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49)
제149화
149화. 비기는 일류지만 검술은 삼류예요오옷!(10)
“두 번째 전채요리인 흰살생선 갈릭 버터구이입니다. 옆에 있는 특제 브로콜리 소스에 찍어 드시면 아주 맛있으실 겁니다.”
“흠흠, 고맙네.”
로델린이 애써 점잖게 말했다. 루시아의 품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머리칼이 이리저리 뻗친 상태였다.
평소 완벽한 차림새를 자랑하는 로델린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엄청난 일이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루시아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
로델린의 완벽함을 무너뜨릴 수 있는 인물은 흔치 않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요리가 나오자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뭐야. 이거 왜 맛있냐? 촌구석에 있는 레스토랑이 이 정도 맛을 내다니…… 급식을 너무 오랫동안 먹어서 혀가 망가졌나?”
로델린이 그런 루시아를 살짝 째려봤다.
언행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루시아의 등장이 영 달갑지 않다는 태도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루시아는 구원자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이제야 좀 여유롭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군.’
겉으로 보기에는 허당 그 자체지만, 저래 봬도 영웅이라 불리는 루시아다.
그 눈을 속이고 나에게 무기를 던지는 건 불가능한 일.
‘그뿐만이 아니야. 괜한 오해를 샀다간 당장 목이 날아가도 할 말이 없겠지.’
생선에 가시를 숨겨 놓는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스칼렛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얌전히 요리를 갖다 바치는 것.
그것 하나뿐일 거다.
‘문제라면…… 루시아 때문에 더 이상 머리싸움이 불가능해졌다는 건데.’
카론이 날 이곳으로 보낸 이유. 스칼렛을 만나게 한 이유.
그리고 루나가 아닌, 레제에게 잘해주는 이유.
조금씩 스칼렛을 자극하며 힌트를 얻으려 했지만, 루시아의 등장으로 인해 판이 완전히 망가지고 말았다.
‘뭐,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지만.’
판이 망가진 건 카론 쪽 또한 마찬가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열심히 먹는 일뿐이다.
뭐, 스칼렛은 온몸이 부서지라 요리를 만드는 중이니 내 쪽이 훨씬 낫긴 했다.
그렇게 천천히 생선의 부드러운 살을 음미하던 때였다.
“델린아, 아~.”
루시아가 큼직한 생선 한 점을 포크로 찍더니, 그것을 로델린을 향해 내밀었다.
“……저에게도 손은 있습니다. 그것도 두 개나.”
“아아……. 아카데미에 오기 전의 델린이는 이렇지 않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이 언니는 참 슬프단다.”
“대, 대체 언제 적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열두 살 때 이후로 그런 적 없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열두 살 이전까지는 루시아가 주는 걸 받아먹었다는 거구나?
그 모습을 살짝 상상했다.
의자에 다소곳이 앉은 채 주는 음식을 꼬박꼬박 받아먹는 로델린이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모습이다.
“제로 군! 자네에게 벌점 1점을 부여하겠네!”
“후후, 어째서죠?”
“불건전한 망상을 한 죄일세.”
불건전한 망상이라…….
음식을 먹여 주고, 그걸 받아먹는 모습이 왜 불건전한 망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 이왕 벌점을 받은 김에 망상을 계속해야겠군요. 더 이상 손해 볼 게 없으니 말입니다.”
“그, 그게 무슨! 그만두지 못하겠나!”
벌떡 일어나며 나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일까. 로델린이 일어나기 위해 식탁에 손을 짚었다. 하지만.
꾸우욱-.
로델린은 일어나지 못했다. 아니, 일어날 수 없었다.
루시아가 한쪽 손으로 로델린의 어깨를 꾹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윽! 이게 무슨……!”
“델린아, 이러다 언니 손 떨어지겠다.”
루시아의 반대쪽 손에는 여전히 포크가 쥐어져 있었다.
그녀가 그것을 로델린의 입 앞쪽에 가져다 댔다.
“……제가 안 먹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싫다는 거니? 델린이가 계속 거부한다면 아카데미에 이것저것 큰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네? 예를 들면…… 훈련장의 보수공사라든가?”
루시아가 생긋 웃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무시무시했다.
훈련장은 마법진을 바탕으로 한 고서클의 마법이 걸려 있는 곳.
그렇다. 웬만한 일로는 부서지기는커녕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루시아의 힘이면 얼마든지 부술 수 있다.
‘루시아가 나를 벽에 처박았을 때만 해도 그래. 두 개의 구멍이 생겼지. 아직도 고치지 못한 상황이고.’
망가진 훈련장을 본 로델린의 표정이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런 표정이었다.
루시아가 사비로 수리하겠다며 약조했지만, 그것도 두 달 뒤에나 수리가 가능하다는 마법 협회의 연락을 받았다.
그러니 로델린이 기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아~ 이번엔 아예 부숴버릴지도 모르겠네. 요즘 힘 조절이 잘 안돼서 말이야.”
“그, 그런……! 큰언니는 군인으로서의 자각이 없는 겁니까!”
“군인으로서 사랑하는 동생을 챙기고 있잖니? 네가 입만 벌리면 끝나는 일인데.”
“……딱 한 번뿐입니다.”
로델린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루시아가 내민 포크를 물었다.
우리가 보고 있었기 때문일까.
로델린의 얼굴이 살짝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어쩜! 우리 델린이는 먹는 것도 어찌 이리 귀여울까? 어때? 언니가 주니까 더 맛있지?”
“……제 접시 위에 있는 거랑 똑같은 맛입니다만.”
“너무해! 이 언니의 사랑이 듬뿍 담겼는데 같을 리가 없잖아. 자, 다시 한번 먹고 제대로 느껴봐!”
로델린의 표정이 말 그대로 썩어들어갔다.
‘더 맛있어요!’라고 하지 않으면 무한히 반복될 지옥의 굴레라는 걸 깨달은 거다.
루시아가 내민 포크를 다시 문 로델린.
한참을 음미하던 로델린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와, 정, 말, 맛, 있, 네, 요, 놀, 라, 워, 라.”
……대체 뭘까. 저 딱딱한 찬사는.
로봇도 저것보단 부드럽게 말할 거다.
하지만 루시아는 이 정도로도 만족한 듯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이 언니의 사랑이 듬뿍 담겼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네, 정, 말, 그, 렇, 습, 니, 다.”
“델린아! 이제야 이 언니의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여웠던 것일까.
루시아가 로델린을 와락 끌어안았다.
“쿨럭, 쿨럭!”
그런데 반응은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의문의 여자.
정체불명의 여자가 또다시 코피를 터트린 거다.
“……불건전 퇴치 펀치!”
로델린의 주먹에 의해 또다시 날아가는 루시아.
동시에 나는 볼 수 있었다.
로델린의 스킬창에 새롭게 생긴.
[불건전 퇴치 펀치F]라는 스킬을.* * *
잠시 후. 한 끼의 훌륭한 식사를 마친 뒤, 디저트를 즐기고 있을 무렵.
“흠흠, 조금 전 훈련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떤가. 훈련은 잘되어 가나?”
로델린의 물음. 그에 루나가 즉각 대답했다.
“예, 루시아 님 덕분에 많은 걸 배우는 중이에요.”
“그렇군.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하게. 내가 대신 가르쳐줄 터이니.”
루나가 감사하다는 대답을 채 하기도 전, 루시아가 끼어들었다.
“델린아,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네 가르침은 이 아이들한테 전혀 도움이 안 되거든?”
“어째서죠?”
“네가 하는 훈련은 나보다 더 구식이니까. 요즘 세상에 폭포 수련이 뭐니, 폭포 수련이…….”
“폭포 수련이 뭐 어떻단 말입니까. 몸과 마음을 동시에 깨끗이 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수련법인데.”
“……우리 가문에서 그런 훈련을 하는 건 너랑 아버님뿐이라는 걸 알고 있니?”
“가주님께서도 하실 정도로 훌륭한 수련법이지 않습니까. 본받으시죠.”
“……하여튼 우리 델린이는 가끔 보면 나보다 더 꼰대 같다니깐?”
불과 열여섯 살의 나이에 꼰대라는 말은 참을 수 없었던 것일까.
로델린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애초에 잘 가르치고 있긴 한 겁니까? 매트리스 위에서 잠만 자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되는군요.”
“성실히 하고 있으니 걱정 마렴.”
“쯧, 평소 행실 때문에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흥! 얘네들이 증명해 줄 거야. 내가 요즘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
“제로 군, 이 말이 사실인가?”
로델린의 눈빛에 간절함이 살짝 깃들었다. 꼬투리를 잡고야 말겠다는 간절함.
루시아의 말대로, 그녀가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나와 거래를 한 대가인데다가…….
‘여전히 훈련 시간의 절반 정도는 잠을 자는 건 사실이니까.’
그러니 로델린의 편을 살짝 들어줘도 문제 될 건 없을 거다.
“후후, 글쎄요? 그런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군요.”
“너, 너 이 자식! 똑바로 말 안 해!?”
“학생에 대한 위협은 구금 사유입니다!”
“델린아! 네가 어떻게 언니한테 그럴 수가 있어!”
또 한바탕 폭풍이 불어닥쳤다.
루시아가 로델린을 끌어안고, 루나가 내 목을 꺾고, 레제는 상자 속으로 몸을 숨기고, 정체불명의 여자는 코피를 쏟고.
주방에 있는 스칼렛은 왠지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잠시 후,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들어갔을 때였다.
“아무튼 훈련은 잘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이 영웅 루시아 님이 직접 가르치고 있으니까.”
“예, 살이 쪄서 영웅 루시아인지 돼지 루시아인지 아무도 몰라보겠지만 말입니다.”
“살이라니! 이건 뺄 수 없는 살이거든? 여자로서 어쩔 수 없는 부위라고!”
“그래요? 그럼 이건 뭡니까?”
로델린이 루시아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로 제법 두툼한 살이 튀어 올라왔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살입니까?”
“흥! 델린아,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남자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군살이라고. 너처럼 온몸이 근육이면 인기 없을걸?”
“뭐, 뭐라고요!? 군인이 남자에게 매력적인 몸을 만들어서 뭐 한단 말입니까?”
“쿨럭, 쿨럭! 요즘은 슬랜더가 대세…….”
맨 마지막 말은 뒤쪽에서 들려왔다.
뒤를 돌아봤지만, 그곳에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여자만이 있을 뿐이다.
‘잘못 들었나?’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자매의 싸움을 관전했다.
“이게 다 델린이 널 위해서거든? 너 그러다 결혼 못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저보다는 본인 걱정을 하는 게 먼저 아닐까 싶군요. 외적인 매력도 중요하지만, 내적인 매력을 먼저 가꾸는 걸 추천드립니다만.”
“너, 너너너 언니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 성격이 뭐 어때서? 나처럼 유순한 스타일이 엄청 매력적이거든?”
“크흠, 크흠! 그, 그래도 역시 귀여운 게 최고지!”
……대체 뭘까. 마지막에 끼는 저 지방 방송은.
뒤를 돌아봤지만, 검은 로브의 여자는 모른 척 디저트를 음미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이이이……! 좋아! 물어보면 되겠네. 마침 여기 남자애가 하나 있으니까!”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으실 텐데 말입니다.”
“델린이 너야말로 충격받지 마! 오늘이야말로 이 언니의 위엄을 보여 줄 테니!”
“좋습니다. 제로 군! 선택하게! 누가 더 매력적인가?”
나를 바라보는 루시아와 로델린의 눈이 이글이글 불탄다.
누가 더 매력적인 여자인지 묻는다니.
루시아는 몰라도, 평상시 로델린이 할 법한 질문은 아니다.
‘둘 다 분노에 사로잡혀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하고 있네. 잠깐, 이거 설마…….’
분기점인가?
애초에 이상했었다. 훈련 대신 마을에 방문, 레스토랑에서 호감도를 올리는 작업을 하는 일종의 휴식 선택지.
휴식 타임의 일종인데, 느닷없이 루시아가 등장하다니.
‘히든 피스가 발동한 거야.’
어쩌면 지금의 선택이 이후의 스토리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이득을 보려면 루시아를 선택하는 게 맞겠지만…….’
주인공인 로델린을 선택해도 그에 못지않은 변화를 줄 거다.
후반부에 진행되는 ‘로델린의 구원’은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지금 이 선택으로 인해 변화가 생긴다면?
무조건 로델린을 선택하는 게 맞다.
로델린이 매력적이라고 말하려던 때였다.
“크흠, 크흠! 자고로 사랑은 한 명만 바라보는 진실한 마음이 가장 중요…… 쿨럭, 쿨럭!”
기침 소리로 위장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여자. 진짜 이상한 여자다.
‘루나를 말하는 건가?’
어라?
그 순간 깨달았다. 선택지는.
‘루시아와 로델린 뿐만이 아니야?’
그렇다. 루나도 선택지 중 하나였다.
촤라라라락-.
머릿속에 퍼즐이 펼쳐졌다. 이들에 대한 과거,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퍼즐의 조각들.
퍼즐이 얼기설기 모여 한 폭의 그림을 완성했다.
그림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완성품.
하지만 이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충분하다.
“후후…….”
루시아와 로델린, 루나, 레제, 스칼렛, 그리고 의문의 여자까지.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모였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사람은 바로…….
“역시 우리 레제 양이 제일 매력적이지요.”
쿠우웅!!
뒤쪽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여자가 테이블에 머리를 박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