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32)
제132화
132화. 훈련의 시작(10)
[영웅 ‘앵무’의 부름에 성검이 강제로 깨어납니다.] [회복 시간이 부족해 완벽한 힘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사용자의 능력이 처참합니다. 성검의 힘 중 일부만이 사용 가능합니다.] [9대 성검 아르테나 : F]성국에서 만든 9대 성검.
주인을 잃고 오래된 싸움에 힘을 다했으나, 영웅 ‘앵무’의 부름에 다시 눈을 떴다.
사용자의 능력이 처참해 본연의 힘을 끌어낼 수 없는 상태.
-성검 개방 사용 가능.
‘성검 개방’ 스킬을 사용할 시, 부가 효과.
-신성의 파도 스킬 항시 적용.
-치유의 불꽃 스킬 한 번 사용 가능.
성검 재사용 쿨타임 : 168시간
성검 개방 지속시간 : 3분
오색찬란한 불꽃이 온방을 감쌌다.
마치 앵무새와도 같은 색깔의 불꽃.
일주일이라는 쿨타임이 지난 지금, 간단한 실험을 위해 성검을 소환한 나였다.
“성검 개방.”
화르르르륵-!
등 뒤로 생기는 빛의 날개와 천사의 고리.
날개를 움직이기 위해 애썼다.
1분쯤 지났을까. 몸이 살짝 공중에 떠올랐다.
‘어디를 움직여야 하는지 알겠군.’
높이 날아 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허리춤에 있는 검을 꺼내 역으로 쥐었다. 그리고.
푸욱!
“크윽……!”
오른쪽 허벅지를 관통한 검.
통증을 못 이겨 낸 내가 거칠게 검을 뽑아내자, 검붉은 피가 철철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치, 치유의 불꽃……!”
오색찬란한 불꽃이 내 허벅지를 감싸더니,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두들겨 봤지만 통증은 없었다. 완벽하게 아문 거다.
[마족의 피] 스킬 때문에 신성 계열 효과의 페널티를 –50% 받는 나다.그런데도 이런 치유력을 보이다니.
‘치유의 불꽃…… 어쩌면 퍼펙트 힐링에 버금가는 스킬일지도?’
완전 치유가 가능한 스킬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었다. 조금 더 실험이 필요했다.
그럼 이제 다음 실험.
‘음…… 신성의 파도는 못 쓰겠는걸?’
기숙사가 부서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말이다.
성검을 이리저리 살피던 중이었다.
화륵-.
오색찬란한 불꽃이 사라지더니 방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성검 아르테나도 빛을 잃고 평범한 검 자루로 돌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 실험.
하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성검의 지속시간도 3분 정도인가. 성검 개방 스킬과 지속시간이 같군.’
그렇다면 성검을 꺼내자마자 ‘성검 개방’ 스킬을 사용해도 된다는 뜻이다.
생각보다 성검의 능력이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다. 왜냐고?
‘현재 이 성검은 F급 판정을 받고 있어.’
성검도 성검이지만,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유지한 9대 성검이다.
그런 성검이 F급 판정을 받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내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
‘회복 시간이 부족해 완벽한 힘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와 ‘성검의 힘 중 일부만이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문구.
‘성장형 무기’라는 뜻이었다.
왜, 게임을 하다 보면 그런 아이템 있지 않은가.
경험치를 쌓을수록, 특별한 기연을 만날 때마다 성장하는 무구.
그런 거라고 보면 된다.
「아카데미의 영웅」에도 성장형 무기는 존재했고, 그중 하나가 내 손에 쥐어진 거다.
‘문제는 조건을 모른다는 건데…….’
이 게임에서 성장형 무기는 저마다 성장하는 조건이 달랐다.
레벨일 수도, 아이템일 수도, 악마를 처치하는 것일 수도, 그도 아니면.
사람의 피일 수도 있다.
‘아르테나는 처음인지라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지 몰라.’
사람의 피는 아닐 거다. 그래도 성검이라 불리는 물건 아닌가.
그리고 꼭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아도 괜찮다.
‘성장형 무기는 레벨만 올려도 C등급까지는 올릴 수 있으니까.’
아르테나도 다르지 않을 거다. 즉, C등급까지는 확정이라는 소리였다.
F급으로도 이 정도 위엄을 보이는데, C급, 그를 넘어 A급이나 S급에 도달한다면?
영웅에 준하는 위엄을 보여 줄 게 틀림없었다.
‘개사기 아이템을 얻었군.’
앵무와 루터스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이렇듯, 이 성검은 개사기 아이템이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너무 눈에 띄어.’
오색찬란한 불꽃도 그렇지만, 천사의 날개와 천사의 고리가 가장 큰 문제다.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간 곧바로 성국으로 보고가 들어갈 거고, 성국이 나를 정중히 모셔갈 것이다. 그리고.
‘고문 후에 죽이겠지.’
자격이 없는 자가 영웅을 자청하는 것도 모자라 성국에서 만든 성검을 사용하다니.
화형당하기 딱 좋았다.
죽는 이유? 자격이 없는 탓도 있지만…….
‘자신들이 만든 성검을 되찾기 위해서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시간과 인력, 신성력, 성물, 돈 등.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만들어낸 게 성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성검을 사용하는 자를 잡아가는 건 그 어느 나라에서도 막지 않았다.
성검을 만들기 위한 성국의 노력과 노고를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요약하자면.
‘성검을 얻은 건 좋다. 하지만 사용에는 주의해야 해.’
이 정도 선에서 오늘의 실험을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았다.
* * *
루시아와 함께 훈련을 시작한 지 어느덧 일주일째.
우리에게 두 가지 문제가 찾아왔다.
“제로, 지금 몇 시야?”
“후후, 오후 3시입니다만?”
“우쒸! 루시아 님은 대체 어디 가신 거야?”
루나가 쿵쿵 발을 구르며 짜증을 토해 냈다.
우리의 훈련을 봐 주기는커녕 훈련장에서 잠만 쿨쿨 자는 루시아.
심지어 오늘은 얼굴을 비치지도 않았다.
이쯤 되니 루나도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봐 줄 거면 좀 제대로 봐 주든가. 맨날 한 번 보기만 하고…….”
루나치고 오래 참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모자라서라고만 생각했지만, 루시아가 의욕이 없다는 걸 눈치챈 거다.
눈치가 없는 루나가 눈치챌 정도니, 그간 루시아가 얼마나 대충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투덜투덜-.
물론, 그동안 놀기만 한 건 아니다.
루나와 레제의 스탯이 2~3씩 상승한 것이다.
나? 나는 당연히…….
‘변화가 있을 리가 없지.’
나는 플레이어니까. 레벨이 오를 때 모든 스탯이 1씩 증가하는 특권이 있으니 딱히 불만은 없다.
‘루시아…… 이년은 어떻게 요리해야 한다?’
내가 일주일간 한 거라곤 춤에 가까운 무작정 검 휘두르기와 성검의 검증.
이 두 개뿐이었다. 이쯤 되니 나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루시아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퀘스트도 퀘스트지만, 자그마한 가르침이라도 받아야 성장할 수 있을 거 아닌가.
이러다간 한 달이라는 시간을 통째로 날릴지도 모른다.
루시아의 농땡이와 벽에 부딪친 성장.
이게 바로 우리에게 생긴 첫 번째 문제였다. 그리고.
“아, 아야야…….”
“레제! 괜찮아?”
“괘, 괜찮아요. 어, 어제 물집이 생겨서…….”
“뭐가 이렇게 커? 좀 쉬엄쉬엄 하라니깐?”
“괘, 괜찮아요.”
개복치 토끼가 한계에 봉착한 것. 이게 두 번째 문제였다.
처음에는 사격 훈련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나지만, 막상 까고 보니 그건 불가능했다.
무거운 마도 총을 다룰 최소한의 체력이 필요했다.
‘민첩 스탯도 올려야 하고.’
죽창의 레제 빌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민첩’과 ‘마력’.
옛날 게임이라 그런지 사수는 민첩이 대미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때문에 레제는 마나가 떨어지는 틈틈이 체력훈련을 하곤 했다.
생에 처음으로 하는 훈련인 탓일까, 아니면 훈련이 고됐기 때문일까.
현재 레제는 여기저기가 망가진 상태였다.
하지만.
“후후, 잠시 기다리십시오.”
칼을 꺼내든 채 레제를 향해 다가갔다.
오해하지 마라.
물집을 터뜨린 후 포션을 발라 주기 위한, 아주 스윗한 행동이니까.
이미 몇 번이나 반복한 과정이니 문제될 건 없다.
레제를 향해 다가갈 때였다. 루나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후후, 루나 양도 물집이 생기셨습니까?”
“……이 정도면 됐잖아. 레제는 휴식을 취할 자격이 있어.”
“고작 일주일째입니다. 심지어 오전과 저녁에는 쉬잖아요?”
“상대방의 체력을 생각해야지. 레제는 훈련에 익숙하지 않다고. 오늘하고 내일만 쉬게 해 줘.”
루나가 제법 단호하다. 저번 같은 협박에는 넘어가지 않을 태세다.
사실 나도 쉬게 해 주고 싶다. 일주일 동안 레제의 노력을 봐 왔으니까.
하지만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서.
초조함이 끓어올랐다.
“후후, 그럼 직접 물어보면 되겠군요.”
“뭐?”
“레제 양에게 직접 물어보는 겁니다. 훈련을 계속할지, 휴식을 취할지. 자신의 체력은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루나가 으득 이를 갈았다.
주저앉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레제를 향해 말했다.
“레제 양, 쉬고 싶다면 직접 말하십시오. 당장 쉬게 해 드릴 테니까.”
“그게 무슨 권유야! 협박이지!”
그럴 리가. 아주 스윗한 권유다. 레제도 그렇게 생각할 거고.
그렇게 루나와 대치하던 때였다.
삐빅-! 삐비빅-!
“괴롭힘은 벌점 사유…… 아니, 살해 위협은 퇴학 사유다!”
로델린이다. 오늘도 칼 같은 각도로 옷을 차려입은 그녀가 호각을 불면서 훈련장 안으로 들어왔다.
아니, 그보다 살해 위협이라니?
“살인마가 나타났습니까?”
“……살인마는 아니지만, 살인마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눈앞에 있어서 말이야.”
로델린이 나를 이리저리 훑었다.
설마 내 손에 있는 검을 말하는 건가? 억울하다.
이건 물집을 터뜨리기 위해 꺼내 들었을 뿐인걸!
“후후,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누가 봐도 오순도순 잘 지내는 모습인데요.”
“……누가 봐도 범죄 직전의 현장 같네만?”
음, 그런가? 검을 들고 있었을 뿐인데 범죄자 취급을 받다니.
억울하다. 그렇지, 루나야?
“선배님! 저 범죄자를 당장 잡아넣으세요! 한 이틀 정도만 부탁할게요!”
그렇게 말한 루나가 레제의 손목을 잡은 채 훈련장 밖으로 사라졌다.
나를 범죄자로 만들고 도망치다니. 뭐 저런 게 다 있담?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로델린이 쿡쿡 웃었다.
“그렇다는군. 어떻게 생각하나, 범죄자 군?”
“범죄자를 눈앞에 둔 채 아무것도 하시지 않다니. 너무 방심하시는 거 아닙니까?”
“흐응~ 범죄자로 봐 달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체포할 수밖에 없네만.”
“……마음대로 하십시오.”
검을 집어넣고 양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로델린의 눈이 커졌다.
“이상하군.”
“예?”
“평소의 제로 군이었다면 이런 건 손쉽게 받아쳤을 텐데 말이야.”
“……제가 그랬던가요?”
“항상 여유롭고, 가끔 능글맞고. 변태스러운 게 제로 군 아닌가.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군. 어딘가 초조해 보인달까?”
중간에 뭔가 이상한 수식이 붙어 있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일까?
아니, 그보다.
‘……내가 초조해 보인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요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는커녕 받기만 했으니까.
말괄량이 루나, 개복치 토끼 레제, 배를 긁으며 잠만 처자는 루시아에 이어 퀘스트까지.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 달을 통으로 날리게 생겼으니까.
‘하지만 그걸 밖으로 드러내다니…… 멍청한 자식.’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역시.
로델린을 괴롭히는…… 아니, 귀여워해 주는 것.
그게 최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