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03)
제103화
103화. 예상치 못한 습격(4)
찐득한 검은 피가 하늘을 수놓았다.
“크아아악!!”
고통에 찬 신음을 지르며 비네스가 낙하하기 시작했다.
쿵!!
숲에서 작은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성공했군.’
손에 있는 회중시계를 바라봤다. 카론이 준 아티팩트.
[은빛 섬광 : A]공격력 : 1
쿨타임 : 5턴
마나를 한 줄기 빛으로 응축해 쏘아 낸다.
빛에 맞은 상대는 0.1초 동안 기절 상태에 빠진다.
마나 소모가 거의 없도록 개량된 고급 아티팩트.
마나 소모 감소와 빠른 시전 효과를 얻은 대신, 공격력을 포기했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회중시계 모양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은빛 섬광. 이게 바로 내 비장의 무기였다.
사용하고 나서도 행동이 가능한 아티팩트.
덕분에 큰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응? 느려 터진 내 [하늘 가르기]를 어떻게 적중시킨 거냐고?
여기에는 무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은빛 섬광의 일시적 스턴 효과.
둘째, [마계술]의 강제 취소로 비네스의 마나가 역류한 여파.
셋째, 여기에 혹시 몰라 [눈 뜨기] 스킬까지 사용했다.
불길한 눈빛에 놀란 비네스가 당황해, 일시적으로 멈칫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게 단 0.001초에 불과하더라도, 나에게는 황금 같은 시간.
‘결과는 뭐, 보다시피 잘됐지.’
작전대로라는 거다.
한쪽 날개를 찢은 것은 운이었지만, 이로써 비네스는 기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앞으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 돼.’
4개의 불꽃이 켜졌을 때, 은빛 섬광을 사용해 [마계술]의 발동을 막고 곧바로 공격기를 사용한다.
그러면 비네스는 또다시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질 거다.
‘운이 좋았어.’
비네스의 [마계술]은 5턴이 필요한 캐스팅 스킬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은빛 섬광의 쿨타임은 5턴.
딱 맞물린다. 그래서 운이 좋다고 표현한 거다.
‘내가 먼저 사용했으니, 쿨타임도 먼저 돌겠지.’
비네스의 [마계술]은 봉인된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나중에 큰 문제가 하나 남아 있긴 하지만…… 그건 그때 생각할 문제다.’
지금은 눈앞의 문제에 집중할 때다.
“크윽……. 네 이노옴!!”
콰앙!!
마기가 터져 나오면서 숲의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날아갔다.
동시에 녹색 불꽃이 하나 타올랐다.
역오망성의 오른쪽 위. [마계술]의 첫 번째 불꽃이다.
“가만두지 않겠다!”
“후후, 전 가만히 잘 있습니다만.”
“건방진! 파이어 볼!”
불타는 바윗덩이가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레스터 가문류 첫 번째 비기.
일섬(一閃).
콰지직!! 퍼엉!!
[일섬]과 마주친 바윗덩이가 산산이 부서졌다.비네스가 땅에 있어서 그런지 아까보다 맞히기가 쉽다.
떨어지는 돌 조각에 베이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화륵-!
역오망성에서 두 번째 불꽃이 피어올랐다.
[일섬]을 날렸지만, 비네스가 옆으로 이동하며 피했다. 그와 동시에.화륵-.
세 번째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하며.
찌리릿-!
[초감각]이 발동했다.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내 발밑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숲속으로 몸을 던졌다.
“플레임 스트라이크!”
콰앙!!
땅이 터지며 흙과 모래가 하늘로 떠올랐다. 동시에 그 자리를 화산과도 같은 불꽃이 메꿨다.
몸이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열기.
하마터면 산 채로 구워질 뻔했다.
‘비네스는 마법으로 공격한다는 전략에 변화를 주진 않을 거야.’
은빛 섬광의 존재를 비네스가 모르기 때문이다.
안다고 하더라도 쿨타임이 5턴보다는 길다고 생각할 테고.
즉, 나에게는 한두 번의 공격 기회가 더 있는 셈.
그걸 이용해서 최대한 피를 깎아 놔야 한다.
‘뭐, 하늘 가르기밖에 쓸 게 없지만.’
화륵-!
역오망성의 왼쪽 아래. 네 번째 불꽃이 꽃폈다.
곧바로 은빛 섬광을 사용했다.
“크윽!”
비네스가 작은 신음을 흘렸다.
은빛 섬광의 짧은 스턴, 그리고 마나가 역류한 여파일 거다.
[눈 뜨기]를 사용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루시드 가문류 네 번째 비기.
하늘 가르기.
“크아아아아아악!!”
비네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스탯이 낮긴 하지만 [신의 모방]을 통한 A등급 판정, 그리고 불꽃 4스택으로 인한 100% 대미지 증가.
제법 따끔할 거다.
“제로! 괜찮아?”
루나다. 그녀가 수풀 숲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여기저기 생채기가 생겼지만, 얼굴을 보아하니 아파 보이지는 않는다.
‘정령의 숨결’이 루나를 잘 지켜 준 모양이다.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그녀가 허둥지둥 달려오더니 내 곁에 섰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저 악마 놈은 왜 무릎을 꿇고 있는데?”
“루나 양, 잘 들으십시오. 저놈의 마계술은…….”
루나에게 재빨리 비네스의 기믹을 설명했다.
“……이런 겁니다. 이해하셨나요?”
“응! 완벽히 이해했어!”
그렇구나.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구나?
“제가 지시하겠습니다. 거기에만 따라 주세요. 의문은 갖지 마시고요.”
“내가 알아서 할 거거든?”
화륵-.
역오망성에 첫 번째 불꽃이 켜졌다.
찌리릿-!
또다시 발밑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흐읍!”
루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공주님 안기 자세로.
“꺄악! 이 변태가! 그새를 못 참고!”
지금 그런 거 따질 때니?
루나를 안고 필사적으로 뛰었다. 3초쯤 뛰었을까.
“플레임 스트라이크!”
콰아아아앙!!
땅이 폭발하며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우리가 조금 전까지 있던 곳이었다.
루나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음…… 변태의 말은 안 듣는 주의지만 이번만 특별히 네 지시에 따라 줄게.”
“후후, 그것참 감사하군요.”
“됐고, 저놈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기회만 줘. 빚은 갚아 줘야지.”
루나가 혀를 할짝거렸다. 악마를 보고도 주눅이 들지 않다니.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한 아이다.
뭐, 기꺼이 들어주기로 했다. 딱히 어려운 부탁은 아니니까.
화륵!
화륵!
화르륵!
시간이 지나고, 역오망성에 또다시 4개의 불꽃이 피어났다.
은빛 섬광을 사용함과 동시에 외쳤다.
“지금입니다! 공격하십시오!”
레스터 가문류 첫 번째 비기.
일섬(一閃).
루시드 가문류 네 번째 비기.
하늘 가르기.
카가가가가각!! 푸슉!
쩌적! 찌지직!
“크아아아아아!!”
비네스의 몸에서 검은 피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루나의 입에서도 경악 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 너…… 어떻게 로델린 선배님의 기술을!”
“후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는 다른 가문의 비전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요.”
“참, 그랬지. 직접 봐도 믿을 수가 없네. 그런데 네가 쓴 게 더 강한 거 같은데…… 내 착각인가?”
착각이 아니라 내가 더 강한 게 맞다.
로델린의 [루시드 가문류]는 C등급이니까.
스탯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격차가 줄겠지만, 그렇다고 A등급을 따라잡을 정도는 아닐 거다.
화륵!
역오망성의 첫 번째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파이어 볼이나 플레임 스트라이크.
둘 중 하나의 마법이 시전됐어야 했으나, 이번에는 마법 공격이 날아오지 않았다. 그 대신.
“인간 놈들이 내 몸에 상처를 남기다니! 죽여 버리겠다!”
두두두두두-!!
비네스가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네 발로.
그 모습을 본 나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곤란하게 됐네.’
우려하던 문제가 터졌다.
바로.
‘비네스가 육탄 공격을 가해 오는 것.’
무려 3m의 거구인 비네스다.
온몸이 근육이니, 나 같은 건 풍압에 스치기만 해도 죽어 버릴 것이다.
‘비네스가 게임에서 육탄 공격을 가하는 확률은 25%야.’
네 번 중에 한 번.
물론, 확률이다 보니 절대적인 건 아니다.
네 번의 공격 중 한 번도 안 할 수도, 네 번의 공격 중 네 번을 할 수도 있다.
지금 문제는, 나에겐 저 괴물의 육탄 공격을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 그리고.
‘저 확률이 재수 없게 터져서 연속으로 육탄 공격을 해 올 가능성도 있다는 거지.’
비네스는 육체를 활용한 직접적인 공격보다는 마법에 특화된 악마다.
때문에 육탄 공격이 들어올 경우, 많은 유저들이 좋아했었다.
비네스의 육탄 공격은 대미지도 약한 데다가, 막기도 쉬웠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최흉, 최악의 공격법.’
[일섬]과 [하늘 가르기]를 아무리 써 봤자, 피하거나 몸으로 받으며 돌격해 올 것이다.그럼 끝이다.
내 절망적인 스탯으로는 저 돌진을 절대 피할 수 없으니까.
그러므로.
“루나 양! 공격은 제가 하겠습니다. 회피에 집중하며 저놈을 잡아 두세요!”
“알겠어!”
루나가 달려 나가더니, 비네스의 돌진을 피했다.
동시에 그를 도발했다.
“네 엄마 만수무강!”
“감히 인간 따위가 어머니를 모욕하다니!”
화륵-.
역오망성에 피어오르는 두 번째 불꽃.
동시에 비네스가 주먹을 내질렀지만.
타닥-!
루나가 재빠른 몸놀림으로 놈의 주먹을 피했다.
루나가 비네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 계속되는 공격으로 인해 비네스의 스탯이 전체적으로 감소한 탓, 그리고.
‘루나의 스탯은 나보다 훨씬 높으니까.’
나는 잠재력 스탯에 올인했지만, 루나의 스탯은 자동적으로 분배되는 중일 거다.
루나의 현재 레벨을 고려한다면 나보다 100~110 스탯 정도가 더 높을 것이고.
계속되는 부상으로 인해 비네스의 스탯이 제법 깎인 상태.
회피에만 집중한다면 못 피할 것도 없을 것이다.
‘나도 스탯 pt가 남아 있긴 해.’
잠재력 도박을 위한 100pt까지 모으던 중이다.
현재 남은 pt는 무려 74.
그 많은 포인트를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 안 쓰고 뭐 하는 짓이냐고?
‘쓸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어떤 스탯에 써야 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결정적인 상황에 써야 한다는 얘기다.
은빛 섬광이 있으니, 힘이나 민첩 스탯을 올려서 비네스의 피를 더 깎는 플레이가 더 낫지 않나? 라고 물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비네스에게 2페이즈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말이지.’
그렇다. 비네스에게는 2페이즈가 존재했다.
그때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니 pt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결정적인 상황이 올 때까지.
“제로오오오!!”
비네스가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25% 확률이 재수 없게 두 번 이어진 거다.
내 스탯으로는 저 공격을 피할 수 없다.
민첩 스탯에 pt를 투자하려던 바로 그 순간.
루나가 내 앞에 당도했다.
발도 자세에서 뽑히는 검.
루나의 몸이 한 바퀴 빙글 회전함과 동시에 검의 그림자가 우리를 감쌌다.
레스터 가문류 두 번째 비기.
월영(月影).
레스터 가문의 두 번째 비기가 펼쳐졌다.
적의 공격을 100% 막아 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커헉!!”
비네스와 부딪친 루나가 공중에 붕 떴다.
스킬의 등급이 낮은 루나다.
[월영]을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대미지의 일부를 감소시켰다는 것.
“루나 양!”
공중에서 떨어지는 루나를 양손으로 받아 냈다.
포션으로 응급처치를 하며 비네스를 살폈다.
화륵-.
세 번째 불꽃이 타올랐다.
다음에 공격하며 시간을 끈 후, 전열을 다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우오오오오오-!!”
비네스가 우리를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됐다.
25% 확률이 여기서 또 한 번 이어진다고?
벌써 세 번째다. 무려 1.5625%의 확률이 여기서 터진 거다.
‘물론, 충분히 터질 수 있는 확률이지만……!’
왜 하필 지금이란 말인가.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내가 가진 질서의 방벽의 힘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대미지를 80% 감소시켜 주는, 다이크가 선물해 준(?) 아티팩트.
진짜 아프겠지만, 겁나게 아프겠지만.
그렇게 해야 루나가 산다.
‘얻어맞은 후 바로 은빛 섬광과 하늘 가르기를 사용해야 해.’
통증이 심할 텐데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뒤가 또 문제지만.
어떻게든 해야 한다.
“덤비십시오!”
루나의 앞에 섰을 때였다.
“저리 비켜!”
루나가 부들거리면서 일어났다.
부러진 왼쪽 팔, 찢어진 이마, 골절된 것처럼 보이는 무릎.
여기저기 성한 곳이 하나 없는데도 내 옆에 섰다.
“내 친구 건드리면…… 죽여 버린다아아아아!!”
……미친년.
진짜 여러 의미로 미친년이다, 우리 루나는.
“루나 양, 저리 비키세요!”
“너나 비켜!”
아오! 체구도 작은 게 힘은 장사다.
이러다가 둘 다 죽는단 말이다!
루나를 밀어내기 위해 애쓰던 때였다.
화르륵-!
내 가슴팍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비네스의 마법은 아니다. 왜냐하면 더없이 따듯하고.
‘포근하잖아?’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
이 와중에도 비네스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놈이 우리를 들이받으려던 바로 그 순간, 불꽃이 움직이며 우리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러자.
“크아아아악! 뭐, 뭐냐! 그 불꽃은! 어째서 불꽃에 신성의 기운이……!”
신성의 기운? 설마 이 불꽃에 신성력이 담겨 있단 말인가?
우리를 감싼 불꽃이 점점 커지더니, 오색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앵무새 깃털과도 같은 색.
‘잠깐, 설마……!’
품에 손을 집어넣고, [아공간]을 열었다.
손을 빼내자, 내 손에는 두 가지 물건이 들려 있었다.
친구의 깃털, 그리고 힘을 잃은 성검 자루.
오색찬란한 불꽃은 깃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불꽃이 낡은 성검 자루로 옮겨붙었다.
그러자.
[성검 아르테나가 친구의 부름에 응답합니다.]세상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대륙의 아홉 번째 성검.
아르테나가 내 손에서 빛을 뿜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