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64)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64화(64/153)
<64화>
“어라?”
키티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그리드울프의 활을 보며 잠시간 숨을 멈추었다. 그녀는 물론이고, 그녀에게 달려가던 자칼과 호그우드도 놀라 눈을 끔뻑였다.
“그리드울프의 활이…….”
“허, 말도 안 돼. 빠졌잖아?”
게다가 단순히 활을 빼낸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활을 붙잡은 키티의 손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동심원처럼 멀리 퍼져 나갔다.
따스한 빛에 닿은 수인들이 차츰 편안함을 느꼈다.
키티와 가까이에 있는 테오와 데온, 이든의 몸에서도 순식간에 광기가 빠져나갔다.
세 늑대는 활을 쥔 키티를 보며 잠시간 말을 잇지 못했다.
“키티, 그건…….”
“말랑손! 어떻게 한 거야!”
데온이 당황해 소리쳤다. 하지만 키티라고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당황하는 키티를 코앞에서 본 시그마가 음흉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녀의 양 뺨이 경이로움으로 불그스름해졌다.
역시 제리안 따위와 키티의 마력을 비교할 게 아니었다.
“아흐…… 키티아, 너는 정말로……!”
“으, 그렇게 변태처럼 보지 마!”
키티는 빽 소리치곤 활을 고쳐 쥐었다. 그동안 엘리엇에게 활을 배웠기 때문에 완벽에 가까운 자세가 나왔다. 문제는…….
“말랑손, 화살도 활시위도 없는데 어떻게 쏘겠다는 거야? 그렇게 노려봐도 내 눈에는 귀엽기만 해. 알지?”
“…….”
예상했듯 다른 이들에게는 활의 시위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키티도 화살은 발견할 수 없었다.
“말랑손, 무식하게 힘만 센 늑대들보단 영리한 표범들과 어울리는 게 수준이 맞지 않아? 어서…….”
시그마가 입매를 비틀어 웃으며 키티에게 손을 뻗었다. 키티는 무력한 듯 굴며 그녀가 다가오길 기다렸다가 활을 휘둘렀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시그마의 안경알에 퍼석 금이 갔다. 키티가 마력을 실어 활로 시그마의 얼굴을 내리친 것이다.
“싫다고 했잖아!”
퍽―!
키티의 영혼을 실은 풀스윙이 또다시 시그마의 머리를 때렸다. 설마 키티가 무식한 방법으로 공격해 올 줄은 몰랐던 시그마인지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을 휘청였다.
아니, 첫 번째 공격을 정통으로 맞아 머리가 어지러운 게 물러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다.
“왜 자꾸 나한테 집착하는 거야!”
키티는 시그마가 들고 있던 모조 블루문을 내리쳤다. 시그마는 천 주머니 안에 들어 있던 보석만 겨우 건져 냈다.
키티가 쳐 낸 보석이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자 블루문의 광기에 미쳐 버렸던 수인들이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이건 대체…….”
“아가씨?”
모두의 시선이 키티와 시그마에게 쏠렸다. 시그마는 이를 바드득 갈며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 헤맸다.
곧 무언가를 포착한 그녀의 눈가가 가느스름하게 휘었다.
“말랑손…… 오늘 네가 만들어 준 흉터는 소중히 간직할게.”
시그마는 씩 웃으며 높이 도약했다. 예상대로 테오와 데온, 이든은 키티와 활을 보호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설정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시그마는 공중에서 천 주머니 안의 보석을 꺼냈다. 제리안이 만들어 낸 모조 블루문은 키티의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키티아의 머리카락에서 얻어 낸 마력으로 강화한 이 모조 블루문이라면.
푹―!
시그마가 단숨에 착지해 누군가의 심장에 날카로운 보석을 깊이 박아 넣었다.
“크윽!”
순식간에 심장이 꿰뚫린 클리드가 이를 악물었다. 깊은 상처임에도 피가 나는 대신 형형한 마력만 몰아쳤다.
클리드가 유지하던 빛 마법진들이 단숨에 빛을 잃었다. 사위가 다시 캄캄해지자 시그마가 소리쳤다.
“후퇴한다!”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느껴졌다. 광기에서 빠져나온 여우 수인들이 마법으로 간신히 불을 밝혔을 땐 이미 표범들이 사라진 후였다.
바닥에는 키티의 마력에 구원받은 여우 수인들과 늑대에게 당한 표범 수인들이 뒤섞여 축 늘어졌다.
부상을 입은 늑대 수인들도 상처를 지혈하며 숨을 골랐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았다.
“클리드……?”
키티는 활을 든 채 클리드와의 거리를 빠르게 좁혔다. 시그마가 그의 심장 깊은 곳에 박아 넣었던 보석은 몸 깊숙한 곳으로 빨려 들어간 듯 흉터 하나 없었다.
테오와 데온, 이든이 횃불을 들고 와 클리드의 주변을 밝혔다. 키티는 손을 덜덜 떨며 클리드를 살폈다.
마구잡이로 헝클어진 금발과 꼭 감긴 눈, 굳게 다물린 입이 꼭 죽은 것처럼 보였다.
“클리드…….”
키티가 조금 더 가까이 가 숨소리를 확인하려던 그때, 이든이 그녀를 뒤로 잡아당겼다.
“피해, 키티.”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클리드가 눈을 번뜩 떴다. 혈관이 모두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흰자위가 온통 붉어 눈 전체가 핏빛으로 보였다.
“크르르르―.”
클리드는 악령에 사로잡힌 것처럼 키티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테오가 인상을 구기며 클리드를 뒤에서 붙잡았다.
“야, 정신 차려. 몸에 힘도 안 들어가면서…….”
일단 클리드는 살아 있었다. 보석이 가슴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는 것만 제외하면 외상은 없어 보였다.
안심한 키티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클리드의 상태를 살폈다.
“클리드는 블루문의 광기에 당한 것 같아요. 시그마가 심장에 블루문을 박아 넣었어요.”
그것도 제 마력으로 강화한 블루문을. 시그마의 악행에 혈압이 오르고 치가 떨렸지만 클리드를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테오 오라버니, 클리드가 얼굴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아 주세요.”
“광기를 정화하게?”
“네. 다른 광기들보다 강해서 될지 모르겠지만…….”
키티는 먼저 손으로 클리드의 정수리를 꾹 눌러 보았다. 클리드는 인간의 모습임에도 짐승처럼 ‘그르르르…….’ 하고 불만을 표했다.
다른 수인들을 광기에서 구해 냈던 방법이 별 효과가 없자 키티는 조금 겁을 먹었다.
그동안 자신과 접촉했을 때 광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클리드의 위협이 더 거세지자 데온이 키티의 앞을 막아섰다.
“말랑손, 마력에 문제가 생긴 거야?”
“아뇨, 전 멀쩡해요. 클리드의 심장에 강화된 모조 블루문이 박혀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블루문의 광기를 거둬 주지 못한다면 클리드의 안위가 위험했다. 게다가 외상이 없던 클리드가 숨을 조금씩 헐떡이기 시작했다.
키티는 정신을 집중하곤 클리드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블루문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그의 전신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었다.
“클리드!”
이대로 가만히 두었다간 클리드의 상태가 더욱 위중해질 것 같았다. 키티는 데온을 살짝 밀어냈다.
“조금씩 정화해 볼게요.”
“말랑손, 그러다 물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데온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키티는 햇살처럼 빙긋 웃었다.
“하지만 클리드를 죽게 둘 수는 없어요. 조금이라도 해 볼게요.”
“…….”
데온은 어렸을 때보다 한참 단단해진 키티의 눈동자를 바라보곤 물러나 주었다.
“크르르르…… 컹!”
그사이 광기에 더 사로잡힌 클리드가 키티를 물어뜯으려 위협적으로 입을 벌렸다.
이든은 짜증이 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곤 장갑을 벗어 클리드의 입속 깊이 쑤셔 넣었다.
키티는 깜짝 놀라 이든을 바라보았다.
“이든 님……?”
“이 녀석이 널 깨물면 짜증 날 것 같거든.”
아직 나도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데. 이든은 뒷말을 삼키며 클리드의 아래턱을 꽉 쥐었다.
다소 폭력적인 행동이긴 했지만 키티가 여우 새끼에게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게 그에겐 더 중요했다.
“조심히 해, 키티.”
“네.”
키티는 클리드의 가슴팍으로 시선을 내렸다. 이대로 블루문이 박힌 가슴에 직접 손을 대 제 마력을 흘려 넣어 볼 생각이었다.
그녀가 손을 뻗으려 하자 이든이 까칠한 목소리로 저지했다.
“키티. 그 녀석 가슴팍에 손을 댈 생각이야?”
“일단 그렇게 해 보려고요.”
“……활로 해. 네 손으로 말고.”
이든은 모조 블루문 또한 여신의 성유물이니 그리드울프의 활을 이용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테오와 데온이 도끼눈을 하고 이든을 바라보았으나 키티에겐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녀가 걱정해 줘서 고맙다는 듯 이든에게 웃음을 흘렸다. 테오와 데온은 여동생의 순진함에 속이 타들어 갔다.
‘이든 놈…… 기숙사에 들어오기만 해 봐라.’
‘헤어질 때 덜 슬프도록 서서히 거리 둔다는 놈이 왜 집착이야?’
키티는 이든의 상냥한 조언대로 조심스레 그리드울프의 활을 들어 보석이 박힌 부분을 조준했다.
툭―
활로 가슴팍을 건드리자 이든의 장갑을 씹으며 몸서리치던 클리드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언제 반항했냐는 듯 얌전해진 그의 몸이 잠시 후 펑, 소리를 내며 쪼그라들었다.
“세상에.”
클리드는 여우의 모습으로 변해 이든의 장갑을 퉤 뱉어 내곤 축 늘어졌다. 정신을 잃은 모양이었다.
광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한 키티는 처음 보는 여우 모습의 클리드를 세세히 관찰하며 눈을 반짝였다.
온몸이 늑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황금빛 털로 덮여 있었다. 꼬리는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자극할 만큼 두툼하고 폭신폭신했다.
키티는 털실 주머니 못지않게 포근한 클리드를 꼭 끌어안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광기에서 벗어났음에도 클리드는 깨어나지 못했다.
‘다른 수인들도 광기에서 벗어나면 몇 시간 정도는 정신을 잃곤 했으니까…….’
키티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지워 냈다.
고개를 드니 어느새 모두가 저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자칼과 카리스, 호그우드와 포워드는 독한 광기가 말끔히 정화된 것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여신의 마력을 가졌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화살이 없다고 활로 표범을 후려치는 걸 보니 늑대 다 됐군.’
키티는 늑대들이 왜 저를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의아해하다가 문득 옆에 놓인 활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활은 연무장의 상징이라고 했는데…….’
포워드의 시선이 활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자 가슴이 뜨끔했다. 키티는 도둑이 제 발을 저리는 심정으로 먼저 입을 뗐다.
“포워드 님, 활은 꼭 탑 아래에 얌전히 내려 두고 갈게요.”
그러자 포워드는 픽 웃으며 서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기사들이 주인에게 충성을 드러낼 때나 취할 법한 자세였다.
무리의 대장인 가주들과 인사를 나눌 때도 담백한 악수가 전부인 포워드가 자세를 낮추자 늑대들은 물론 여우들도 놀라 술렁였다.
포워드는 맑고 순수한 키티의 눈을 바라보며 선언하듯 말했다.
“아닙니다. 이제 그 활은 아가씨의 것이니까요.”
누구도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