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academy's narrow eye, but i'm not evil RAW novel - Chapter (16)
제16화
16화. 제발 친구가 되어 주세요(2)
하지만 도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레이몬의 곁으로 향했다.
“후후, 레이몬 군. 다친 곳은 좀 괜찮아졌습니까?”
“아…… 네. 마, 많이 괜찮아졌어요.”
“다행이군요.”
쭈뼛쭈뼛.
대화가 좀처럼 이어지질 않는다.
나와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입을 계속 열었다 닫았다 할 뿐, 말을 하지는 않는다.
진짜 소심한 성격이다.
일단 바로 목적을 던지기로 했다.
어차피 거부당하겠지만, 반복하면서 호감을 쌓다 보면 언젠가는 친구가 되어 주지 않을까?
“후후, 레이몬 군. 제 친구가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네…… 네? 그, 그래요. 치, 친구 해요. 우리.”
[퀘스트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친구를 만드세요(1/3).]엥? 그냥 던져 본 건데 바로 친구가 된다고?
게다가 이건 ‘진심’으로 친구라고 생각해야 클리어되는 조건.
레이몬은 나를 진짜 친구로 받아들인 거다.
시스템이 그렇게 판단했으니 확실했다.
알고 보니 되게 좋은 놈 아닌가?
넌 이제부터 느그 레이몬이 아닌, 우리 레이몬이다!
“후후, 편견을 가진 건 저였던 걸까요.”
“저, 전 그런 거 없어요. 무, 물론 제로 군의 얼굴이 좀 이상하게 생긴 건 사, 사실이지만……!”
“……?”
“히, 힘내세요! 그딴 외모로도 추, 충분히 살 수 있으니까!”
“…….”
“파, 파이팅!!”
양손으로 주먹까지 꽉 말아 쥐며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레이몬의 모습.
그걸 보고 있자니 눈가가 절로 파들거렸다.
앞에 했던 말은 취소다.
이.
느그 레이몬 같으니.
* * *
어느새 찾아온 점심시간.
오늘 배운 것을 가볍게 복습한 뒤, 조금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지금쯤이면 대부분의 학생이 빠졌을 테니 자리도 널널할 거다.
‘급하게 먹을 필요도 없겠네. 오늘 오후에는 수업도 없으니까.’
앤우드 아카데미의 수업 방식은 일반적인 중고등 학교와는 달랐다.
오전은 우수반이 다 같이 모여 수업을 듣지만, 오후는 각자 듣고 싶은 걸 듣는다.
이런 자율적인 수업 방식을 추구했다.
마치 대학교 같은 시스템이랄까?
‘뭐, 게임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안 그래도 세상을 구하기 바쁜 주인공들이다.
오전과 오후를 모두 수업으로 꽉꽉 채운다면, 성장할 시간은커녕 악의 세력을 조우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거다.
그래서 나도 오후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오전, 그리고 주에 한두 번 있는 우수반 오후 수업을 제외한다면, 대학교 4학년생과 맞먹는 널널한 시간표를 자랑했다.
‘오늘은 오믈렛인가. 훌륭하군.’
볶음밥을 완벽하게 감싼 노오란 달걀옷.
수제로 만든 데미그라스 소스.
빛이 날 정도로 완벽한 오믈렛의 자태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한 구석을 베어 입에 넣으려던 때였다.
누군가 내 앞에 앉았다. 나와 같은 오믈렛을 선택한 누군가의 정체는…….
다름 아닌 루나였다.
“오늘 수업 재밌지 않았어? 수업이 재밌다니…… 역시 앤우드 아카데미는 다르다는 걸까?”
“…….”
“너 시간표 좀 보여 줘 봐. 나랑 비교해 보자. 뭐, 수업을 맞추겠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듣고 싶었던 거일 수도 있으니까.”
루나가 자신의 시간표를 꺼내며 조잘조잘 떠들었다.
대꾸도 해 주지 않는데 참 잘도 떠든다.
“루나 양.”
“응?”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루나.
오믈렛의 중앙을 스푼으로 깊게 팠다.
이게 생명체라면, 아마 이 부근이 심장 아닐까?
“후후, 아직 친구를 못 사귀신 건가요?”
“……뭐, 뭐라고!?”
루나가 심장을 찔리기라도 한 듯 벌떡 일어나며 발끈했다.
저 반응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루나는 오늘 단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쯧쯧, 저 까칠한 성격을 받아 줄 만한 애가 있긴 할까?’
알고 보면 속이 참 여린, 츤데레 스타일의 루나.
하지만 주변에 있는 건 아직 열다섯에 불과한 아이들이다.
첫 만남 때부터 툴툴거리는 루나의 친구가 되어 줄 리 없다.
“그, 그러는 너는! 너도 친구 없잖아!”
“후후, 전 레이몬 군과 친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것도 하루 만에 절친이 됐죠.”
“저, 절친이라고……? 네 생각이겠지!”
“뭐,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루나 양은 친구가 한 명도 없지 않나요? 후후, 이런 이런. 제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있겠군요.”
루나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 명이라도 친구는 친구. 내 말에 반박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게 아침에 친구 하자고 할 때 해 주지 않고.’
심지어 내가 점심을 먹으러 가지 않고 복습을 시작하자, 자는 척까지 하면서 기다린 루나다.
‘내가 식당으로 출발하자 쫄래쫄래 내 뒤를 쫓아왔지.’
그런 귀여운 면모를 외적으로 내보이면 친구 사귀는 건 금방일 텐데.
“우, 우리 가문은 모든 것을 내줄 정도로 친구를 소중히 한다고! 그, 그래서 간을 보고 있는 것뿐이야!”
“호오, 그렇군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모두와 친구가 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그렇군요.”
“아니! 진짜라니까!?”
“예, 그렇다고 계속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알겠으니까 밥이나 계속 드시죠. 친구가 아주아주 많아질 루나 양.”
“야! 진짜라고!!”
루나의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계획대로다. 채찍질을 가했으니 이제 당근을 줄 차례.
‘사실 레이몬 같은 놈보다는 너와 먼저 친구가 되고 싶었다며 살살 꼬드긴다면…….’
흐, 흥! 이번만 특별히 네 친구가 되어 주겠어! 영광으로 알라고!
같은 말을 하며 친구가 되어 주지 않을까?
급박한 상황이니 마음속 깊이 나를 친구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터.
그렇게 마지막 계획을 실행하려던 때였다.
삐비빅-! 삑!
“불건전한 이성 교제는 벌점 사유다!”
누군가 호각을 세차게 불며 다가왔다.
왼팔에 있는 선도 명찰.
오늘도 흐트러짐 하나 없는 포니테일과 잘 다려진 제복까지.
부학생회장 로델린은 오늘도 완벽한 차림을 자랑했다.
“제로 군, 여기서 보니 반갑군.”
“후후, 저도 반갑습니다.”
“입학을 축하하는 의미로 자네에게 상점 1점, 벌점 1점을 부여하도록 하겠네.”
로델린이 생긋 웃음을 흘렸다.
1-1=0. 기적의 상벌점이로군.
뭐, 괴롭힌 것치고 이 정도면 싼 대가다.
“후후, 벌점 정도는 없애 줘도 괜찮은 거 아닌가요? 그래도 후배인데 말이죠.”
“추가 벌점을 주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았으면 좋겠군. 불건전한 이성 교제는 충분한 벌점 사유니까 말일세.”
“부, 불건전한 이성 교제라뇨! 제가 이딴 놈이랑!?”
루나가 발끈하며 끼어들었다.
음,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걸?
“음, 연인 사이가 아니었나? 미안하군. 너무 사이가 좋아 보여서 착각했지 뭔가. 그럼 절친한 친구 사이로 정정하도록 하겠네.”
“누, 누가 이딴 놈이랑 친구야!!”
쾅!
루나의 주먹질에 쟁반에 있던 음식물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거칠게 자리를 정리한 루나가 씩씩거리며 식당을 떠났다.
젠장, 설마 로델린에게 방해를 받을 줄이야.
그 모습을 본 로델린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저 절친한 친구 사이라 말했을 뿐인데 불같이 화를 내다니.
로델린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음…… 내가 뭔가를 실수한 건가?”
“후후, 아닙니다. 성격이 조금 특이한 아이라서요.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하지만…….”
로델린이 루나가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따라가 오해를 풀 기세다.
하지만 둘이 친해져서는 곤란하다.
저건 내 거…… 아니, 내 파티원이니까.
‘청소.’
손수건을 손에 쥔 채 [청소] 스킬을 사용하자, 내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식탁에 흩어진 음식물을 훔쳐 쟁반 한구석에 모으고.
물을 살짝 묻혀 식탁을 닦은 후, 손수건을 뒤집어 물기를 훔치기까지.
이 모든 게 일련의 동작으로 이어졌다.
‘이런 점은 편하네.’
적절한 도구를 든 채 스킬을 발동하면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실험해 본 결과, 맨손으로도 가능은 했다.
시간이 더 많이 들고 결과물이 별로라는 차이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순식간에 정리된 식탁은 로델린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광까지 번쩍번쩍 났다. 우리의 얼굴이 비쳐 보일 정도로 말이다.
“대단하군. 제로 군, 1년간 식당 청소를 맡아 주지 않겠는가? 그럼 상점 1점을 부여해 주도록 하지.”
“후후, 고작 1점입니까. 상당히 쪼잔하시군요.”
“잘하면 미화부장으로 승격시켜 줄 수도 있다네. 개개인의 능력을 살려 아카데미에 봉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참된 학생이라 할 수 있지!”
로델린의 눈이 불탄다.
네, 정중히 사양합니다. 전 파티를 짜는 것만 해도 골치가 아프거든요.
그때였다.
“악마! 악마!”
“꺄아악!!”
“뭐, 뭐야!”
식당에 있던 학생들이 몸을 움츠렸다.
성인 남성의 손바닥만 한 앵무새가 식당에 난입했기 때문이다.
특이한 건 몸의 절반 정도가 검다는 거였다. 심지어 한쪽 눈도 검게 물들어 있었다.
앵무새가 천장을 빙빙 돌며 이상한 말을 계속 내뱉었다.
“악마! 위험! 악마! 지켜!”
“저, 저게 뭐라는 거야?”
“신입생들, 신경 끄고 밥 먹어라. 앞으로 종종 보게 될 테니까.”
“크크, 인사하고 밥 먹어야지. 너네들보다 선배니까.”
자세히 보니, 몸을 움츠린 건 신입생들뿐이었다.
재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었다.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뜻이리라.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제로 군은 놀라지 않는 건가? 저런 건 처음 볼 텐데.”
“후후,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악마를 찬양하는 앵무새는 처음 보거든요.”
“악마를 찬양하는 앵무새라…… 듣고 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로델린의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 아카데미의 명물이자, 영물이라네.”
자신이 오기 전부터, 선배님들이 계실 때도, 심지어는 그 이전에도.
계속 아카데미에 있었다고 한다.
“선배님들의 말로 미루어 보니, 최소 20년 이상 이곳에 머문 것 같더군.”
“호오, 신기하군요. 밖으로 날아갈 법도 한데 말이죠.”
“그러게 말이야. 게다가 저 종의 수명은 평균 15년이야. 그런데 아직까지 살아 있으니 영물이라 불리긴 충분하겠지. 어때, 참 신기하지 않나?”
영물이라?
사실 멀리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앵무새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걸.
거친 호흡, 살짝 깨진 부리, 여기저기 빠진 깃털, 튀어나올 정도로 커진 한쪽 눈까지.
슬슬 생명이 꺼져 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뭔가 이유가 있는 거겠죠. 끝까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로델린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쳐다보는 걸까. 심장 떨리게.
“……신기하군. 나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졸업하기 전까지 그걸 알아내 저 영물을 자유롭게 풀어 주는 게 내 목표 중 하나라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저 앵무새가 저렇게 울부짖는 이유도, 힘겹게 계속 생명을 연명하는 이유도.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 또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말해 줄 수는 없지.’
사실 저 앵무새는 히든 피스다.
그것도 「아카데미의 영웅」의 스킬 중, 세 손가락에 꼽히는 개사기 스킬을 얻을 수 있는 히든 피스의 주인공이자 안내인.
‘아니, 안내조(鳥)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불쌍한 놈이긴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쩔 도리가 없다.
상당히 높은 스펙을 요하는 히든 피스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에피소드3 이후에나 가능한 히든 피스.
그러니 지금은 침을 묻혀 놓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
“신입생들이 시끄럽다며 종종 괴롭히더군. 알아서 잘 피해 다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위기에 빠지면 좀 도와주게나.”
“후후, 알겠습니다.”
“고맙군. 그럼 난 이만 가 보도록 하지. 순찰을 돌아야 하거든.”
응? 잠깐만, 이러고 그냥 간다고?
내 먹잇감…… 아니, 친구가 될 루나를 쫓아내 놓고?
그렇게는 안 되지. 너라도 내 친구가 돼 줘야겠다.
“후후, 잠깐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아쉽군요.”
“음? 뭔가. 후배의 고충을 들어 주는 것 또한 선배로서 할 일. 뭐든지 괜찮으니 말해 보도록.”
“이런 곳에서 할 얘기는 아니고…… 잠시 따라오시죠.”
“음음! 비밀을 요하는 중요한 상담인가 보군. 내 전문이지.”
쟁반을 반납한 후 식당 밖으로 나왔다.
앞장서서 걸으며 으슥한 곳으로 로델린을 이끌었다.
순진한 그녀는 그것도 모르고 내 뒤를 따랐다.
‘이쯤이면 되겠군.’
식당 뒤편. 아무도 없는 으슥하고 그늘진 곳.
상담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