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0)
제10화
10화. 입학시험(7)
‘윽, 저놈을 진짜로 만나는 날이 오다니.’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험상궂은 남자.
엘레스터가 가장 좋아했던 선생님이라면, 저 카론이라는 남자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선생님이었다.
‘융통성 제로, 무뚝뚝함의 극치.’
게임 플레이 시 캐릭터와 대화할 때마다 선택지가 서너 개씩 주어지는 편인데, 카론은 한두 개가 전부.
가끔은 대화가 불가능할 때도 있었다.
뭐, 그 외에 다른 이유도 있긴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아니니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지금 서 있는 순서대로 열 명이 한 조를 이뤄 싸운다.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시험은 끝나지 않는다.”
“자, 잠시만요. 친구도 있는데…… 조를 바꿔 주시면…….”
입학시험을 보기 위해 같이 상경한 아이들부터 시험 중에 친해진 아이들까지.
삼삼오오 모여 있는 상태였기에 한 조에 속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와 루나도 마찬가지였고.
“기각한다. 친우는커녕 가족끼리도 검을 찔러 대는 게 바로 전장이다. 약한 소리 하지 말도록.”
“그, 그런…….”
아이들이 웅성거렸지만, 카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3차 시험의 설명을 계속 이어 나가기 바빴지.
“혼자 싸워도, 팀을 맺은 채 싸워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본인의 실력을 보여 줘야 한다는 거다.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그, 그럼 조에서 한 명만 합격하는 게 아니라는 뜻인가요?”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는 것 같군. 합격하고 싶다면 최선을 다하면 된다. 이상. 첫 번째 조는 시합장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버, 벌써요!? 아니! 그보다 합격 조건이 뭔지 정확히 말해 달라고요!”
아이들이 단체로 발작을, 첫 번째 조에 속한 아이들은 경기를 일으켰다.
얘들아, 포기해. 저건 융통성이라고는 하나 없는 미친놈이니까.
“음, 그러고 보니 하나 깜빡했군.”
“그, 그렇죠? 상세한 설명과 생각할 시간을 좀 더…….”
“안전을 위해 무기는 여기 있는 방망이, 목검, 목봉을 쓴다. 첫 번째 조는 하나씩 쥐고 입장할 수 있도록.”
“…….”
아이들이 입을 떡 벌린 채 굳었다.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게 사람인지 아니면 시험 기계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리라.
뭐, 카론과 함께하다 보면 머지않아 깨닫게 될 거다.
저 인간보다 시험 기계의 마음이 더 따듯하다는 걸 말이다.
‘기계의 심장이 더 따듯하게 느껴질 정도의 냉혈한.’
그게 바로 내가 카론이란 인간에게 내린 정의였다.
아이들이 충격에 빠졌지만, 내 알 바는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대련이었으니까.
‘사실 룰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열 명이 싸운다.
승패가 아닌, 개인이 가진 능력을 보여 준다.
합격자는 열 명 중 한 명이 될 수도, 열 명이 될 수도, 아무도 없을 수도 있다.
심플하지만 다소 주관적인 판단 기준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걸 모르는 아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 난 루나가 있으니 걱정할 건 없지.’
3차 시험 종목인 ‘대련’.
하지만 단순한 ‘무력’ 하나만으로 합격 여부가 정해지지는 않는다.
무력, 심리전, 생존력, 팀 맺기, 팀원 간의 시너지 등.
모든 게 평가 요소다.
고인물만 아는 정보를 하나 풀자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압도적인 무력’과 ‘판을 짜는 능력’, 그리고 ‘지배력’이다.
‘강한 사람과 팀을 맺거나 다수 연합을 구축하는 것도 실력으로 쳐 준다는 거지.’
물론, 채점표는 공개되지 않으니 알 수 없다.
고인물들끼리의 여러 실험 결과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추측한 것일 뿐.
‘좀 알려 주면 덧나나? 진짜 싫다, 정말.’
아무튼, 나는 손쉽게 합격할 자신이 있었다.
루나의 압도적인 무력으로 여덟 명을 떨어뜨리고, 그런 루나는 내가 명령으로 내려가게 한다.
그러면 간단히 합격이었다.
‘강한 자를 명령 하나로 컨트롤한다. 이것도 실력이지. 정보를 대가로 협박하면 루나는 순순히 항복을…… 응?’
같은 조에 속한 아이들의 면면을 살필 때였다.
뭔가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인다.
여자아이인가 싶을 정도로 작은 체구, 안경을 쓴 순진한 인상,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의 아이.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당황은 짧았다. 머리를 굴려 게임의 초반부를 빠르게 리플레이했다.
젠장, 깜빡하고 있었다.
루나가 우수반에 들어가지 못한 두 번째 이유가 있었다는 걸.
‘레이몬……!’
로델린과 함께하는 주인공 중 한 명이자, 아카데미의 다섯 괴물 중 하나가 되는 아이 되시겠다.
뭐, 루나의 팔을 베는 건 다른 놈이지만.
루나의 어깨를 톡톡 건드린 후, 조심스레 속삭였다.
“후후, 저 아이와는 마지막에 싸우는 걸 추천하죠.”
“……저 범생이를? 왜? 제일 쉬워 보이는데.”
예, 그러시겠죠.
루나는 분명히 강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아이들 기준에서다.
레이몬은 보이는 외모와 달리, 모든 공격을 보고 쳐 내는 검술의 달인.
루나와는 상성이 좋지 않다.
실제로 루나가 우수반에 들어오지 못한 건 체력을 낭비한 탓도 있지만, 레이몬의 존재 이유가 컸다.
레이몬 캐릭터로 게임 플레이 시, 전투 튜토리얼 이벤트가 있다.
한 엑스트라가 소리를 지르며 돌격, 튜토리얼 지시에 따라 차분하게 반격하며 일격을 날린다.
그 일격에 나가떨어진 엑스트라가 바로 ‘루나’다.
얼굴 일러스트는커녕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엑스트라 취급을 당하는 굴욕.
다회차 플레이 때 ‘그 엑스트라가 사실 루나였다’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유저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었다.
물론, 지금 우리에게 있어 레이몬은.
‘마왕이나 다름없는 악이지.’
그저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게 목적인 나를 줘 패려 하다니.
진짜 나쁜 놈이다.
‘곤란하게 됐네.’
루나가 쥐어 터지는 건 내 알 바가 아니지만, 내가 쥐어 터지는 건 곤란하다.
여기서 형편없이 패배한다면 우수반 입학은 물 건너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루나와 함께 두 명의 엑스트라가 되어 날아가겠지.’
게다가 입학시험에서 레이몬과 싸워 이기는 루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이런 상황 자체가 없는 루트다.
‘아무도 해 본 적 없던 길이야.’
즉, 지금 이 상황은 순전히 내 힘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뜻이다.
몸이 살짝 떨렸다.
무서워서냐고? 그럴 리가. 내가 몸을 떠는 건, 너무나도…….
‘재밌어 미치겠네.’
적으로는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게 바로 레이몬이라는 캐릭터다.
그런데 저런 괴물과 싸워야 한다니.
그 어느 고인물도 경험한 적 없는, 앞으로도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특급 이벤트 아닌가!
즐거울 수밖에 없다.
“루나 양, 가문의 비기를 어디까지 연마했습니까?”
“갑자기 또 뭔 개소리야?”
“일섬 말고 쓸 수 있는 비기가 있는지를 묻는 겁니다. 월영이라거나 나락이라거나…… 그런 거 있잖아요?”
“…….”
루나의 눈빛이 매섭다.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하지만 이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순순히 입을 열었다.
“전부 다 쓸 수 있긴 해. 하지만 정확도와 위력을 생각한다면…… 일섬이 내가 가진 기술 중 최고야. 나머지는 실전에서 쓰기엔 아직…….”
쓸 만한 게 일섬뿐이라니.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 몸 상태로는 일섬도 완벽하지 않아. 아마도…… 최대 세 번이 한계일 거야.”
환상 마법으로 입은 타격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인 루나다.
아, 내가 몸통 박치기를 시켜서 그런 거 아니냐고?
어…… 그럴 리가 없다. 우리 루나는 아주 튼튼한 아이니까!
“근데 저놈이 그렇게 강해? 네가 걱정할 정도로?”
“재능만 따지자면 제가 봐 왔던 사람 중 최고입니다. 잠재력도 높아 보이고…… 기대가 되는 친구랄까요.”
“그럼 난? 내 재능은 어때 보이는데?”
“뭐, 잘 봐줘도 수재 정도겠죠.”
루나의 눈빛이 침울해졌다. 하지만 이건 루나도 알고 있는 사실일 거다.
5년 동안 수련하며 느낀 게 있을 테니까.
‘애초에 루나의 특성은 선천적인 재능 쪽이 아니기도 하고.’
충분히 천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단지, 조금 시간이 필요할 뿐.
뭐, 그래도 레이몬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루나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 조금 일깨워 줄 필요가 있었다.
“루나 양.”
“……왜?”
“재능은 생각보다 별거 아니랍니다. 노력하면 언젠가 따라잡을 수 있어요. 능가하는 건 그다음에 생각할 일입니다.”
“……갑자기 또 뭔 개소리야.”
“포기하지 말라는 겁니다. 아무리 압도적인 재능이라도 약점은 존재하거든요.”
“흐응…… 지금의 나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맞습니다.”
“흐음…….”
“하지만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은 있죠.”
루나가 눈을 빛냈다.
“그럼 빨리 설명해. 뜸 들이지 말고.”
“우선 저와 루나 양, 저 친구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을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저를 살리십시오. 그래야 이 작전이 먹힐 테니까.”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체력을 아끼겠다는 거구나. 좋아, 그다음은?”
“싸우다 보면 알게 될 겁니다.”
“잘 나가다 갑자기 또 뭔 개소리야! 끝까지 말해!”
루나가 내 멱살을 잡더니 마구 뒤흔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작전은 미리 알고 있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으니까.
‘루나가 연기를 잘하는 타입은 아니니까.’
그러니 싸우다가 깨달아야 한다. 내 작전을.
하지만 지금은 생존을 위한 변명이 필요해 보였다.
“루나 양, 전 당신의 선생님이 아닙니다. 스스로 깨달으세요. 그게 성장을 촉진시켜 줄 테니까요.”
“치…… 말이나 못 하면.”
“뭐, 힌트를 하나 드리자면 이건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전략이자 최고의 전략인…….”
꿀꺽-.
루나가 침을 삼키며 귀를 쫑긋 세웠다.
뭐, 확실히 대단한 전략이긴 했다.
만국공통. 어디에서나 쓰는 전설의…….
“다구리 작전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루나의 눈이 짜게 식었다.
* * *
난장판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열 명이서 싸우는 혼전.
하지만 2~3개 조를 지나고부터는 대부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역시 다들 팀을 맺는군. 게임대로야.’
다구리는 역사적으로 증명된 아주 훌륭한 전략이니까.
이 전략의 위엄을 모르는 건 루나뿐인 듯했다.
“다음, 13조 입장!”
나와 루나, 레이몬이 속한 조였다.
각자 목검을 하나씩 손에 쥔 채 시합장에 올랐다.
“시작!”
준비 신호 하나 없이 시작되는 3차 시험.
하지만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벌써 열세 번째나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포위해!”
다소 부산스럽지만 신속하다.
우리에게는 넷, 레이몬에게는 셋이 붙었다.
당연한 일이었고, 예상한 일이었다.
시합장에 올라가기 전에 파티 권유가 들어왔지만, 우리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나한테 둘, 루나한테 둘로 갈라졌군.’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간단하다.
버티면 된다. 루나가 저 둘을 처리하고 올 때까지.
“구석으로 몰아! 시합장에서 떨어지면 탈락이니까!”
“동시에 공격하자!”
두 아이가 비장한 얼굴을 한 채 내게 접근했다.
나는 이 중 한 명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약하다.
하지만.
“후후후, 괜찮겠습니까? 저는 꽤 강하다고요.”
“으, 으음!”
근거 없는 자신감.
하지만 두 아이가 접근을 멈추기에는 충분한 허세였다.
나를 구석에 몰고도 섣불리 달려들지 못한다.
“야, 그냥 쳐! 내가 먼저 갈 테니까!”
“젠장! 알겠어!”
허세가 먹힌 건 고작 20초뿐.
진짜로 달려들 기세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후후, 괜찮겠습니까? 모두가 두려워하는 제 사역마가 오고 있는데.”
“사, 사역마라고?”
“거짓말이야! 조져!”
“이, 이야압!”
퍼억! 빠악!
“쿠웩!”
“으악!”
두 명이 순식간에 경기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내 앞에는 숨을 헐떡이는 루나가 서 있었다.
“후후후, 훌륭합니다. 사역마여.”
“닥쳐! 결국 내가 다 정리했잖아!”
“맞습니다. 작전대로입니다.”
빠직-.
루나의 머리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