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24)
제124화
124화. 훈련의 시작(2)
영광의 문.
‘과연, 명성답군.’
거대하다. 그 한 단어로 영광의 문을 설명할 수 있었다.
문의 끝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뭐, 짙은 안개 때문에 시야가 가려진 탓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전설로만 듣던 칼로스의 입구를 직접 목도하게 될 줄이야.’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만, 곧장 그 마음을 접었다.
안쪽이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초보 시궁쥐라면 이미 찍고 봤겠지만 말이지.’
이럴 때도 방심하지 않고 규칙을 지키다니.
후후, 역시 자신은 너무 유능했다.
사삭-!
다윈이 칼로스로 진입했다.
5군단장이 강림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
안은 폐허가 된 지 오래였다.
‘주변이 온통 잿빛이라니. 이게 군단장의 힘인가.’
이곳에서 색을 가진 건 자신뿐이었다.
최대한 색깔이 비슷한 외투로 몸을 감싼 후, 주변에 녹아들었다.
지천에 안개가 깔려 있었기에 활동이 어렵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안쪽으로 향하며 카론에게 받은 정보를 다시금 복기했다.
-움직이는 시체가 있다는 소문이 떠돌더군. 키메라의 정보를 건네준 자가 제공한 정보다. 위험할 수 있으니, 너무 깊이 들어가지는 말도록.
그 외에도 자잘한 정보를 전달받았지만, 다윈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움직이는 시체라고? 그런 헛소문을 조사하라니. 너무 꼼꼼하신 것도 문제란 말이지.’
대장인 카론을 존경하긴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였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며 한나절쯤 걸었을 때.
목표했던 곳에 도달하게 되었다. 칼로스 3지구(地區).
수도인 칼로스에서도 가장 번화했던 구획이다.
휘오오-.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거라곤 폐허로 변한 건물과 모래 먼지, 그리고 하늘을 빙글빙글 도는 새 몇 마리뿐이었다.
“…….”
폐허 속에 몸을 감춘 다윈이 지도를 펼쳤다.
지도 위를 기어 다니는 개미를 쳐 낸 후, 생각에 잠겼다.
원래대로라면 이쯤에서 대기하는 게 맞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라고 했으니까.
이 근방을 수색하다 2~3일쯤 후에 돌아가면 끝나는 임무다.
하지만.
‘2지구에 있는 광휘의 분수. 그건 꼭 보고 싶은데 말이지.’
무려 1년 동안 지속된 군단장과의 전투.
거대했던 왕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정도로 치열했던 전투였다.
하지만 ‘광휘의 분수’는 살아남았다.
당시 사제들이 성수를 만드는 공간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인간 연합군 입장에서는 반드시 수호해야 했던 공간.
그 때문에 광휘의 분수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도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해 듣기로는, 형태를 온전히 남길 수 있었다고.
“…….”
한참을 고민하던 다윈은 하루가 지난 뒤에야 행동에 나섰다.
3지구를 지나, 2지구로 진입한 거다.
‘그래, 시체에 무슨 힘이 있겠어?’
이미 뼈로 돌아간 지 오래일 거다.
뼈밖에 없는 놈들. 걷는 것만 해도 힘든데 뛰는 건 더 힘들 터.
달리기로 두 번째라면 서러운 다윈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더라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
‘하루 동안 수색했지만, 아무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카론은 시궁쥐의 안전을 생각해 주의를 줬지만, 애초에 시궁쥐란 놈들은 충성도 하나로 살아가는 놈들이다.
카론에 대한 충성이 아니다. 가족에 대한 충성이지.
제국의 안위가 가족의 안위로 직결한다.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목숨을 바쳐 임무를 수행하곤 했다.
‘이번 정보는 키메라에 대한 정보를 건네준 자가 제공했다고 했어.’
여전히 믿기지는 않지만, 조금 위험하더라도 확인할 가치가 있는 정보다.
2지구를 넘어 1지구까지 갈 의향도 있었다.
‘뭐, 2지구에 가는 김에 광휘의 분수도 보긴 하겠지만.’
2지구 초입에 도착한 다윈은 곧장 거처를 마련한 뒤, 수색에 나섰다.
외곽부터 조금씩 조금씩.
하지만 이곳도 3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생명체의 흔적이 존재하질 않았다.
사람, 짐승, 새, 그 흔한 개미 새끼 하나조차.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2지구의 중심에 있는 광휘의 분수.
그곳으로 향하던 다윈은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문제는 이 위화감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다는 것.
본능적으로 전진하는 속도를 늦추던 다윈.
분수대를 눈앞에 두고서야 그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가만, 개미 새끼 하나 없다고?’
이 넓은 곳에 곤충이, 그것도 개미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달그락-.
아무도 없는, 사람의 손톱 끄트머리는커녕 작은 생명체 하나조차 찾을 수 없는 이곳에서 난 소리.
다윈은 곧바로 몸을 감춘 뒤, 소리가 난 곳을 살폈다.
그것에는 뼈가 하나 있었다.
인간의 손뼈.
이상한 건 아니다.
칼로스에 진입한 뒤, 뼈는 물론 뼈 무더기까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손뼈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거다.
마치.
‘……땅에서 튀어나온 것 같군.’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바람 때문에 모래 먼지가 움직이면서 묻혀 있던 뼈가 드러난 것. 그런 것일 거다.
다윈이 그곳에서 시선을 돌리려고 할 때였다.
드득.
손뼈가 꺾이더니, 땅을 짚었다.
드드드득-.
그 상태로 힘을 가득 주니, 새하얀 팔꿈치가 땅 위로 드러났다.
쿠드득!
모래를 뚫고 나오는 견갑골, 그리고 비스듬하게 보이는 머리뼈.
드득- 드드득-.
“……!”
다윈은 곧장 자리를 박찼다.
움직이는 해골의 존재를 확인해서? 맞다.
하지만 도망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드득- 드드드득!
해골이 땅을 파고 올라오는 소리.
그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닥- 다다다닥!
해골이 달리기 시작했다. 방향은 물론 자신이 있는 쪽.
사람이 달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속도다. 심지어 무기를 꼬나쥔 놈들도 몇몇 보였다.
‘다, 당장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죽었지만 죽지 않은.
죽음을 거부한 존재.
언데드(undead)가 이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 * *
“크윽! 인정받지 못하다니!”
루나가 분노를 토해 냈다.
루시아에게 ‘패스’당하는 굴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반드시 나를 돌아보게 만들겠어!”
루나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음에 인정받지 못하면 대마왕이 될 기세다.
‘뭐, 인정받아야 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메인 퀘스트. 그것도 무려 50pt라는 추가 보상이 걸린 퀘스트다.
당분간 빡세게 훈련에 임해야 할 듯싶었다.
“응? 근데 쟤 저기서 뭐 하냐?”
훈련장 문을 열자마자 레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상자 밖으로 나와 있었다.
정확히는, 상자 안에서 일어나 있는 상태.
레제가 양손을 하늘 위로 들더니, 몸을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메라?’
그렇다. 레제의 손에는 카메라가 쥐어져 있었다.
심지어 까치발까지 들며 각도를 조정하기까지 한다.
특이한 건, 렌즈가 레제 쪽을 향하고 있다는 거다.
‘뭐지. 셀카라도 찍는 건가?’
극도로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레제가 셀카라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사진을 손에 든 레제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셀카가 잘 나오기라도 한 걸까?
“뭐 해?”
“아…… 기, 기뻐서요. 치, 친구랑 사진을 찍는 건 처, 처음이거든요.”
친구랑 사진을 찍었다고?
레제가 찍은 사진을 살폈다. 그녀의 말대로 같이 사진을 찍긴 했다.
앞머리가 눈을 가린 레제의 얼굴이 사진의 90%, 그리고 한쪽 구석에 있는 루나의 형체가 10%.
그렇다. 루나가 코딱지만 한 크기로 나왔다. 심지어 얼굴은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흐릿했다.
‘보통…… 이런 걸 같이 찍었다고 표현하던가?’
우리가 말없이 사진을 바라보자, 레제가 양팔을 허둥거렸다.
“마, 말없이 찍어서 기, 기분 나빴나요?”
“…….”
“죄, 죄송합니다……. 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너, 너무 기쁜 나머지 그만…….”
그 모습을 본 루나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함부로 몰카를 찍다니. 살려 보내지 않겠다는 건가?
역시 루나 대마왕다웠다.
“그거 이리 내놔.”
“예, 예?”
루나가 카메라를 뺏더니, 레제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일명 ‘야야. 친한 척해, 친한 척’ 자세.
저 불쌍한 아이에게서 삥을 뜯으려는…… 아니, 사진값을 받으려는 게 틀림없었다.
찰칵-.
루나가 버튼을 조작하자, 마나석이 작동하며 사진이 곧장 인화됐다.
그러더니 두 장 중 하나를 레제에게 건넸다.
“다음부터는 그냥 말해. 얼마든지 찍어 줄 테니까.”
“가, 감사합니다! 가, 가보로 간직할게요!”
“흠, 흠. 뭐…… 가보랄 것까지야.”
루나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두 번째 친구가 생겼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나나 보다.
“후후, 저도 한 장 찍어 드리겠습니다.”
“괘, 괜찮습니다…….”
레제가 카메라를 후다닥 숨겼다.
부끄러운가 보다. 잘생긴 나와 같이 사진을 찍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할 거고.
“잘했어. 카메라가 터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내 잘생김력(?)을 카메라가 버티지 못한다는 말일 거다. 그렇지, 루나야?
짧은 일상 대화가 끝나자, 아이들이 나를 바라봤다.
이제부터 뭘 할지 알려 달라는 눈치다.
오늘은 레제가 정식으로 합류한 날이자, 합동 훈련의 첫 번째 날.
참고로 훈련을 시작한다는 것에는 레제도 동의한 사항이다.
‘루나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수락한 것 같긴 하지만…….’
뭐, 어떻게든 될 거다.
애초에 레제가 가진 강점을 살리는 훈련을 할 거니까.
“무슨 훈련 할 거야? 역시 체력 훈련부터겠지? 레제는 체력이 조금 부족하니까…….”
“죄, 죄송해요.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 루나의 말에는 틀린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로, 레제는 체력이 조금 부족한 게 아니라 많이 부족한 상태고.
둘째로…….
“후후, 레제 양에게 체력 훈련은 시키지 않을 겁니다.”
“뭐?”
“잘하지 못하는 걸 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시간 낭비거든요.”
“그래도…… 최소한의 체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잘 걸어 다니잖아요. 충분합니다.”
잠시 생각하던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레제는 궁사니까 숨어서 활을 쏘면 되니, 그렇게 많은 체력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후후, 그렇습니다.”
“내가 가르친 대로네. 잘했어, 제로.”
“여, 역시 루나 양은 대단해요! 저, 저에게 딱 맞는 훈련을 생각해 내시다니!”
“……?”
뭔가 이상했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니까.
훈련장에 목각 인형을 일렬로 정렬했다.
서로의 거리가 3m 정도씩 떨어져 있는 5개의 목각 인형.
“좋아, 그러면 훈련을 시작해 볼까?”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레제가 작은 활을 꺼내 들더니, 낑낑거리며 활을 시위에 메겼다.
활시위가 팽팽해질 때까지 한 10초쯤 걸린 것 같다.
힘 스탯 3다웠다.
퉁!
퓩!
날아간 화살이 목각 인형의 머리에 정확히 박혔다.
“미간에 정확하게 박혔잖아? 대단해!”
“헤, 헤헤!”
확실히 놀라운 적중률이다.
[백발백중], [집중]. 두 스킬이 모두 S급인 레제다.무언가를 맞힌다는 것에 한해서는, 신궁에 가까운 힘을 발휘할 터.
상대가 누구든 치명적인 피해를 받을 것이다.
‘공격력이 높다면 말이지만.’
활. 좋은 무기다. 하지만 레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적중률이 높을 뿐, 공격 시간과 파괴력이 형편없으니까.
역시 레제는 다른 무기를 써야 한다.
“후후, 형편없군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정확히 맞혔잖아.”
“공격 시간도 길고 파괴력도 형편없습니다. 상대가 악마일 경우, 저건 이쑤시개가 꽂힌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건 그렇지만…… 힘을 키우고 마나를 사용한다면…….”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활로는 안 됩니다.”
“……뭔가 다른 무기를 생각해 놨다는 것처럼 말한다?”
그야 물론이지.
양손으로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아공간]에서 무기를 하나 꺼냈다.
루나와 레제의 입이 떡 벌어졌다.
워낙 크고 아름다운 무기였으니까.
레제야, 너에게는.
“활보다 마도 총이 더 잘 어울립니다.”
마도 공학의 정수이자 산물.
마도 총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