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4)
제14화
14화. 입학시험(11)
“뭔가…… 무서운 아이였죠.”
“맞아요. 시험지를 보면서 갑자기 실실 웃질 않나…… 아니, 애초에 보이기는 하는 걸까요?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작던데…….”
“차별하는 건 좋지 않지만 공감. 느낌이 좋지 않아요.”
“관상학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전 진짜 찝찝했어요!”
그들의 입에서 제로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유는 비단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험시간이 종료된 상태에서 2차 시험장의 문 옆을 부수고 들어오는 대범함과 창의력.
여기에 엘레스터의 환상 시험을 제일 먼저 통과하기까지.
“기록을 보니 1초라며? 그게 가능한 일인가?”
“글쎄요…… 우리도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일단 저는 불가능!”
“엘레스터 님의 실수일 리는 없으니…… 흐음. 뭔가 더 무서워졌어요.”
“전 그것보다 엘레스터 님이 오신 게 더 무서웠는데요. 으으, 제가 뭔가를 실수한 줄 알고 놀랐지 뭐예요.”
2차 시험이 끝난 후, 대마법사 엘레스터가 교무실을 방문했다.
게다가 자신이 규칙을 잘못 만들었다며, 채점 기준을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사과를 하기까지 했다.
“우리한테 사과라니…… 확실히 놀랍긴 했죠.”
“맞아요. 괜히 제국의 기둥이라 부르는 게 아니더라고요.”
사실, 시험지를 채점하는 자신들은 다른 선생들에 비해 인지도와 실력이 부족했다.
이른바 ‘짬 처리’ 업무 담당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자신들에게 사과할 뿐만 아니라, 좋은 다과를 선물로 주기까지 하다니.
그가 사과할 이유는 전혀 없었지만, 엘레스터의 이런 행동은 제로의 소문을 부풀리기 충분했다.
“3차 시험 점수는 어떤데요?”
“어디 보자…… 90점이네요. 응? 아니, 85점이잖아? 마지막에 왜 5점을 깎았지?”
“여기 쓰여 있네요. 너무 친해 보임. 이게 대체 뭔 소리람?”
“그런데 감점됐다고 해도 엄청 높은 점수 아닌가요?”
깐깐한 카론치고 굉장히 후한 점수였다.
제로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도 있지만, 그에게서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지난 몇 년간 말이다.
“비밀 시험 점수는요?”
“가산점 50점이요. 이건 제일 높네요?”
다른 아이들이 10~40점을 받은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점수.
이건 사실상 ‘제로를 우수반에 올리지 않으면 자신과 척을 질 각오를 해라’라는 것과 동일했다.
“설마 아는 사이라거나?”
“그럴 리가요. 그 사람…… 아니, 그 냉혈한이?”
깐깐한 데다 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남자.
무려 5년이나 함께 일하고 있었지만, 그와 밥 한번 같이 먹어 본 사람이 없었다.
항상 바람처럼 사라지니까.
제의를 해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설마 숨겨 둔 아들이라거나?”
“에이, 그건 너무 나갔다. 애초에 닮은 부분이 하나도 없는걸.”
“그렇긴 하죠.”
“또 몰라요. 저런 남자가 뒤에서는 또 엄청나게 대단한…….”
“자자, 다들 진정하세요. 주인공이 납시셨으니까.”
움찔!
움찔한 선생들이 문 쪽을 바라봤다.
뒷담까지는 아니었지만, 기분 나쁘기에는 충분한 대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 카론 선생이 아닌 제로 생도의 얘기였답니다. 시험지에 이름이 보여서 그만…….”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 난 또 뭐라고.”
“프롬 선생! 나 진짜 놀랐다고!”
모두가 재빨리 시험지를 뒤적거렸다.
채점 속도가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두세 명 차이. 모두가 재빨리 채점에 돌입했고, 곧 제로의 시험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게 그 아이의 시험지인가.”
“재밌겠네요. 다 같이 해 보죠.”
“좋아요. 시작!”
제로는 작년 로델린 급의 위명을 떨치지는 못했지만, 나름 화제의 인물이 되는 데는 성공했다.
1, 2차 시험 만점. 3차 85점에 비밀 시험에서는 50점의 가산점을 받기까지.
필기시험만 잘 본다면 이번 수석은 제로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
채점이 시작됨과 동시에 무거운 정적이 교무실에 감돌았다.
“음…….”
“어…….”
“이게…… 맞나?”
20점. 30점. 25점. 15점.
한 줄로 밀었을 때 보통 나오게 되는 점수고, 실제로 한 줄로 쫙 밀었다.
사실 필기시험은 난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80점 이상을 맞을 수 있게 냈고, 분별력을 위한 고난이도 문제만 몇 개 넣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점수라니.
모두가 ‘사실 엄청난 빡대가리인가?’라며 수군거릴 때였다.
“와, 대단하네요. 95점이에요.”
“응?”
“뭔데, 뭔데.”
모두가 이 선생 곁으로 향했다.
시험지 최상단 정중앙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악마 고고학」.
악마의 마법 주문과 마법진. 그리고 그들이 남긴 정체불명의 언어들.
그걸 해석하기 위해 수백 년간 수많은 학자들이 애써 온 학문이었다.
‘악마의 마법을 이해하면 엄청난 위력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추측에서 시작된 학문이자.
아직도 기피하는 사람이 많은 학문. 근데 그게 95점이라?
“어…… 쉽게 낸 편이긴 한데 분별력을 위해서 낸 문제까지 다 맞혔네요?”
“아니지. 하나 틀렸잖아.”
하지만 하나 틀린 문제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마법진 문제네요. 그저께 애실 학파에서 해석이 잘못됐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요?”
“그, 그랬죠. 하지만 현시점에 그걸 아는 사람은 이쪽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뿐일 텐데?”
이미 시험지를 만들어 둔 상황이라 바꾸기 힘들어서 그냥 둔 문제.
게다가 아직 애실 학파의 주장이 맞는다는 증거도 없다.
하지만.
“애실 학파가 뭐라고 주장했죠?”
“지옥의 불길이 아니라 업화의 불길이라고…… 했었죠.”
모두의 눈이 제로의 시험지로 향했다.
제로가 고른 답은 ‘업화의 불길’.
만약 그가 고른 답이 맞는다면? 그렇다면 그는 악마의 언어에 아주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안 그래도 뒷소문이 많은 제로인데, 하필 「악마 고고학」 점수가 만점이라니.
불길했다. 여러모로.
“우, 우연이겠죠?”
“그, 그럼요. 사람마다 관심을 가지는 건…… 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교무실에 한기가 감도는 건 어째서일까.
그때였다.
“……하나 더 있네요. 100점인 과목이.”
“뭐, 뭐죠?”
“도덕이요.”
“…….”
다른 시험은 다 찍어 놓고, 악마 고고학은 100점일지도 모르는 95점.
그리고 도덕은 100점? 이건 완전…….
-제가 다른 건 못났어도 도덕성만큼은 아주 훌륭한 아이랍니다.
-악마를 좀 좋아하긴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요? 저는 도덕적인 아이인데.
-아유, 절대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예? 악마요? 그럴 리가 없죠. 제 초롱초롱한 눈을 좀 보세요!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애초에 눈이 너무 작아 눈동자가 보이지도 않으면서!
“……채, 채점해야죠.”
“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못 봤어요.”
비범한 외모와 우수한 시험 성적.
그리고 뭔가 이상한 필기시험의 점수.
‘악마 추종자?’
‘아니면 본인이 악마일지도.’
‘오, 신이시여! 저를 굽어살피소서!’
제로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더욱 쌓이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야, 시험 잘 봤어?”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건 루나의 얼굴이었다.
참 귀엽게 생기기도 했지.
물론, 3D는 이쪽에서 사양이지만.
“당신은 2D일 때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뭐? 그게 뭔 소리야? 잠 덜 깼냐? 시험 잘 봤냐니까?”
“후후후, 검은 건 글씨요, 흰 건 종이더군요.”
“……망했다는 말을 참 고상하게도 하네.”
그렇다. 필기시험은 완전히 망쳤다.
역시 힘차고 강한 아침 돌격 대신 세차고 강한 점심 돌격을 찍을 걸 그랬나?
뭐, 하지만 괜찮다.
필기시험 도중에 큰 힌트를 하나 얻었으니까.
‘난 악마의 언어도 읽을 수 있어.’
히든 피스 중에는 ‘고대 악마의 마법서’라는 게 존재한다.
아무도 그 사용 방법을 알지 못했던 히든 피스.
설명란에는 고대의 악마가 만든 마법서라고 적혀 있을 뿐이었다.
‘만약 내가 그걸 읽을 수 있다면?’
마법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고대 악마의 마법을!
“후후, 기대가 되는군요.”
“……그 기분 나쁜 말투는 어떻게 안 되는 거니?”
“이건 절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루나 양의 선천적인 귀여움처럼 말이죠.”
“뭐, 뭐라는 거야!”
퍼억!
아프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루나 입장에서 나는 수수께끼의 인물일 텐데 왜 이렇게 막 대하는 걸까.
뭐, 불쌍한 아이이니 내가 봐주기로 했다.
싸우면 져서 그런 거 아니냐고?
……아니다. 진짜로.
“최종 결과 발표하겠습니다!”
선생님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큰 종이가 칠판에 붙었다.
우르르-.
아이들이 삼삼오오 칠판 쪽으로 모여들었다.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중요한 정보만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수석 –
테르온 드 뷀른
– 차석 –
유리디아 드 로운터
– A반 –
……
루나
……
……
……
제로
수석과 차석, 그리고 우수반인 A반에 적힌 루나와 내 이름.
루나가 달려들며 나를 얼싸 끌어안았다.
“합격이야! 합격이라고!”
“후후, 축하드립니다. 루나 양.”
조금 사나운 아이지만 뭐, 어떤가.
이렇게 아이처럼 기뻐하는데.
팔을 벌려 루나를 꽉 마주 안아 주었다. 그리고.
“이, 이 변태가!”
나는 귀를 물렸다.
* * *
-지금부터 입학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부학생회장인 로델린의 우렁찬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졌다.
하루 만에 시험, 채점, 반 분배, 입학식까지 모두 끝내겠다니.
진짜 미친 진행 속도다.
이 돌아 버린 세계관을 만든 놈은 머리가 돌아 버린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일 수 있을 리 없으니까.
내가 봤을 때 이 게임의 스토리 작가는 셋 중 하나다.
미쳤거나, 변태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이어서! 학생회장님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학생회장이 강단에 올라섰다.
훤칠한 인상, 점잖은 외모, 여기에 은은한 미소까지.
척 보기에도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는 오라를 막 풍기는 남자아이였다.
“오…… 저게 학생회장인가?”
“루나 양…… 학생회장에게 ‘저게’라고 하면 어떡합니까.”
“여자를 함부로 껴안는 치한과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네요.”
“후후, 먼저 안긴 건 그쪽이고, 그 치한과 얘기를 아주 잘 하고 있다는 것도 상기시켜 드리고 싶군요.”
캬악!
루나가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이 정도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다.
‘함부로 손대지 마시오’라는 쪽지를 등 뒤에 붙여 줘야겠다.
다른 아이들이 물어뜯기는 불상사는 막아야 하니까.
-여러분들이 앤우드 아카데미를 빛내는 아주 훌륭한 학생들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좋은 사람이네. 말도 잘하고.”
“후후,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앞과 뒤가 많이 다른 사람이니까.”
“에이, 아니야. 이래 봬도 보는 눈이 좋은 편이라고.”
후후, 그 눈 당장 파내십시오. 전혀 쓸모가 없는 것 같으니까요.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현 학생회장, ‘아윈 드 헤리제스’를 조심하라는 충고는 진짜였다.
저놈은.
‘흑막 중 하나거든.’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생도가 아닌…… 앤우드 아카데미의 입학생이십니다!
와아아—!!!
아이들의 우렁찬 함성.
그와 함께 내 눈앞에 푸른 창이 하나 떠올랐다.
그렇게 나는.
게임 속 아카데미의 신입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