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51)
제151화
151화. 비기는 일류지만 검술은 삼류예요오옷!(12)
“흠흠, 방금 같은 경우 내 편을 들어주는 게 맞지 않나? 아, 아니. 물론 제로 군을 탓하는 건 아니네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새침한 태도를 보이는 로델린.
그 모습을 마주한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로델린이란 캐릭터에게 있어 ‘삐진다’는 감정 표현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캐릭터가 아닌데…….’
로델린은 군인을 선망하며, 미래에는 그 꿈을 이뤄 가족들과 함께 변방을 수호하기를 바라는 아이다.
그래서일까. 말투, 행동, 심지어는 마음가짐까지.
군인과 다를 바 없는 태도를 고수하곤 했다.
‘유저들은 그런 로델린을 엄청 귀엽게 봤지.’
생각해 보라. 군인을 꿈꾸는 어린 여자아이가 군인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누구나 귀여워해 줄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그건 유저뿐만 아니라 이쪽 세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귀여워라.
-그 꿈 꼭 이루기를 바랄게.
-하하! 제국의 미래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
모두가 로델린을 귀여워하기 바빴다.
그녀를 한 명의 군인이 아닌, 아카데미 학생이자 어린 여자아이로 보는 거다.
자신의 꿈이 웃음거리로 치부되는 게 분했던 걸까.
여자로서의 매력을 칭찬하면 질색하는 태도를 보이는 건 물론, 감정 표현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게 삐지거나 토라지는 반응이지.’
그런 건 군인에게 어울리는 감정 표현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내게 매력이 없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구시렁구시렁-.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투덜거리다니.
내 입가에 절로 호선이 그어졌다. 그야말로 내가 바라 마지않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니까.’
로델린의 나이대에 걸맞은, 귀엽기 짝이 없는 모습.
그걸 엿보게 되어 기뻤다.
“……왜 그렇게 바라보는 건가?”
로델린이 내 쪽으로 눈을 흘겼다.
자신이 투정을 부리는 중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눈치다.
“후후,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선배님만큼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
“위로는 고맙네만, 거짓말이 너무 티 나서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군. 나 같은 근육 바보가 매력적이라니. 그럴 리가 없지 않나.”
로델린은 모를 거다. 본인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 수십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이 세계에서도 그렇지만, 내가 살던 지구에서는 로델린의 팬클럽 커뮤니티가 따로 존재했을 정도다.
‘나 혼자 남아 게임을 할 때도 그 커뮤니티는 활동 중이었지…….’
로델린을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커뮤니티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커진 상태.
이 사실을 로델린이 알게 된다면 크게 소리칠 거다.
‘변태들의 모임은 벌점 사유다!’라고.
‘뭐, 팬클럽 사람들은 제발 벌점을 달라며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겠지만.’
그 모습을 상상하니 문득 웃음이 흘러나왔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선배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애초에 근육 바보도 아니시지 않습니까.”
“음, 바보라고 부르기에는 내가 좀 똑똑하긴 하지.”
입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1등의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친 적 없는 로델린이니까.
하지만 내가 얘기하는 건 ‘바보’ 쪽이 아니다.
“근육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근육만 존재하시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본디 사람이라면 몸에 지방이 있을 수밖에 없지. 뭐, 애초에 큰언니의 말에 어폐가 있긴 했군.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니…… 내가 너무 흥분했던 모양이야.”
“후후, 그렇습니다. 뭐, 선배님에게도 루시아 님 못지않게 부드러운 부분이 존재하기도 하고요.”
“음음, 동의하는 바네. 나도 큰언니 못지않은……?”
고개를 끄덕이던 로델린이 내 쪽을 바라봤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그, 그런데 그걸 제로 군이 어떻게 아는가……?”
루시아보다는 못하지만, 로델린 또한 훌륭한(?) 몸매의 소유자다.
내가 그걸 아는 이유?
“후후, 악마의 편린과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아주 격렬했던 전투였죠.”
‘성검의 무덤’에서 지하로 떨어지던 때.
나를 와락 끌어안은 채 부유 마법을 시전하기도 했지만, 악마의 편린과의 전투로 인해 옷 여기저기가 심하게 찢어졌던 로델린이다.
그러니 잘 알 수밖에 없다.
뭐, 게임 설정집에도 키, 몸무게 등. 여러 가지 정보가 적혀 있기도 했고 말이다.
내 칭찬(?)이 너무 훌륭했던 것일까.
로델린이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후후,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보, 보지 마라. 음흉한 시선은 벌점 사유라는 것을 모르는 게냐?”
그냥 바라봤을 뿐인데 음흉한 시선이라고 하다니.
하여튼 이 실눈이 문제다. 눈만 이렇지 않았어도 순수한 눈망울을 보이며 내 결백을 증명할 수 있었을 텐데.
‘뭐, 그래도 이 정도면 호감도가 떨어지지는 않은 것 같네.’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을 때다.
살짝 얼굴을 붉힌 채 양팔로 가슴팍을 가리고 있는 로델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만약, 아까 그 자리에 레제 양이 없었다면…….”
로델린의 귓가에 얼굴을 붙이며 속삭였다.
“로델린, 당신을 선택했을 겁니다.”
시스템도 로델린을 놀리고 싶었던 것일까. ‘선배님’이라는 말이 ‘로델린’으로 자동 치환됐다.
진심 반, 장난 반이 섞인 말.
하지만 로델린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 그그그그그런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다니! 제정신인가!”
“후후, 제 머리는 멀쩡한 데다가, 농담은 더더욱 아닙니다. 선배님의 매력에…….”
얼굴이 터질 정도로 시뻘게진 로델린.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푹 빠졌다는 말이죠.”
“부, 불건전 퇴치 펀치!”
로델린의 주먹이 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이제 막 생긴 F급 스킬이기 때문일까, 당황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루시아와의 지옥 대련으로 생긴 경험 때문일까.
텁!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로델린의 손목을 잡았다.
“……!”
당황한 로델린의 균형이 무너졌고, 땅에 쓰러지는 걸 막기 위해 다른 쪽 팔을 뻗었다.
그러자.
‘어라?’
대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로델린을 껴안는 모양새가 됐다.
아까보다 더 가까워지게 된 거다.
시선과 몸, 그리고.
마음도?
두근-!
착각일까. 로델린의 심장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있던 때.
퍼엉-!
로델린의 머리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으, 으아아아아! 불건전! 불건전한 생각은 벌점 사유다!”
수첩을 꺼낸 로델린이 이름을 적었다.
내 이름이 아닌, 그녀 자신의 이름을.
천하의 로델린이 불건전한 생각을 했단 말인가?
과연 그 불건전한 생각은 무엇일까.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나였다.
“시, 실력이 많이 늘었군. 다음을 기대해도 되겠어.”
“……다음이요?”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을 기대한다는 말인가?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로델린의 얼굴이 또다시 달아올랐다.
“대, 대련! 대련 얘기다! 실력을 많이 키워놓도록! 다음에는 봐주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외친 로델린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루시아나 로델린이나. 참 바람 같은 사람들이다.
끼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는 술집의 문.
그 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강직, 고결, 그리고 희생.
로델린이란 캐릭터를 요약한다면, 저 세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거다.
제국을 수호하는 가문을 그 무엇보다 자랑스러워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아이.
그렇기에 가문이 지은 죄를 자신이 모두 짊어지고 가는.
‘멍청한 아이.’
나는 저 아이와 달리 멍청하지 않다.
로델린 하나를 구하기 위해 내가 가진 것들을, 앞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난 로델린처럼 고결한 사람이 아니니까.
영웅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욕망에 충실한, 고인물 게이머일 뿐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웃게 해주는 것, 그리고 지금처럼 속에 감추고 있는 아이의 마음을 일깨워 주는 것뿐이야.’
부디 이 시간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앞으로 있을 험난한 여정에서 지금의 순간을 추억으로 떠올리며 웃을 수 있기를.
가문의 죄를 홀로 끌어안을 때 조금이나마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나였다.
짝짝짝-!
“이야~ 손님, 보기와 달리 솜씨가 제법이시군요. 어른이 된다면 여자 여럿 울리시겠습니다.”
짧은 기도를 올리던 중 들려온 말. 술집의 주인 스칼렛이었다.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야.’
예기치 못했던 스칼렛의 등장.
하지만 식사를 하는 동안 충분히 생각을 정리해 둔 상태였다.
그렇다. 오늘의 진짜 목적을 이뤄야 할 때다.
“후후,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 맞습니다. 자고로 남자란 거친 맛이 있어야지요.”
“거친 맛이라…… 그래서 그런가 보군요. 거친 삶에 스스로 뛰어드시다니.”
“하하하! 술장사가 거칠긴 하지요. 매일 취객들과 싸워야 하거든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틈을 엿본다.
자신은 무해한 사람이라는 듯, 일반인이라는 듯 연기하며 정보를 빼내는 거다.
역시 쉬운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장사가 힘들긴 하지요. 더욱이 정보로 장사를 하는 자라면 더더욱.”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연기는 그만하라는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시궁쥐 스칼렛?”
순간, 스칼렛의 눈빛이 변했다.
점잖은 상인의 눈빛에서 맹수와도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건방진 놈. 듣긴 했지만 아주 시건방이 넘치는 놈이로구나.”
먼 미래에 대륙을 상대로 장사를 하며 위세를 떨치는 자.
‘만물상’ 스칼렛이 눈을 떴다.
* * *
유리디아가 쓰고 있던 검은 로브를 벗어 던졌다.
도저히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바람둥이! 변태! 말미잘! 진짜 최악의 남자예요!”
루나, 로델린, 루시아를 넘어 이제는 레제까지 노린단 말인가?
문어발도 저런 문어발이 없을 거다.
‘흑…… 루나 양이 불쌍해서 어쩌지…….’
유리디아는 보았다. 눈매 끝에 그렁그렁 맺혀 있던 눈물방울.
애써 눈물을 꾹 참고 있던 게 분명했다.
사실은 몰려오는 식곤증에 하품을 한 거였지만, 유리디아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꾹 참다니…… 저게 바로 순정이란 거겠죠.’
제로를 믿고 있는 거다. 그럴 리가 없다고. 단순한 장난에 불과할 거라고.
그래서 유리디아는 더욱 화가 났다.
‘여자에게 둘러싸인 채 밥을 먹는 걸로도 모자라 레제 양에게 추파까지 던지다니……!’
그것도 눈앞에서 당당히 하지 않았는가.
저런 쓰레기 같은 남자는 당장 버리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루나 양의 사랑은 진짜니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진심으로 조언을 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제로의 행동거지만 교정한다면 해결될 문제니까.
유리디아는 다짐했다.
앞으로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겠다고!
“루나 양, 걱정 마세요! 제가 있으니까요!”
유리디아가 달리기 시작했다. 루나의 팬클럽을 소집해 오늘 있던 일을 알리기 위해서다.
모든 것은.
루나의 사랑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