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n Academic Fact That Rankers Are Model Students RAW novel - Chapter (161)
제 161화
161화: 당하고 살지 말자(3)
“죄송합니다! 함부로 죽으려고 해서 죄송합니다!”
세람은 경준에게 자신이 함부로 죽으려고 했던 걸 사과했다.
생각해 보니 간단한 답이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경준은, 조금의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스스로 죽으려 했던 세람에게 화가 난 거였다.
세람을 죽이려고 했던 실바들이 아니라.
“네.”
수우웅.
역시나 이게 정답이 맞았는지, 경준은 세람의 사과를 듣자마자 바로 마력 탈환을 멈추었다
털썩! 털썩털썩!
마력을 빨리던 실바들이 쓰러졌다.
죽은 건 아니었다.
마력 탈진이 와서 잠시 기절한 것뿐.
마력에 축복받은 요정이기에 아마 마력 탈진은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일 터, 그래서 아마 더 고통스러워했을 것이다.
“그럼 돌아갈까요?”
경준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손의 마력을 툭툭 털고는 먼저 걸음을 옮겼다.
세람은 쓰러진 실바들과 먼저 가는 경준을 번갈아 쳐다보며 무언가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다 이내 경준을 따라가는데.
“걱정 안 해도 돼요. 울프들한테 미리 말해 놨어요. 적당히 다른 맹수로부터 지켜 주라고. 깨어날 때까지.”
아무리 숲의 주민이라도 고래숲 한복판에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은 위험하다.
몬스터들도 서로를 공격하고 그러니까.
“아…… 그렇습니까…….”
경준의 말에 세람은 겸연쩍은지 어색하게 고개만 주억였다.
“그럼 돌아가요.”
“……예.”
터벅터벅.
그렇게 영지로 돌아가는 길.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경준은 별 신경 안 쓴다는 표정이긴 했지만, 그래서인지 세람은 뭔가 더 어색함을 느꼈다.
결국 어색함을 못 이긴 세람이 먼저 말문을 깼다.
“저…… 경준 님께서는 안 물어보십니까?”
“뭘요?”
경준은 짐짓 모른 척하며 되물었다.
“그…….”
세람은 말하기를 고민하다 이내 결심한 듯, 마저 입을 뗐다.
“……제가 다른 실바들에게 괴롭힘 당한 거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러네요. 제가 무엇을 물어보면 좋을까요.”
경준은 계속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덧붙였다.
“거기서 왜 다구리 당하고 있었는지? 저들이 왜 당신을 그렇게까지 몰아붙였는지? 과거에는 어땠는지? 대체 검은 피부라는 것과 마신의 저주가 무슨 상관인지? 이전에는 그냥 마주치면 배척하는 것에서 멈추다 왜 이번엔 죽이려고까지 드는지? 대체 뭘 물어보면 좋을까요.”
“…….”
세람은 이번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에 경준은 한숨을 푹 내쉬며, 걸음을 멈추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
현실과 달리 안경을 끼고 있지 않으니 그 느낌이 더하다.
“세람 씨. 저는 당신의 학폭위 상담자가 아닙니다. 당신이 무슨 사연을 안고 있든, 본래 같이 있어야 할 실바 무리에게 왜 배척받고 그러는지는, 솔직히 제 관할 밖이에요. 그리고.”
경준은 냉정한 투로 계속 이야기했다.
“저는 바빠요. 이제 중간고사가 끝나기는 했지만 2달도 안 돼 기말고사가 있고 이번엔 과학인증제 1급 시험까지 겹쳐 있어요.”
참고로 경준은 과학인증제 물리와 화학 모두 손쉽게 2급을 통과했다.
“그리고 점점 영지도 커지고 일도 많아지고 있어요. 강 너머 아우터시티의 건축도 완료되어 가고 있고, 그게 완료되면 다시 본격적으로 빵 공장도 돌려야 해요. 또 몬스터들 고민 상담도 끊이고 있지 않죠. 세람 씨 당신에게 언어도 계속 배워야 하고 말이에요.”
결국 경준의 말은, 관심도 없고 상관도 없으니 귀찮게 굴지 말라는 뜻이었다.
경준은 고개를 돌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알겠습니다.”
세람 역시 그런 경준의 뒤를 따른다.
하지만 아까보다 따라가는 걸음걸이가 시원찮다.
그래, 자신은 뭘 기대한 것일까.
처음 경준과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 그와는 그저 계약 관계일 뿐인데.
세람이 그렇게 결론지으며, 그동안 그나마 열어 놓았던 마음의 문을 마저 닫으려고 했을 때.
경준의 마지막 말 한마디가 그 문고리를 잡았다.
“그러니까 귀찮게 엉기적거리지 말고, 필요한 게 있으면, 부탁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 주면 싶은 게 있으면, 제대로 부탁하세요.”
경준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또렷한 눈동자로 세람을 꿰뚫듯이 했다.
“며칠 뒤면 당신과 저의 계약은 끝나겠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적어도 그때까진 세람 당신은 제 공부영지의 주민이며 저는 영주입니다. 알겠어요?”
[유니크 스킬 『의지 전달(Lv.1)』]경준은 위의 말을 마력을 담아서, 그리고 요정어로 했다.
인간들끼리 단순히 하는, 그런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의지를 담은 말.
“아.”
그건 세람에게 직통으로 다가왔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기분 나쁜 얼얼함은 아니었다.
[세람과의 호감도가 50이 넘었습니다.] [세람의 첫 번째 퀘스트 조각에 새로운 문구가 추가됩니다.] [추후 당신의 행동에 따라 두 번째 퀘스트 조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 *
공부 별장으로 돌아와서.
언제나처럼 게임에 접속한 경준은 공부 별장에서 바로 공부를…… 하지 않고 잠시 상태창을 살펴보고 있었다.
[퀘스트 조각 -검은 피부의 실바, 세람-]▶세람은 자신이 보통 실바와 달리 피부가 검은색인 것에 큰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듯하다. 그런 그에게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한데…….
▶???
이전에 세람을 처음 만나고 그 자리에서 영지의 언어 과외 선생으로 1달 계약을 했을 때, 그때 얻었던 퀘스트 조각.
물건, 대화, 시간 등 필요한 조건이 갖춰지면, 즉 그렇게 해서 퀘스트 조각을 몇 개 더 모으면 정식 퀘스트로써 발현되는 시스템이다.
훨씬 전에 룩셈 방어전에서 변종 오크 프로틴의 퀘스트 조각을 얻었을 때도 그랬듯이, 본래 공부가 목적인 경준은 굳이 퀘스트 조각을 모으려 하지는 않았다.
그때, 똑똑 하고 누군가가 별장 문을 두드린다.
“경준 님. 저 세람입니다.”
세람이었다.
“네. 무슨 볼일이세요?”
“요리를 좀 하려고요. 아직 아침을 안 드셨다면 같이 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음, 잠깐만요.”
경준은 포만도 창을 확인해 보았다.
▶포만도: 23%
세람의 말대로 뭔가 먹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유니크 빵만으로 배가 찰 것 같지는 않으니.
“좋아요. 아침은 굶어선 안 된다고 그랬으니.”
경준은 그리 말하며 별장 밖으로 나왔다.
티키티키나 다른 실바들과 달리, 날개보다는 주로 발로 걸어 다니는 걸 선호하는 세람.
아마 그가 땅 속성 요정이라서 그런 듯싶었다.
그렇게 근처 부엌 건물로 걸음을 옮기던 중.
“한데 아침을 굶어선 안 된다는 건 인간들의 속담 같은 겁니까?”
세람이 말문을 열었다.
“아. 그냥 저희 어머니가 맨날 그래서. 다른 건 다 굶어도 아침밥만큼은 절대로 굶어선 안 된다고 자주 그래요.”
덕분에 경준은 지금껏 매일 아침 아침밥을 빼먹은 적이 없다.
아침밥 수문장.
학교에 늦어도 아침밥은 먹고 가라는 게 그의 어머니의 주부 신조였다.
“아…… 보통 어머니가 아침밥을 해 주는 모양이로군요.”
“음? 요정들은 안 그래요?”
“하하, 제가 부모 없이 혼자 자라 가지고요.”
“아, 음, 어…… 미안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끼익.
경준은 조금 어색해진 분위기를 뒤로하고 부엌 건물의 문을 열었다.
세람이 미리 요리할 준비를 해 놓은 부엌이었다.
“음식은 뜨거울 때 먹는 게 좋습니다. 좀만 기다려 주십시오.”
세람이 요리를 시작했다.
치이익!
요리라고 했지만 사실 별거 아닌 조리법.
그냥 기름 듬뿍 친 프라이팬에 미리 준비해 둔 반죽을 구울 뿐인 과정이다.
그렇지만 물씬 풍기는 고소한 냄새가 경준의 입에 침을 고이게 했다.
일단 슬라임 냉국이 아닌 게 정말로 마음에 든다.
어떤 음식인지 관심을 가진 경준이 물었다.
“이건 대체 어떤 음식이에요?”
“감자하고 컬리플라워를 대충 7 대 3으로 반죽해서 기름에 구운 음식입니다. 만들기 쉽고 싸고 또 맛있고, 가성비 하나는 죽이는 음식이지요. 그래서 전쟁식에 자주 쓰이곤 하지요.”
실제로 고래숲과 붙어 있어 몬스터들과 크고 작은 전쟁을 자주 벌이곤 하는 이지스 보호령, 그곳의 대표 음식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군대 음식.
하지만 경준은 완전 마음에 들었다.
“오. 대박인데요? 가성비는 언제나 옳죠.”
“하하,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았습니다.”
이내 다 구운 음식을 경준 앞에 내놓은 세람.
한꺼번에 다 구우면 식어서 맛이 없으니 적당량만 구운 게 보인다.
“사실 본래 이지스 보호령의 것은 너무 기름져서 제가 살짝 변형했지요. 그건 완전 기름 덩이라. 그래도 이게 분명 입맛에도 더 맞으실 겁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디 한번…….”
경준은 포크로 푹 찍어 한입 크게 넣었다.
우물우물.
“음, 으음……?! 이, 이 맛은……! 그냥 저냥 먹을 만한데요?”
“그쵸?”
세람이 구워 준 반죽은 감자전이랑 비슷한 맛이 났다.
여기엔 컬리플라워도 들어갔으니까 컬리감자전이라고 부르면 될 것 같다.
“네. 어렸을 때 우리 어머니가 자주 해 줬던 감자전이랑 비슷한 맛이 나네요.”
“후후. 이런 게 어머니의 맛이라는 건가요? 저야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군요.”
“아.”
경준은 이번에도 자기도 모르게 세람의 아픈 부분을 찔러 버렸다.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제가 원래 좀 세심하지 못해서.”
“아니요. 괜찮습니다. 애초에 기억에도 없으니까요.”
세람이 보다 맛있게 구운 컬리감자전을 몇 개 더 식탁 위에 놓았을 때.
그가 씁쓰레 입을 뗐다.
“그래도 제게 어머니와 관련된 것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요.”
세람이 꺼내 들었던 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쭉 차고 있었던 평범한 돌 목걸이였다.
요정어로 예쁘장하게 『CERAM』이라고 적힌 것만 빼면.
‘아니, 잠깐. 저 돌은…….’
뭔가 익숙한 느낌의 돌에 경준이 미간을 좁혔을 때, 세람이 계속 말을 이어 왔다.
“이미 아시다시피 여기에 적힌 건 요정어로 ‘세람’이라고 읽습니다. 딱히 의미가 있는 단어는 아니라, 그냥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추측한 이후로 저는 스스로를 세람이라고 소개하고 있지요.”
정성스레 새겨진 글씨에는 애틋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세람도 그렇게 느껴 왔던 것인지, 돌은 곳곳에 손때가 묻어나 있었다.
“저는 실바 무리에게 버려졌습니다. 보다시피 검은 피부라서, 마신의 저주를 받은 아이라며 버려졌지요.”
그리 말하던 세람은 조소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경준을 향한 건 아니었고.
검은 피부로 태어난 자신과, 그런 자신을 배척한 실바 무리 전체를 향한 비웃음이었다.
띠링!
[이후 세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퀘스트 조각 『검은 피부의 실바, 세람』의 두 번째 조각이 모이게 됩니다.]※본 이야기를 진행할 시 도중에 퀘스트를 그만둘 수 없게 됩니다.
※만약 강제로 그만둘 시 퀘스트 조각은 사라지며 상응하는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 긴데,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 * *
모니터링 10지부가 아닌, 경준 특별 관리 팀.
그곳의 김부하가 조 팀장에게 나직이 고했다.
“팀장님. 세람 에픽 퀘스트의 두 번째 조각, 지금 경준 유저가 개방하였습니다.”
김부하의 말에 팀장은 묵묵부답이었다.
대신 팀장은 무언가 중요해 보이는 파일을 읽고 있었는데.
파일 가장 앞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파일명: 시나리오 프로젝트 파일Z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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