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79)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79화(79/153)
<79화>
키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쓰러진 여성을 살폈다. 분명 델타 레오피드는 오라버니들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성인 남성이라고 들었는데.
‘붙잡아 둔 여우 수인들을 이용해 변신 마법을 쓴 건가?’
그녀가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클리드가 검을 휘둘렀다.
서걱―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여성을 향하는 검날에 구경꾼들이 기겁했다. 키티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성은 멀쩡했다.
클리드의 검이 베어 낸 것은 여성의 몸에 자리 잡고 있던 마법진뿐이었다.
“아가씨, 이건 시간이 지나면 터지도록 된 마법이야. 마법진에서 델타 놈의 냄새가 풍기는 걸로 봐선 그놈이 근처에 있는 것 같아.”
즉, 여성은 몸에 폭탄을 매달고 키티의 앞에 뛰어들었다는 뜻이었다. 물론 자의는 아니었을 것이다.
“흐으…….”
여성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배를 움켜쥐었다. 아이들이 멀쩡한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키티는 그제야 눈앞의 늑대 부인이 델타에게 협박을 당해 제 앞에 쓰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클리드…….”
마나 코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의 마력이 한층 첨예해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릴 적, 제게 도발하다 손을 물린 그가 아니었다.
“벤, 광장에 델타가 침입했음을 알리고 주변을 조사하도록. 어차피 늑대 영토의 중앙이니 허튼짓은 하지 못할 거다.”
다른 이가 건 마법을 단번에 꿰뚫어 보고 베어 내는 그의 모습은 마법사들의 지배자라는 칭호를 절로 떠올리게 했다.
그리드울프 영애의 호위 기사가 약자를 단칼에 베어 내는 줄만 알았던 구경꾼들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환호했다.
“여우 가주가 대단해졌잖아?”
“몇 년 전만 해도 마력에 예민한 게 다였는데 말이야.”
“이제 보니 외모도 수려한 게 고양이 아가씨랑 제법 잘 어울리는걸.”
클리드가 들었냐고 묻듯 한쪽 눈썹을 들어 보였다. 능글맞은 모습은 어린 시절 그대로였지만 그는 의젓해졌다.
새삼 넓은 어깨와 검을 쥐고도 남는 커다란 손, 그 위에 돋은 핏줄이 돋보였다. 이상한 기분이 배 속을 간지럽혔다.
클리드는 훤칠한 얼굴로 저 하나만을 바라보며 야살스런 눈웃음을 지었다.
“방금 좀 멋졌나?”
“…….”
키티는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쓰러진 여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냘픈 손마디에 마음이 좋지 않아졌다.
“괜찮으세요?”
“아가씨……. 죄송합니다.”
키티는 방긋 웃으며 먼 옛날, 카리스가 제게 해 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아니에요. 협박당하고 계셨잖아요? 저였어도 소중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했을 거예요.”
우리 엄마가, 그리고 카리스 님이 그랬던 것처럼.
햇살처럼 따스한 대답에 여인이 어쩔 줄을 몰랐다. 키티는 호위 둘을 불러 저택으로 모셔 가 식사를 챙기도록 시켰다.
델타의 마법진을 어쩌다 지니게 되었는지 조사도 해야 할 테니, 적어도 며칠은 따뜻한 잠자리와 풍족한 식사를 내줄 수 있을 것이다.
‘조사가 끝나면 식재료를 챙겨 드려야겠어.’
늑대 부인은 거듭 감사 인사를 전하며 호위들을 따라 이동했다. 키티는 차츰 표정을 굳혔다.
‘내가 아이를 가진 부인들께 약한 걸 알고 일부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약자를 협박해 조종하는 것은 끔찍했다. 델타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제리안만큼이나 진절머리가 났다.
“역시 끔찍한 것들끼리 어울리나 봐.”
키티의 얼굴에 명백한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 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광장으로 향하는 일행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 *
“키티아 아가씨다!”
“저게 그리드울프의 활…….”
키티가 등장하자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수인들이 웅성거렸다. 클리드는 그들이 키티에게 손대지 못하도록 경호를 신경 쓰며 걸음을 내디뎠다.
그녀가 광장의 단상에 올라 모두에게 인사하는 동안, 클리드는 광장 경호를 맡은 엘리엇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델타는 찾으셨습니까?”
그렇게 묻는 클리드의 얼굴엔 경호원으로서의 걱정, 그 이상이 담겨 있었다. 그는 키티가 다칠까 봐 진심으로 초조해하고 있었다.
엘리엇은 피어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잠시 접어 두고 답했다.
“주변엔 표범 새끼 한 마리 없어. 마법을 사용한 모양이니 네가 나서 줘야겠다.”
클리드는 고개를 끄덕이곤 여우 소대원들을 이끌고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키티가 단상 위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라면 원거리 공격을 시도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그는 키티의 근처에 보이지 않는 방어 마법진을 몇 개나 둘러 주고서야 걸음을 뗐다.
클리드가 마력을 쏟아부어 주변을 수색하는 동안, 키티는 광장의 단상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카트리나와 하슈카를 비롯한 손님들과 그리드울프 저택의 일원들이 단상 위의 귀빈석에 앉아 있었다.
키티의 앞에는 토비를 포함한 흰 털 토끼 수인 둘이 커다란 철장에 갇힌 채 잠들어 있었다.
귀빈석에 앉은 그랜파가 안타까운 얼굴로 제 핏줄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토비 씨도 철장에 갇힌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었을 텐데…….’
신년제에서 그리드울프의 활을 선보이기로 결정했을 당시, ‘블루문의 광기를 정화해 내는 것’을 어떤 식으로 보여 주면 좋을지 논의가 길어졌다.
단순히 모조 블루문을 정화해 내는 모습을 보이는 건 수인들의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 게 분명했다.
진짜 모조 블루문의 광기를 제거하는지, 그렇게 보이도록 제작한 물품들을 이용해 능력이 있는 척 연기하는 것인지 알 수 없기도 하고.
고민이 깊어질 즈음 그리드울프 저택에 구금되어 있던 몇몇 토끼들이 먼저 제안했다.
“늑대 기사들의 말대로라면 저희는 밤이 되면 광기에 정신을 잃습니다.”
“저희를 정화해 주심은 어떠신가요?”
그들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밤만 되면 정신을 잃고 제리안의 명을 기다리는 스스로의 처지가 지긋지긋한 모양이었다.
그들의 행동 패턴을 조사하는 그리드울프의 기사들이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 준다고 해도, 연구 대상은 연구 대상이니.
‘이유도 모르고 밤마다 정신을 잃는 것보단 다른 이들 앞에서 정화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겠지.’
마음 같아서는 그들 모두를 정화해 주고 싶지만, 제리안이 그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내기 전에는 불가능했다.
해서 오늘 단상 위에 올라온 토끼 수인은 셋뿐이었다.
달빛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서서히 걷혔다. 푸른 달빛을 감지한 철장 안의 토끼 수인들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눈동자에는 붉은 광채가 흘렀고, 몸의 움직임도 이상해 꼭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처럼 보였다.
“뭔가 이상하군.”
“광기에 사로잡히면 다 저렇게 되는 건가요?”
“그러고 보니 표범들도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것처럼 움직이긴 했지.”
광장의 수인들은 옛 기억을 더듬으며 토끼 수인들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곧 그들이 철장을 붙잡고 키티를 향해 살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철장이 없었더라면 진작 그녀를 덮쳤을 만한 살기였다.
그 모습에서 누군가는 무참히 늑대들을 찢어발기던 표범들을 연상하곤 하얗게 질렸다.
“약하고 작은 토끼 수인을 저 정도의 살의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면…….”
블루문은 악용의 여지가 무한대인 보석임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키티는 관중들이 겁에 질리기 전에 활을 들어 올렸다. 활은 여느 때처럼 따스한 마력을 흘리고 있었다.
여전히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빛이었다.
톡―
키티가 활의 끝을 바닥에 내리찍자 따스한 마력이 동심원을 그리며 널리 퍼져 나갔다.
주변을 수색하던 여우 수인은 물론, 마력에 예민하지 않은 늑대 수인들도 그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상냥하고 다정해 눈시울이 절로 젖어 들 것만 같은 힘이었다. 목마를 타고 있던 아이들은 ‘꺄―!’ 하고 탄성을 흘리며 부모에게 뺨을 비비적댔다.
블루문의 광기가 두려워 벌벌 떠는 우리를 구원해 줄 누군가가 있다면 분명 이런 느낌이겠지. 광장의 수인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
철장에 갇혀 있던 토끼 수인들이 신음하며 휘청였다. 그들의 눈에서 붉은 기운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정화의 의식이 끝났다.
경이로운 광경을 목격한 군중과 단상 위의 손님들은 한동안 침묵했다.
비판적인 시선으로 키티의 동작 하나하나를 뜯어보던 카트리나도 놀라 숨을 멈추었다.
저 작은 몸집을 가진 고양이 수인이 여신의 성유물을 온전하게 사용해 내다니.
탄성은 얼마 후에야 흘러나왔다.
“저것 봐, 토끼 수인들이 벌써 정신을 차렸어!”
“그리드울프 영애 만세!”
늑대들의 하울링과 개 수인들이 컹컹 짖는 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토끼 수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든 환호를 들으며 키티는 그제야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뿌듯함이 가득 들어찬 뽀얀 뺨에 복숭앗빛 홍조가 올랐다.
키티는 활을 살랑살랑 흔들며 지켜봐 준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 튀어나온 고양이 꼬리가 팔과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 * *
델타는 광장 부근의 여관에서 한가로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여우 수인 몇몇을 갈아 넣으니 늑대 수인으로 보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덕분에 여관 안에서 느긋하게 키티의 시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마력이 안정적인데.’
시그마가 왜 제리안과 키티의 비교를 거부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잔머리를 굴리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건 제리안 쪽이 더 뛰어날지 몰라도, 마력만 놓고 보면 키티 쪽이 우위였다.
과연 탐이 나는 고양이였다.
장난삼아 늑대 부인에게 폭발 마법을 걸어 보내길 잘했다. 키티도 제 이름을 기억해 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목표물은 키티가 아니라 오랜만에 외출을 감행한 카트리나였다.
폴리가의 지배자들이 끔찍이 아끼는 외동딸을 손에 넣기만 하면 곰들이 지닌 성유물을 빼앗을 수 있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드울프가 키티아 쪽으로 경호를 집중하는 바람에 카트리나는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델타는 그저 시그마가 일을 잘 해내 주길 바라며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때, 그의 눈앞에 붉은 마법진이 나타났다.
“쥐새끼처럼 숨어 있어서 못 찾을 뻔했잖아, 델타.”
뒤이어 나타난 클리드의 눈동자에 살기가 가득해 델타는 저도 모르게 야만적으로 웃었다.
“여우 새끼가 겁도 없이 어디다 얼굴을 들이밀어. 얼굴 가죽을 뜯어 줄까?”
클리드가 검을 뽑아 들며 이를 갈았다.
“절대 안 되지. 오늘 밤에 써먹을 얼굴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