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27)
제127화
127화. 훈련의 시작(5)
드웨너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
소중한 학생이 관심을 보이는 학문을 비하하다니.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중일 거다.
민망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다들 마법에 비하면 별로라는 생각 때문인지, 도서관에 책이 몇 권 존재하지 않더군요.”
“…….”
“아무래도 제가 잘못 생각했나 봅니다. 다들 기피 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말이죠.”
아쉽다는 표정을 얼굴 가득 지었다.
그제야 드웨너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흠흠, 마, 마도 공학이라…… 관련 서적을 도서관에 들여야겠군.”
“예? 굳이 저 하나 때문에 그러실 필요는…….”
“어허! 이곳은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 최근 발전 중인 학문이라면 당연히 신경 써야 하는 법! 내일부터 당장 볼 수 있도록 조치해 두겠네!”
“그, 그렇게까지 신경 써 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에잉, 쯧쯧! 이런 기본적인 것도 처리를 못 해서야! 하여튼 이곳은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간단 말이야!”
드웨너가 자신의 탁월한 일 처리에 만족한다는 듯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쪽은 아직 용무가 끝나지 않았다.
짐짓 슬픈 표정을 짓자, 드웨너가 곧바로 반응했다.
“제로 군, 무슨 일 있는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허! 나한테까지 거짓말을 할 셈인가? 어서 말해 보게. 모든 건 비밀로 할 테니 걱정 말고.”
상담 내용을 비밀에 부치겠다는 것일 거다.
학생의 프라이버시를 지켜 주기 위해 한 말이겠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상황.
눈물을 훔치는 척하며 입을 열었다.
“마도 공학에 관한 책이 잔뜩 들어온다니,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이론으로는 뭐든 한계가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특히나 마도 공학의 경우 눈으로 보고 만지고, 뜯어보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교보재가 필요하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마도 공학에 관한 책도 좋지만, 좋은 교보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겁니다. 이를테면…….”
“이를테면?”
“마도 총이라든가?”
너무 노골적이었나 싶지만, 어쩔 수 없다.
대사가 변했기 때문이다.
‘호감도가 오른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말이지.’
1장이 끝난 후, 홀로 연못에 있는 드웨너에게 말을 걸면 마도 총을 받을 수 있는 히든 피스.
원래라면 다섯 문장이 전부지만 이상하게도 결론이 나지 않았고, 직접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드웨너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역시 너무 노골적이었던 걸까?
“……제로 군답지 않게 한심하군.”
“예?”
“설마 내가 책만 들여놓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당연히 교보재도 들여올 생각이었다네. 책과 달리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말을 안 한 것뿐이지.”
아하, 그러셨구나. 그래도 진작 좀 말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마도 공학에 관한 모든 교보재를 다룰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겠군. 미안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
“구,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는……?”
어째 일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다섯 문장의 대화 후 마도 총만 받으면 되는 히든 피스가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게다가 지금 줄 수 있는 게 없는 것도 아니야.”
“예?”
드웨너가 씨익 웃음을 흘렸다.
“마도 총이라. 마침 좋은 물건이 하나 들어왔지. 잠시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게.”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번개처럼 달리기 시작한 드웨너.
20분쯤 지났을까. 그가 저 멀리서 헉헉거리며 달려왔다.
품에는 거대한 마도 총이 안겨져 있었다.
“헉…… 헉…… 받게나, 제로 군.”
“이건 뭐죠……?”
“최신형 마도 총이라네. 3분기에 출시할 예정인 시제품이지.”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인 앤우드 아카데미.
그런 곳의 총장 자리에 있다 보면 이런저런 선물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선물 중에는 간간이 이런 시제품도 섞여 들어오곤 하는데.
학생들의 식견을 넓히기 위한 선물이라고 애써 치장하지만, ‘홍보’의 역할도 겸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 품에 안긴 마도 총.
습관적으로 정보창을 사용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스킬이 붙어 있잖아?’
[과충전]이라는 스킬이 하나 붙어 있었다.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사실 이 루트는 고인물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루트였다.
말을 거는 것만으로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마도 총.
상점에 팔아 초반 골드를 수급하는 데 이용하곤 했다.
‘숨겨진 히든 피스가 발동한 거야.’
내가 상점에 판 마도 총만 해도 수천 개. 다른 유저들까지 합하면 수백만 개는 될 거다.
하지만 [과충전] 스킬이 붙어 있는 경우는 처음 본다.
어떻게 된 일일까?
“시제품이긴 하지만 조금 다를 게야. 단가가 비싸 기능 중 한 개를 뺀다고 했거든.”
“……그, 그렇군요.”
“관상용으로만 갖고 있으라고 나한테 신신당부했지만……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뜯어볼 용도로 사용할 거 아닌가?”
“후, 후후…… 그렇습니다. 아무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 언젠가 분해하긴 할 거니까.
그러니까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거다. 그렇지?
당연히 그럴 거라며 자기합리화를 펼치던 때였다.
“……제로 군은 마도 공학이 발전할 거라 생각하는가?”
“예?”
“갑자기 마도 공학에 관심이 생겼다고 하지 않았나. 다른 사람들은 부정적인데도 말이지.”
드웨너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마도 공학의 미래. 드웨너에게 얘기해 줄 필요가 있을까?
‘……뭐,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조금 정보를 내주기로 했다.
운이 좋다면 투자에 성공해서 2년 뒤, 아카데미가 무너진 뒤에도 먹고살 수 있을 거다.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 안 하냐고?
그런 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드웨너는 무능한 캐릭터니까.’
잘해 봐야 개인적인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선에서 끝날 거다.
드웨너의 행동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다.
“……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아티팩트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신비의 힘을 빌리지 않은 아티팩트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죠. 그중 하나가 바로 마도 총이고 말입니다.”
“…….”
“이건 활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가 될 겁니다. 활은 순수한 본인의 힘이지만, 마도 총은 순수한 본인의 힘에 기술력까지 들어간 것이니까요.”
드웨너가 생각에 잠겼다.
진지한 고민은 아닐 거다. 투자할지 말지, 투자한다면 어디에 할지.
그런 생각에 불과할 거다.
나도 차분히 생각에 잠겼다. 수확을 점검해야 했으니까.
‘마도 공학 교보재를 잔뜩 들인다라……. 운이 좋다면 마도 총 외에 이것저것 얻을 수 있을지도?’
마도 공학에 대한 관련 서적이 생긴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세계의 지식을 쌓고 히든 피스를 찾기 위해 종종 책을 읽는 나니까.
하지만 가장 큰 수확은 역시.
스킬이 달린 마도 총이었다.
레제의 늘어난 사용법(?)에 미소 짓던 때였다.
“이제 걱정거리가 없나 보군.”
“예?”
“후후, 총장 정도 되면 학생의 얼굴만 봐도 그 속내를 알아차리는 법이지. 다행이야, 내가 도움이 되어서.”
드웨너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아니라 내가 표정 연기를 잘해서 그런 거겠지만…….
뭐, 아무렴 어떤가. 목적을 달성했으면 됐지.
‘어쩌면…… 나에 대한 호감이 더 올랐을지도?’
그렇다면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히든 피스 속에 숨겨진 히든 피스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낸 이상, 드웨너와 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야 유리할 터.
짐짓 엄청나게 감격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달려들었다.
“총장님!”
“제로 군!”
우리는 서로를 와락 끌어안았다.
“항상 힘내게, 제로 군. 고민거리가 있다면 언제든지 말하고.”
“예, 총장님. 물론입니다. 이곳에서 제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위대하고 유능하신 총장님뿐입니다!”
드웨너를 끌어안은 채 생각했다.
크크큭! 호구 자식. 오늘은 바빠서 이만 가지만.
‘다음에는 더 많은 걸 뜯어내 줄 테니 기대하고 있으라고!’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드웨너는 계속해서 내 등을 토닥일 뿐이었다.
* * *
이득으로 가득했던 삥뜯기의 기억…… 아니, 감동과 눈물로 가득했던 힐링 연못의 추억.
그것을 상기하자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려다 말았다.
“응? 빨리 말하라니깐? 총장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루나의 얼굴이 조금씩 커졌다.
점차 얼굴을 들이밀며 나를 추궁하기 시작한 거다.
잠시 생각해 봤지만, 드웨너와 있었던 일을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루나는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후후, 과정은 정당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째 시작과 끝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처럼 들린다?”
“후후, 착각이십니다.”
“…….”
“후후후후후후!!”
내 미소가 너무 아름다웠던 것일까.
루나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더니, 레제의 곁으로 향했다.
“……일단 쓰자. 문제가 생긴다면 저놈한테 떠넘기면 되니까.”
루나야, 그게 무슨 말이니.
사용한 사람은 레제니까 쟤가 책임지는 게 맞지 않을까?
마도 총을 주의 깊게 살펴보던 루나가 레제를 향해 말했다.
“내가 봤을 때는 당분간 사용해 봐도 될 것 같아. 안 맞으면 중간에 다시 활로 바꾸면 되니까.”
“그, 그럴까요?”
“응. 이게 활보다 조금 더 나은 건 사실이니까. 마나를 다루기 전까지는 마도 총을 사용하는 게 더 좋을지도?”
활보다 조금 더 낫다고? 글쎄.
자, 그럼 한번 비교해 보자.
활의 경우.
화살 필요 → 활시위에 메기기 → 당기기 → 조준 → 발사
마도 총의 경우.
마나 자동 주입 → 조준 → 발사
방아쇠를 ‘딸깍’ 당기는 것만으로 모든 과정을 끝낼 수 있는 거다.
활을 쏴야만 한다 vs 딸깍.
누구나 딸깍의 손을 들어 줄 것이다.
‘무엇보다 속도가 달라.’
힘 스탯이 3인 레제가 화살 한 발을 쏠 때까지 걸리는 시간.
무려 10초.
그에 반해 마도 총은 길어야 3초.
방아쇠를 당길 힘만 있으면 되니, 레제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기다.
이런데도 활보다 조금 좋다고 말하다니. 어불성설이다.
“흠…… 나도 보조 무기로 사용할까? 마나를 다룰 수 있을 때까지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루나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치고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하지만.
“후후,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보기보다 사용하기 어렵거든요.”
“저게 어렵나? 그냥 쏘면 맞는 거 아니야?”
“한번 해 보시죠.”
루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마나를 주입한 후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퉁!
콰앙!
“……?”
우리 셋, 모두의 머리 위로 거대한 물음표가 떠올랐다.
마나탄이 공중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분명 직선으로 쐈는데 마나탄이 천장으로 향하다니.
사격 점수는 0점이지만, 예술 점수는 1만 점을 줘도 될 듯했다.
“루, 루나 양! 정말 대단하세요! 어쩌면 그렇게 쏠 수가 있죠? 저, 저한테는 절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에요!”
레제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외쳤다.
……쟤한테도 순수악 특성이 있던가? 천재적인 돌려 까기다.
그에 루나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훗, 나한테 걸리면 이 정도쯤이야.”
……루나야.
그거 칭찬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