. 자칼은 아무 말 없이 카리스의 어깨를 껴안았다.
문득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매일 아침 배를 쓰다듬으며 행복해하던 그녀의 모습과 지금 그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 * *
‘우음…… 포근하고 따뜻해.’
나는 베고 있는 것에 얼굴을 부비며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잠을 푹 자서 자연스럽게 깨어나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길거리에서 잔 쪽잠은 자고 일어나면 더 피곤했었는데. 오늘은 배불리 먹고 늘어지도록 자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모처럼이니 기지개를 켜 볼까!
쭉―!
나는 네 다리와 귀, 꼬리를 있는 힘껏 쭉 펼쳤다. 가끔 이렇게 온몸을 쭉쭉 늘여 줘야 키가 큰다고 엄마가 그랬으니까.
머리 위에서 웃음 섞인 요염한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아가. 기분 좋아 보이는구나.”
“힉!”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실내복을 입은 카리스 님이 나를 보며 후후 웃고 있었다.
‘맞다, 어젯밤에……!’
그리드울프 부부가 저택으로 돌아왔던 일과 목욕을 하게 됐던 것, 복도에서 까무룩 잠들어 버린 것이 차례로 생각났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가만, 그보다…….’
나는 고개를 살짝 내려 내 손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꾀죄죄한 솜뭉치가 보였다.
‘세상에. 나 고양이 모습이잖아!’
깜짝 놀란 나는 바둥바둥 손을 움직였지만 카리스 님은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저, 카리스 님. 이 모습은 그러니까…….”
“웃어서 미안하구나. 아기 늑대를 품에 안아 보는 건 오랜만이라. 너도 봤겠지만 테오와 데온은 꽤 자라 버렸잖니?”
다행이다. 나 늑대처럼 보이나 봐.
게다가 어젠 여자애를 보면 인상을 찌푸리시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씩씩해서 또래 여자아이로도 보이지 않나 보다.
‘이대로 어른스럽게 굴어야겠어. 제리안에게 복수하려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늑대인 척 저택에 머물러야 하니까.’
나는 큼큼 목을 가다듬곤 몸을 일으켰다. 도도하게 일어나려고 했는데 카리스 님이 내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오래 자서 얼굴 털이 엉망이구나. 조금 쓰다듬어 줘도 될까?”
“앗, 네, 부탁드릴게요.”
나는 공손히 말하곤 얼굴을 들이밀었다. 늑대들은 손길이 거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카리스 님은 날 기분 좋게 쓰다듬어 주셨다.
아이참, 어린애처럼 이런 걸 좋아하면 안 되는데……
“아가. 기분 좋니?”
“네! 방금 거기가 아주…… 꺄―! 조금만 더 해 주세요!”
“발 마사지도 해 줄 테니 이리 누워 보렴. 테오와 데온은 어릴 때 아주 좋아했단다.”
발 마사지 좋아!
나는 발랑 드러누워 분홍색 젤리가 훤히 보이도록 네 발을 쭉 뻗었다. 발바닥을 만지는 걸 싫어하는 고양이도 있다던데 난 아니었다.
꾹꾹 눌러 주면 이렇게나 시원한데 왜 다들 싫어하는지 몰라. 카리스 님도 내 발을 만지며 아주 행복한 얼굴이었다.
“데온이 널 말랑손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지금은 알겠어. 귀엽고 말랑말랑한 분홍색 발을 가졌구나.”
“좋아해 주셔서 기뻐요! 어젠 제 말랑손을 싫어하시는 줄 알아써요.”
“손이 앙상해 마음이 좋지 않아 그랬단다. 앞으로 맛있는 걸 많이 챙겨 줄 테니 더 통통해지렴.”
발 마사지를 받으면서 들어서 그런가? 통통해지면 날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앞으로’라니……!’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먼저 기대한다면 실망도 클 테니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카리스 님은 네 발을 정성껏 마사지해 준 뒤 흐물흐물 녹은 나를 보며 뿌듯해했다.
……이런. 너무 어린애처럼 좋아해 버렸잖아.
“아가, 밥 먹으러 갈까? 다들 기다린단다.”
“좋아요. 그리구 제 이름은 키티아예요.”
“애칭은 티아?”
“키티라고 불러 주시면 기쁠 거예요.”
카리스 님은 키티, 하고 내 애칭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나오자 카리스 님이 안아 올려 주었다.
카리스 님의 품에 안겨 식당으로 가는 길에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원래 어제 내쫓으려 했는데 내가 지쳐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오늘까지 데리고 있는 거라고 하시면 어떡하지? ‘앞으로’라는 말이 사실은 하루를 말씀하시는 건 아닐까?
‘그래도 하루는 배부르고 따뜻하게 보냈으니 감사해야 하나.’
앞으로가 조금 막막해졌다.
그리드울프에서 내게 일자리를 내준다면 정말 좋겠지만, 커다란 늑대들은 쪼그만 내가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어제 테오와 데온이 말한 대로 날 입양하시려는 걸까.’
나는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날 안고 있는 카리스 님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내가 늑대들과 다르다는 게 드러날 것이다.
‘날 입양해 주신다고 해도 문제야. 언젠간 고양이인 걸 들킬 테고, 그럼 저택을 떠나야 할 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풍겨 와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어느덧 식당에 도착한 것이다.
테오와 데온, 자칼 님은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
“말랑손, 무사했구나!”
축 늘어져 있던 데온이 날 보곤 반갑게 소리쳤다. 테오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는 둘 사이에 마련된 조금 높은 의자에 앉게 되었다. 둘 다 아침부터 운동을 한 건지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테오가 냅킨을 내 무릎에 놓아 주며 소곤거렸다.
“네가 방에 없길래 가출이라도 한 줄 알았어. 아니면 다른 늑대에게…… 큼,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야.”
“푹 잤어요. 걱정시켜 드려 죄송해요.”
“말랑손, 우린 널 걱정하느라 잠도 못 잤고, 엄마를 슬프게 했다고 아버지께 불려 가 아침부터 연무장을 스무 바퀴나 뛰었는데 넌 개운해 보인다?”
“큼.”
자칼 님이 묵직한 소리를 내 데온의 꿍얼거림을 끊어 버렸다. 어제도 느꼈지만 자칼 님은 정말 거대한 바위 같은 늑대였다.
늑대로 변하면 얼마나 클까? 나란히 서면 내가 털실 실밥처럼 보일 거야.
나는 얼른 먹어서 쑥쑥 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음식이 나왔다.
“따뜻한 버섯 크림 수프 위에 바삭하게 구워 낸 연어 조각을 듬뿍 얹었습니다.”
요리사의 설명에 군침이 돌았다.
“키티. 뜨거우니 천천히 먹으렴.”
“어머니, 키티아를 키티라고 부르시네요?”
데온이 부럽다는 듯 카리스 님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녀는 눈썹을 으쓱할 뿐이었다.
“키티에게 허락을 받았단다. 설마 숙녀의 애칭을 허락도 없이 부르진 않겠지, 데온?”
“칫…… 말랑손, 나도 그렇게 부르게 해 줘.”
“그럼요. 두 분은 친절하시니까요.”
테오와 데온이 별것 아닌 일에도 좋아해 줘서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숟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맞은편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 자칼 님이 날 왜 이렇게 빤히 보시는 거지?’
무언가를 요구하는 듯한 무서운 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