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89)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89화(89/153)
<89화>
“오늘, 우리는 수십 년 전 치욕을 갚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연무장 중앙, 호그우드 님이 몸집만큼이나 커다랗고 우렁찬 목소리로 선언했다.
아우우우―!
늑대들은 호그우드 님의 의견에 동조의 하울링을 보냈다. 그들의 목소리에도 표범들을 향한 깊은 분노와 원망이 담겨 있었다.
표범들에게 당한 늑대들의 이름이 빼곡하던 위령비가 생각나 마음이 좋지 않았다.
냐우우우우!
나도 무사히 출정을 다녀오시라는 의미로 하울링을 더했다. 옆에 서 있던 자칼 님이 내 머리 위에 손을 톡 얹었다.
“훌륭한 하울링이군.”
“호그우드 님도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분명 그럴 거다.”
카리스 님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는 걸 보아 또다시 디엘을 묻었던 그날을 떠올리고 계신 것 같았다.
나는 슬쩍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주었다.
말랑―
“아…….”
“카리스 님, 손이 차가워요.”
카리스 님은 쓰게 웃으며 내 볼을 톡 건드렸다.
“고맙구나, 아가.”
이윽고 호그우드 님과 기사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표범 영토 방향으로 돌격했다.
호그우드 님이 데려온 검은 털 늑대들이 절반, 그리드울프의 회색 털 늑대들이 절반.
거기에 클리드의 명을 받은 여우 소대 하나가 마법을 사용을 지원하기 따라붙은 형태였다.
‘표범들과의 싸움에서 가장 큰 변수는 블루문이야.’
클리드가 마나 레코드에서 엿본 대로 내 마력이 담긴 물건을 주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그리드울프가 상인들과 진행할 회의가 아주 중요했다.
* * *
“자칼 님과 카리스 님께서도 곧 오실 겁니다.”
회의장으로 장소를 옮긴 후 엘리엇 경이 안내했다. 상단주들은 얼마든지 기다리겠다는 듯 미소로 화답했다.
신기하게도 하슈카가 데려온 상단주들은 모두 개 수인이었다. 게다가 자칼 님과 카리스 님은 그들 모두가 믿을 만한 인물들이라고 했다.
뭐, 어떤 상인도 동맹으로 세력이 한층 커진 늑대들에게 밉보일 만한 짓을 하지 않을 테지만.
낯선 이들을 기웃거리자 하슈카가 나를 발견하곤 상단주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했다.
“잠시. 아가씨가 날 찾으시는 것 같아서 말이지.”
“하슈카 님, 아가씨를 이쪽으로 모셔 같이 대화하는 건 죽어도 허락하지 않으실 거죠?”
“허허! 당연하지, 이 사람들아.”
하슈카는 농담조로 말했지만 어딘가 단호함이 묻어 났다.
그보다 젊고 영향력 없는 상단주들은 위엄 있는 목소리에 깨갱했다.
“정말 너무하시다니까요.”
늑대들만큼은 아니지만 개 수인들도 힘과 서열에 상당히 신경 쓰는 것 같았다.
하긴, 가장 큰 상단을 거느린 하슈카에게 미운털이 박혔다간 앞으로의 사업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상단을 운영하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개 수인들 근처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나까지 훌륭한 상단주가 된 기분이었다.
“아가씨, 저를 보러 오셨나요?”
내게 다가온 하슈카는 언제 단호하게 권위를 드러냈냐는 듯 살갑게 인사했다.
손주들을 바라보던 그랜파가 짓던 흐뭇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서도 보였다.
‘이든은 훌륭한 상인이라면 상대에 따라 여러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지.’
그런 의미에서 하슈카는 정말이지 대단한 상인이었다.
나는 미래에 사업을 해 제리안보다 큰 부를 축적하겠다는 야망을 아직 버리지 않았으니 약간 점수를 따 두고 싶었다.
“하슈카 님, 다시 뵈어 기뻐요. 하슈카 님이 데려오신 상인들도 모두 하슈카 님처럼 수완이 좋겠죠?”
나는 오랜만에 작은 동물 필살의 생존 전략을 사용했다. 하슈카가 눈의 주름이 깊이 패도록 웃었다.
“그렇습니다. 제 동료들을 좋게 봐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역시 아가씨께선 눈썰미가 대단하시군요.”
하슈카도 나를 향해 상인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보였다.
서로에게 딸랑딸랑 아부하고 있자니 둘 모두 오늘 자리가 서로의 호감을 사길 바란다는 게 느껴졌다.
머지않아 자칼 님과 카리스 님이 들어오셨고, 우리는 상단을 이용해 제리안을 압박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카리스 님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미리 말하지만, 중간에 마음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늑대 특유의 은근한 위협이 서린 목소리.
“게다가 제리안은 여기에 있는 우리 키티와도 사이가 좋지 않지.”
임시이긴 하지만 카리스 님은 나도 그리드울프의 일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늑대들이 가족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 떠올린 듯, 상단주들이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들은 잇속을 따지는 상인들이기 때문에 늑대들을 배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드울프와 위비스의 영토는 대륙 전역에 걸쳐 있었고, 늑대들의 소비력은 어마어마했으니까.
거기에 지금은 토끼 수인들과 곰 수인들이 늑대 수인들과 뜻을 함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태.
어떤 상단도 늑대들에게 찍혀 수많은 고객을 잃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감히 누가 그리드울프를 배신하겠습니까.”
“그 정도로 시야가 좁은 놈들은 이 자리에 초대되지도 못했겠지요.”
상단주들은 재빨리 그리드울프의 비위를 맞췄다. 덕분에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 수 있었다.
“그리드울프는 상단의 협력을 얻어 내면 피 튀기는 일 없이 제리안의 행동을 저지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자칼 님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피 튀기는’을 말할 때, 동그랗게 부푼 머리 모양을 한 개 수인 하나가 침을 꼴깍 삼켰다.
“그, 그 말씀은 당장 식량 공급을 끊으라는 뜻인가요?”
“저, 저희가 제리안과 거래해 온 건 지리적 편의와 꾸준한 수요 때문이지 자칼 님에게 반기를 들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그런 뜻으로 오해할 만한 무서운 목소리였다.
내 눈에 자칼 님은 조금 무안해하시는 것 같았지만, 모두 굳어진 얼굴에 겁을 먹고 시선을 피했다.
상단주들 중 가장 배짱이 두둑한 하슈카가 공손한 목소리로 답했다.
“무작정 식량 공급을 끊는다면 피해는 제리안이 아니라 다른 고양이들에게로 향할 겁니다. 요즘은 날씨도 추워 고양이 영토가 가장 척박할 때니까요.”
고양이 영토에 출입하는 상인들이 입을 모았다.
“알고 있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은 부작용이 더 크지.”
자칼 님도 동의했다. 고양이들에 대한 제리안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려면 식량 공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
‘제리안이라면 식량 공급이 끊어지는 순간 가난한 고양이 수인들을 나 몰라라 할 테니까.’
하슈카와 늦은 시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한 차례 나왔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여러모로 생각해 볼 시간이 있었다.
“키티아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군요.”
하슈카가 자리를 마련해 주듯 말했다. 인자한 웃음을 머금은 두 눈동자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나는 잠깐 생각을 정리한 다음 답했다.
“식량 공급을 끊거나 줄이면 제리안은 가난한 고양이들이 굶는 게 상단의 책임이라며 선동을 시작할 거예요.”
늘 거짓말에는 탁월한 재능이 있던 제리안이니까.
제리안이 세 치 혀를 놀릴수록 그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러니 제리안을 압박하는 일과 평범한 고양이 수인들이 제리안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 못하도록 하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양이 수인들이 제게 의존하는 한, 제리안은 언제까지고 그들을 희생해 가며 군림할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 수인들은 식량을 배급해 주는 제리안에게 상당히 의존하던걸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는데, 장기적으로 접근하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아요.”
나는 고양이 영토와 거래해 온 상단의 주인들을 보며 말했다.
“여태까지 고양이 영토에 공급된 식량의 양을 알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예상한 질문이었는지 상인들은 미리 준비해 온 통계 자료를 내밀었다.
나는 그것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예상대로, 제리안의 견고한 지배 체계를 망가트릴 방법은 제리안이 가지고 있었다.
자료엔 제리안이 오래전부터, 고양이 수인 모두를 먹이고도 남을 만한 식량을 사들이고 있다고 나왔다.
“이 식량이라면 모든 고양이 수인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겠네요. 하지만 고양이들은…….”
나도 당해 알고 있었다.
제리안은 각각의 고양이들이 풍족해지면 자신의 지배력이 약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모두를 궁핍하게 만들었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의 식량만을 보급해서.
“일단은 제리안이 넉넉한 식량을 창고에 축적해 놓고 고양이 수인들에게 내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척박한 계절이라 제리안의 말에 거역하기 힘들 겁니다.”
“고양이 영토가 겨울에 척박한 건 낚시할 수 있는 강이 모두 얼어 버리기 때문이에요. 그 점은 클리드가 해결해 줄 수 있어요.”
야옹강이 얼지 않는다면 낚시로 어느 정도 식량을 해결할 수 있었다. 고양이는 생존력이 뛰어난 동물이니까.
고양이들이라고 해서 모두 제리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야 입에 풀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자들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 제리안에게 반발하는 여론을 구성해야 했다. 그다음으로…….
“제리안은 식량 창고라고 불리는 거대한 건물에 머물고 있어요.”
말 그대로 식량을 보관하는 게 주된 기능이었지만 사실은 요새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지금도인가요?”
“네. 야옹산을 등진 그 거대한 건물 말씀이시죠?”
“맞아요.”
그 건물은 제리안의 몸이나 다름없는 곳. 따라서 토끼들이나 여우 수인들을 이용해 비밀스러운 실험을 진행한 장소로도 유력했다.
표범들에게 공급할 모조 블루문을 만든 것도 모두 식량 창고에서겠지.
그렇다면 늑대들은 그 건물을 빼앗아야 했다.
“고양이들이 제리안에게 반기를 들게 할 방법을 알고 있어요.”
나는 그간 공부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