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26)
제126화
126화. 훈련의 시작(4)
허리를 잃은 목각 인형이 공중에 붕 떠오름과 동시에.
작은 나무 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사람만큼 두꺼운 허리를 자랑하는 목각 인형의 허리를 부숴 버린 거다.
단 한 방의 마나탄으로.
“히, 히에에에에엑!?”
레제야, 쓴 사람이 제일 놀라면 어떡하니.
하지만 루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입을 떡 벌린 채 충격에 빠졌다.
아, 방금 날벌레 한 마리가 들어간 것 같기도.
‘뭐, 루나가 쓰는 일섬과 비슷한 위력이니까…… 충격을 받을 만도 하지.’
방아쇠 한 번 당겼을 뿐인데 비전 기술과 엇비슷한 위력을 내다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다.
“다른 사람들은 저 좋은 걸 왜 안 쓰는 거야?”
“인식이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마나 전도율이 좋지 않은 탓이 더 클 겁니다.”
“마나 전도율?”
루나와 레제가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아하니 둘 다 모르는 눈치다. 검지를 들어 올리며 설명에 들어갔다.
“마나 전도율이란, 사용자의 마나가 마나탄으로 치환되는 비율을 수치화한 겁니다.”
“아, 아하. 그, 그런 거군요.”
레제의 머리가 원래 위치로 돌아온 반면, 루나의 머리는 왼쪽으로 더욱더 꺾였다.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눈높이 맞춤 교육이 필요할 듯하다.
“후후, 저 마도 총의 마나 전도율은 30%입니다. 루나 양의 친구 열 명을 넣었는데, 세 명만 나왔다는 거죠.”
“무슨 소리야? 친구가 왜 사라져? 내 친구는 영원히 그대로거든? 내가 지옥에서 머리채를 잡고 꺼내 올 거니까!”
……그걸 왜 꺼내 와?
머리를 흔들며 빠져나가던 정신을 붙잡았다.
그래, 이건 내 잘못이다.
루나에게 겨우 둘밖에 없는 친구란 존재를 비유로 들은 내 잘못.
기꺼이 다른 비유를 들어 주기로 했다. 난 착하고 인자하고 멋지고 잘생긴 남자니까.
“후후, 당근 열 개를 넣었는데, 세 개만 나온 겁니다. 일곱 개를 마도 총이 먹어 치운 거죠. 이제 이해가 가십니까?”
“뭐야, 그런 거였어?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했어야지.”
루나야, 난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단다.
네가 친구란 놈들을 지옥에서 계속 꺼내 와서 그렇지.
‘루나를 이해시키다니. 역시 나는 대단하단 말이지.’
눈높이 교육에 성공한 나를 스스로 칭찬하고 있을 때였다.
레제가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보였다.
……얘는 또 왜 저러냐.
“다, 당근을 70%나 먹어 치우다니! 이, 이런 건 쓸 수 없어요!”
“…….”
“맞아! 우리 레제한테 당근은 친구만큼 소중한 거라고!”
……너희 둘 처음부터 이해하고 싶은 마음 없었지?
그냥 나를 열받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던 거지? 그렇지?
“친구와 당근을 먹어 치우는 마도 총 결사반대!”
“바, 반대예요!”
루나와 레제가 느닷없이 시위를 시작했다.
미치고 팔짝 뛰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괜찮다.
내가 살던 시대는 인터넷과 각종 커뮤니티가 존재했던 대혼돈의 시대.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단련된 몸이다.
「아카데미의 영웅」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고, 거기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나다.
이런 병X들…… 아, 아니. 이런 어린아이들에게 휘둘릴 내가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머지않아 지금 상황에 맞는 최적의 대처법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후후, 다들 마음에 드신다는 거군요. 이렇게 기뻐해 주시다니, 제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언제 마음에 든다고 했어!”
“음음! 그렇게까지 칭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잘했다는 거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요. 후후후!”
“…….”
루나와 레제가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안 들어도 뻔하다. 나를 칭찬하고 있는 걸 거다.
“……가끔 저렇게 오락가락해. 정상인인 우리가 신경 좀 써 주자.”
“그, 그렇군요. 알겠어요. 아, 아픈 게 죄는 아니니까요.”
내가 아프다고? 어디가? 설마 머리는 아니겠지?
아닐 거다. 누가 봐도 내 쪽이 정상인이니까.
비정상인들의 시선에서는 정상인인 내가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지?
“일단 원리는 대충 이해했어. 그럼 70%는 어디로 간 건데?”
오, 루나치고 제법 날카로운 질문이다.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공중으로 날아갔습니다. 없어진 거죠.”
“뭐야. 그럼 돌려주지도 않는다는 거잖아? 너무 비효율적인 거 아니야?”
루나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30%라는 마나 전도율.
소모한 마나의 절반도 마나탄으로 만들지 못한다니.
효율이 쓰레기에 가깝다.
마나가 많은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적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단점.
레제에게도 치명적으로 다가올 거다.
특성이 ‘마법’ 쪽이 아닌 ‘사수’ 계열인 데다가, 레벨도 많이 낮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마도 총을 고집하는 이유 두 가지.
첫째.
‘죽창의 레제 빌드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한때 「아카데미의 영웅」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든 전설의 빌드.
부족한 마나는 아티팩트로 때우고, 공격력과 관련된 아티팩트와 히든 피스를 레제에게 몰아준다.
그렇게 하면…….
‘모든 적들이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위엄을 보여 주지.’
이런 플레이가 가능했던 이유.
레제가 적중률 100%를 자랑하는 사기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빗나갈 위험이 없으니 마나와 공격력에만 신경 쓰면 되는 거다.
그럼 생존력은 어떻게 하냐고?
그딴 건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공격 대상이 되는 즉시, 도망쳐 버리니까.’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 아닌, 한 방에 못 보내면 레제가 전장을 이탈하는 극단적인 빌드.
게임이 출시된 지 10년이 넘어가던 때였기 때문일까.
온갖 고인물들이 모여 레제를 연구했고, 훌륭한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나도 그 당시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람 중 하나였기에 ‘죽창의 레제’ 빌드를 잘 알고 있는 상태.
그걸 위해서는 마도 총이 필수였다.
그리고 둘째.
‘마도 총이 갈수록 좋아진다는 거지.’
내가 살던 지구도 그랬지만, 이곳에서도 기술의 발전은 눈부시다.
게임 중반부부터 시작되는 마도 공학의 혁명과 발전.
그 혜택을 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마도 총이다.
마나 전도율이 점차 올라가며, 최종장에서는 200%를 달성.
저격과 관련된 스킬도 덕지덕지 붙는다.
‘문제라면, 사용 조건이 까다롭다는 거?’
강력한 파워 탓에 적중률에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적중률 100%인 레제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야.’
실험해 본 적은 없지만,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을 거다.
지금까지 서술한 걸 보면 알겠지만, 레제는 꽤 유능한 캐릭터다.
갈수록 좋아지는 무기, 적중률 100%라는 사기적인 재능, 모두를 평등하게 한 방에 보내 주는 죽창까지.
문제는.
‘저 빌어먹을 토끼가 도망간다는 거지.’
죽창의 레제가 사장된 가장 큰 이유.
공격 대상이 되면 도망가는 특성 때문이다.
중반부부터는 레벨을 올릴 수 없게 되며, 게임 후반부에는 첫 턴에 전장을 이탈할 때도 있었다.
‘전체 공격기를 쓰기 전에 죽이는 방법도 연구해 봤지만…….’
유저들은 이 과정에서 레제의 치명적인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고, 하나둘 죽창의 레제 빌드를 포기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레제란 존재가 모두의 기억에서 잊히게 된 거다.
‘고인물인 나조차도 한 번에 기억해 내지 못할 정도로.’
레제에게 있는 또 다른 치명적인 문제.
뭐, 이 문제에 대해선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생길 거다.
지금은 상관없는 일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그런데 이건 어디서 났어? 내가 아는 마도 총이랑 너무 다른데? 크기도 크기지만…… 처음 보는 기술이 들어간 것 같다?”
“시제품이니까요.”
“시제품이라고?”
“예. 팔기 전에 시험 삼아 만들어 본 제품이라는 뜻이죠. 그러니 현재 시중에 나온 것보다 개량된 게 당연합니다.”
“아니, 나도 그게 무슨 뜻인지 정도는 알거든? 내가 묻고 싶은 건 아직 팔지도 않는 게 왜 네 손에 있냐는 거야.”
시제품이지만, 곧 판매 예정인 마도 총.
최신형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루나가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저게 왜 내 손에 있냐고? 그야…….
“후후, 총장님께서 주셨습니다.”
“……이걸 총장님이 주셨다고?”
“그렇습니다.”
“뭔가 불안한데……. 사실대로 말해. 너 또 사기 쳤지? 또 뭔지 알 수 없는 말로 현혹해서 훔쳐 온 거지?”
사기에 이어 훔쳐 온 거라니.
어떻게 그런 끔찍한 상상을 할 수가! 난 선량한 사람이란 말이다!
“후후, 루나 양. 제 맑은 눈동자를 보십시오. 누가 봐도 선량한 사람의 눈동자 아닙니까?”
“……눈이 보여야 확인하든 말든 하지. 그냥 순순히 불어. 나중에 고생시키지 말고.”
이럴 수가. 내 순수한 눈망울이 실눈에 가려지다니!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그날 있던 일을 말해 주는 수밖에.
천천히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드웨너에게 삥뜯던 기억…… 아, 아니.
드웨너와 함께 한 힐링 연못의 추억을.
* * *
숲속에 숨겨진 드웨너의 힐링 연못. 가자마자 그를 마주할 수 있었다.
앤우드 아카데미의 총장이자, 일인자.
200년 전, 제4군단장 발라파르를 막아선 세이건 가문의 후손.
그리고.
‘내 전용 호구.’
잉어에게 빵 부스러기를 주고 있는 드웨너에게 말을 걸었다.
손까지 흔들면서 아주 반갑게.
“총장님! 안녕하십니까!”
“음? 오오! 제로 군 아닌가! 여기까진 또 무슨 일인가.”
총장이 잉어에게 뿌리던 빵 부스러기까지 내던지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잉어보다 내 지위가 더 높다는 뜻이다.
‘연못의 잉어보다 내가 더 좋다는 건가? 이거 놀라운데.’
나에 대한 호감도가 하늘을 뚫고 있는 듯했다.
드웨너에게 있어 잉어란 자식과도 같은 존재니까.
고인물인 나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존재를 호구라고 칭하다니.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적극적으로 뽑아 먹어 주지. 크크큭!’
사이코패스냐고? 그렇지 않다.
자식과도 같은 존재가 된 나다.
나에게 내주는 것 정도는 하나도 아까워하지 않을 터.
이런 건 고맙게(?) 받아먹는 게 당연한 일이다.
“후후, 운이 좋아야 총장님을 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오늘은 참 운이 좋은 날인가 봅니다.”
“하하! 나야말로 운이 좋은 날이지. 우리 제로 군을 만나지 않았나.”
“더운 날에 이런 곳까지 신경 쓰시다니. 고생이 많으시군요.”
“흠흠, 작은 곳도 신경 써 줘야 하는 법이지. 하여튼 이놈의 아카데미는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간다니깐?”
“맞습니다. 유능한 총장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아주 큰일이 났을 겁니다!”
음료수 한 캔을 슬쩍 건넸다.
아부에 유능한 총장이라는 말, 작은 선물까지.
총장의 입이 좌우로 크게 찢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잠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후, 슬쩍 본론을 꺼냈다.
“마도 공학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음? 마도 공학이라…… 오래전 아티팩트와 함께 등장했고, 최근에야 대두된 학문이지. 뭐, 마법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네만…….”
“총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뭐, 나도 비슷한 생각이라네. 자연의 기운을 활용하는 마나와 달리, 마도 공학은 너무 제한이 많아. 전투 중에 망가질 확률도 있고……. 노력은 가상하지만 구닥다리는 구닥다리에 불과하달까.”
“……그렇군요.”
“그런데 갑자기 마도 공학에 대해서는 왜 묻는 건가?”
“실은…… 최근 제가 그 구닥다리 마도 공학에 관심이 생겨서 말입니다.”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자, 기분 좋게 음료수를 들이켜던 드웨너가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