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25)
제125화
125화. 훈련의 시작(3)
양팔이 살짝 뻐근해질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마도 총.
그 모습을 확인한 루나가 곧장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그 지저분한 건.”
“후후, 크고 아름답지 않습니까?”
“큰 건 알겠는데 아름답진 않거든? 무엇보다 그런 이상한 걸 우리 레제의 손에 쥐여 주겠다니! 절대 용납 못 해!”
“루, 루나 양! 우, 우리 레제라니!”
레제가 엄청나게 감동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짝 울먹거리기까지 했다.
‘루나보다는…… 레제를 설득하는 게 더 편하겠는걸?’
레제가 마음에 든다고 말하면 루나도 어쩔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조금 전의 대화를 분석해 본 결과, 레제를 감동시킬 수 있는 방법은…….
“후후, 우리 레제 양에게 제일 적합한 무기입니다만?”
“……으으. 와, 완전 벼, 별로예요.”
“……?”
내가 레제를 바라보자, 그녀가 후다닥 루나의 등 뒤로 숨었다. 그러더니 얼굴만 빼꼼 내민다.
철벽에 가까운 거절이다. 대체 어째서일까?
설마 루나가 말하는 ‘우리’와 내가 말하는 ‘우리’에 차이가 존재한단 말인가?
‘빌어먹을 실눈 같으니.’
실눈이라는 외모가 레제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한 게 분명했다.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건 아닐 테니, 저 이유가 확실하다!
하지만 이건 레제를 10배는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무기.
절대 물러설 수 없다.
“후후, 그러지 마시고 손에 한번 쥐어 보시죠.”
“안 돼! 그리고 레제가 쓰기에는 너무 크잖아!”
“원래 뭐든지 클수록 좋은 법입니다! 이 크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세요!”
“꺄악! 더러운 걸 어디다 갖다 대!”
“사, 살려 주세요!”
루나와 레제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뒤를 내가 쫓았다.
헤이, 츄라이! 츄라이!
한 번만 먹어…… 아니, 써 보고 말하라고!
루나와 레제가 마도 총을 더러운 것이라 부르며 기피하는 이유.
내 하반신에서 나와서가 아니다.
이 세계에서 ‘마도 총’의 인식이 쓰레기에 가까운 탓이지.
‘마법사, 그리고 궁사.’
먼 거리에서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마법사는 마나로, 궁사는 활과 마나를 이용해 적을 공격한다.
마나를 깨닫지 못한 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세상이다 보니, 마법사보다는 궁사가 훨씬 많은 편인데.
그들은 일반적으로 장궁에 가까운 ‘활’을 많이 사용하곤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세상에서 활은 입신양명할 수 있는 좋은 수단 중 하나라는 거다.
‘물론, 검만큼은 아니지만.’
검으로 출세하는 비율이 60%라면, 활은 약 15% 정도?
압도적인 차이가 나긴 하지만, 검에 이은 두 번째 출세 수단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법, 창, 무투 등에 비하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거다.
명문 궁가(弓家)도 존재할 정도로 활에 진심인 자들도 있으며, 화살도 필요 없이 마나로만 활을 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자들은 신궁이라 불리며 찬양받기도 한다.
우리 우수반에도 활을 무기로 사용하는 애들이 몇 있다.
‘아무튼.’
얘기가 조금 길어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게 바로 ‘마도 총’이다.
마도 공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도 공학의 산물.
지구에 존재하는 총과 비슷한 원리이며, 장점도 비슷하다.
방아쇠를 당기면 나간다는 점, 탄의 속도가 화살보다 빠르다는 점, 재장전이 자동으로 된다는 점 등.
차이가 있다면 총알 대신 ‘마나’를 사용한다는 것 정도?
그렇다. 마도 총은 몸에 마나가 존재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였다.
‘힘과 파괴력이 부족한 레제에게 딱 어울리는 무기지.’
그래서 마도 총을 추천한 것인데, 설마 이렇게까지 싫어할 줄이야.
투박한 외형 탓이라기보다는 이 세계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과 편견, 그 탓이 더 컸다.
무슨 편견이냐고?
“그런 건 본인의 실력이 아니잖아!”
구석에 몰린 루나가 크게 외쳤다.
레제가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마도 총은 공학의 힘이지,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는 사고방식.
그렇다. 바로 저 사고방식이 문제였다.
‘궁술 명가가 많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활을 다루는 영웅이 존재해서 그런 걸까?’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곤란한 상황이다.
고작 그런 이유로 ‘죽창의 레제’라 불리며 맹위를 떨치던 아이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후후, 본인의 실력이 아니라뇨. 마도 총을 다루는 것도 엄연히 실력의 영역입니다.”
“당기기만 하면 나가는 무기가 무슨 실력? 그런 건 인정할 수 없어! 반칙이야!”
그 당기기만 하면 나간다는 게 총이란 무기의 최고 장점이란 말이다!
레제를 굴복시키는 건 쉬운 일이지만, 그 앞에 있는 루나의 가드가 제법 단단하다.
어쩔 수 없다. 루나를 설득…… 아니.
머리를 혼란에 빠뜨리는 수밖에.
“후후, 반칙이라니요. 그럼 루나 양도 반칙을 하고 계신 거군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티팩트를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공학의 힘을 이용하는 건 반칙이라 하셨으니…… 그 펜던트는 이제 필요가 없겠군요?”
루나가 자신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내려다봤다.
카론이 준 S급 아티팩트 정령의 숨결.
‘신비’라는 미지의 힘이 담긴 펜던트지만, 공학의 기술이 하나도 안 들어간 건 아니다.
저것도 엄연히 공학의 기술이 접목된 물건이라는 뜻이다.
‘내가 가진 은빛 섬광은 말할 것도 없고.’
애초에 아티팩트란 건 신비의 힘을 바탕으로, 공학이란 자재를 쌓아 올려 만든 물건이다.
신비(神祕).
공학은 물론, 마법으로도 설명할 길이 없는 신비로운 힘.
이것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지금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니까.
“그, 그건 아니지. 이건 보조…… 그래! 나를 보조해 주는 물건이니까!”
루나가 양손을 교차하며 가슴팍을 감쌌다. 혹여나 뺏어 가기라도 할까 봐 겁나는 모양이다.
루나야, 그건 걱정 마렴.
내가 그런 짓을 벌인다면 카론이 나를 찢어 버릴 거거든.
루나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보조, 바로 그겁니다.”
“으, 응?”
“마도 총은 레제 양의 실력을 보조해 주는 무기일 뿐입니다. 루나 양이 다루는 검과 똑같은 거지요.”
“그, 그런가?”
“그렇습니다. 당장 이 훈련장만 해도 그렇습니다. 마도 공학의 기술이 가득한 곳 아닙니까.”
마도 공학보다 마법의 힘이 더 크긴 하지만…… 뭐, 없는 건 아니니까.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
“활과 검, 그것들과 다를 바가 없는 놈이라는 뜻이죠.”
활과 검은 공학이 아니라 과학적 원리가 가득한 무기지만…… 뭐, ‘학’이라는 글자가 같으니까.
크게(?) 다르지 않으니 똑같다고 봐도 무방할 거다. 그렇지?
“그런데 그건 실력, 마도 총은 실력이 아니라니. 대륙 활 협회에서 활과 화살을 팔아먹기 위해 펼친 수작질에 루나 양이 놀아나다니. 크윽……!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대륙 활 협회.
……방금 내가 만들어 낸 가상의 집단이다.
하지만 거짓말이라곤 할 수 없다.
이 넓은 대륙 어딘가에는 분명히 존재할 테니까 말이다.
‘1인이 세운 협회도 엄연한 협회니까.’
설득이 먹힌 걸까. 루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대륙 활 협회…… 들어 봤어. 아주 악독한 놈들이지. 그렇군. 이게 그놈들의 수작질이었구나.”
“마, 맞아요. 화살값도 제멋대로 올리고…… 나, 나쁜 놈들이에요오…….”
응? 그런 협회가 진짜 있었어?
소가 뒷걸음질하다 쥐를 잡은 격이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후후, 그렇습니다. 마도 공학은 절대 나쁜 게 아닙니다. 사람들을 위해 발전한 기술이 나쁜 것일 리가 없잖습니까. 이 마도 총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륙 활 협회의 악독한 장사치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마도 공학자들이 개발한, 최고의 무기라고 할 수 있죠!”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
내 웅변이 감동적이었던 것일까.
루나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뒤를 돌아봤다.
“어떻게 할래? 한번 써 볼래?”
“그, 그럴까요? 어, 어차피 한 번만 써, 써 보는 거니까요.”
하지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크고 아름다운 것을 맛보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법이니까.
물론, 마도 총 얘기다.
레제가 파들파들 떨며 내게 다가왔다.
‘정보창.’
[‘집중력이 훌륭해요’ 마도 총 : C]마도 공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
3분기에 출시를 앞둔 시제품이다.
경량화와 소형화를 포기하고, 마나의 응축과 폭발력에 집중했다.
‘아이들의 집중력을 강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잘 팔리지는 않을 것 같다.
마나 전도율 : 30%
스킬 [과충전] 사용 가능.
네이밍 센스가 절망적인 무기다.
하지만 이건 앞으로도 그럴 거다. 왜냐고?
‘공학자들의 개그는…… 그런 거니까.’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마도 총을 얻을 수 있는데, 대부분 저런 식이다.
뭔가 숨겨진 퀘스트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유저들이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녔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고.
먼 훗날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거 정말 엄청난 네이밍 센스네요!
게임을 시작한 한 공학도의 글.
그렇다. 그들은 이걸 진심으로 재밌다고 생각한 거다.
물론 통계의 오류일 수도 있지만, 수많은 고인물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사건이다.
휘청-.
마도 총을 건네받은 레제가 휘청거렸다.
소총보다 1.5배 정도 큰 크기.
힘 스탯이 낮은 레제의 입장에서는 바윗덩어리나 다름없으리라.
“이,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요?”
“어깨에 견착하고 쓰면 됩니다. 이렇게…….”
어깨, 팔, 손, 허벅지, 다리, 발 너비까지.
레제의 몸 이곳저곳에 손대며 자세를 조정할 때였다.
까치발을 들어 올리며 내 어깨에 얼굴을 올린 루나.
그녀가 내 쪽을 빤히 바라봤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후후, 루나 양? 뭐 하고 계신 겁니까?”
“변태 놈이 내 친구에게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닌가 감시 중.”
“예? 변태가 있다니…… 그것참 큰일이군요. 어딥니까! 변태가 있는 곳이!”
“내 눈앞에 있지.”
응, 그렇구나. 내 눈앞에 있는 너.
네가 변태라는 거구나?
우리 루나는 객관적인 판단을 참 잘 하기도 하지.
“후후, 감시를 잘 해야겠군요.”
“응, 온종일 지켜볼 거니까 걱정하지 마.”
루나가 싱긋 웃음을 흘렸다.
바로 눈앞에서 봐서 그런 걸까. 오늘따라 미소가 참 크다.
푸쉬쉭-.
레제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머리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얘는 또 왜 이러는 걸까. 우린 그저 평범한 일상 대화를 했을 뿐인데.
“후후, 집중하십시오. 활과 달리, 반동이 있는 무기니까요.”
“네, 넵!”
레제가 자세를 취하자, 마도 총에 푸른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레제의 몸에 있는 마나가 주입된 거다.
“마나가……!”
루나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마나를 외부로 꺼낼 수 있는 경지는 최소 5성부터.
잘 쳐 줘도 2성 수준에 불과한 레제가 선보일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마도 총에 있는 아티팩트의 힘입니다. 사용자의 마나를 강제로 빼내는 거죠.”
마도 총에는 탄알집도, 탄알도 없다.
‘마나’를 응축해 날리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쏘시면 됩니다. 호흡을 조절하며 방아쇠를 당기는 겁니다.”
굳이 내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레제는 이미 집중에 들어간 상태였다.
군필자인 나는 알 수 있다.
시선, 자세, 집중, 내뱉는 호흡까지.
그 모든 게 완벽한.
특급 사수(射手)의 모습이었다.
딸깍.
레제가 방아쇠를 당기자 한 줄기 푸른 마나가 쏘아졌다.
퉁!
소리는 작았다. 하지만.
투콰앙—!!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