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70)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70화(70/153)
<70화>
광기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린 게 아니라 발작이라니. 클리드의 상태가 광기에 노출된 다른 수인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주치의는요?”
“지금 상태를 보고 계시지만, 의술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일단 가서 봐요.”
우리는 곧장 클리드가 머무는 여우 소대로 향했다. 엘리엇 경도 클리드가 걱정되는지 발걸음을 재촉하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연무장에서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사건이 끊이질 않는군요.”
맞는 말인지라 나도 픽 웃었다.
클리드의 침실에 들어서자 사방에서 특유의 체향이 풍겨 왔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향기였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전히 동물의 모습인 클리드가 누워 있는 침대 근처엔 핏방울이 찍혀 있었다.
“언제 또 발작을 일으킬지 모르니 꽉 붙잡아.”
“긴장 놓지 말게. 곧 아가씨께서 오실 테니까.”
주치의들은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내가 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상황을 물었다.
“클리드가 깨어난 건가요?”
“움직이기에 깨어난 줄 알았는데 발작을 일으키지 뭡니까. 자기 몸에 상처가 나는 줄도 모르고 몸을 뒤틀었습니다.”
주치의들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축 늘어져 있던 클리드의 몸이 움찔 들렸다.
여우 수인들과 주치의들이 긴장한 얼굴로 클리드의 몸을 붙잡았다. 황금빛 털은 이미 피와 땀 때문에 엉망이었다.
“크르르르…….”
클리드는 나직한 목소리로 주변을 위협하며 몸부림쳤다. 이대로 놓아줬다간 어디로 가 무얼 할지 알 수 없어 더욱 긴장감이 커졌다.
“클리드, 엘리엇이다. 알아보겠나?”
엘리엇 경이 클리드의 콧잔등을 손으로 세게 누르며 물었다. 그러나 클리드는 이번에도 낮은 위협만 흘렸다.
엘리엇 경은 예상했다는 듯 눈썹을 까딱이며 클리드의 얼굴을 내 쪽으로 잡아 돌렸다.
“난 못 알아봐도 아가씨는 알아보겠지.”
“…….”
몸에 힘을 바짝 주고 있던 클리드가 서서히 호흡을 고르며 날 바라보았다. 고열에 시달리는 것처럼 바르르 떨리던 입가도 조금씩 진정되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클리드의 마력 흐름을 살폈다.
‘불안정해. 늘 놀라울 정도로 거대하고 잔잔했는데.’
마법사만큼은 아니었지만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에 마력의 흐름 정도는 얼추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클리드의 마력은 시그마가 심장에 박아 넣은 모조 블루문을 중심으로 요동치는 중이었다.
‘가시가 박힌 것 같겠지. 아프겠다…….’
심장에 무언가가 깊이 박혀 마력의 흐름을 끊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면 나라도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틀 것이다.
모조 블루문을 빼내 줄 수는 없겠지만 광기의 마력을 조금이나마 정화하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클리드 다음으로 섬세한 마력을 지닌 벤을 옆으로 불러낸 다음 활의 한쪽 끝을 쥐었다.
남은 쪽 끝을 클리드의 가슴팍에 겨누자 엘리엇 경이 질겁하며 날 멈춰 세웠다.
“아가씨, 위험합니다. 아직 활을 제대로 다루시지 못하잖습니까.”
“하지만 활로 오라버니들과 이든의 광기를 몰아낸 적은 있어요.”
정확히는 내가 활을 처음으로 쥐었을 때 퍼져 나간 마력이 셋을 정화한 거였지만.
한 번의 경험이 있으니 그때 익힌 감각을 되살리기만 하면 클리드를 구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괜찮아요, 사부님. 해 보고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물러날게요.”
“아가씨는 정말이지……. 이럴 땐 말려도 듣지 않으신다니까요.”
엘리엇 경은 제 말이라면 돌이 사탕이라고 해도 믿던 여섯 살 무렵의 내가 그립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겨도 엘리엇 경이 도와줄 것 같아 조금 안심이 되었다.
“벤, 클리드의 심장에 박힌 보석이 보여요?”
“마력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소용돌이의 중간 부분이겠지요.”
“아마 그럴 거예요. 제 활 끝이 보석의 중앙을 겨누게 해 주세요.”
이렇게 해서 클리드가 깨어날 거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아무것도 해 보지 않는 것보단 나았다.
‘활을 통해 마력을 흘려 넣으면 분명 안 하는 것보단 괜찮아지겠지.’
나는 벤의 도움을 받아 활을 겨누곤 그간 수련해 온 대로 그리드울프의 활에 정신을 집중했다.
순간이지만 활에서 희끄무레한 빛이 차올랐다. 주변을 둘러싼 모두의 눈동자에 기대감이 어렸다.
톡―
나는 주치의들이 단단히 붙잡은 클리드의 가슴팍에 활을 갖다 댔다. 풍성한 황금빛 털 때문에 푹신했다. 내 마력을 흘려 넣으려는 순간,
“……!”
클리드의 거대한 마력이 활을 타고 역류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 두 사람의 마력은 활의 중앙 부분에서 만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았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말을 걸듯 클리드의 마력에 내 마력을 한 가닥 한 가닥씩 엮어 나갔다.
‘클리드, 표범들에게 붙잡힌 여우 수인들이 널 기다리고 있어. 조금만 더 힘내 줘.’
고맙다는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며 멋쩍어하던 그의 얼굴이 생각나 가슴이 저렸다.
그러다 일순 두 마력이 퍼즐처럼 꽉 맞물렸다.
클리드의 마력은 더 이상 내 쪽으로 넘실대지 않았다. 그의 전신을 집어삼킬 것 같던 마력 소용돌이도 빠른 속도로 작아졌다.
‘이 정도 광기라면.’
나는 손을 뻗어 클리드의 검은 코를 톡 건드렸다.
말랑―
손바닥이 닿자 클리드의 몸에 퍼져 있던 광기가 말끔히 진정되었다.
그는 좋은 꿈을 꾸는 것처럼 갸르릉거리며 축 늘어졌다. 분명 나쁜 방향은 아니었다. 그제야 나는 긴장을 놓을 수 있었다.
“하아…….”
몸의 피를 모두 빼냈다가 다시 넣은 것처럼 온몸이 차게 식으며 어지럼증이 몰려들었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바니엘이 휘청이는 내 몸을 붙잡아 주었다. 연무장에서 수련을 할 때보다 마력을 많이 써 피곤한 감은 있었지만 부상을 입었다고 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괜찮으니 클리드를 살펴 주세요.”
내가 희미한 웃음을 머금은 채로 말하자 주치의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클리드의 심박과 동공을 확인했다.
* * *
‘이번엔 또 뭘 어떻게 하신 건지.’
엘리엇은 기진맥진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키티를 바라보았다. 말이 좋아 앉아 쉬고 있는 것이지 누워 있는 것에 가까웠다.
활로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키티는 이번에도 평범한 수인들은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게 분명했다.
‘저렇게나 작은 몸으로 말이지.’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아가씨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엘리엇 혼자가 아니었다. 클리드는 눈을 감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끔찍하던 꿈결 속에서 키티의 목소리를 들었다. 단 세 글자뿐이었지만 정신을 다잡기에는 충분했다.
“고마워.”
상냥한 목소리와 함께 따스한 마력이 가슴에 박힌 모조 블루문에 스며들었다.
마치 보석을 감싸듯 햇살 같은 마력이 주변을 맴돌며 그를 지켜 주었다. 클리드는 이와 같은 상태를 마나 레코드에서 본 적이 있었다.
심장에 독화살을 맞아 하반신이 마비된 초대 폭스타인 가주가 삼 년 동안 여신에게 간절히 기도한 끝에 깨우쳤다던 마력 운용법.
‘이름이 마나 코어라던가.’
전신에 흐르는 마력을 심장에 집중시켜 일종의 마력 생산 공장을 가동시키는 것이었다.
게다가 마나 코어가 체내에 형성되면 외부의 자극에 마력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마력에 예민한 여우라고 할지라도 그 망할 블루문에 면역이 생긴다는 거지.’
마나 코어를 얻는 건 모든 여우들의 꿈이었지만 클리드는 어렸을 때부터 관심도 두지 않고 있었다.
마나 코어의 중심이 될 핵을 만드는 일이 너무나도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제 힘으로 그 험난한 과정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단숨에…….’
키티가 가지고 있는 게 여신의 마력이 맞긴 한 모양이었다. 아직 온전히 자리 잡지 않아 마력 흐름이 전체적으로 불안정했지만 머지않아 안정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동료들을 구하러 표범들의 영토에 쳐들어갈 수도 있겠지.
클리드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키티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
“……?”
그러나 불안정한 마력 때문인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가 없었다. 당황한 클리드의 귀가 쫑긋거렸다.
클리드가 깨어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벤도 기이한 반응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어. 아무래도 아가씨의 마력 때문에 잠시 내 마력이 불안정해진 것 같은데.”
클리드가 마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그리드울프의 늑대들에게도 낭패였다.
그사이 빠르게 생각을 마친 클리드는 풍성한 꼬리로 키티 쪽을 콕콕 가리켰다.
“아가씨의 곁에 있으면 마력이 안정될지도 모르지. 여신의 마력이니까.”
엘리엇이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 바라보았지만 클리드는 개의치 않고 총총 걸어 키티에게 향했다.
잠깐 졸고 있던 키티는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황금빛 여우가 제게 다가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고양이란 살랑살랑 흔들리는 풍성한 꼬리 앞에서 이토록 약한 존재였다.
“꺄―! 클리드!”
키티가 양팔을 벌렸다. 클리드는 자연스레 그녀의 품을 향해 점프했다.
그런데 의도했던 것보다 시야가 훨씬 높아졌다. 목 뒤쪽이 아파 오기까지.
“클리드 폭스타인.”
클리드는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 슬쩍 고개를 돌렸다. 소식을 듣고 온 자칼이 클리드의 뒷덜미를 붙잡은 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흑심을 들킨 것 같아 등골이 오싹했으나 클리드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공중에 뜬 몸이 대롱대롱 흔들렸다.
“안녕하세요, 자칼 님. 주치의를 보내 주신 덕에 제가 살았습니다.”
“깨어났다니 다행이군. 하지만…….”
자칼은 잡고 있던 클리드의 목덜미를 더 꽉 붙잡으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협박했다.
“내 딸에게 여우 짓을 했다간 네 황금빛 털을 모조리 촛불에 태워 버릴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