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46)
제146화
146화. 비기는 일류지만 검술은 삼류예요오옷!(7)
그로부터 1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술집…… 아니, 레스토랑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쿵쾅! 쨍그랑-!
안에서 무언가 부서지고 깨지는 소리만이 반복해서 들릴 뿐.
루나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흥, 불법행위를 숨기느라 바쁜가 보군. 어디 한번 해 보라지. 내 눈을 피하는 게 가능하다면 말이야.”
“핫……! 선배님! 설마 범죄 증거와 함께 도망치려는 건 아닐까요? 숨겨진 뒷길 같은 게 있다거나?”
“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지. 루나 양, 잠시 도와주겠나? 도주로를 확인하고 막아 둘 필요가 있겠어.”
“넵! 저만 믿으세요!”
그렇게 탐정 놀이에 심취한 루나와 로델린이 술집 뒤편으로 사라졌다.
평소라면 레제도 따라나섰겠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헤, 헤헤…… 처, 처음 보는 무늬예요오…….”
각종 낙서와 오물로 더럽혀진 술집의 벽.
그게 신기했던 걸까. 긴 앞머리 뒤에 숨겨진 레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두툼한 종이 박스 몇 개를 꺼낸 레제가 이리저리 색을 맞춰 보더니, 이내 한 개를 골라 작업에 들어갔다.
술집의 벽 무늬와 똑같은 상자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거다.
일행이 전혀 통제가 안 되는 상황.
하지만 오히려 좋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스칼렛에 대한 정보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거든.’
스칼렛이란 캐릭터에 대한 퍼즐.
머릿속에서 그에 관한 퍼즐을 하나둘 끼워 맞추기 시작했다.
나이, 출신지, 만물상 이후의 활약, 지금 카론의 밑에서 일하는 이유, 숨겨진 비밀 등등.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
당장 기억나는 것만 정리했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할 거다.
‘지금 스칼렛에게 꼭 필요한 정보. 그걸 내가 알고 있거든.’
정확한 시기를 알아야 하기에 대화는 해 봐야겠지만, 내가 쥐고 있는 정보를 거부할 수는 없을 거다.
그러니 스칼렛은 문제 될 게 없다. 지금 문제는.
‘카론의 노림수를 모르겠다는 건데…….’
카론은 효율의 결정체.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쓸 만큼 어수룩한 성격이 아니다.
임무에 가장 적합한 시궁쥐를 고르고 골라 투입하는 것만 봐도 그 점을 알 수 있다.
‘나를 이곳으로 보낸 이유가, 스칼렛과 만나게 한 이유가 있을 거야.’
와장창-!
술집 안쪽에서 또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어쩌면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저 어수룩한 태도 자체가 계획적인 걸지도 모른다.
‘척 보기에도 개판이란 말이지. 나에 대한 루나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작전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허술했다.
루나의 입장에서는 내가 술집을 레스토랑이라고 속였다며 데려온 거겠지만.
애초에 그런 걸로 신뢰가 떨어질 만한 관계가 아니다.
이런 곳의 음식이라도 맛있게 먹어 줄 루나다. 뭐, 조금 툴툴거리긴 하겠지만.
‘나를 여기로 보낸 이유가 뭐지? 진짜 의도를 모르겠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와중이었다.
로델린과 루나가 손을 탁탁 털면서 다가왔다.
“뒷길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놨다네. 도망치기는 쉽지 않을 게야. 아니, 도망쳐 줬으면 좋겠군. 그러면 체포는 물론 강제집행까지 가능해지니까 말일세.”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칼렛이 모든 창문의 커튼을 걷자, 레스토랑 내부가 환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곳을 바쁘게 누비며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곧 도망칠 게야. 모두 긴장을 늦추지 말게!”
그렇게 로델린의 긴장과 분노가 끝을 모르고 상승하고 있을 때.
끼익-.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들어오시죠.”
스칼렛이 문을 열고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도 그렇지만, 그에게도 제법 험난한 시간이었던 건 분명해 보였다.
애써 미소를 짓고 있지만, 이마와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비지땀까지 숨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뭐야? 생각보다 깔끔한데?”
루나의 말대로였다.
채광이 쏟아져 들어오는 커다란 홀, 테이블 위를 감싼 새하얀 식탁보, 먼지 한 톨 없는 식기류와 수저, 은은히 빛나는 촛대까지.
여기저기 낡긴 했지만, 제법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특이하네. 외관은 술집처럼 보이는데.”
“손님, 눈썰미가 대단하시군요. 그런 콘셉트의 레스토랑입니다. 운영비 문제 때문에 저녁에는 술장사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흐응~ 그런 거였구나? 이런 곳은 어떻게 찾았대? 제로, 너 고생 좀 했겠다?”
응, 고생 좀 많이 했지. 카론에게 죽을 뻔했거든.
“……이럴 리가 없는데.”
하지만 로델린은 수긍하지 못한 모양이다.
“주인장, 영업 허가증은 받고 영업하는 거겠지?”
“헤헤, 물론입니다, 저기 걸려 있습죠.”
“흠…… 사본은 아니군. 음식점업과 주류업을 같이 신고했으니…… 법적으로 레스토랑도 운영이 가능하긴 해. 세금은 잘 내고 있나?”
“그럼요! 성실히 납부하고 있습니다. 탈세는 군단장의 침공보다 더 위험한 일이니까요.”
서류철을 꺼내든 스칼렛이 그것을 로델린에게 건넸다.
슬쩍 보니, 세금을 납부하고 받은 영수증이 가득 들어 있었다.
“흐, 흐음…… 성실하게 납부했군. 잠시 주방을 둘러봐도 되겠지?”
“헤헤, 얼마든지 보셔도 됩니다.”
주방으로 들어간 로델린.
잠시 후 돌아온 그녀가 스칼렛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상 없군. 청소도 완벽하고, 재료 관리도 깔끔해.”
“레스토랑이니 당연하죠. 자, 다들 앉으시죠. 곧 애피타이저를 내오겠습니다.”
스칼렛이 주방 안쪽으로 사라지자, 로델린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수상할 정도로 완벽한 곳이야. 이런 술집은 대부분 위생이 엉망이거든. 세금 납부 영수증도 기다렸다는 듯이 주고 말이지.”
“후후, 확실히…… 수상쩍은 곳이군요.”
“그렇다네. 너무 완벽해서 도리어 수상해. 잠시 지켜봐야겠군.”
채광이 잘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식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4인 테이블.
루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 옆자리를 차지했고, 로델린은 내 앞에 자리 잡았다. 나와 마주 보는 자리다.
그리고 대각선 방향에는 자연히 레제가…… 존재하지 않았다.
“……?”
레제가 자리한 곳은 루나의 옆이었다.
내가 루나의 옆자리에 있는데 어떻게 또 옆에 앉을 수 있냐고?
나는 루나의 오른편, 그리고 레제는 루나의 왼편에 자리 잡았다.
그렇다. 의자에 앉지 않고, 왼쪽 바닥에 앉은 거다.
상자 속에 들어가 있으니 맨바닥은 아니지만, 아무튼.
4인 테이블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깨부수는 비범함이란, 모두의 입을 다물게 만들기 충분했다.
로델린이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이내 멈췄다. 그러더니 내게 눈짓을 했다.
‘나보고 해결하라는 거군.’
떠넘긴 게 아니라 내게 맡긴 거다.
로델린은 레제의 성격을 바꿔 주기 위해 혹독하게 굴리다 도망치게 만든 전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귀찮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나서서 멋지게 해결하는 수밖에.
어차피 오늘은 나에 대한 로델린의 호감도를 올리는 작업을 하는 날.
이것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후후, 레제 양? 거기서 뭐 하십니까?”
“저, 저는 여기서 먹을 거예요오…….”
“어째서죠? 저기 자리가 남지 않았습니까. 루나 양의 옆자리에 앉고 싶으신 거라면 제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그,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에요. 앞자리도 충분히 가까우니까요.”
“그럼 거기 계신 이유는 뭐죠?”
“그, 그야…….”
그야?
“스, 습격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습격이라. 그렇군.
이 험난한 세상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하지만.
“후후, 여기는 레스토랑입니다. 습격 같은 걸 당할 수가 없는 곳이죠. 애초에 손님도 저희뿐이고요.”
“스, 습격은 언제든 이, 일어날 수 있어요.”
“습격이 일어나도 괜찮을 겁니다. 든든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지 않습니까? 선배님도 계시고요.”
“그, 그렇네요.”
우리의 면면을 쓱 훑던 레제.
그녀가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그, 그래도 여기 있을래요. 조, 좁은 곳이 좋아서요.”
응, 그렇구나. 계속 거기 있겠다고? 그럼 어쩔 수 없네.
끌어내는 수밖에.
“후후, 이리 나오십시오. 겁내지 마시고요.”
“히, 히이익!”
레제가 양팔을 휘저으며 반항하기 시작했다.
요새 훈련을 해서 그런 걸까. 반격이 제법 매섭다.
‘하지만 훈련을 한 건 나도 마찬가지지.’
열흘 동안 루시아와 함께 한 지옥의 대련.
그 덕분일까. 마구 휘젓는 팔 사이로 빈틈을 찾아낼 수 있었다.
‘빈틈의 실!’
내 양손이 레제의 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레제의 양쪽 볼을 잡고 옆으로 살짝 잡아당겼다.
“아, 아으으…….”
오, 쭉쭉 늘어난다.
어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햇빛을 못 봐서 그런 건지.
귀여운 볼따구가 양쪽으로 쭉쭉 늘어났다.
‘곧 상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레제의 볼을 이리저리 늘리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양손을 뻗더니, 내 양쪽 뺨을 단단히 붙들었다.
그 누군가는 당연히…….
“음? 루나 양?”
“누가 내 친구 괴롭히래?”
“후후, 괴롭힌 적 없습니다. 행동 교정을 위한 처치술이랄까요.”
“호오, 그렇구나. 행동 교정을 위한 처치술이라.”
루나가 눈을 빛냈다.
“그럼 너도 처치술 좀 당해 봐.”
쫘아악-!
끔찍한 고통이 내 양쪽 뺨에 가해지며.
내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 * *
바쁘게 음식을 조리하는 와중에도 스칼렛의 눈은 홀에 고정되어 있었다.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카론 님이 언급하신 귀여운 아이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
시끌벅적한 테이블.
스칼렛의 눈이 재빠르게 그들을 훑었다.
동작 하나하나에서 기품이 느껴지고, 군인 같은 말투를 쓰는 여자아이 하나.
얻어맞고 있는 실눈의 남자아이 하나.
괄괄하고 폭력적인 트윈테일의 여자아이 하나.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우왕좌왕하는, 눈앞을 긴 앞머리로 가리고 있는 여자아이 하나.
‘그렇군. 저 아이가 바로 카론 님이 잘 챙기라고 하신 아이로군.’
여자아이의 숫자가 무려 셋이다.
하지만 스칼렛은 카론이 말한 아이가 누구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훗훗, 하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지. 나는 우수한 시궁쥐니까.’
물론 다른 아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 트윈테일의 왈가닥은 절대로 아닐 거다.
귀엽고, 매력적이고, 인기가 많은 아이.
저런 폭력적인 아이가 그런 아이일 리 없으니까 말이다.
가장 시급한 일은 끝났다. 이제 남은 일은.
‘5성급 레스토랑에 비견되는 요리 제공, 그리고 저 남자아이에게서 정보를 알아내는 것.’
스칼렛의 손이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 * *
“애피타이저 나왔습니다! 전채 요리가 나올 때까지 즐겨 주십시오!”
푸딩처럼 생긴 무언가가 우리 앞에 놓였다.
“음, 상큼한 게 입맛이 도는군. 솜씨가 제법이야.”
“확실히……! 원래 가던 곳보다 훨씬 맛있는데요?”
로델린과 루나의 말대로였다.
누렁이 입맛인 내가 먹기에도 맛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한 점이라면.
‘레제의 앞에 놓인 게 조금 더 좋다는 거?’
때깔부터 신선도, 심지어 크기까지 더 크다. 그것도 두 배나.
“너, 너무 많아요오…….”
“우리 레제는 위가 너무 작다니깐. 뭐, 코스 요리니 배는 최대한 비우는 게 좋긴 하지. 나눠 먹자.”
레제가 남긴 푸딩을 우리가 조금씩 나누기 시작했다.
내가 레제가 남긴 푸딩을 접시 위로 가져왔을 때였다.
푸욱!
어디선가 날아온 나이프가 내 푸딩 위에 박혔다.
고개를 돌려보니, 주방 쪽에 있는 스칼렛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아까 내가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습격을 당할 일이 없다고 말했던가?
취소다.
이곳은 사냥터였다. 카론의 시궁쥐가…….
나를 사냥하기 위한 사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