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00)
제100화
100화. 예상치 못한 습격(1)
“제로!”
내가 포탈을 빠져나가자마자, 누군가가 날 반겨 주었다.
루나였다.
“후후, 이렇게 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저 없다고 우신 건 아니죠?”
“안 울었거든! 운다면 네 쪽이겠지!”
내 쪽으로 달려오던 루나가 흠칫했다.
“너…… 했구나?”
사람을 죽였냐는 뜻이다.
평소에는 눈치가 하나도 없는 애가 왜 이런 곳에서는 비상한지. 미스터리하다.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자 루나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뭐, 내가 크다 보니 내가 안은 꼴처럼 되긴 했지만.
“고생 많았어. 이리 와서 좀 쉬어.”
루나가 나를 끌고 가더니,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에 앉혔다.
엉덩이가 따뜻했다. 루나가 앉았던 자리인 모양이다.
“뭐야? 너 다쳤어?”
루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그러고 보니 오른쪽 팔뚝을 베였지.
하지만 스쳤을 뿐이다. 그 증거로, 이미 피딱지가 져 있었다.
“이 바보가! 바보같이 다치고 다닐 거야?”
찌지직-!
루나가 내 옷을 찢더니, 팔뚝에 포션 한 병을 쏟아부었다.
그것도 모자라 붕대까지 칭칭 동여맸다.
……한 롤을 전부 다 말이다.
이러다 팔뚝 터지겠어, 루나야.
팔도 축축했다. 흡수되지 못한 포션이 팔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흠, 비싼 건데 이렇게 버리기는 아깝다.
조금 먹어서 흡수해야지.
할짝-.
음, 알 수 없는 짠맛이 난다. 내 몸에서 난 소금이려나?
“뭐야? 배고파?”
“후후, 그러고 보니 조금 배고프긴 하군요.”
“그래? 그럼 이거 먹어.”
부스럭-.
루나가 내게 작은 과자 한 봉지를 건넸다.
어디 보자…… 당근 맛 감자칩?
이런 걸 먹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흠, 뭔가 먹다 남긴 것 같은 건 제 착각이겠죠?”
“그, 그럼 그럼! 내가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너 주려고 특별히 남겨 둔 거야. 그러니까 남기지 말고 다 먹어.”
뭔가 수상하지만 일단 배가 고프니 감사히 먹기로 했다.
음, 당근이 입에서 통통 튀며 제 존재감을 과시했다.
당근 맛밖에 안 난다는 뜻이다.
이거 감자칩이 아니라 당근칩으로 이름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이거…….”
부스럭-.
레제가 루나에게 뭔가를 건넸다.
과자다. 그 위에는 ‘당근 맛 감자칩, 당근 2배 버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 좋아하시면 말을 하시지. 도, 동지가 생겨서 기뻐요.”
“……동지?”
“다, 당근 동지요. 헤헤.”
레제가 해맑게 웃은 반면, 루나의 얼굴은 파르르 떨리기 바빴다.
음, 우리 루나는 당근 엄청 싫어하는데.
맨날 카레에 있는 당근을 포크로 찍어서 나한테 던진단 말이야.
뭔가 둘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것 같지만, 재밌어 보이니 그냥 두기로 했다.
“로델린 선배님 쪽은 아직입니까?”
“으 으으! 응. 그렇네. 아직도 싸우는 중 같아. 가끔씩 큰 소리가 나는 걸 보니.”
당근 맛 과자를 한 입 먹은 루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옆에서 상자 안에 든 레제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기에, 안 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숲속 버전 상자도 있구나? 참 대단하단 말이지.’
나중에 어딘가에 잠입해야 하는 퀘스트가 생길 경우, 레제의 도움을 받으면 손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 듯했다.
“으, 으으으…… 마, 맛있…… 다.”
얼마나 맛있으면 몸을 파들파들 떠는 걸까.
재밌는 상황이지만, 구해 주기로 했다.
지금은 가야 할 곳이 있으니까 말이다.
“선배님이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하죠.”
“그, 그럴까!? 하긴! 지금 중요한 건 과자가 아니니까!”
루나가 재빨리 봉지를 묶더니, 내 상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 이따 돌려줘! 내가 다 먹을 거니까, 꼭 돌려줘야 해! 알겠지?”
예~ 예, 제가 다 먹을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십쇼.
로델린에게 향하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르앵은 1장의 보스, S등급 보스 판정을 받는다.
[포식]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한다는 뜻이다.‘겸사겸사 도와주면 경험치도 조금 뺏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르앵의 훈련장이 있는 건물. 그 안에 막 진입하려던 때였다.
“어?”
레제의 작디작은 목소리. 그와 동시에.
투콰앙!! 콰과과과광!!
우리 뒤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땅이 뒤집어지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날아갔으며, 자욱한 먼지구름까지 형성됐다.
“뭐, 뭐야!”
그 여파로 우리 모두 날아갔지만, 건물을 등지고 있는 상태였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
“루나 양! 괜찮으십니까?”
“아, 아야야…… 괜찮아. 레제는…… 기절한 것 같네. 넌 어때?”
“저도 괜찮습니다.”
돌바닥에 부딪치며 생긴 타박상을 제외한다면,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설사 어딘가 부러졌다 해도 그건 문제라고 볼 수 없을 거다.
왜냐고?
‘뭐지? 이런 전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렇다. 지금 문제는 난데없이 일어난 거대한 폭발.
바로 그게 문제였다.
고인물의 최대 강점.
S급 스킬? 개사기 히든 피스? 하렘 루트?
전부 아니다. 고인물의 최대 강점은 바로 ‘정보력’이다.
지금까지 내가 잘해 올 수 있었던 것도, 정보력의 힘이 가장 컸다.
‘내가 모르는 이벤트가, 그것도 1장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터진다고?’
불안했다. 심각하게 불안했다. 왜냐고?
보통 이런 사건이 일어날 경우, 가장 높은 확률로 일어나는 이벤트는.
‘악마 등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적중했다.
먼지구름 사이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녹빛 안광.
불길한 안광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사람은 절대 아니다. 눈의 높이가 3m쯤 위치해 있으니까.
사람의 신체 구조를 고려한다면, 절대 불가능한 높이다.
‘괜찮아. 1장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잖아. 상급 악마는 절대 아닐 거…….’
생각이 멈췄다.
먼지구름 사이사이로 보이는 희미한 문양.
그렇다. 저건.
“역오망성……!!”
그리고 그게 의미하는 건 하나뿐이다.
상급 악마라는 것.
정신이 아득해졌다.
‘정보창! 정보창! 정보창!’
[식별이 불가능해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거나, 사이에 있는 장애물을 치워 주세요.]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라고? 미쳤냐?
쓸데없이 친절해서 욕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니.
진짜 엎어 버리고 싶었다.
‘먼지구름 때문인가.’
일단 저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찾을 수 있다.
쿵!
그때였다. 상급 악마가 한 걸음 걸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루나가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제로! 내가 맡을게! 그동안 도망쳐!”
“루나 양! 안 됩니다!”
레스터 가문류 첫 번째 비기.
일섬(一閃).
카각! 팅!
팅? 저게 피부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란 말인가?
같은 걸 느낀 걸까. 루나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제로! 도망가! 당장 여길 벗어나서……!”
콰직!!
루나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갑자기 나타난 악마의 주먹이 루나를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루, 루나 양?”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어디로 날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악마가 주먹질을 한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탯 차이가 엄청 크다는 소리다.
공격한다는 걸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
역시, 상급 악마는 격이 다른 존재였다.
그리고 저런 파멸적인 스탯의 악마가 루나를 공격했다.
그렇다면 루나는 이미…….
‘침착, 침착하자!’
루나는 살았을 거다. 카론이 준 [정령의 숨결]이 있으니까.
죽음에 이르는 공격을 한 번 막아 내는 아티팩트.
그게 있으니, 죽지는 않았을 거다.
오히려 다행인 일이다. 저 악마의 관심에서 벗어났을 테니까.
‘일단 기다린다.’
[정보창] 스킬의 사용. 이게 최우선 사항이다.머지않아 먼지구름이 가라앉았다.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됨과 동시에 [정보창] 스킬을 사용했다.
……엄청 길다. 5페이지는 되는 것 같다.
다 읽을 시간 같은 건 없다.
침착하게 스크롤을 넘기며 필요한 정보를 뽑아냈다.
‘이름과 소속 군단, 그리고…….’
몇 계위인가. 이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네스, 마계 5군단 소속, 4계위.]4, 444…….
4계위라고!?
순간, 악마 서열 공식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123456789.
987654321.
마법사로 치면 6서클, 기사로 치면 6성 기사.
지금 우리 스펙으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무슨 이따위 개같은 히든 피스가……!’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내가 공략법을 알고 있는 악마라는 것. 그리고…….
“흠, 뭔가 좋은 냄새가 나는 인간이로군.”
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진다는 것. 이게 컸다.
‘악마의 편린’처럼 나에 대한 기본적인 호감이 높은 듯했다.
실눈과 [불길한 기운]의 시너지 효과.
만만세다.
“흠, 어떡하지? 만나는 인간은 다 죽이라 하셨는데…….”
악마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왜 이런 히든 피스가 발동했는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 한 가지.
‘어떻게 4계위 악마가 강림한 거지?’
빙의나 조작이 아닌 강림.
활동에 제약이 없으며, 현세에서도 마계에서의 힘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다.
내가 아는 설정대로라면,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중간고사가 치러지기도 전이야. 이 시기에 대규모 소환술은 없었을 텐데?’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아주 먼 곳에서 강림 후 이곳까지 날아온 악마이거나, 아카데미 근처에서 내가 모르는 강림식이 일어났거나.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언제나 명백했다.
‘생각해라.’
그게 바로 나의 힘이니까. 고인물의 무기니까.
잠시 생각한 결과, 작은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역시 이건 아니라는 것.’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난도가 지나치게 높다.
1장에서 4계위 악마라니!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야.’
그렇다면 이 상황을 전투가 아닌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뜻.
그리고 그건 ‘대화’일 확률이 높았다.
“후후, 비늘이 아주 멋지시군요.”
“음? 이걸 알아보다니. 인간인 것치고 보는 눈이 제법이구나.”
“인간인 저조차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잘되지 않았습니까. 대단하십니다.”
“아니, 뭐 대단할 것까지는 없다. 요즘 악마들도 피부 관리는 기본이니까.”
만국공통, 인악공통(인간과 악마 공통이라는 뜻).
칭찬은 친해질 수 있는 첫걸음이다.
호감작에 성공한 것 같으니, 이제부터 조금씩 정보를 캐내 보도록 하자.
“악마님께서 여기까진 어인 일로 친히 방문해 주셨는지요?”
“음, 어머니의 명령으로 왔지.”
“……어머니요?”
한 단어. 하지만 퍼즐을 완성하기엔 충분한 단어였다.
순식간에 절반 정도의 퍼즐이 맞춰졌다.
특수한 기술로 몸에 악마를 키우는 ‘사역의 어머니’.
사천왕 중 한 명인 리즈벨트.
그녀가 보낸 악마가 분명했다.
“로델린이라고 했나? 그 인간을 죽이라고 하시더군. 좀 멀긴 했지만 뭐 어쩌겠나. 어머니의 명이니, 기쁘게 따라야지.”
로델린을 죽이라고 했다고?
‘악마의 편린 때문이구나.’
성검의 무덤 아래에서 발견된 악마의 편린 사건.
이 대륙에도 매스컴과 기자라는 게 존재했는데, 그들은 로델린의 이름을 가장 크게 올렸다.
루시드 가문의 막내딸이었기 때문이다.
‘어그로를 끌 수 있는 좋은 먹잇감이었겠지.’
그러니 리즈벨트가 로델린을 노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의 자식을 죽인 아이니까.
‘원래라면 악마의 편린을 죽여도 악마를 보내는 이벤트 같은 건 없어.’
너무 빨리 죽인 게 독이 됐다.
3장 이후, 리즈벨트가 모습을 드러내며 남부의 왕국과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신이 없을 때이니, 복수심에 악마를 보내는 것도 불가능했을 터.
하지만 지금은 전력을 비축하는 시간.
악마를 보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는 대충 파악이 됐다.
내가 해야 할 일도 알 수 있었다.
‘로델린을 지키는 것.’
그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후후, 로델린 양은 여기 없습니다.”
“음? 그런가?”
“예. 저~ 기 큰 건물 보이십니까? 저기가 로델린 양의 기숙사입니다.”
로델린 양처럼 아주 귀여운.
엘레스터 쨩과 카론 쨩이 머물고 있는 건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