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52)
제152화
152화. 비기는 일류지만 검술은 삼류예요오옷!(13)
“건방져도 너무 건방지군.”
주방에 있던 스칼렛이 내 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주방을 빠져나왔을 때, 그의 몸은 이전보다 1.2배는 더 커진 상태였다.
허리를 숙이고, 어깨를 좁히고, 목을 내밀고.
평범한 장사꾼으로 위장하기 위한 기술들이자, 눈에 띄지 않기 위한 시궁쥐들의 기본 기술이자 껍데기.
그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진짜 모습을 드러낸 거다.
“어디 한번 계속 건방을 떨어 보아라. 그 건방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졌거든.”
붉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입을 연 스칼렛.
동시에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자세를 취했다.
기세를 잡기 위한 고압적인 태도.
하지만 이런 것에 겁먹을 내가 아니다.
[정신방어] 스킬이 내 정신을 보호해 주고 있기도 하지만.‘카론의 위압감에 비하면 별거 아니거든.’
솔직히 말해 루나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스칼렛의 행동은 단순한 위협이지만, 루나는 진짜로 사람을 물어뜯으니까.
어쩌면 오늘 레스토랑이 개판이라 고기를 많이 못 먹었다며, 그 대신 내 몸을 한입 하려 들지도 모른다.
다가올 미래에 덜덜 떨고 있던 때.
기세를 잡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스칼렛이 입을 열었다.
“내가 시궁쥐라는 건 유추해 내기 쉬웠을 거야. 하지만……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아낸 거냐?”
기본적으로 시궁쥐끼리 이름을 밝히는 건 금기사항이다.
가명을 쓰거나 ‘시금털털한 시궁쥐’ 같은 별명을 사용하곤 하는데, 작전에 들어갈 때는 숫자로 간단하게 지칭하기도 한다.
시궁쥐의 진짜 이름은 카론을 비롯한 관리자급 인원들만이 알고 있는 정보.
그러니 스칼렛이 의문을 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카론이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할 리는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리고 그건 사실이다.
카론은 스칼렛의 이름을 알려 주지 않았다. 아니, 존재 자체를 알려 주지 않았다.
즉, 스칼렛의 이름을 거론한 건 내 실수이며 본의 아니게 핵심을 찔린 상황.
하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후후, 제게 이 정도는 기본입니다. 카론 선생이 알려 주지 않으셨나 보군요.”
“조심하라는 말은 했었지. 그렇다면 네가 독자적으로 입수한 정보라는 건가…… 카론 님 외에 관리자급과도 연이 있다는 거로군. 시궁쥐의 비밀을 팔 정도로 더러운 관계고 말이야.”
나쁘지 않은 추론이다.
스칼렛이 이 정보를 카론에게 넘긴다면 관리자급의 인물들이 고초를 치르겠지만…… 뭐, 내 알 바는 아니니까.
‘애초에 그럴 확률도 낮긴 해.’
관리자급의 시궁쥐는 결코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카론급…… 아니,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으로 특출난 존재들.
내가 아무리 난 놈이라고 해도 그들에게서 시궁쥐의 본명을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카론과 함께한 시간이 있으니, 신뢰 관계 또한 굳건할 터.
그런 존재가 일개 아카데미 학생에게 시궁쥐의 정보를 판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단 시궁쥐인 스칼렛 본인이 멍청하게 본인의 이름을 알려 줘 놓고 그걸 까먹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개연성이 높다.
즉, 스칼렛이 이 정보를 카론에게 제공한다면…….
‘도리어 혼이 나겠지. 네놈은 생각할 줄도 모르냐면서.’
물론 일말의 의심 정도는 할 수 있다.
나는 워낙 수상쩍은 놈인 데다가 카론, 그 자신과도 거래를 하는 몸이니까.
다른 놈들도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고, 협력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의심을 할 거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작은 의심과 찔러보기.
그 정도 선에서 그칠 것이다. 그들이 결백하다는 건 금방 증명될 것이고.
‘본인의 실수를 다른 시궁쥐에게 뒤집어씌운 꼴이 된 스칼렛에 대한 평가는 더욱 안 좋아지겠지.’
카론이 스칼렛을 멀리할수록 좋다. 그럴수록 나와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스칼렛, 그리고.
‘카론 또한 나와 가까워지겠지. 도움이 안 되는 놈을 걸러냈다고 생각할 테니.’
본의 아니게 실수를 했지만, 오히려 좋은 상황이다.
슬며시 웃음을 흘렸다.
“후후, 그건 비밀입니다. 정보원의 비밀은 지켜 줘야 아름다운 법이잖아요?”
“과연…… 건방을 떨 정도는 되는군. 사과하지. 네놈을 얕본 것에 대해서 말이야.”
“감사할 필요는 없겠죠. 스칼렛, 당신의 실수이니.”
“……건방진 놈. 한 마디를 안 지는구나. 긴장하는 게 좋을 거다. 지금부터 네놈을 이리저리 해부할 거거든.”
스칼렛이 으르렁거렸다.
짧은 대화. 하지만 여기에서도 몇 가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카론…… 나에 대한 정보를 많이 풀지 않았군?’
나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스칼렛이 내게 보일 태도는 셋 중 하나다.
내 가치를 깨닫고 깍듯이 모시거나, 순진한 척하며 은밀히 정보를 캐내려 하거나, 그도 아니면…….
‘힘으로 날 억눌렀겠지.’
하지만 그 어느 쪽의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적의를 드러낼 뿐.
이게 의미하는 건 하나뿐이다.
‘나를 경쟁자로 보고 있다는 거네.’
시궁쥐, 그것도 초짜 시궁쥐라는 경쟁자.
카론은 은근슬쩍 그를 도발했을 거고, 초짜 시궁쥐와의 대결에서 밀릴 수 없다고 생각한 스칼렛은 그 미끼를 덥석 물었을 것이다.
카론이 나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싸움을 붙인 이유?
‘스칼렛의 실력을 보겠다는 거겠지. 나를 이용해서 말이야.’
이 과정에서 스칼렛이 나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알아내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일거양득,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상황.
카론다운 포석이자, 잘 만든 함정이었다.
‘뭐,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게 몇 개 있긴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알아보면 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스칼렛을 내 휘하에 넣는 것.’
카론도 충분히 활약해 주고 있지만, 항상 나를 경계하는 게 문제다.
앞으로는 신비 발굴, 영웅들과의 은밀한 대화, 악마와 두근두근 데이트(?)도 해야 하는 상황.
이런 일을 카론에게 부탁할 수는 없다.
내가 얻어야 하는 힘이 카론에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아카데미에 있는 놈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니라고 판단.
어떻게 이런 양질의 정보를 얻어 내는 것인지 알아내려고 들 확률이 높다.
어떻게?
‘살점 하나하나를 뜯으며 물어보겠지.’
고문을 통해 정보를 얻어 내는 것. 카론이 잘하는 일 중 하나다.
지금은 내가 루나를 지켜 주고 있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 제공하는 정보가 양질일 경우에는 루나도 나를 지켜 내지 못할 거다.
어쩌면 살점이 아닌, 세포를 하나하나 뜯으며 협박할지도 모른다.
그런 끔찍한 일은 사양이다.
즉,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람.’
내 말을 의심하지 않으며 명령에는 무조건 따르고, 신비의 힘이나 막대한 재화에도 눈독 들이지 않는 존재.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이른바 주인과 노예…… 아, 아니. 군신(君臣) 관계랄까.
아주 멋있고 훌륭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나만의 기사(騎士)가 생기는 거지. 기사를 다루는 주인이라…… 좀 멋진데?’
그것도 미래에 ‘만물상’이라고 불리게 되는 자를 기사로 두다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러자 스칼렛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네놈, 아직 교육을 받지 못한 거냐?”
“후후, 교육이요?”
“……그런 거였군. 아직 교육을 받지 못했던 거야. 그래서 이렇게 시건방을 떠는 거고.”
스칼렛이 미소 지었다. 뭔가를 깨달았다는 것처럼.
“너, 일반적인 루트로 들어온 게 아니지? 누군가에게 영입 제안을 받았을 거야. 그렇지?”
영입 제안이라.
어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거다.
카론과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한 상태니까.
시궁쥐가 되라는 제안을 받은 건 아니지만, 사업 파트너가 되라는 제안을 받은 관계랄까.
“음…… 뭐, 그렇긴 합니다.”
“그랬군, 그랬던 거였어. 그래서 이렇게 건방질 수 있었던 거야. 이제야 카론 님의 의도를 알겠군.”
“의도요?”
“그래.”
스칼렛이 눈을 빛냈다.
“네놈의 정신머리를 고쳐 놓는 것. 카론 님이 널 내게 보낸 이유다.”
그의 진지한 태도를 본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고.
“저……. 뭔가 크게 착각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이런 상황에서는 시건방이 싹 사라지는군? 왜, 이제야 겁이 좀 나나 보지?”
“그게 아니라…….”
“무기를 들어라. 선배 시궁쥐의 실력을 보여 줄 테니.”
스릉-.
스칼렛의 뒤쪽에서 금속음이 울렸다.
허리 뒤쪽으로 가 있는 오른손. 그 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게 분명했다.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단검류의 짧은 무기일 터.
‘……곤란해졌네.’
오늘 안에 스칼렛을 부하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스칼렛이 뭔가 큰 오해를 하는 것도 모자라 전투태세를 취한 상황.
심지어 밖에서는 루나와 레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설득한다?’
제일 쉬운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하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협박으로 들릴 수도 있어.’
나와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하는 존재를 협박한다?
약점이 없어지는 순간 내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지금은 능력치가 낮지만, 미래에는 만물상이라 불리며 대륙을 호령하는 존재.’
잠재력이 높은 놈이다.
머지않아 크게 성장할 것이고,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런 존재를 협박으로 잃는 건 크나큰 손실.
역시 지금 ‘그 수’를 꺼내는 건 무리다.
‘무엇보다 카론의 눈을 속이면서까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존재는 흔치 않아.’
고민이 깊어지던 때였다.
스칼렛이 나를 향해 조금씩 다가왔다.
“무기를 들어라. 뭐, 주먹이 네놈의 싸움법이라면 상관없겠지만.”
“……후후, 이러시면 곤란한데요.”
“걱정 마라. 목숨은 살려 줄 테니.”
“아니, 그 말이 아닙니다.”
“……?”
[눈 뜨기] 스킬을 사용하며 말했다.“당신 쪽이 곤란해진다는 뜻입니다. 제게 싸움은 살인이거든요.”
잠시 딱딱하게 굳은 스칼렛.
이내 그의 입이 삐뚤어지더니, 크게 소리쳤다.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네놈의 버르장머리는 내가 꼭 고쳐 주마!”
음, 뭔가 있는 척하면 물러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글러 먹은 모양이다.
‘힘으로 무릎을 꿇릴 수밖에 없나?’
하지만 현재 스칼렛에게는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아티팩트도 없는 상황.
[일섬]이나 [하늘 가르기]는 사용할 수 없다. 다른 고급 스킬도 마찬가지고.‘내 실력으로만 싸워야 한다는 소리인데…….’
루시아와 대련을 하며 실전에 가까운 경험을 쌓고 있긴 하지만, 내 검술은 아직도 삼류 수준.
스칼렛의 레벨이 낮긴 하지만, 들고 있는 무기가 단검류인 게 문제다.
‘단검처럼 짧은 무기와 싸운 적은 한 번도 없거든.’
일단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다.
거리를 내주는 순간, 내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것.
음, 도움 하나도 안 되는 정보를 깨닫다니. 진짜 짜증 난다.
“후후, 저희는 지식인이지 않습니까? 싸움보다는 대화로 푸는 게…….”
“죽어라!”
젠장! 검을 꺼낼 시간은 달라고!
급한 대로 옆에 있던 의자를 집어 들은 때였다.
의자를 뚫을 기세로 다가오던 스칼렛의 단검.
턱-!
누군가 그 단검을 잡아냈다.
그것도 맨손으로.
“아~ 살인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날이 선 칼날을 손으로 잡고 있는데도 느긋한, 여유롭기 짝이 없는 목소리.
그렇다. 단검을 잡은 사람은 바로.
제국 십검, 루시아였다.
“가르쳐 줄게. 살인은…….”
쉭!
“이렇게 하는 거란다, 애송아.”
순식간에 스칼렛의 품을 파고든 루시아가 주먹을 내질렀다.
쩌엉!!
주먹과 배가 마주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
스칼렛의 몸이 기괴하게 꺾이더니, 무릎, 몸, 머리가 순서대로 땅과 마주했다.
비명은 들리지도 않았다. 지를 새도 없이 죽음을 맞이한 거다.
그렇다.
‘죽였다! 루시아가 내 부하를…… 아니, 부하가 될 놈을 죽였어!’
내가 당황한 것을 눈치챈 것일까.
루시아가 볼을 긁적거리며 말했다.
“혹시……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니?”
“일단 죽을 상황은 아니었달까요. 저쪽도 마찬가지고요.”
즉, 죄 없는 사람을 죽였다는 말.
루시아가 크게 당황했다.
“괘, 괜찮아! 사람은 이렇게 쉽게 안 죽거든. 뭐, 조금 수명이 줄긴 했을 거야. 한…… 70년 정도?”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숫자잖아!!
살인범이 법정에서 ‘아, 제가 죽인 게 아닙니다. 제가 칼로 찌르긴 했지만 수명이 좀 줄었을 뿐이에요. 한 100년 정도?’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
실눈인 나지만, 내가 범죄자를 보는 눈빛을 보내고 있다는 건 아는 모양이다.
루시아가 스칼렛의 머리채를 붙잡더니, 위로 들어 올렸다.
“나 살인자 아니야! 봐봐, 살아 있잖아!”
음, 입 밖으로 내빼고 있는 혀가 말하고 있었다.
‘이미 죽은 시체입니다’라고.
“어, 어라? 이상하네. 그렇게 세게 치지도 않았는데. 야, 일어나 봐. 일어나 보라고.”
짝! 짝!
루시아의 바람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스칼렛이 정신을 차렸다.
“으, 으음…….”
“봐봐! 안 죽었잖아!”
“예, 수명이 70년쯤 줄어든 것 같지만요. 아마 내일쯤이면 죽겠군요.”
“장난이었거든? 애초에 이 정도로 죽으면 그 사람이 이상한 거라고. 뭐, 갑자기 죽는 지병 같은 거. 그런 게 있었던 거지.”
내가 그런 루시아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뿐이었다.
그런 변명은 법정에서 하세요, 이 예비 살인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