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109화. 예상치 못한 습격(10)
한 가닥도 흐트러지지 않고 잘 말아 올린 포니테일, 칼 같은 각도의 선도 완장.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교복까지.
평소와 같은 완벽한 로델린의 모습이었다.
‘……뭐지. 전투 중에 많이 찢어졌었는데.’
생채기는커녕 먼지 한 톨 보이지 않는다.
옷이 스스로 수복하는 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그런 기술이 있다면 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겠는걸?
물론, 나는 아니다. 나는 변태가 아니니까.
“아까 갈아입으시더라. 그거 알아? 완장도 새 거야.”
“예?”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3개씩 갖고 다니신다더라고.”
음, 역시 로델린이다. 완벽주의자답다.
아무튼, 로델린이 루시아를 매서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당장 일어나세요! 아카데미의 숲은 외부인에게 허락되지 않은 곳인 데다가, 취식 행위는 더더욱 금지란 말입니다!”
“로델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언니잖니! 사랑하는 가족이잖아!”
“공적인 영역에서는 가족일수록 더 엄격히 대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럼 사랑한다는 건 맞는다는 얘기네?”
루시아의 음흉한 미소.
로델린이 움찔 몸을 떨었다.
“사랑한다고 말해 줘! 빨리!”
“으, 으아아! 달라붙지 마세요!”
“아이고, 우리 귀여운 막내! 얼마나 컸는지 보자!”
주물주물.
루시아의 손이 로델린의 이곳저곳을 주물럭거렸다.
음, 좋은 광경이다. 뭐가 좋은 광경이냐고?
물론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이지. 그거 말고 다른 게 있단 말인가?
이런 변태 자식들 같으니.
“꺄, 꺄아악!”
오, 로델린의 입에서 여자아이 같은 비명이 튀어나오다니.
이건 귀하군요. 마음 한구석에 잘 새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변태 자식.”
루나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음, 설마 나한테 한 얘기는 아니겠지?
아닐 거다. 난 변태가 아니니까.
“앉으세요! 이렇게 해이해지다니! 제가 방학 때 분명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루시아가 무릎을 꿇자, 로델린의 설교가 시작됐다.
“정말이지 큰언니는! 군인으로서의 자각이 없는 겁니까?”
“헤헤, 죄송합니다.”
“자고로 군인이란…….”
로델린의 일장 연설이 시작됐다.
군인은커녕 훈련병도 아닌 로델린이 변방을 수호하는 루시아에게 군인 정신을 가르치다니.
뭔가 많이 이상한 상황이다.
루시아는 그런 로델린을 보며 헤실헤실 웃을 뿐이었지만.
음, 뭔가 혼나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그럴 거다. 루시아가 변태라니.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루시아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아시겠어요? 항상 몸가짐과 행실을 단정히 해야 한단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델린이는 너무 귀여운걸. 보면 꼭 안아 주고 싶어진단 말이야.”
“누, 누가 귀엽다는 겁니까! 그리고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저도 성인이란 말입니다!”
로델린이 고개를 삭삭 돌리며 우리 눈치를 살폈다.
아하, 그렇구나. 델린이. 그렇게 불리는구나?
너무 귀엽다. 다음에 꼭 불러 줘야겠다. 우리 귀여운 델린이~.
“제로 군! 자네에게 벌점 1점을 부여하겠네!”
대체 어째서! 생각을 하는 것도 죄란 말인가?
그리고 내 생각은 어떻게 안 거지!?
옆에서 바라보던 루나가 혀를 끌끌 찼다.
“네가 변태적인 생각을 할 때마다 엄청나게 티 나거든?”
“후후, 저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만?”
“네~ 네, 그러시겠죠. 아무튼…….”
루나가 슬쩍 몸을 움직이더니, 내 어깨에 기댔다.
“앞으로는 생각할 때마다 내 생각 먼저 하고 진행하라고. 무슨 생각이든 좋으니까.”
“쿨럭!”
옆에 있던 유리디아. 그녀의 코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그러더니 뭔가를 쓱쓱 적기 시작한다.
제로와 루나의 연애 대사집, 뭐 그런 거니?
새근새근-.
루나가 순식간에 잠들었다.
루나의 체온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
조금 전, 루나가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생각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생각해 달라는 말.
‘악마의 계약서 얘기겠지.’
혼자서 희생하며 모든 걸 감수하려던 나다.
루나는 그런 나를 혼내고 있었다.
얘기를 나누지도 않고 혼자서 결정하지 마라.
앞으로 그런 일이 있다면 죽여 버리겠다.
그런 얘기일 거다.
말주변이 없는 아이이다 보니 표현이 그런 식으로 됐을 뿐.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척!
코피를 막는 데 성공한 유리디아가 엄지를 치켜올렸다.
우리 사랑을 응원한다는 뜻 같다.
유리디아야, 그런 거 아니야.
얘는 내 사랑을 갈구하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갈구하는 거라고.
관심에 미친 정신병자란 말이다!
알렉스, 레이몬, 그리고 루나.
곤히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둘러보던 때였다.
띠링-.
화염 속성 저항 +30
[마족의 피 : A]마기를 느낄 수 있다.
상대의 마기로 인해 받는 페널티 –50%.
마기 계열 스킬 효과 +25%.
신성 계열 스킬 효과 –25%.
수많은 정보창이 내 눈을 어지럽게 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두 가지뿐.
2개를 제외한 정보창을 전부 꺼 버렸다.
‘칭호까지 주네?’
화염 속성 저항력을 무려 30이나 올려 주는 효과.
중첩이 가능한 칭호이니, 있어서 나쁠 건 없었다.
다음은 [마족의 피].
마기 계열의 효과를 증폭시키고, 반대로 신성 계열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패시브 스킬이다.
감격적이다. 왜냐고?
이제 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를?
‘큭! 마기인가!’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감격했다.
맨날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즐겼기(?) 때문이다.
단체 활동에서 같은 걸 느낄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픈지, 아는 사람은 알 거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것뿐만이 아니다.
상대의 마기로 받는 페널티 감소. 이게 컸다.
중급 악마 이상, 그리고 침식된 땅.
마기로 인한 페널티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 효과가 감소한다는 거다. 그것도 무려 50%나.
‘물론, 페널티가 있긴 해.’
신성 계열의 효과가 감소한다는 것.
포션의 효과도 다른 사람보다 25% 덜 적용된다는 거다.
누군가는 나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건 정말 좋은 스킬이다.
고인물이라면 누구나 원했던 스킬.
게임 시작 시, 초반 잠재력 도박을 통해 [마족의 피] 스킬을 얻으려는 사람도 많았다.
이 정도면 얼마나 좋은 스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르앵 선생을 처치하고 얻은 [플뢰르 가문류]만 해도 대단한 보상인데 [마족의 피]까지 얻다니.
‘뭐, 난도를 생각하면 짠 수준이긴 하지만…… 이제 슬슬 운이 풀리려나 보군.’
잠재력 도박으로 얻은 [청소]와 [초감각].
진짜 선 넘는 스킬들의 향연이다.
그런데 슬슬 운의 물꼬가 트이려는 느낌이다.
다음 잠재력 도박이 기대됐다.
‘그리고 아직 보상 타임은 끝나지 않았지.’
회복도 다 된 것 같고. 슬슬 움직일 때다. 더 늦는다면 보상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새근새근-.
곤히 잠든 루나.
겉옷을 말아 베개를 만든 후, 루나를 조심스레 옆으로 눕게 했다.
킁킁-.
“제로…… 냄새…….”
……어쩌면 우리 루나는 진짜 짐승일지도.
루시아와 로델린을 제외하면 모두 다 잠에 빠진 상태였다.
긴장이 풀리자, 잠이 쏟아진 것이리라. 그만큼 격렬한 전투였다.
‘나한테는 최고의 상황이지.’
루시아의 유모는 정신없이 밥을 차리고 있었다.
숲속에서도 밥을 지을 수 있다니. 엄청난 능력이다.
조심스레 뒤로 이동해 한 건물로 향했다.
르앵의 개인 훈련실이다.
로델린 파티가 첫 번째 보스인 르앵을 공략하기 위해 들어갔던 곳.
입구가 절반쯤 무너져 있었지만, 들어갈 공간은 충분했다.
그렇게 2층 정도 내려왔을까.
개인 훈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훈련장 중앙에는…….
르앵 선생의 시체가 있었다.
“…….”
조심스레 다가가자 볼 수 있었다.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르앵의 모습을.
“후후, 마음의 짐을 덜어 내셨나 보군요. 다행입니다.”
이미 받은 건 많지만, 하나만 더 받읍시다.
저는 플뢰르 가문의 의지를 잇는 자잖아요?
르앵의 몸에 손을 올린 후, 스킬을 시전했다.
투명 슬라임에게서 얻은 히든 피스, [포식] 스킬을.
[포식의 힘으로 ‘방검술’ 스킬을 획득합니다. 등급이 F로 낮춰집니다.]시간이 좀 지난 상태라 걱정했는데, 잘 돼서 다행이다.
‘방검술이라.’
상대의 공격이 들어왔을 때, 자동적으로 막아 주는 패시브 스킬이다.
적이 공격했을 때 가끔 캐릭터 위로 ‘GUARD!’라는 문구가 떠오르는데, 그게 바로 방검술이 성공했다는 증거.
F등급이라 성공 확률은 낮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피가 적은, 서로가 한 방만을 남기고 있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터질 때도 있는 스킬이다.
‘이게 또 성공했을 때 쾌감이 있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로또 패시브 스킬.
좋은 선물을 받았다.
“후후, 편히 가십시오.”
르앵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후, 훈련장을 나섰다.
편히 잠드소서. 나의.
첫 번째 스승이여.
* * *
다음으로 내가 향한 곳은 비네스가 죽어 있는 곳이었다.
음, 몸이 반으로 아주 깔끔하게 갈라져 있다.
다소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었지만, 꾹 참아 내며 손을 올렸다.
비네스 또한 S급 판정을 받는 네임드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포식]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한다는 뜻이다.‘좋은 게 나왔으면 좋겠군.’
무려 4계위 악마. 그러다 보니 갖고 있는 스킬이 무궁무진했다.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때리기]처럼 단순한 스킬도 있으니까.
보유 스킬 중 하나를 랜덤으로 가져오는 [포식].
후반으로 갈수록 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이제 1장이야. 스킬 레벨을 올릴 시간은 충분하니, 좋은 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생각은 여기까지. 누군가 오기 전에 즉각 [포식]을 사용했다.
[포식의 힘으로 ‘악마의 피부’ 스킬을 획득합니다. 등급이 F로 낮춰집니다.]“흐음.”
물리, 마법 피해를 경감시키는 패시브 스킬이다.
있어서 나쁠 건 없는 스킬이다.
[방검술]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스킬이랄까.게임에서라면 딱 그 정도의 평가를 받을 스킬. 하지만.
‘좋은데?’
피해를 경감시킨다는 것. 고통을 덜 느끼게 해 준다는 것과도 같다.
같은 타격을 받아도, 이전보다 덜 아프다는 뜻이다.
‘비네스에게 맞았을 때 엄청 아팠었지.’
질서의 방벽으로 대미지를 감소시켰는데도 미치도록 아팠다.
숨이 안 쉬어질 정도의 고통.
이 스킬의 등급을 올린다면, 그런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으리라.
만족감을 느끼며 비네스의 몸에서 손을 뗐다.
‘휴, 드디어 다 끝났군.’
르앵부터 비네스, 루시아의 등장까지.
진짜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비네스와의 전투를 소설로 쓰면 약 8화쯤은 나오지 않을까?
만약 그랬다면 진짜 미친놈이다.
이런 재미도 없는 전투를 8화나 쓰다니.
미친놈이 틀림없었다.
돌아가려던 때였다.
“안녕? 너 지금 여기서 뭐 하니?”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도 악마는 아니었다.
로델린의 언니이자, 루시드가의 첫째.
루시아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