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41)
제141화
141화. 비기는 일류지만 검술은 삼류예요오옷!(2)
“뭐야, 왜 이렇게 약해?”
1초 만에 첫 번째 대련이 끝난 후.
자신이 힘 조절을 잘못한 것 같다며 두 번째, 세 번째 대련을 벌였지만, 결과는 같았다.
날개도 없는 내 몸이 하늘을 훨훨 날았다. 그것도 무려 세 번이나.
“…….”
날아간 상태 그대로 땅에 처박힌 채 꼴사나운 자세를 하고 있는 나.
그 뒤에서 루시아의 한탄이 들려왔다.
“아니, 검술은커녕 싸우는 법의 기본도 모르잖아? 입학은 어떻게 했니? 앤우드 아카데미 입학 기준이 많이 낮아졌나?”
조롱에 가까운 괄시. 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루시아의 평가에 딱히 잘못된 점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약한 건 사실이니까.’
루시아가 보유한 스킬 중 [검술], [반사신경], [동체시력]. 무려 세 가지를 모방했는데도 이 정도다.
레벨 차이가 심한 탓도 있지만, 내가 검술을…… 정확히는 싸우는 법을 잘 모르는 탓이 더 컸다.
[검술] 스킬은 어디까지나 각도나 타이밍, 간격 등. 내가 휘두르는 검을 보조해 주는 스킬에 불과하다.즉, 검을 휘두르거나 막기, 회피 등. 공격과 방어는 내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뜻.
하지만 싸움 초보인 내가 그런걸 잘 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공격해야 하는 타이밍에는 막고, 막아야 할 타이밍에는 공격을 하니 루시아의 입장에서는 이상함을 넘어 황당하게 느껴질 것이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데? 잘 쳐줘도 삼류 수준이야.”
그렇다. 현재 내 상태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비기는 일류지만 검술은 삼류예요오옷!’
……가 되시겠다.
“순간적인 반응이랑 대응은 나쁘지 않긴 한데…… 판단이 초보자 수준이란 말이지. 피지컬만 우수한 건가?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데…….”
루시아의 눈초리가 의심으로 가득 찼다.
현재 나는 레스터 가문의 시궁쥐를 꿈꿔 왔고, 복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다는 설정.
그런데 싸움을 삼류 건달보다 못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의심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일섬과 하늘 가르기까지 사용했으니…….’
루시아의 의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변명은 이미 준비된 상태다.
“후후, 정보를 우선으로 하는 삶을 살았거든요. 전투 기술은 최소한만 갖췄죠.”
“가문의 비기는 잘만 사용하잖니?”
“비기는 특정한 자세가 존재하니까요. 따라하기만 하면 되는데 어려울 리가 없죠.”
“……보통은 그 반대거든? 한두 번 본다고 따라 할 수 있으면 그게 비기라 불릴 리 없잖니?”
“후후, 그런가요? 이해할 수 없군요. 따라 하는 게 대체 뭐가 어렵다고.”
“…….”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술한 변명. 하지만 루시아에게는 통할 거다.
‘루시아도 천재의 부류에 속하니까.’
서른 살 때부터 ‘영웅’이라 칭송받은 루시아다.
제국 십검(十劍)의 자리에 오른 건 그보다도 훨씬 이전.
천재라며 불린 건 그보다도 더 오래된 일일 터.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겠지. 천재란 그런 존재니까.’
동기도, 선배도, 어른도, 그리고 당대에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도.
하나둘 무릎 꿇리는 와중에도 의문을 품었을 거다.
왜 이걸 못하는 거지? 왜 이렇게 싸우는 거지? 왜 바보 같은 짓을 벌이는 거지?
그리고 어느 순간, 루시아는 깨달았을 거다.
자신이 천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존재여서 그런 것이었다고.
물론 수십 년간 검을 연마해 온 루시아의 노력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에게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어쩌면 지금 루시아는 자신의 옛 모습을 나에게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거였나.”
그 증거로,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거다. ‘이상한 놈’이라는 의심에서 ‘이놈 천재구나’라는 확신으로.
“검술도 따라 하면 되잖아? 그럼 쉬울 텐데.”
“후후, 검술은 너무 여러 갈래가 존재하거든요. 상대에 따라 반응을 다르게 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요.”
“흐응~ 그렇긴 하지. 상대마다 무기도, 성격도, 스타일도 다르니까.”
“그렇습니다.”
“따라 할 수 있는 건 비기뿐이라는 건가…… 진짜 이상한 재능이네. 뭐, 수상쩍고 음흉하고 변태 같은 너한테 딱 어울리는 재능이긴 해.”
뭔가 이상한 사족이 이것저것 붙었지만, 이의를 제기하진 않기로 했다.
일단은 이 상황을 넘기는 게 중요했으니까 말이다.
이내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쨌든 검술을 배우고는 싶다는 거지?”
“후후,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비기에는 여러 제약이 걸리거든요.”
“보는 눈이 많기도 하지만, 타이밍을 재야 하니까. 비기만 써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세상은 녹록지 않지.”
역시 루시아다. 척하면 척이다.
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건 분명 큰 장점이지만, 타이밍을 만들어 내는 건 검술.
개개인의 ‘실력’이다.
검술로 시간을 벌고 상대의 빈틈을 발견, 상황에 맞는 비기를 사용한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수월하게 전투를 끝낼 수 있게 될 거다.
“하지만 곤란하네. 지금 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거든.”
“경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그렇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경험.’
대련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이야말로 실력을 비약적으로 올릴 수 있다.
이전부터 이 문제점을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고?
‘아이들한테 형편없이 깨진다면 콘셉트가 무너지거든.’
수상쩍은 놈, 강한 놈, 함부로 건들면 안 되는 놈.
그 콘셉트가 깨진다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신의 모방을 이용해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눌러 왔지만…….’
앞으로는 그게 힘들어질 터.
본격적으로 싸움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루나나 알렉스, 로델린, 레이몬에게 부탁한다면 손쉽게 경험을 쌓을 수 있겠지만…….’
내가 싸울 줄 모른다는 걸 들키는 건 마찬가지.
저 아이들과 검을 맞대는 건 조금 더 강해지고 나서, 싸움에 대한 기본적인 걸 깨닫고 난 후 부탁할 생각이었다.
‘지더라도 여러 가지를 실험 중이라는 변명을 하면 되니까.’
어쨌든, 이런 이유로 저 아이들에게 대련을 부탁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즉, 지금 내게 남은 선택지는…….
“괜찮겠어? 뭐, 나야 재밌으니 상관없는데.”
……괴물 루시아뿐이라는 얘기다.
내 상황을 눈치챈 루시아가 히죽히죽 웃음을 흘렸다.
단단히 각오를 했건만, 저 모습을 보니 그 마음이 쏙 들어간다.
하지만.
“……살살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스트레스 좀 풀겠네. 아,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알지?”
“후후, 개인적인 감정은 없는데 스트레스를 푼다는 건 논리의 오류가 아닐까요?”
“아닌데?”
루시아의 입이 좌우로 쭉 찢어지며.
지옥과도 같은 대련이 시작되었다.
* * *
몇 번의 대련…… 아니, 일방적인 폭행이 열 번쯤 이어졌을까.
“아, 이제 좀 스트레스가 풀리네.”
내 등에 앉아 있는 루시아가 한 말이다.
그렇다. 현재 나는 땅에 엎드려 있는 상태였다. 물론, 타의에 의해서였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아까 보니까 간간이 이상한 동작이 섞여 있는 것 같던데…… 혹시 그것도 비기니?”
아마 플뢰르 가문의 비기를 말하는 걸 거다.
대부분의 대련이 단 1분 만에 끝났지만, 마지막 대련에서는 적당히 내 검을 받아 준 루시아다.
나는 그 과정에서 플뢰르 가문의 비기를 사용했고, 루시아는 그걸 지적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혹시…… 별로였습니까?”
“아니, 네 검술 중에 그나마 봐줄 만했던 게 그거라서 그래. 뭐랄까…… 기본이 탄탄하다고 해야 하나?”
“후후, 알아보시는군요. 맞습니다. 기본기가 아주 탄탄한 검술이죠.”
“어떤 가문의 비기인데?”
“후후, 그야…….”
‘비밀입니다’라고 말하려 할 때였다. 루시아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비밀이라고 말하면 죽인다.”
“……플뢰르 가문의 비기입니다.”
“플뢰르 가문? 처음 듣는 가문인걸?”
“르앵 선생의 가문입니다. ‘모방의 르앵’이라고 불리셨던…….”
“모방의 르앵? 그 개뼈다귀 같은 이명은 뭐야? 듣도 보도 못한 이명이네.”
앤우드 아카데미의 정식 교사로 들어오게 해 준 이명을 듣보잡 취급하다니.
뭐, 루시아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긴 했다.
‘루시아는 괴물이니까.’
괴물 주변에는 괴물만 존재하는 법.
르앵 선생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괴물이라 불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다.
루시아가 알고 있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튼, 그거 이상해.”
“후후, 어떤 부분이 이상하죠?”
“기본이 탄탄한 검술이긴 한데…… 무언가가 없어. ‘쫙!’하는 게 없다고. 진짜 이상하네…….”
“……‘쫙’이요?”
“아니, ‘쿠와왁’인가? 아무튼 진짜 이상해.”
“…….”
진짜 이상한 건 너거든? ‘쫙!’, ‘쿠와왁!’이라니. 그게 대체 뭔데?
하늘을 날다 보니 [통역] 스킬에 문제가 생겼나?
‘얻어맞아서 문제가 생겼으니, 두들기면 고쳐질지도 몰라. 원래 기계(?)가 다 그렇잖아?’
정보창이 기계의 부류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슷하긴 할 거다.
정보창에서 죄 없는 [통역] 스킬을 주먹으로 몇 대 두들기던 때였다.
“결정적인 게 없다는 뜻인가요?”
루나였다. 온몸이 땀 범벅이 된 루나가 우리 곁에 와 있었다.
“그래, 맞아. 검술은 결국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만들어진 거잖니? 그런데 그게 없어.”
“역시 그랬군요. 저도 예전부터 그렇게 느끼긴 했어요. 마치…… 자신의 단련만을 위해 만든 비기 같달까?”
“단련이라…… 야, 한번 보여 줘 봐. 제대로 한번 봐 보자.”
그렇게 난 루시아와 루나의 앞에서 플뢰르 가문의 비기 쇼를 펼치게 됐다.
춤, 칼날, 날개, 어둠, 창공.
다섯 개의 비기를 전부 시연한 때였다.
“흐음…… 이렇게 인가?”
루시아가 플뢰르 가문의 비기를 펼쳐 보였다.
검술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완벽한 동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멋있음을 넘어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다섯 개의 비기를 끝마친 루시아. 그녀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신기한데? 단련되는 근육이 제각각이야. 모두 합치면 온몸의 근육을 단련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네?”
“근육 단련이요?”
“응, 게다가 중심이 되는 근육은 모든 동작에 들어가 있어. 일단 검술의 비기는 아니야. 이건 뭐랄까…… 수련의 비기라고 해야 할까?”
수련의 비기라고?
무언가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시너지 스킬.’
다른 스킬이 존재할 경우, 부가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스킬.
대표적인 게 바로 다른 스킬의 성장을 돕는, 알렉스의 [노력가] 스킬이다.
만약, [플뢰르 가문류]라는 스킬이 그런 종류의 것이라면?
“루시아 님! 이번에는 저 좀 봐 주세요. 저랑도 대련해요!”
“에고, 이 늙은이를 괴롭히다니…… 진짜 요즘 것들은…….”
루시아가 투덜거리면서 내 곁을 떠났다.
턱-.
검에 의지한 채 일어섰다.
발이 후들거리지만, 새로운 히든 피스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고인물의 욕망이, 열망이 내 몸을 사로잡았다.
답은 모르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후웅-!
노력하는 것.
이것이 바로 루시아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 * *
후웅-!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입에서는 단내가 물씬 풍겨 당장 입을 씻고 싶을 정도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몇 번이나 이 동작을 반복 중인지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알고 싶지도 않다.
지금은 플뢰르 가문의 비기에 숨겨진 무언가를 알아내는 것.
그것 외에는 알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첫 번째 동작부터 반복하려던 때였다.
주륵!
미끄러진 검이 내 손을 떠났다.
‘젠장.’
집중이 깨졌다. 투덜거리면서 검을 집어 들던 때였다.
[플뢰르 가문의 검술을 성실하게 수행하셨습니다. 상당한 집중력입니다.] [일치율 34.3%.] [보상으로 민첩 스탯이 0.3 상승합니다.]……뭐야.
이게 왜 오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