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5)
제15화
15화. 제발 친구가 되어 주세요(1)
“후후, 아주 훌륭하군요.”
거울 앞에 선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교복이라는 이름을 빙자한 제복.
팔목과 주요 포인트마다 수놓인 황금빛 실은 교복의 맵시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 주었다.
핏도 완벽했다.
내 체형에 맞춰 만들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게 다 공짜라니. 역시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라 이건가?’
내가 입학한 앤우드 아카데미.
이곳에서 지원받은 건 교복뿐만이 아니었다.
밥도 무료, 교재도 무료, 심지어는 기숙사까지도.
모두 공짜였다.
‘첫날부터 잘 곳을 마련해 줘서 참 다행이었지.’
약 8평 정도로 추정되는 1인 1실 기숙사.
앞으로는 일어날 때마다 앤우드 아카데미 쪽으로 감사의 절을 세 번씩 올릴 생각이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나.’
입학시험 이후로 일주일이라는 제법 긴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기숙사를 배정받자마자 곯아떨어졌다.
빙의 첫날부터 상황 파악, 1, 2, 3차 시험에 이어 비밀 시험과 필기시험까지.
빙의 초보자에겐 너무 다사다난했던 하루였다.
“후후후, 오늘의 아침 식사는 뭘까요? 기대되는군요.”
앤우드 아카데미의 주방장들은 모두 일류.
일주일 동안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식당에 들른 나다.
수업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식당을 향해 느긋한 발걸음을 놀렸다.
물론 일주일 동안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쉬면서 히든 피스와 보스 몬스터의 공략법, 에피소드마다 일어나는 주요 사건을 정리.
앞으로 영입하면 좋은 멤버 리스트와 효율적으로 강해질 수 있는 루트까지.
‘한글로 적어 놨으니 누군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겠지.’
보안까지 완벽하다는 뜻이다.
정보창을 켜서 현재 상태를 점검했다.
[제로]Lv : 11
힘 : 20
민첩 : 20
지능 : 20
체력 : 20
마력 : 20
잠재력 : 0
보유 pt : 10
보유 스킬 : [번역S], [통역S], [정신방어S], [정보창S], [오그라드는 말투S], [포식S], [상점창S], [청소S], [불길한 기운B], [눈 뜨기F], [초재생F]
보유 칭호 : 없음
첫 번째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받은 보상은 다음과 같다.
2레벨 업과 10골드, 그리고 [상점창S] 스킬.
[상점창]이라는 스킬은 고인물인 나도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확인 결과, 놀랍게도 그곳에서 파는 건…….
‘스탯 포인트 하나뿐이었지.’
100골드를 지불할 시 1스탯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특수 상점.
퀘스트를 깰 때 보상으로 주어지는 골드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이 세계의 돈으로도 스탯 포인트를 구매할 수 있어 보였다.
‘확실해.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받은 골드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으니까.’
아카데미 분수 광장에 있는 노점상.
그곳에서 신문을 사고 9실버 8쿠퍼를 거슬러 받았다.
10쿠퍼는 1실버, 그리고 10실버는 1골드.
즉, 100쿠퍼가 1골드라는 뜻이다.
문제는 신문의 가격이 겨우 2쿠퍼라는 거다.
‘물가가 싸기도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1골드의 가치가 굉장히 높다는 것.’
그런데 그런 100골드를 쓰고 얻을 수 있는 게 고작 1스탯이라니?
말도 안 될 정도로 비효율적인 상점이다.
그렇다. 남들이 보기에 [상점창] 스킬은 쓰레기 스킬.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개사기 스킬이야.’
난 애초에 대부분의 스탯 포인트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바로 스탯창의 히든 피스인 ‘잠재력’ 스탯.
게임 속 캐릭터들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스탯 포인트가 자동으로 분배되며, 잠재력이 100단위를 달성할 때마다 특수 스킬이 잠금 해제되는 식이다.
하지만 커스텀으로 만든 캐릭터는 다르다.
스탯 포인트를 원하는 대로 올릴 수 있다.
그러던 와중 발견된 게 바로 잠재력 스탯의 히든 피스다.
잠재력 스탯에 100pt를 투자할 때마다 스킬이 ‘랜덤’으로 하나 주어진다. 심지어.
‘S등급으로 주어지지.’
이 게임에서 S등급은 최고 숙련도를 의미. 그야말로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내가 가진 [정신방어] 스킬을 봐라.
9서클 대마법사인 엘레스터의 환상 마법조차 막지 않던가.
‘그런데 그와 동급인 S등급 스킬을 준다?’
사기 사기 개사기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물론, 스킬을 ‘랜덤’으로 준다는 게 문제긴 했지만, 나쁜 스킬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만약 하늘 가르기나 절대 방어 같은 게 나와 준다면…….’
최종 보스 전까지는 날로 먹을 수 있다.
‘고인물들은 이 걸 잠재력 도박이라고 부르기도 했지.’
아무튼, 이 잠재력 도박을 반복하다 보면 그 어떤 똥캐도 1인분 이상을 하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고인물인 나도 선호했던 플레이다.
최종 보스가 목표였으니까.
“…….”
아, 그런데 왜 남은 보유 pt가 10뿐이냐고?
잠재력 도박을 했기 때문이다.
메인 퀘스트 보상으로 2레벨이 더 올라 11레벨을 달성했고, 100pt를 모으게 됐으니까.
레벨 업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오른 잠재력 스탯은 10. 거기에 90pt를 투자해서 잠재력 도박을 했다.
그럼 잠재력 도박으로 나온 스킬은 어디 있냐고?
저 아래에 있지 않은가.
[청소 : S]깨끗하게 쓸고 닦습니다. 쓱싹쓱싹.
……그렇다. 저게 바로 내가 100pt를 소모해서 얻은 스킬.
[청소]되시겠다.청소. 청소라…….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물론, 헛웃음이다.
어떤 의미로는 [눈 뜨기]보다 더 악랄한 스킬이었다.
‘10레벨분의 스탯 포인트를 날리고 얻은 게 청소라니…… 미치겠다, 정말.’
애초에 잠재력 스탯을 이용한 히든 피스는 고인물 전용이긴 했다.
개사기 스킬을 얻어서 마지막 최종 보스를 공략하기 위한.
「아카데미의 영웅」계의 리세마라라고나 할까?
‘재시작 마렵네.’
하지만 그건 게임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뿐이다. 지금 이건 현실.
재시작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누가 나 좀 구해 줘!!’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상점창] 스킬을 얻었다는 거?
돈만 있으면 잠재력 도박을 할 수 있다는 거니까.
돈을 어디서 버느냐가 문제지만, 일단 뭐라도 방법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후후, 우선 눈앞의 위기부터 타개해 볼까요?”
지금은 배고픔 해결이 우선.
식당 한편에 자리 잡고 막 한술 뜬 때였다.
눈앞에 푸른 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2]-친구를 만들어라!
친구를 세 명 만드세요. 상대가 당신을 진심으로 친구라고 생각해야 클리어.
친구를 만드세요(0/3).
보상 : 100exp, 10골드, [아공간S] 스킬
페널티 : 모든 스탯 3 감소
친구를 세 명 사귀라고?
얼핏 보면 쉬운 퀘스트.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내 외형의 특징인 실눈, [오그라드는 말투], [불길한 기운] 스킬.
여기에 대륙의 대표적인 범죄자 상으로 꼽히는 외모까지.
말만 걸면 도망가는 애들이 태반인데 친구를 사귈 수 있을 리가 없다.
평소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한 10배는 더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후후, 해 볼 만하군요.”
이래 봬도 한국에서 인싸 중의 인싸로 불린 나다.
고작 10배의 페널티로는 막을 수 없을 거다.
게다가 이미 노예…… 아, 아니, 친구 한 명을 만들어 놓은 상태이지 않은가?
두 번째 퀘스트는 생각보다 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 것 같다.
“뭐야, 살아 있었네?”
때마침 루나가 쟁반에 먹을 것을 담아 오더니, 내 앞에 앉았다.
제복 스타일의 옷과 치마가 퍽 잘 어울린다.
일주일 만에 보는 루나는 오늘도 귀여웠다.
내 퀘스트의 제물(?)이 될 아이라서 그런가?
“루나 양.”
“왜.”
“후후, 우린 친구죠?”
“……뭔 개소리야? 아오, 밥맛 떨어져.”
루나가 쟁반을 들더니 저 멀리 구석으로 가서 앉았다.
나는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이 퀘스트.
평생 깨지 못할지도.
* * *
아침부터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모든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첫날부터 수업 일색이었지만, 불만을 품는 아이는 없었다.
이 정도의 인내심도 갖지 못한 아이는 1차 시험에서 걸러 냈을 테니까.
‘흠, 적당히 들을 만하네.’
대한민국 명문대 출신.
바늘구멍이라는 대기업 문조차 한 번에 뚫었으며, 그 와중에 전문직 시험과 승진 시험도 한 번에 통과한 나다.
심지어 재테크에도 재능이 있었다.
‘고인물 생활도 여유가 있으니까 가능한 거지.’
최종 보스를 잡고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현실에 이뤄 놓은 게 많았으니까.
‘고인물 카페에 자랑도 해야 하고.’
아무튼, 기초 지식이 필요한 학문 외에는 대체로 들을 만한 수업이었다.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폈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우수반.
루나와 레이몬 외 대다수의 주조연이 이곳에 있었다.
물론, 그들과 친해질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1파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줘야 하니까.
‘문제는 내가 맡을 2파티의 구성인데…….’
그냥 주조연을 제외하고 뽑으면 되지 않나?
……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캐릭터는 제외해야 하며, 귀족 파벌에 속한 이들은 함부로 빼 올 수도 없었다.
‘자신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애들을 빼 오면…… 모두 몰려들어 몰매를 때릴 테니까.’
「아카데미의 영웅」의 초반 무대는 아카데미.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귀족들 간의 파벌이 이곳, 아카데미에도 유효하지.’
제국에 있는 귀족의 파벌.
그들의 자제들도 그대로 편을 이뤄 이곳에서 싸운다는 소리다.
물론 그들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지만, 애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 될 때도 있다.
‘평민이나 천민 출신으로 게임을 하면, 시비를 거는 놈들도 많았지.’
좋은 귀족도 있지만, 비율이 1 대 9 정도로 적다고나 할까.
아무튼, 가뜩이나 패싸움하기 바쁜 애들인데 그중에서 하나를 빼 온다?
악마로 몰려 화형당하기 딱 좋았다.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이상.”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 교실이 시끄러워졌다.
가끔씩 나를 쳐다보는 아이도 있었지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불길한 기운]과 대륙의 범죄자와 비슷한 인상이 만들어 낸 시너지.곤란했다. 나는 친구를 만들어야 했으니까.
‘퀘스트도 퀘스트지만…… 그래야 보스 몬스터를 잡지.’
친구니까 몸빵으로 쓰고.
친구니까 검으로 쓰고.
친구니까 목숨도 대신(?) 쓰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친구 사이란 말인가.
그런데 아무도 나의 친구가 되어 주지 않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 내 시야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레이몬이다.
3차 시험 때 싸웠던 아이이자, 1파티의 멤버가 되는 캐릭터 중 하나.
귀여운 외모와 소심한 성격 때문인지 그에게 말을 거는 아이는 많았다.
“뭐,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지만 순수악이라는 특성 때문일까.
그와 대화를 나눈 아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파들파들 떨며 자리를 떴다.
과연 ‘느그 레이몬’이라고 불릴 만한 캐릭터로군.
고인물 유저들 사이에서는 패드립 대용으로 쓰이던 욕설.
눈앞에서 보니, 과연 그렇게 불릴 만했다.
‘1파티 멤버긴 하지만…… 퀘스트 깨기용 친구는 괜찮지 않을까?’
바로 친구가 되어 주진 않겠지만, 조금 작업은 쳐 놔야겠다.
나름 친하게 지낸 루나만 해도 친구가 되기 힘든데, 다른 이들은 그보다 더할 테니까.
“누가 예쁘게 생긴 30대 아줌마라는 거야!”
또 한 명의 여자아이가 씩씩거리며 레이몬의 곁을 떠났다.
……음. 그냥 이 퀘스트 포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