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14)
제114화
114화. 새로운 동료(1)
“아으으~ 죽겠네. 이제야 좀 편히 쉴 수 있겠다. 그렇지?”
루나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오전 수업이 막 끝난 시각.
우리를 묶고 있던 족쇄가 풀렸다는 걸 뜻하기도 했다.
‘교관들도 우리에게서 관심을 끈 듯하군.’
[초감각]도 반응하지 않았으니, 확실했다.“바로 밥 먹으러 갈 거지? 빨리 가자. 의무실에서 먹는 밥은 최악이었어.”
루나가 혀까지 꺼내며 의견을 표했다.
나도 동의하는 바였다.
온갖 검사를 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기미는 왜 하는 건지.
식은 음식도 음식이지만, 모든 음식을 들쑤시며 기미를 하다 보다 보니 영 비주얼이 좋지 않았다.
루나와 함께 식당으로 향할 때였다.
“근데 아까부터 왜 그렇게 고개를 까딱거리는 거야? 엄마 잃은 새끼 새도 아니고.”
루나의 타박.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보창]을 쉴 새 없이 사용하며 움직이는 중이니까.새로운 동료의 영입. 그걸 위해 발품을 파는 중이었다.
‘여기저기 기억에 남는 이름이 보이네. 쓸 만한 엑스트라는 많아. 하지만…….’
저놈들은 일단 제외다. 스토리에서 저마다 맡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비중 있는 조연들을 건드릴 수는 없는 법.
무엇보다, 내 파티원이 되기 위해서 무조건 만족시켜야 하는 조건이 있었으니…….
‘성격이 더러운 아이를 찾아야 한다.’
너그러운 1파티 멤버들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성격의 아이를.
문제는 저 2개의 거름망이 너무 크다는 것.
쓸 만한 엑스트라를 제외, 그리고 친구와 함께 돌아다니는 아이 또한 제외.
그러다 보니 영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탱커를 찾아야 한다.’
로델린 파티와 함께 전투를 치른 후 느꼈다.
‘탱커가 짱이다.’
4계위 악마와 정면에서 당당히 맞서는 레이몬의 위엄.
탱커에 대한 환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레이몬급의 탱커는 바라지도 않는다. 애초에 버그에 가까운 캐릭터니까.
“저기 앉으면 되겠다.”
루나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렇다. 앞이 아닌 옆이다.
루나는 항상 내 옆자리를 고수하곤 했다.
도망칠 것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나 뭐라나.
뭐, 이제는 익숙해진 일이라 별로 신경도 안 쓰이지만 말이다.
“음, 드디어 따뜻한 걸 먹네. 제로, 맛있게 먹어.”
“후후, 루나 양도요.”
하지만 식사 시간도 허투루 보낼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은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
밥 한 입, [정보창] 사용 두 번.
밥 한 입, [정보창] 사용 세 번.
밥을 또 한 입 넣은 후, 또다시 [정보창]을 사용하려던 때였다.
난데없이 루나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옆에 앉아 있던 루나가 양손으로 단단히 내 얼굴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야.”
“……예.”
“나만 봐. 다른 데 그만 보고.”
꺄아아아악-!
식당이 잠시 들썩거렸다.
우리 주변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별안간 환호성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코피를 흘리는 유리디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여튼 저 유리디아파를 처리하든지 해야…… 가만, 뭔가 세력이 더 커진 것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니 우수반이 아닌 아이들도 중간중간 섞여 있었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이다 보니 의기투합이라도 한 걸까?
그들의 상상과 달리, 현실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데 말이다.
‘얘들아, 현실은 로맨스가 아니라 공포&스릴러란다.’
그걸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루나가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에 바싹 붙이더니 속삭였다.
“지금부터 다른 데 볼 때마다 한 대씩 맞을 줄 알아.”
“후후, 정면을 바라보는 건 안 될까요?”
“안 돼.”
응, 그렇구나. 안 되는구나?
그렇게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했다.
내 고개는 루나 쪽에 고정된 채였다.
음, 이거 [정보창]을 사용하며 밥을 먹을 때보다 훨씬 힘들다.
옆얼굴로 밥을 먹는 느낌이랄까.
목 넘김도 쉽지가 않다.
그런 나와 달리, 루나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루나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이었다.
“안녕?”
“제로! 안녕하세요!”
알렉스와 레이몬이었다.
물론,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목소리로 그들이라는 걸 판단했을 뿐.
손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자, 그들이 우리의 앞자리에 앉았다.
뚜둑-.
그들이 앉음과 동시에 루나가 목을 이리저리 꺾었다.
“미쳤네. 내 영역에 함부로 들어오고.”
“예? 여긴 빈자리…….”
“닥쳐. 거기도 내 자리니까.”
“추악하시네요.”
“뭐?”
“추악하다고요! 얼굴값을 하는 건 제로뿐인 줄 알았는데, 루나도 만만치 않았네요! 마귀할멈다운 욕심이에요!”
음, 싸움을 건 건 루나인데 왜 나까지 공격하는 걸까.
“제로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 하지만…… 나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자리에서 일어난 루나가 레이몬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루나와 레이몬의 웅장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음, 루나야. 격하게 움직이지 좀 마. 밥 먹으면서 고개 돌리기 힘들다고.
“하하,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 확 드네.”
“후후, 그러게 말입니다.”
“참, 덕분에 쉽게 찾았어. 너희들 잊어먹을 일은 없겠더라.”
“쉽게 찾았다뇨? 그게 무슨 말이죠?”
알렉스가 손가락을 뒤쪽으로 까딱거렸다.
유리디아파가 있는 쪽이었다.
“저런 팬클럽을 몰고 다니는 애들이 너희 말고 누가 또 있겠어.”
“……팬클럽이요?”
“응, 몰랐어? 너희 팬클럽 결성됐잖아. 이름이 뭐더라…… ‘악마와 공주. 금단의 사랑’이었나?”
어째 팬클럽 이름에 맞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나는 악마가 아니고, 루나는 공주가 아니니까.
게다가 사랑도 아니란 말이다!
나는 그저 잡혀 사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라고!
‘어째 오늘따라 규모가 크다 했더니…… 팬클럽을 결성했을 줄이야.’
하지만 루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진짜 저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싶다.
“후후, 그렇군요. 참 곤란한 사람들입니다. 아,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제가 방해했군요.”
“응, 제로. 근데 말이야…….”
알렉스가 머뭇거렸다.
뜸을 들이다니. 중요한 할 말이라도 있는 걸까?
“이쪽 좀 보고 말해 주면 안 될까?”
“아…….”
현재 내 목은 루나 쪽으로 고정된 상태다.
알렉스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 옆얼굴과 대화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후후, 알렉스 군이 저 대신 맞아 주신다면야. 사양하지 않도록 하지요.”
“음, 그냥 그러고 있는 게 더 낫겠다. 계속 보니 그 각도가 더 잘생긴 것 같기도 하고.”
……이 새끼가?
쿡쿡거리며 웃던 알렉스가 말을 이었다.
“사실, 고맙다는 말을 하러 왔어.”
“예?”
“악마와 싸울 때, 마지막에 우리를 대신해서 희생하려고 한 거잖아. 맞지?”
사실상 패배가 확정됐던 순간.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비네스와 ‘악마의 계약’을 맺어 아이들을 지키려고 했던 걸 말하는 거다.
그때는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완전 흑역사다.
“후후, 그런 거 아닙니다. 악마 놈도 힘이 빠져서 물러나려고 했어요. 서로 싸우지 말자는 계약서였습니다.”
“그래? 그래도 고마워.”
응, 안 통하는구나?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랬다간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을 테니까.
“그리고 이건 다 같은 생각일걸?”
“그럴까요?”
“응, 조사받을 때 네가 악마와 계약을 하려고 했다는 걸 아무도 말하지 않았잖아. 괜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안 그래도 외모가 불길하다는 평가를 받는 나다.
그 때문인지 신관과 행정관들에게 반협박에 가까운 취조를 받은 상태.
물론, 나한테는 애들 장난 수준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카론에게 진짜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 보니, 저런 쪽으로는 단련이 잘된 상태랄까?
물론, 전혀 고맙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던 중,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로델린도 나를 고발하지 않았네?’
강직한 로델린의 성격상, 거짓말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까지 나를 숨겨 주다니?
‘내가 걱정됐나 보구나? 귀여운 것.’
만나면 머리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 줘야겠다.
“툼스톤 파일 드라이버!”
쿠웅!
루나가 레이몬을 거꾸로 메다꽂았다.
근접할수록 회피율이 높아지는 레이몬을 잡아서 바닥에 꽂다니?
진짜 우리 루나는 전설이다.
삐비빅- 삐빅-!
“괴롭힘은 벌점 사유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나에게 향하던 로델린.
갑자기 방향을 꺾더니 루나와 레이몬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현행범이 눈앞에 버젓이 널브러져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둘 다 벌점 1점씩,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도록 하게.”
“선배님! 하지만…….”
“어허! 루나 양은 어른 아닌가. 어른답게 책임을 지도록 하게.”
어른이라는 말.
저 말이 루나의 심금을 자극한 것일까?
루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른…… 맞아. 나는 어른이지. 저놈과 달리 어른. 내가 피해자지만, 어른의 너른 마음으로 용서해 줘야겠네.”
“저, 저도 어른이거든요! 그리고 피해자는 저라고요!”
“저리 비켜! 반성문은 내가 먼저 완성할 거니까!”
“제가 먼저 완성할 거거든요!?”
얘들아, 너희 당한 거야.
싸움을 멈췄을 뿐만 아니라, 경쟁으로 반성문을 쓰게 하다니.
아이들을 다루는 법을 참 잘 아는 로델린이었다.
그녀가 내 쪽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리고 제로 군, 자네는 잠시 나 좀 보도록 하지.”
이래서 인기 있는 남자는 곤란하다니깐?
현재 루나는 정신이 없는 상태.
고개를 원상태로 돌린 후, 로델린의 뒤를 따랐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으슥한 곳.
로델린이 빙글 뒤로 돌더니, 입을 열었다.
“나한테 무슨 할 말 없는가?”
뭐지. 고백이라도 박아 달라는 건가?
물론 아니다. 잠시 생각한 결과, 로델린이 왜 나에게 화가 났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희생하려고 했기 때문이겠지.’
애초에 자기도 희생하려고 했으면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이번에는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제가 악마의 계약서에 손을 댔다는 사실, 조사관들에게 말하지 않으셨더군요?”
움찔-.
로델린의 몸이 살짝 떨렸다.
양심의 가책 때문인지, 아니면 나에게 그 사실을 걸려서인지.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군. 난 사실대로 전부 말했다만?”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저도 자백을 해 입을 맞추는 수밖에. 그래야 감형이 될 테니까 말이죠.”
로델린이 주먹을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나를 혼내려고 만든 자리인데, 되레 공격을 당하다니.
“……쯧.”
혀를 찬 로델린이 고개를 홱 옆으로 꺾었다.
새침하다. 새하얀 목선과 살짝 삐져나온 입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까지.
완벽했다.
‘아아, 그런 모습 보여 주지 마. 계속 그러면…….’
사랑으로 보듬어 주고 싶어지잖니?
“아무튼…… 앞으로는 그런 짓 하지 말게. 또 그러면 벌점으로는 끝나지 않을 거야.”
악마의 계약서에 손을 댔는데 벌점을 준다니.
귀엽기까지 하다.
아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변태라서가 아니다.
캐릭터의 새로운 모습을 볼 때마다 더 보고 싶어져서 그런 것일 뿐.
그게 변태 아니냐고?
……그럴 리가 없다. 난 게임을 충실히 즐기는 게이머일 뿐이다.
로델린을 살짝 밀며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