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28)
제128화
128화. 훈련의 시작(6)
루나의 뒤를 이어 나도 마도 총을 사용해 봤지만, 조준했던 목각 인형의 오른쪽에 있던 목각 인형을 부수는 선에서 그쳤다.
약 1m 정도 비껴갔다는 거다.
‘이 세계에서 스킬의 힘은 절대적이라는 건가?’
군대에 있을 당시 만발까지는 아니어도 90%의 적중률을 자랑했던 나다.
그런데 이 정도로 차이가 나다니.
스킬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흠흠, 아무튼. 내가 가르친 대로 잘했네. 사람마다 어울리는 무기가 있는 법이지. 고생했어, 제로.”
루나가 내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했다.
“여, 역시 루나 양이에요! 저, 저한테 딱 맞는 무기를 구해 주시다니!”
……잘한 건 나인데 칭찬은 왜 루나가 받는 걸까?
뭔가 이상하지만, 레제가 마도 총을 들기로 했다는 것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다.
레제가 죽창의 레제라 불리는 이유. 그 이유를 단편적으로나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까.
“후후, 레제 양. 이 레버를 당겨 보시겠습니까?”
“레, 레버요? 아…….”
마도 총에 있는 아주 작은 레버. 그걸 뒤로 당긴 레제가 흠칫 몸을 떨었다.
“뭐야? 왜 그래?”
“마, 마나가…… 빠져나가고 있어요. 그, 그것도 엄청 많이.”
마도 총에 붙어 있는 [과충전]이란 스킬.
그걸 사용하기 위한 레버였다. 보아하니 평소의 배 이상의 마나를 필요로 하는 듯 보였다.
마도 총에 푸른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전과 같은 은은한 기운이 아니었다. 마나가 역동하고 있었다.
작은 폭풍처럼 말이다.
“야! 저러다 폭발하는 거 아니야?”
“후후, 괜찮을 겁니다.”
“그래?”
“빨리 쏜다면요.”
“이, 이 미친놈! 레, 레제! 빨리 쏴!”
양팔까지 휘두르며 당황한 루나. 하지만 레제는 그렇지 않았다.
“…….”
담담했다.
표적을 반드시 맞힌다는 결의가 나한테까지 느껴질 정도로.
커튼처럼 눈앞을 가린 앞머리. 그 틈에서 레제의 눈이 빛난 바로 그 순간.
투콰콰콰콰!!
총구를 빠져나간 마나탄이 점차 커지더니, 사람의 머리통만 한 크기로 변했다.
정확히 목각 인형의 몸통으로 향한 마나탄.
콰지지지직-!!
소란스러웠던 준비 과정. 그리고 거대한 마나탄의 크기와는 달리, 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툭- 투둑-.
벽에 닿은 마나탄이 자취를 감춤과 동시에 목각 인형의 머리와 하체 일부가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놀라운 건, 이전과 달리 나무 파편이 흩날리지 않았다는 것.
압도적인 마나의 밀도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증발해 버린 거다.
마나탄에 맞은 부위와 그 주변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뜻이다.
“미, 미친…… 저거에 맞았다간…….”
루나가 중얼거린 대로다. 저거에 맞았다간 말 그대로 뼈도 못 추릴 거다.
뼈 자체가 마나와 함께 스러질 테니까.
‘이게 바로 레제가 죽창의 레제라 불린 이유지.’
지금은 아니지만, [과충전] 스킬은 앞으로 나오는 마도 총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스킬이다.
하지만 [과충전] 하나가 이런 위력을 보이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레제가 갖고 있는 [집중S] 스킬.
[과충전]과 같은 부류의 스킬의 효율을 증가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인물들의 실험 결과, [과충전]의 경우 약 5배 정도.
안 그래도 일반 공격보다 강한 [과충전]을 5배나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거다.
‘아직 공격력을 올려 주는 아티팩트를 준 것도 아닌데…… 이런 위력이라니.’
죽창의 레제라 불릴 만했다.
“아악!!”
“레제?”
뒤를 돌아보니, 레제가 오른쪽 어깨를 붙잡은 채 땅을 뒹굴고 있었다.
마나를 몇 배나 소모한 만큼 반동이 강했던 걸까?
눈물까지 흘리며 통증을 호소하는 레제를 우리는 조심스레 살폈다.
“이, 이거 어깨뼈가 빠진 것 같은데? 제로, 너 뼈 맞추는 법 알아?”
뼈 맞추는 법? 그야 당연히.
“……모릅니다.”
“젠장! 레제, 나한테 업혀! 빨리 의무실로 가자!”
“아악!!”
레제가 고통 가득한 비명을 내질렀다.
우리는 그제야 깨달았다. 어깨가 나간 환자를 업는 건 미친 짓이라는 걸.
그만큼 우리가 당황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서, 선생님! 선생님을 모셔와야겠어!”
“제, 제가 가겠습니다. 레제 양의 곁에 있어 주십시오.”
“빨리!”
훈련장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당황한 내 앞을 누군가 스쳐 지나갔다.
밤하늘 같은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머릿결.
로델린의 언니이자, 제국 십검(十劍).
루시아였다.
“난리가 났네, 난리가 났어. 요즘 애들은 뼈 맞추는 것도 모르나? 참 편하게들 산다.”
루시아가 레제의 팔과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자.
뚜둑-.
“하아…… 하아…….”
레제의 비명이 멈췄다. 어깨뼈를 단번에 맞춘 거다.
“루, 루시아 님? 감사합니다. 제 친구를 구해 주시다니! 역시 대단하세요!”
“아니, 뭐 그렇게까지 칭찬받을 일은 아니고. 얘한테 물이나 좀 먹여 줘.”
“네, 넵!”
허겁지겁 물통을 챙긴 루나가 레제의 입에 조심스레 물을 흘려 넣었다.
그사이, 루시아의 시선은 널브러진 마도 총으로 향했다.
“흐응…… 마도 총인가. 재밌는 걸 하고 있었네?”
루시아가 마도 총을 들어 올리더니 목각 인형 쪽으로 총구를 향했다.
슈우우우우-!
파지지지직-!
다시 한번 휘몰아치는 마나의 폭풍.
루시아가 한쪽 눈을 찡긋하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발사~.”
투콰콰콰콰!!
귀를 막아야 할 정도의 굉음이 훈련장을 울렸다.
임무를 마치고 공중으로 흩어진 마나.
우리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목각 인형 2개가 있던 곳이 깨끗해졌기 때문이다.
1m 거리를 두고 있던 목각 인형 2개가 사라진 거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이야~ 이런 게 우리 시절에 있었다면 한 10배는 더 죽이고 죽었겠는걸? 세상 말세다, 말세야.”
루시아가 혀를 끌끌 찼다.
한 가지 웃긴 점이라면, 저 과정을 단 한 손으로 끝냈다는 거다.
저 큰 걸 한 손으로 들고 쏜 것도 모자라 [과충전] 상태인 마나탄의 반동까지 무시하다니.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괴물이잖아?’
순진한 외모와 허당스러운 면모.
그 뒤에 모습을 감춘 채 눈을 빛내고 있는 사자.
‘이런 사람에게 인정을 받으라고? 미친 퀘스트 같으니.’
절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손맛이 없어서 별로네. 너, 적중률은 꽤 괜찮아 보이던데. 나는 그냥 활을 쏘는 걸 추천할게.”
“……보고 계셨던 겁니까?”
“처음부터는 아니고. 네가 하반신에서 이 더러운 걸 꺼냈을 때부터?”
뭐야.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는 뜻이잖아?
내가 아무리 잘생겼어도 그렇지, 이러면 곤란한데.
“나 때는 말이야~ 이런 걸 쓰면 따돌림을 당했다고. 자고로 앤우드 아카데미생이라면 차가운 병장기를 휘둘러야지.”
“…….”
“하여튼 요즘 것들은 편한 것만 원한다니깐? 제국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지…… 에잉, 쯧쯧!”
뭐지. 이 여자, 서른 중반이 아니라 90대 노인인가?
꼰대도 이런 꼰대가 따로 없다.
‘8성 기사인 것도 모자라 꼰대 기질까지 있다고?’
이런 루시아에게 인정을 받으라니.
그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이 퀘스트를 절대 깨지 못할 것이라는 걸.
‘퀘스트는 포기하더라도……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닌데.’
단번에 아이들의 재능을 캐치하고, 조언하는 루시아다.
이런 존재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면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건 당연한 일일 터.
은근슬쩍 루시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후후, 제 검술 좀 봐 주시겠습니까?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래? 해 봐.”
플뢰르 가문류 두 번째 비기.
강철 폭풍의 칼날.
루시아가 눈을 부릅뜨더니 호흡을 멈췄다.
진짜 깜짝 놀란 것처럼.
그로부터 약 3초 후. 루시아가 힘겨운 호흡을 내뱉으며 말했다.
“와, 너무 못해서 깜짝 놀랐네. 나 진짜 죽을 뻔했잖아.”
“…….”
“다음에는 제대로 된 검술을 보여 주길 바랄게. 물론, 불가능해 보이지만.”
사실 루시아는 로델린급으로 순진한 여자다.
나에게 있어 루시아를 놀리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는 뜻이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방법만 해도 99만 9천 개 정도.
하지만 그랬다간 퀘스트는커녕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날려 버리게 될 터.
참을 수밖에 없다. 꾹 참는 거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끝나는 날, 루시아를 괴롭히는 걸 생각하면서.
“루, 루나 양. 저, 저는 이제 괜찮아요.”
“응?”
“그, 그러니 가세요. 루, 루시아 님한테 지도…… 받고 싶잖아요.”
잠시 망설이던 루나.
레제가 손을 살짝 잡자,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은 저요. 아침 수업 때 있던 일을 설욕하겠어요.”
“패기는 좋네. 애들은 이래서 좋다니깐?”
루나가 곧장 검술을 펼쳐 보였다.
베고, 내리치고, 찌르고.
루시아는 의외로 주의 깊게 루나의 모습을 살폈다.
그리고.
“흐음…… 부위는 맞는데 발달한 근육이 너무 작단 말이지. 역시 얘는 아닌가? 그렇다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루시아.
그녀가 슬쩍 뒷걸음질 치더니, 내 옆으로 와 속삭였다.
“야.”
“후후, 무슨 일이십니까?”
“일섬 쓴 거, 너지?”
……일섬?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진짜 깜짝 놀랐지만, 루시아의 눈치를 보니 겉으로 티가 나지는 않은 모양이다.
[정신 방어]. 이럴 때는 든든하기 그지없다.특정한 상황일 때 그지 같아서 문제지.
“…….”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니, 루시아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먹이를 물기 직전의 사자처럼.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황스러운 상황. 하지만 대처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 카론조차 나의 ‘이걸’ 이기지 못했으니까.
“후후,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일섬이라니. 그런 위대한 기술을 쓸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요.”
“…….”
“아, 혹시 조금 전 제가 선보인 기술 때문에 그러신 겁니까? 확실히 제가 봐도 대단한 기술이긴 합니다. 루시아 님이 봤을 때 일섬 수준인가 보죠? 그 루시아 님마저 착각에 빠뜨리다니. 후후, 역시 저는 대단하단 말이죠.”
뻔뻔하게 나의 위대함을 설파했다.
그러자 나를 빤히 바라보던 루시아가 자신의 뒷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하…… 아닌가? 이상하네. 그럼 대체 누구지…….”
한참이나 머리를 긁적이던 루시아.
“에이,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지.”
갑자기 훈련용 매트리스를 서너 개 깔더니, 그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오늘 봐 주는 건 여기까지. 내일 또 봐 줄 테니까 연습 잘해라.”
“예?”
“대신 나 여기 있는 거 말하지 마.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너희를 봐 주고, 너희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비밀로 하고. 어때, 이 정도면 너희한테 좋은 거래지?”
“저, 정말인가요?”
“그래. 그럼 난 잔다. 시끄럽게 해도 상관없으니까 훈련 잘하고.”
“네, 넵! 내일을 기대할게요!”
루나가 양손까지 끌어 모으며 감격했다.
사나운 루나마저 순종하게 만들다니.
이 세계에서 루시아라는 영웅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드르렁-.
루시아가 순식간에 잠들었다. 나는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진짜 깜짝 놀랐네. 대체 뭐지?’
잠시 생각해 본 결과, 퍼즐 몇 조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4계위 악마 비네스와의 전투 당시, 지원을 온 루시아.
[데몬 슬레이브]로 대부분의 흔적을 날렸지만, [일섬]의 흔적을 지워 내지 못했고.그 흔적을 루시아가 발견한 거다.
‘로델린의 언니이니,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들었을 거고.’
보는 눈이 많다 보니 비네스의 2페이즈에 들어선 이후부터는 [일섬]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소거법으로 순식간에 알렉스, 로델린, 레이몬, 유리디아가 소거됐을 거고.
레제는 당연히 제외.
그렇다면 남은 건 루나와 나, 단둘뿐인 상황.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루나는 아니었고, 최종적으로 내가 남게 된 건가.’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생각보다 위험한 상황이었다.
‘의문이 몇 가지 있지만…… 퍼즐 조각이 부족해.’
지금 확실한 건 한 가지뿐이다.
‘루시아가 일섬을 쓴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
루시아에게 인정받는 것 외에, 새로운 일이 생겼다.
루시아의 저 탐색이 나에게 있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그걸 알아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