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3)
제13화
13화. 입학시험(10)
앤우드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은 종목이 매년 바뀐다.
하지만 그걸 아무 생각 없이 정하는 건 아니다.
각 종목마다 이유가 있다.
1차 ‘미궁 시험’.
최소한의 사고력, 판단력, 그리고 인내력을 본다.
평범한 아이. 즉, 범재들은 이곳에서 모두 탈락한다.
2차 ‘환상 시험’.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지.
험난한 현실에도 맞설 수 있는 존재인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소유자인지를 판단한다.
재능이 있어도 마음과 정신이 약한 아이들은 이곳에서 모두 탈락한다.
3차 ‘대련 시험’.
최소한의 전투력과 성장 가능성을 본다.
행정력, 계산, 지식. 즉, 머리가 좋은 아이들도 많이 있다.
앤스우드 제국이 대륙의 지배자인 지금, 이런 태평성대에는 오히려 많은 문관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들도 어느 정도의 체력은 갖춰야 한다.
기사들의 호위를 받더라도 그들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은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최소한의 전투력을 보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며 자신이 가진 최선을 다하는지 확인한다.
아직 보지 않은 4차 ‘필기시험.’
현재 가진 지식을 평가한다. 탈락자는 거의 없다.
맞춤 교육을 위한 분반 절차일 뿐.
‘그러니 대부분은 모를 거다. 비밀 시험이 있다는 걸.’
그렇다. 제국 내에서도 소수만 알고 있는 제도.
‘비밀 시험’이 바로 그것이다.
‘보안을 아무리 점검해도 쥐새끼는 있기 마련이지.’
앤우드 아카데미라 해도 모두가 최고는 아니다.
명예, 돈, 지위, 또는 다른 무언가.
아카데미 관계자들도 결핍한 것들이, 필요로 하는 게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 때문인지 대형 귀족가에 시험 정보를 파는 쥐새끼들이 가끔 있었다.
비밀 시험 제도는 바로 그걸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다.
‘총장이 바뀐 이후로…… 유독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단 말이지.’
미궁에서도, 그리고 환상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길을 너무 쉽게 통과할 뿐만 아니라 환상 마법을 대비한 아티팩트를 소지하기까지.
엘레스터가 평소보다 강한 마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후우…… 답답하군.’
이 현상이 지속된다면 앤우드 아카데미도 점차 쇠퇴하게 될 것이다.
졸업한 놈들이 모두 어중이떠중이일 테니까.
범인은 여러 명이겠지만, 최고의 원흉은 총장이 확실했다.
‘비밀 시험이 뭐냐며 닦달했었지. 협박도 일삼았고.’
내년에 자신은 이곳에 있을 수 있을까?
카론이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던 때였다.
“부상자들 모두 괜찮다고 합니다.”
“그렇군.”
“이제 시작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다려라. 타이밍을 보고 있으니.”
“그,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숲에 난 길로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루나를 위해서가 아니다. 모든 아이가 공평하게 시험을 봐야 하니 기다리는 것뿐이지.
지금까지 배려 없이, 쉼 없이 시험을 진행한 건 어째서냐고 묻는다면.
‘……오해다.’
그렇다. 단순한 오해다.
자신은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애썼을 뿐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 다음은 무슨 시험일까? 미치겠네.”
“언제 4차 시험장으로 가는 거지?”
“그러게. 지시가 있어야 이동하든지 할 텐데…….”
학생들의 시선이 따갑다.
사기가 고무적이다 보니 일어난 현상.
카론이 애써 그들의 시선을 외면할 때였다.
“야! 난 진짜로 울지 않았다니깐? 눈에 뭔가가 들어갔을 뿐이라고!”
“후후, 그렇군요. 아주 커다란 게 들어갔었나 봅니다.”
“이게 진짜!”
퍽퍽!
루나의 주먹이 제로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제로의 몸이 기역자로 꺾였다.
하지만 그의 입꼬리는 여전히 위로 올라간 상태였다.
‘……친해 보이는군.’
왠지는 모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아마, 시험장에서 시끄럽게 굴어서겠지.
“거기 생도들. 빨리 정렬해라. 인원을 파악한 후 바로 4차 시험장으로 이동하겠다.”
루나와 제로가 후다닥 달려왔다.
카론의 시선이 제로에게로 향했다. 앞이 보이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작은 아이.
‘그러고 보니…… 저놈도 있었지.’
제로가 의심스러운 건 눈뿐만이 아니었다.
의심스러울 정도로 ‘실력’이 너무 좋았다.
‘심리전을 하다니. 건방진 놈.’
제로와 루나, 레이몬이 싸운 13조의 대련을 다시금 떠올렸다.
사실, 제로가 일섬을 흉내 낼 때 눈이 커진 건 루나와 레이몬 둘뿐만이 아니었다.
카론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조차도 속아 넘어갔다는 뜻이다.
루나의 기술이 일반적인 발도술이 아닌, 레스터 가문의 비기라는 걸 알고 있었던 카론인지라 더욱 놀랐다.
‘심리전이라니. 실전 경험이 많다는 뜻이야.’
저 나이에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
좋지 않은 일을 많이 겪은 것은 분명한 아이로 보인다.
그런데 왜 저런 놈이 루나의 곁에 있는 걸까?
보아하니 루나의 비밀도 알고 있는 것 같은 눈치였는데.
“저…… 카론 님?”
“집중 중이다. 기다리도록.”
“네, 넵!”
카론이 고개를 살짝 흔들며 잡념을 떨쳐 냈다.
지금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 비밀 시험에 집중할 때다.
‘살기를 쏘아 내고 반응을 본다.’
자신이 보려고 하는 건 생존 본능과 현재 도달한 경지.
3성 기사 수준이면 원석을 가려 낼 수 있을 거다.
살기를 쏘아 낸 순간이었다.
흠칫!
카론이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제로와 눈을 마주쳤기 때문이다.
‘저놈…… 언제부터 이쪽을 보고 있었지?’
가장 먼저 반응…… 아니, 그 전에 반응했다?
마치 자신이 살기를 쏘아 보낼 걸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제로와 눈을 계속 마주했다.
무심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아니, 애초에 눈이 있는지조차 모르겠지만.
분명히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웃기는 놈이군.’
숨겨진 실력자? 적국의 스파이? 악마?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놈일지도 모른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서운 놈이 하나 들어왔다.
* * *
‘잘 먹힌 모양이네.’
슬쩍 고개를 돌렸다.
카론이 뭔가 무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시험 정보가 새고 있다.
그래서 만들어 낸 특별 전형, ‘비밀 시험’.
종목은 자유, 시간도 자유, 합격자도 자유.
단.
‘불합격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고?
합격자에게는 가산점만 주어질 뿐이다.
하지만 이 가산점은 우수반 선정에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합격자에게만 +점수가 생기니까.’
현재 나는 1차 만점, 2차 만점, 3차 모르지만 높음.
다음 4차 시험이 필기시험이긴 하지만, 아무리 낮아도 비밀 시험 가산점을 추가하면 우수반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살기에는 어떻게 반응했냐고?
교관과 카론은 시합장 위에 위치한 상태.
돌아오자마자 카론을 옆에서 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눈동자를 되록 옆으로 돌려 그를 주시했다.
애초에 눈동자가 보이지도 않는 눈이다.
주변을 감시하기에는 최고의 눈이라는 소리!
‘카론은 할 일이 있으면 기다리지 않지. 아마 바로 시작하지 않을까?’
카론에게서 시선을 단 한 순간도 떼지 않았고, 바로 적중했다.
루나도 카론 쪽을 한 번 바라본 후, ‘이상하네?’라며 고개를 갸웃했으니 확실하다.
“……모두 4차 시험장으로 이동하도록.”
카론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 * *
그렇게 시작된 4차 시험이자, 마지막.
필기시험.
앤우드 아카데미의 시험 종류는 다양하지만, 마지막 시험이 필기시험인 건 늘 변하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모든 아이들이 초집중 상태였다.
나도 시험지를 받아 든 상태다.
검술, 마법, 역사 등 총 10과목.
숫자와 글자, 문자, 도형으로 빽빽한 시험지다.
“후후후, 이거 이거…… 역시 예상대로군요.”
망할. 하나도 모르겠다.
제국력 89년, 슐츠 왕국의 돌격을 저지해 낸 율리에츠 백작의 맞돌격 작전명이 ‘힘차고 강한 아침 돌격’인지, ‘세차고 강한 점심 돌격’인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애초에 작전명이 뭐 이따위인지. [번역] 스킬이 잘못 먹힌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게임 빙의 특전으로 주어진 S급 스킬이니 잘못될 리는 없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객관식이라는 거지.’
힘차고 강한 아침 돌격에 체크한 후 다음 문제를 살폈다.
한 장, 두 장, 세 장.
응, 없다. 아는 게 없다.
대충 감이 오는 것만 풀고 나머지는 당당히 한 줄로 밀어 버렸다.
잘못 찍어서 0점이라도 받았다간 끔찍하니까.
그런데.
“응?”
술술 풀리는 과목이 있었다.
왜 이러지?
Q1. 다음 마법진은 무엇인가?
1. 5계위 악마 소환진
2. 염소와의 금지된 계약
3. 극독의 맹세
4. 영광의 길
‘마법진에 5계위 악마 소환이라고 떡하니 쓰여 있는데? 이게 뭔…….’
뒤적거렸지만,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쉬워도 너무 쉬웠다. 문제에 답이 다 나와 있었으니까.
앞으로 넘어가 시험 과목명을 살폈다.
첫 페이지의 최상단. 그 중앙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악마 고고학」.
……뭐야.
이게 왜 읽히냐?
* * *
“시험 끝났습니다! 모두 움직이지 마세요!”
필기시험이 끝났다.
시험을 본 아이들 모두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미궁, 환상, 대결, 마지막으로 필기시험까지.
아침부터 연이어 치른 시험의 여파였다.
“빨리 교무실로!”
하지만 선생님들의 일은 지금부터였다.
시험부터 성적 발표, 분반 발표, 여기에 입학식까지.
이 모든 걸 하루에 끝내는 게 앤우드 아카데미의 오랜 전통이기 때문이었다.
3차 시험 이후 생존한 241명의 아이들.
그들의 시험지를 모두 채점해야 했기에 채점을 맡은 선생님들은 바쁠 수밖에 없었다.
“역사는 모두 이곳으로!”
“마도학은 이쪽입니다!”
그 과목의 숫자만 해도 무려 10개.
스무 명의 선생님들이 짝을 이뤄 한 과목씩 차지했다.
슥- 슥-.
사각- 사각-.
교무실에는 채점 소리만이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말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노동일 뿐이었으니까.
애초에 20문제밖에 되지 않는 객관식 시험.
정답인 숫자 20개만 숙지하면 된다는 뜻이다.
결국 바쁜 건 머리가 아니라 손과 입이 되었고, 이는 수다로 이어졌다.
“이번 수석은 누가 될까요?”
“역시 뷀른 후작가의 자제 테르온 아닐까요?”
“로운터 백작가의 유리디아도 있잖아요? 천재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글쎄요. 그래도 작년의 로델린 양만큼은 아니지 않나?”
“에이, 로델린 양은 빼야죠. 논외인 존재니까.”
모두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번 년부터 부학생회장의 자리를 맡게 된 로델린.
그녀는 입학식 때부터 그 떡잎이 남달랐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어여쁜 외모.
교관들조차 감탄하는 검술 실력.
귀족가의 자제가 평민을 괴롭히자 ‘귀족을 모욕한 건 바로 네놈이다!’라고 말하며 귀족의 뺨따귀를 날려 주는 시원함.
시간이 아슬아슬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부상자를 둘러멘 채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기까지.
필기시험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전 과목 만점이었으니까.
“가문도 좋고, 실력도 좋고, 외모와 인성은 완벽. 참 세상은 불공평하다니까요?”
“그래서 더 대단한 거죠. 내가 로델린 양이었다면 가문의 권위와 외모를 이용해서 이것저것 했을 텐데.”
“이것저것이요? 뭔지 궁금하네요.”
“호호호……! 뭐, 말 그대로 이것저것이죠.”
작년의 수석은 로델린이 차지했고, 아무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많았다.
검술, 마법, 체력, 귀여움(?)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기에, 수석의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를 좀처럼 예상할 수가 없었다.
“아, 그 아이도 있지 않나요?”
“누구요?”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요. 그…… 흑마법사의 초상화와 비슷하게 생긴…….”
“아아, 누군지 알 것 같네요. 이름이 분명…… 제로라고 하던가?”
어디 흑마법사뿐이랴.
대륙 역사에서 내로라하는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외모는 모두 그와 비슷했다.
때문에 제로에 대한 건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꽤나 핫한 이슈였다.
이곳에는 제로의 얼굴을 직접 본 사람도 있었다.
그를 마주한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