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50)
제150화
150화. 비기는 일류지만 검술은 삼류예요오옷!(11)
“……내가 잘못 들었나? 왜 선택지에 없는 애가 등장하나 모르겠네.”
루시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뗐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여기 있는 사람 중 가장 매력적인 사람을 꼽는 거 아니었습니까?”
쿵!
“아, 아니, 뭐…… 그런 걸 정해두지 않긴 했는데…….”
“그럼 레제 양을 선택해도 문제는 없겠군요?”
쿵!
“……진짜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묻는 루시아.
그런 루시아를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진심이라는 말을 대변한 행동. 그러자.
쿵! 쿵! 쿵!
정체불명의 여자가 계속해서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진짜 미친 여자다.
하지만 이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자들도 그에 못지않았다.
“히, 히이이이익! 저, 저는 맛이 없어요오! 자, 잡아먹으면 안 돼요오!”
그렇게 외친 레제가 상자 속으로 몸을 감췄다.
매력적이라고 말한 게 어째서 잡아먹는 게 되는 걸까.
초식 동물의 생각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나였다. 애초에 이해하려고 하는 게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이,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들한테 내 매력이 밀린다니……. 역시 나이는 이길 수 없는 건가? 귀엽고 어린 게 최고인 걸까…….”
중얼중얼.
루시아는 깊은 좌절에 빠졌고.
“…….”
로델린은 말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내 고개가 절로 꺾이며 그 시선을 피했다. 그만큼 매서운 눈빛이었다.
도주, 좌절, 말없이 노려보기까지.
미친 사람으로 가득한 테이블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미친 사람은 바로…….
“감히 내 친구를 노리다니…… 네가 간땡이가 부어도 한참 부었구나? 어디 한번 확인해 보자.”
친구에 미친 아이, 루나였다.
몸속에 있는 간땡이를 어떻게 확인한다는 걸까?
묻고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루나가 식사용 나이프를 정성스레 닦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내 간이 적출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는 레제를 선택하는 게 베스트였으니까.
루시아, 로델린, 루나, 그리고 레제.
이 중에서 내가 레제를 선택한 이유. 그건 바로…….
‘너무 가까워지면 안 되니까.’
그렇다. 이게 바로 내가 레제를 선택한 이유였다.
스토리의 중추를 담당하는 캐릭터들과 너무 친해지면 여러모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루시아를 선택했다면…….’
하루에도 수십 번 유모에게 시달리는 루시아다.
-어서 빨리 결혼하셔야지요. 여자로서의 매력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중이신데.
-후후, 유모. 내 매력은 여전하다고. 오늘 제로가 내가 가장 매력적인 여자라고 말했단 말이야. 내 매력이 넘친다는 소리지. 어린아이들조차 내게서 눈을 못 뗄 정도로.
-호오…… 그렇단 말이죠.
루시아는 오늘 있었던 일을 유모에게 자랑하듯 이야기할 것이고, 내게도 마음이 있다고 판단한 유모가 나를 납치.
결혼 스토리로 연계되며 강제로 아카데미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뭐? 너무 망상이 심한 거 아니냐고?
‘그 유모를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자연스럽게 루시아를 최고의 신붓감으로 홍보,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신랑감을 물색하며.
나를 스토킹, 우리가 있는 레스토랑으로 루시아를 유인하기까지.
이런 유모에게 있어 납치는 범죄 축에도 속하지 않을 것이다.
‘루시아는 중후반부에 큰 활약을 하는 인물이야.’
스토리상 루시아가 처치해야 할 고위 악마들만 해도 한 트럭.
그런 루시아가 나와 결혼을 한다면 내 매력에 푹 빠져 날 끌어안고 사느라 악마와의 싸움을 도외시할 거고.
이는 멸망에 한 발 더 가까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거다.
‘하여튼 매력이 너무 넘쳐도 문제라니깐?’
아무튼, 이런 이유로 루시아라는 선택지는 제외.
로델린도 비슷한 이유다.
지금도 상당히 친한 상태인데, 여기서 더 친해졌다간 로델린이 우리 파티에 합류하겠다고 말해도 이상할 게 없다.
주인공인 알렉스와 함께 스토리를 이끄는 캐릭터다.
그런 로델린이 우리 파티에 들어온다면 내가 아는 스토리에 큰 변화가 생기는 건 물론, 1파티 멤버들이 죽어 나자빠질 거다.
1파티에 문제가 생겨 스토리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건, 내가 상정한 미래 중 최악의 상황.
무조건 피해야 한다.
‘로델린의 미래를 바꾸고 싶긴 하지만…….’
고작 이 순간 하나만으로 그 미래가 바뀌지는 않을 거다.
로델린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 세계를 포기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로델린도 제외.
애초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루나와 레제. 단 둘뿐이었던 거다.
‘음…… 루나를 선택할 수도 있긴 했지만.’
우리는 친구 사이일 뿐이라며, 항상 자신에게 반하지 말라고 말하는 루나다.
이런 상황에서 루나를 선택하는 건 뭔가 지는(?) 것 같달까.
그래서 레제를 선택한 거다.
선택해도 미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부담 없는 초식 동물을.
응? 만약 이런 조건 하나 없이 단순히 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라면 누굴 고를 거냐고?
그야 당연히…….
쉭-!
그 순간, 날카로운 무언가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이프다. 스칼렛이 던진 나이프.
반사적으로 접시를 들어 올리던 때였다.
덥석!
“……!”
스칼렛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루시아가 나이프를 허공에서 잡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맨손으로.
“서, 설거지를 하다가 그만! 죄송합니다!”
스칼렛은 곧장 허리를 반으로 접었다.
하지만 루시아는 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있는 건…….
“제로, 다시 한번 하자. 저 아이 빼고. 그럼 무조건 나일 거야. 그렇지?”
……내 쪽이었다.
루시아가 내 목에 나이프를 겨눴다.
자신이 매력적인 여자라고 말하지 않으면 당장 찌를 기세다.
두통이 치밀어오른 걸까. 로델린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내려놓으십시오. 추해서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으니까.”
“아니야! 나는…… 나는 아직 지지 않았어!”
루시아가 손에 더욱 힘을 주기 시작했다.
푸른색 기운이 넘실거린다. 오러까지 사용하며 나를 겁박하기 시작한 거다.
로델린이 경을 치기에 충분한 사유였다.
“이런 자리에서 오러를 사용하는 걸로도 모자라 학생을 겁박하다니! 큰언니는 군인으로서의 자각이 없는 겁니까!”
“하지만 델린아…… 군인 이전에 여자로서의 마음이 죽게 생겼다고! 이 언니의 마음이 죽어도 괜찮다는 말이니?”
“그렇게 해서 회복될 마음이라면 이미 글러 먹은 겁니다!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수양에 힘쓰세요!”
“으아아아앙! 델린이 미워! 너만은 내 마음을 알아줄 줄 알았는데!”
루시아가 땅에 드러눕더니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다, 당장 일어나세요! 이게 무슨 추태입니까!”
로델린이 루시아를 일으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루시아를 막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다시 개판이 된 상황.
어쩔 수 없다. 내가 나서는 수밖에.
“후후, 저 때문에 싸우지 마십시오. 아무리 제가 갖고 싶어도 그렇지.”
“그런 의미가 아니야!”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요!”
루시아와 로델린이 내게 소리를 빽 질렀다.
싸우는 아이들을 단번에 규합하는 이 위대함을 봐라.
역시 나다.
상황을 단번에 정리한 나 스스로를 칭찬하던 때였다.
문득, 이상한 점을 하나 깨달았다.
‘음? 그러고 보니 마지막 말은 누구지?’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여자가 내 옆에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너무 흥분한 탓일까. 로브가 살짝 들리며 그 속에 있는 얼굴이 드러났다.
“……유리디아 양?”
“예? 그, 그게 무슨…… 저, 저는 그저 지나가던 시민일 뿐입니다.”
유리디아가 황급히 로브를 눌러썼다.
하지만 모두가 이미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본 상황이었다.
모두의 시선을 견디기는 힘들었던 걸까.
“으아앙! 바람둥이는 최악이에요옷-!”
그렇게 소리친 유리디아가 도망치듯 술집을 나섰다.
진짜 저건.
미친 여자가 분명하다.
* * *
“음,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먼저 일어나도록 하겠네. 약속이 잡혀 있거든.”
로델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도 같이 일어나기로 했다. 식사라는 목적을 달성한 데다가, 강제로 과식을 당한(?) 레제가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나는 풀어야 할 의문이 있지만.’
카론이 나를 이곳에 보낸 이유라거나, 스칼렛이 나를 공격한 이유라거나.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의문인 것.
‘왜 루나가 아닌, 레제한테 잘해주는 거지?’
의문투성이인 한 끼의 식사였다.
바쁜 상황에서도 틈틈이 머리를 굴렸지만, 카론의 의도를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었다.
‘생각하는 것도 지쳤어.’
카론과의 머리싸움에서 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니지.’
내가 갖고 있는 정보. 이걸 이용하면 스칼렛을 요리하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다.
그렇다. 나는 스칼렛의 약점을 이용해 카론의 노림수를 알아낼 생각이었다.
“그럼 나도 간다. 오늘은 훈련도 없으니 푹 자야겠네.”
루시아가 바람처럼 술집을 나섰다.
오는 것도, 그리고 사라지는 것도 참 바람 같은 사람이다.
“후, 후욱…… 후욱.”
“괜찮아? 가다가 소화제 좀 사 가자. 이러다 애 죽겠어.”
레제를 부축하고 있는 루나. 그녀를 향해 말했다.
“후후, 먼저 나가 계십시오.”
“응? 왜?”
“팁을 드리려고 합니다. 서비스가 워낙 좋아서 말이죠.”
나이프를 던져 멀리서 고기도 잘라주고, 포크도 꽂아주고.
팁을 안 줄래야 안 줄 수가 없는 서비스다.
“하긴, 맛있게 잘 먹긴 했지. 그럼 부탁할게. 우리 몫까지 잘 전해주라고.”
오, 팁을 나눠 내겠다는 건가?
루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루나는 레제를 부축하며 출입구 쪽으로 향할 뿐이었다.
응, 그렇구나. 내가 다 내는 거구나?
민망하게 허공을 맴도는 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로델린이 은화 한 개를 내밀었다.
“……오늘 초대해줘서 고마웠다네. 팁에 보태도록 하게.”
평소와 별 다를 바 없는 태도.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쌀쌀함이 가득 담겨 있다는 걸.
‘설마 호감도가 내려간 건가?’
엄청 친해지는 건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멀어지는 것도 좋지 않다.
문제는 로델린이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
이유를 생각하던 중, 로델린이 중얼거렸다.
“뭐, 어쩔 수 없지. 나처럼 딱딱한 인간은 인기가 없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
“예?”
“레제 양이 귀여운 것도 사실이지.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내 머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 1초 만에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곧장 그 결론을 기각했다.
로델린이 할 법한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력적이지 않다는 건 어찌 보면 군인으로서는 최고의 칭찬이지. 그러니까 괜찮다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어…… 그러니까 로델린 얘 지금…….
삐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