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39)
제139화
139화. 루시아와의 거래(5)
휙휙-.
우리를 번갈아 보던 루나의 시선이.
루시아의 찢어진 옷과 양팔로 가슴을 가리고 있는 모습에 고정됐다.
“…….”
“…….”
음, 생각해 보니 오해할지도 모르는 구도와 상황이다.
나는 작은(?) 장난을 쳤을 뿐인데, 왜 항상 이렇게 되는 걸까? 정말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의 농락인가?’
그게 게임사인지, 신인지, 시나리오 작가인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엄청난 변태 새끼라는 것.’
어쨌든, 오해를 풀고 싶지만, 상대가 영 좋지 않다.
일단 달려들어 물고 뜯은 뒤에야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 루나니까.
설득은 포기하는 게 좋을 듯했다. 그냥 물어뜯긴 후에 오해를 푸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내가 오해한 거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달려들지 않고, 내게 오해를 풀 시간을 주다니!
우리 루나, 성장했구나! 이 아빠는 정말 기쁘단다!
“후후, 그렇습니다. 역시 루나 양. 정확히 본질을 꿰뚫어 보시는군요.”
“훗, 나잖아? 이 정도는 당연하지.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할 테니 잘 대답해 줘. 오해를 풀어야지.”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하다.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루나가 입을 열었다.
“루시아 님의 옷을 저렇게 만든 건 누구야?”
“접니다.”
“구석으로 몰아붙인 건 누구?”
“접니다.”
“……공포에 질리게 한 건 누구지?”
그야 당연히.
“접니다만?”
“……네가 말하고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하니?”
대체 어디가 이상한데!?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내가 했지만 내가 안 한 상황. 살다 보면 이런 상황 종종 있잖아. 안 그래?
훌쩍-.
루시아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루나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타이밍 좋게 훌쩍거리지 말라고! 진짜 내가 몹쓸 짓을 한 것 같잖아!’
우리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건 창피했던 걸까. 루시아가 몸을 홱 돌렸다.
뚜둑-.
“내 우상을 저렇게 만들다니. 각오는 됐겠지?”
“후후, 오해입니다. 누가 봐도 교감을 나누고 있던 상황 아닙니까.”
“그렇다는데? 레제, 어떻게 생각해?”
루나의 등 뒤에서 바보 털이 삐죽 솟더니, 이내 레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버, 범죄 현장이에요!”
“그렇다는데?”
아니, 쟤는 네 편이잖아! 인민재판이야! 이건 인민재판이라고!
뚜둑- 뚜두둑-.
루나가 살인 전차로 변하기 직전이다. 이러다가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루시아! 빨리 제대로 말 좀 해 줘! 우린 동맹 관계잖아!’
간절한 마음을 담아 루시아의 팔을 홱 잡아챘다. 그러자.
“으아앙! 더럽혀졌어! 이제 다 끝났다고!”
……돌겠네.
난장판이 따로 없다. 전쟁터도 이거보단 덜할 거다.
뚜둑-!
“……즉결심판, 처형.”
살인 전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더니,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변태 자식! 이거나 처먹어라!”
내 기억의 마지막은.
루나의 헥토파스칼 킥이었다.
* * *
지끈거리는 통증과 함께 눈을 떴다.
하루 동안 두 번이나 기절할 줄이야. 영 운수가 없는 날이다.
“대련이요?”
“응. 너희도 알겠지만, 이놈이 좀 건방져야지. 그렇게 대련을 하게 됐고, 이런 상황이 된 거야.”
루시아와 아이들이 나를 둘러싼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실눈이라 그런 걸까. 내가 깼다는 것도 모르는 눈치다.
실눈의 장점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자는 척이 가능하다는 엄청난 장점!
물론, 이딴 장점 필요 없으니 내 원래 눈을 돌려줬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순정 만화의 주인공과도 같은 커다란 눈동자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제로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강했나요? 루시아 님의 옷이 망가질 만큼?”
“그건 아니야. 내가 봐준 탓도 있지만…… 이놈이 비겁한 술수를 쓴 탓이 더 커. 얼굴을 봤을 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엄청 음흉한 놈이더라?”
루나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야, 거기서 고개를 끄덕이면 어떡하니? 내가 음흉한 놈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는 거잖아!
“아무튼, 그렇게 된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대련 중에 일어난 사소한 사고일 뿐이니까.”
“음음, 저는 처음부터 믿고 있었어요. 제로는 제 친구인걸요?”
그런 사람이 헥토파스칼 킥을 날려?
너 때문에 잘생긴 내 얼굴이 찌그러졌단 말이다!
실눈인 것도 모자라 얼굴까지 찌그러지다니.
루나의 얼굴도 똑같이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하던 때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레제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그, 그럼 눈물을 흘린 건 어, 어떻게 된 거죠?”
“응?”
“구, 구석에서 울고 계셨잖아요.”
“그, 그건…… 음…….”
대련이라는 변명은 좋았지만, 자신의 눈물을 감추기 위한 변명은 생각해 내지 못한 듯하다.
어쩔 수 없다. 내가 나서는 수밖에.
“후후, 테스트였습니다.”
“꺄악!”
세 여인이 동시에 펄쩍 뛰었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기절했던 사람이 깨어나는 게 이렇게까지 놀랄 일이란 말인가?
“뭐, 뭐야!”
“제로라고 합니다만.”
“그건 나도 알거든? 언제부터 일어나 있었던 건데?”
“후후, 루나 양이 절 욕하기 시작했을 때쯤일 겁니다.”
“처음부터 깨어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기절한 척을 했다고? 이거 진짜 변태잖아?”
그렇구나. 내가 기절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욕하고 있었다는 거구나?
정말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아까 그건 무슨 말이야? 테스트라니?”
“루시아 님이 여러분들을 테스트하는 중이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우는 게 아닌, 우는 척을 하셨다는 거죠.”
“마, 맞아! 내가 울 리가 없잖니. 다 연기였단다.”
내 의도를 알아차린 걸까. 루시아가 냉큼 내가 내놓은 변명을 받아쳤다.
“여, 연기요? 그, 그런 연기를 하신 이, 이유가 뭐죠……?”
삐죽한 바보 털이 내 쪽을 향했다.
레제야, 말을 할 때는 사람을 보고 해야지.
정수리를 보이면서 말하는 건 대체 어느 나라 예절이니?
“어…… 그, 그건…….”
“자격이 있는지를 보기 위한 테스트였습니다.”
“테스트?”
“예, 루시아 님의 지도를 받을 만한 실력이 되는지. 그걸 테스트한 겁니다.”
루나와 레제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아직 상황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후후, 인사하십시오. 오늘부터 진지하게 저희를 가르쳐주실 루시아 님이십니다.”
“지, 진짜!?”
“히, 히이익!”
훈련장에 감탄과 경악.
두 비명이 섞인 채 울려 퍼졌다.
* * *
“그럼 난 간다. 미리 나와 있도록 해. 나보다 늦으면 국물도 없다?”
루시아가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누가 꼰대 아니랄까 봐. 설마 수련도 꼰대스러운 건 아니겠지?’
같은 동작을 무한 반복, 폭포 수련, 정신 수양 등. 효율적이라곤 1도 없는 꼰대스러운 훈련.
도저히 아니라곤 말 못 하겠다.
그녀의 동생인 로델린 또한 그와 비슷한 수련법을 내게 추천한 전적이 있었으니까.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난 멍청이인가?
“흠흠, 루시아 님을 설득하다니. 내 작전대로야. 수고했어, 제로.”
은근슬쩍 다가온 루나가 내게 말을 걸었다.
레제를 들쳐 멘 채 도망친 게 작전이었다고? 그것참 놀라운 작전이로군.
“후후, 제 얼굴을 함몰시키는 것도 작전이었나요?”
“아, 아니 뭐…… 그건 아닌데.”
“누가 봐도 제 쪽이 피해자의 모습 아니었습니까. 온몸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야 뭐…… 평소처럼 변태 짓을 하다 얻어맞은 줄 알았지.”
루나야, 그게 무슨 소리니. 평소처럼 변태 짓을 했다니.
그럼 내가 항상 그러는 놈이라고 사람들이 오해하잖니?
‘뭐, 됐다.’
이게 루나란 아이니까. 어찌 보면 루나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개복치 토끼와 함께 자리를 떠 준 덕분에 [신의 모방]을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 있잖아…….”
우물쭈물한 루나의 모습.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레제에게 소심병이 옮기라도 한 걸까?
개복치 토끼에 이어 병균 토끼로 진화하다니. 루나와 레제에게서 슬금슬금 멀어지던 때였다.
“미안!”
“예?”
루나가 허리를 직각으로 꺾으며 머리를 숙였다.
루나가 사과를 하다니! 소심병이 크게 도진 게 틀림없다.
당장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 계속 이곳에 있다간 나도 소심한 제로가 되고 말 거다!
“후후, 오늘은 여기서 이만 헤어지도록 하죠.”
“내가 미안하다니깐!”
“……음, 루나 양. 일단 의무실을 가는 걸 추천하죠.”
“사과를 받아 주기 전까진 못 가!”
“이,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루나가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한참의 실랑이를 벌인 후에야, 루나에게 소심병이 옮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래서…… 사과하신다는 겁니까?”
“응, 맞아.”
사과하는 사람치고 참 당당하다.
뭐, 이게 루나라는 아이이니 상관은 없지만.
“앞으로는 살살 깨물게. 그러니까 용서해 줘.”
응, 그렇구나. 안 물겠다는 선택지는 너에게 없는 거구나?
게다가.
‘오히려 살살 깨무는 게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커플끼리 꽁냥꽁냥거리는 것으로 보일 터.
유리디아가 코피를 쏟는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사과해야 하는 건 내 쪽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미안합니다.”
“응?”
“악마와의 싸움 이후 초조해진 모양입니다. 루나 양과 레제 양을 너무 거칠게 몰아붙였어요. 사과드립니다.”
내가 사과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까.
10초쯤 지났을 무렵. 루나의 입꼬리가 쓱 올라가더니, 내게 달려들었다.
“히힛! 역시 우린 마음이 잘 통한다니깐? 뭐, 친구니까 당연하지만.”
“아픕니다, 루나 양.”
“가자! 화해한 기념으로 오늘 저녁은 내가 산다!”
애초에 우리가 싸우기나 했었던가?
피식 웃음을 흘릴 때였다.
“흑흑…….”
어디선가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뚜껑이 열린 상자. 그곳에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나와 함께 가까이 가자, 상자 안에서 쪼그려 앉아 있는 레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정수리에 있는 바보 털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저, 전…… 죽을 거예요오. 누, 눈을 마주해서 죽고 말 거예요오.”
아, 그러고 보니 그걸 생각 못 했다.
강한 자와 눈을 마주하면 죽는다는 레제의 고질병(?).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괜한 실험으로 죽기라도 하면 곤란한 상황.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는 거다.
레제는 어떻게 하냐고? 쟤도 당연히…….
‘내일의 레제에게 맡기면 되지 뭐.’
아주 명쾌한 해답이었다.
* * *
한 치의 앞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둠으로 가득 물든 길.
하지만 루시아에게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제로라…….’
어두운 길을 걷는 와중에도 머리는 그놈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수상한 놈.’
그것도 근 10년 동안 만난 사람 중 가장 수상쩍은 놈이다.
길거리에서 검강을 뿌리며 불량배들을 학살하던 거지 노인도 저놈보다 수상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루시아가 제로의 거래를, 그것도 불공정한 거래를 받아들인 이유.
‘가문의 비밀을 알고 있으니까.’
거절한다면? 루시드 가문이 저주를 받았다며 떠벌리고 다닐지도 모른다.
‘죽이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애초에 나쁜 마음을 먹고 있었다면 다른 이들에게 정보를 팔았을 것이다.
강건하며 제국민들에게 찬양받는 루시드 가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이 없는 건 아니니까.
제국의 기둥, 패배를 모르는 가문.
그런 루시드 가문을 한순간에 없애 버릴 수도 있는 비밀이다. 그 값어치는 천문학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정보를 갖고 자신에게 거래를 청했다.
즉, 저 제로라는 아이는.
‘레스터 가문을 몰락시킨 범인을 쫓고 있다. 그 외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
그 정도로 보면 될 거다.
나쁜 일은 아니다. 그놈들을 찾는 건 자신의 목적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니까.
문제는.
‘너무 위험해.’
확실히 똑똑한 놈이기는 하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실력도 있고.
하지만 성격이 문제다. 저건 목숨을 대놓고 다니는 꼴이다.
루시드 가문이 레스터 가문에 호의적이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곤 하지만, 무턱대고 일섬을 자신의 앞에서 사용하다니.
자신이 아니었다면 누구나 목을 쳐 버렸을 것이다.
‘성깔도 문제야. 특히, 복수가 목적이라면…….’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을 거다.
사람을 죽이는 건 물론이고.
악마와의 계약도 피하지 않을 거다. 아니, 어쩌면.
‘이미 했을지도 모르지.’
나이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강함.
루시아는 그제야 악마 비네스와의 싸움에서 사망자가 없었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4계위 악마를 이기지는 못하지만…… 버틸 정도의 실력자라는 건가.’
단순 계산만 한다면 6성 기사와 맞먹는 실력자라는 거다. 그것도 불과 열다섯 살에.
‘여기에 내게 가르침까지 받는다면?’
어디까지 성장할지 알 수 없었다.
‘주의해야겠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놈이니까.’
무작정 강해진다고 좋은 것만은 아닌 세계.
조금 돌봐 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루시아였다.
-바람둥이라고 불려도 상관없습니다. 루시아 님의 마음만 얻을 수 있다면요.
루시아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제로의 말과 거리, 온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잘생김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상판대기가 일순 멋있어 보였다.
‘흠흠,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바람둥이에게 매력을 느끼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델린이에게도 경고를 해 줘야겠군.’
애써 제로의 얼굴을 떨쳐 내던 때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십니까?”
“깜짝이야. 유모, 놀랐잖아.”
유모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을 돌봐 준 사람이자, 자신을 보호하는 사람.
제로의 말을 빌리자면.
‘희생양이자, 버림 말이 될 존재.’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로델린, 유모, 다른 가족들까지. 자신이 모두 지켜 낼 거니까.
“제 접근도 눈치채지 못하시다니. 나이를 드시긴 한 모양입니다.”
“그런가?”
“결혼을 하신다면 노화도 멈추실 텐데. 참 안타깝습니다.”
“……왜 항상 모든 대화의 끝이 결혼으로 귀결되는 건데!?”
기숙사로 돌아가며 유모와 있었던 일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물론, 제로가 악마의 저주를 알고 있다는 것과 ‘하늘 가르기’를 쓸 수 있다는 건 비밀로 했다.
“그렇군요. 아이들을 진지하게 가르치기로 했다라……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옷은 어쩌다 그렇게 되신 겁니까?”
자신에게 향한 유모의 시선. 그 시선을 따라간 루시아가 고개를 내렸다.
반쯤 드러난 가슴팍, 그리고 제로의 외투.
“응? 아아…… 제로 그놈이 이렇게 만들었지 뭐야.”
“호오, 벌써 진도를 그렇게 나가셨던 말입니까?”
“응?”
“보기와 달리 짐승남이었던 걸까요. 이거, 이 유모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군요. 납치할 필요까지는 없겠어요.”
“……?”
“납치해서 둘 다 가둔 뒤 결혼할 때까지 못 나오는 방에 가두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군요.”
무언가 만족한 듯한 유모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루시아가 생각했다.
제로와 맞먹는.
예비 범죄자가 여기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