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04)
제104화
104화. 예상치 못한 습격(5)
[영웅 ‘앵무’의 부름에 성검이 강제로 깨어납니다.] [회복 시간이 부족해 완벽한 힘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사용자의 능력이 처참합니다. 성검의 힘 중 일부만이 사용 가능합니다.] [‘신성력’ 스탯이 개방됩니다.] [9대 성검 아르테나 : F]성국에서 만든 9대 성검.
주인을 잃고 오래된 싸움에 힘을 다했으나, 영웅 ‘앵무’의 부름에 다시 눈을 떴다.
사용자의 능력이 처참해 본연의 힘을 끌어낼 수 없는 상태.
-성검 개방 사용 가능.
‘성검 개방’ 스킬을 사용할 시, 부가 효과.
-신성의 파도 스킬 항시 적용.
-치유의 불꽃 스킬 한 번 사용 가능.
재사용 쿨타임 : 168시간
성검 개방 지속 시간 : 3분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정보창.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들며 정보를 확인했다.
9대 성검이라고?
역대 성검 중 가장 긴 시간 동안 성검의 자리를 유지했던 성검, 아르테나.
그게 힘을 되찾은 거다. 바로 내 손에서 말이다.
정확히는.
‘앵무 너 이 자식! 영웅으로 인정받은 거구나!’
악마의 편린과 싸울 당시, 함께했던 앵무새.
영웅으로 조생을 마친 게 틀림없었다.
시스템창이 영웅 ‘앵무’로 표시했으니, 확실했다.
‘이런 큰 선물을 주다니.’
「아카데미의 영웅」이라는 게임.
초반에는 사람과 싸울 때가 많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악마와의 싸움이 주가 된다.
그런데 성검을 쥐여 준다? 그놈들의 목을 모조리 뽑으란 것과도 같았다.
현역인 10대 성검, 그리고 빛을 잃은 과거의 성검들.
특수한 진행을 통해 그들을 손에 넣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영웅’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사용할 경우, 평범한 날붙이보다도 못한 수준의 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내 손에 있는 건 그나마 나은 편이야.’
일주일의 쿨타임이 있고, 고작 3분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일시적이라도 성검을 다룰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게다가 ‘사용자의 능력이 처참해 본연의 힘을 끌어낼 수 없는 상태’라는 문구를 반대로 해석하면.
‘사용자의 능력이 조건을 충족할 경우, 본연의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게다가 9대 성검을 부활시킨 건 지금 내가 처음이다.
고인물로서의 업적을 또 하나 세운 거다.
“애, 앵무다! 내 친구 앵무의 기운이야!”
“……예?”
“앵무가 나를 지켜 준 게 틀림없어! 앵무야! 나를 잊지 않았구나! 그래, 내가 너한테 잘해 주긴 했지!”
루나가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했다.
……그래, 일단 그런 걸로 하자. 루나도 앵무와 친구가 됐던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뭐, 좀 강제성이 있긴 했지만.
여기저기 다친 루나의 몸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성검을 쥔 채 외쳤다.
“성검 개방.”
등 뒤에 펼쳐지는 빛의 날개, 그리고 머리 위에 둥글고 하얀 링.
천사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제, 제로? 너 지금 뭘 한 거야? 괜찮아?”
하나도 안 다친 내 걱정을 뭐 하러 한담. 자기 몸이나 신경 쓸 것이지.
‘치유의 불꽃.’
오색찬란한 불꽃이 루나의 몸을 감쌌다.
그러자 루나의 몸이 천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마의 상처가 아물고, 골절됐던 무릎도 원상태로 돌아가고.
부러진 왼팔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치유의 불꽃이 루나의 주변에 남아 있는 걸 확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3분의 제한 시간이 있으니, 빨리 움직여야 한다.
“후후, 금방 끝내고 오겠습니다.”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조심해.”
화륵-.
비네스의 등 뒤에 있는 역오망성.
어느새 네 번째 불꽃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여튼 악마란 놈들은 참 더럽게도 싸운다.
곧장 은빛 섬광을 사용했다.
“큭!”
은빛 섬광의 짧은 스턴, 그리고 마나가 역류한 비네스.
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오색찬란한 빛으로 빛나는 성검을.
루시드 가문류 네 번째 비기.
하늘 가르기.
“크, 크아아아아아악!!”
비네스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하늘 가르기]가 만들어 낸 작은 폭풍 속에 오색의 불꽃이 휘몰아쳤다.저게 아마 [신성의 파도]란 스킬일 거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기본으로 묻어 나가는 패시브 스킬.
오색의 불꽃이 비네스의 몸에 달라붙은 채 계속 그를 불태웠다.
[하늘 가르기], 성검의 신성력, 여기에 [신성의 파도]까지.제아무리 4계위 악마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나는 방법을 모르겠네.’
천사의 날개처럼 생긴 것을 파닥거려 봤지만, 몸이 살짝 뜰 뿐 하늘을 날지는 못했다.
조금 연습이 필요할 듯하다.
‘뭐, 지금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지.’
현재 비네스는 공격을 포기한 상태.
그런 그에게 공격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레스터 가문류 첫 번째 비기.
일섬(一閃).
루시드 가문류 네 번째 비기.
하늘 가르기.
콰쾅! 콰콰콰콰쾅!!
투콰콰콰콰쾅!!
일섬, 하늘 가르기, 일섬, 하늘 가르기의 반복.
불꽃 스택을 쌓게 해서 100%의 추가 대미지를 노릴 필요도 없었다.
이게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크, 크아아아아악!!”
비네스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일방적으로 패는 게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일 줄은 몰랐다.
비네스가 힘겨운 신음을 토해 낼 때마다 묘한 희열감이 내 몸을 감쌌다.
음, 뭔가 새로운 것에 눈을 뜰 것 같은 기분이다.
“커허억…….”
역오망성의 불꽃이 생겼다 말았다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비기도 열 번씩은 쓴 것 같다. 그런데도 죽을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진짜 튼튼한 놈이다.
‘빨리 2페이즈로 넘어가야 하는데……!’
성검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지금, 2페이즈에 돌입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피를 깎아 놔야 했다.
‘안 되겠어. 스탯 포인트를 사용해서라도……!’
힘 스탯에 50pt를 넣으려던 때였다.
푸쉭-.
엥?
성검이 본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낡아빠진 손잡이만 남은 상태로 말이다.
동시에 날개와 머리 위에 떠 있던 천사 고리도 자취를 감췄다.
“…….”
“…….”
비네스가 몸을 일으키더니, 나를 노려봤다.
이제 다 끝났냐는 눈으로.
“하, 하하……. 많이 아프셨나요? 피곤해 보이셔서 마사지를 해 드리려고 했을 뿐인데.”
“……네놈은 반드시 죽이겠다.”
화륵!
역오망성에 또다시 불꽃 1개가 타올랐다.
동시에 비네스가 자세를 낮추며 돌진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음…… 루나 양? 다 회복하셨죠? 저것 좀 막아 주시겠습니까?”
“어휴, 진짜 내가 너 때문에 못 산다. 저리 비켜 봐 봐.”
“후후, 역시 루나 양입니다. 아까처럼 시선을 끌어 주십시오. 공격은 제가 할 테니까요.”
“……잠깐만.”
비네스를 지그시 바라보던 루나.
그녀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쟤 왜 저렇게 화가 나 있냐? 다 때려 부술 기세인데?”
“그러게요.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대체 왜 저러는 걸까요?”
“……누가 봐도 네 탓 같은데. 쉴 틈은 주고 때렸어야지. 넌 배려도 없냐?”
악마에게 배려가 필요하단 말인가?
그것참 놀라운 사실이로군.
화륵-.
역오망성에 두 번째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두두두두두두-!!
비네스의 돌진이 시작됐다. 물론, 방향은 우리 쪽을 향해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덜덜 떨리는 기세다.
“금방 끝내고 온다며! 네가 끝내고 온다며! 멋있는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저게 뭐야!”
“저놈이 튼튼한 걸 어떡합니까! 아까처럼 당당하게 막아 주십시오, 루나 양! 사지가 찢어져도 제가 고쳐 드릴 테니까!”
“닥쳐! 너 같은 변태한테 내 몸을 맡길 거 같아!? 막아! 네가 저거 막으라고!”
루나가 내 멱살을 잡고 탈탈 흔들었다.
으아아아아! 앵무 이 조루 자식아! 3분이 뭐냐, 3분이!
넉넉하게 1시간은 줄 것이지! 나는 그 정도는 기본으로 가능한(?) 남자라고!
두두두두두두-!!
“루나 양, 오, 옵니다!”
“젠장! 월영으로 막아 볼게!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월영]을 깜빡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신의 모방]에 저장해 두는 건데.
치명적인 실수다.
“루나 양! 긴장하지 마십시오! 루나 양은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 당연하지! 가, 간다……!”
야! 전신이 이미 지배당했잖아!
긴장 덩어리잖아! 루나라는 이름 대신 긴장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잖아!
이러다 다 죽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박쥐 날개가 달린 3m의 이종 보행 악어.
그런 존재가 분노를 불태우며 달려온다면, 누구나 오금이 꺾일 것이다.
“가, 간다아……!”
루나의 검이 검집을 떠나려던 때였다.
“실드!”
우리가 있는 곳에서 2m쯤 앞, 불투명한 반구가 생성됐다.
‘마법? 그렇다면……!’
뒤를 돌아봤다. 르앵의 실험실로 향하는 건물의 입구.
반쯤 무너진 입구 앞에 지팡이를 든 유리디아가 서 있었다.
쩌엉!
실드가 비네스와 부딪치며 산산조각 났다.
“크윽! 실드! 실드! 실드!”
쩌정! 쩌저정!!
속도가 조금 느려지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4계위 악마, 비네스의 돌진을 빈약한 실드로 막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다.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머릿결의 여자아이.
로델린이다.
루시드 가문류 첫 번째 비기.
대지 뒤집기.
로델린은 비네스를 노리지 않았다.
바로 그 앞.
비네스가 달려오는 곳의 길을 노렸지.
투콰앙!!
땅이 갈라지며 하늘로 돌과 흙이 비산했다.
거기에는 비네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크, 크아아아아아!!”
공중을 한참이나 날아간 비네스.
그의 몸이 떨어진 곳은 날카롭게 갈린 바위 위쪽이었다.
쿠드득!!
비네스의 몸이 꿰뚫리며 검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본 루나가 중얼거렸다.
“해, 해치웠나?”
부활의 주문을 외워 주다니. 정말 고맙다, 루나야.
“제로 군! 괜찮은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으아앙! 제로! 괜찮아요?”
“다들 조심하세요. 길이 험합니다!”
“상급 악마가 대체 왜 이곳에…….”
로델린, 레이몬, 알렉스, 유리디아까지.
1파티 멤버가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르앵을 성공적으로 쓰러뜨린 듯하다.
나……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얘들아.
다 얘기해 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두 전투태세를 취하세요!”
그렇다. 지금부터.
악마 비네스의 2페이즈가 시작된다.
* * *
“흐엑?”
기절에서 깨어난 레제.
주변을 살피던 그녀가 곧장 상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안전한 상자 속에 숨었는데도 온몸이 덜덜 떨렸다.
레제의 머리 위에 난 바보털이 360도로 빙글빙글 도는 중이었다.
지금 이곳이 엄청 위험한 곳이라는 것.
그것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히, 히익……! 저건……!’
악마. 그것도 역오망성이 존재하는 상급 악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상자 속에 몸을 숨긴 채 슬금슬금 숲 쪽으로 이동했다.
“루나 양!”
“으아아아아!!”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제로와 루나. 그들은 놀랍게도 상급 악마와 맞서 싸우는 중이었다.
‘대, 대단해…….’
넋을 놓고 보던 레제는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상자를 움직이며 아카데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신은 저들과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소심하고, 겁쟁이에, 약하기만 한 자신은 방해만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친구니까. 친구니까 믿는 것뿐이야.
멈칫.
갑자기 루나의 목소리가 떠오른 건 어째서일까.
‘……친구.’
자신도 루나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나약한 자신도, 루나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은.
조금 더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기로 했다.
레제의 손에는 작은 활 한 자루가 꼭 쥐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